2018년 1월호

현지분석

‘북한 핵’ 둘러싼 두 스트롱맨의 속마음 읽기

트럼프 ‘무력충돌 나면 지지율 상승’, 시진핑 ‘북핵 인정하고 주한미군 철수’

  • 홍순도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 mhhong1@asiatoday.co.kr

    입력2017-12-31 09: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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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핵전쟁 나도 남북한만 피해’

    • 트럼프 ‘대선 때 도와준 군수업체에 보은’

    • 시진핑 ‘북한 굴복→한반도 통일 악몽’

    • 트럼프 ‘대북 군사옵션 실행하면 중국 고립 일거양득’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017년 11월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 직후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2018년 초 발표할 신년사에서 핵보유국을 공식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그나마 제동을 걸만한 능력이 있는 중국과 미국이 갈등을 접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핵보유국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는 북한의 폭주에 일단 의미 있는 제동을 걸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양국은 그야말로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중국은 오로지 대화만 공허하게 말하고, 미국은 군사옵션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동상이몽도 이런 동상이몽이 없다.

    미·중이 평행선만 달리는 이유

    이처럼 양국이 고장 난 레코드를 튼 듯 같은 말만 입에 올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국을 보는 속내가 서로 접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대립하기 때문일 것이다. 관련 취재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진짜 속마음을 짐작해봤다. 

    우선 은둔의 실력자인 시진핑 주석의 한반도관(觀)을 봐야 한다. 그는 2017년 4월 초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인이 들으면 기분 나쁠지 모르나 이런 인식은 중국인들이 평균적으로 다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그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충격을 받을 필요까지는 없다.

    ‘한반도는 중국의 일부고 미국은 국외자’

    말할 것도 없이 그의 인식은 분명한 사실을 하나 말해준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으나 속으로는 자신들이 한반도 문제의 주체라는 확고부동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미국은 북한 핵 문제에서 국외자, 즉 제3자라는 인식과 궤를 같이할 수 있다. 속으로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에 중뿔나게 나댄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러니 미국의 군사옵션 운운에 대해 기분 나빠하면서 대화를 줄기차게 강조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시진핑 주석은 미국을 중국의 주적(主敵)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 빛의 속도로 성장하는 경제력에 힘입어 빠르게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으나 아직은 비교 불가다. 항공모함의 수만 해도 2대 11로 절대적 열세에 있다. 성능까지 비교하면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겠으나 양국이 우발적으로라도 무력 충돌할 경우 중국의 필패는 기본이고, 얼마나 버티는지는 옵션일 것이다. 시 주석과 중국에 이런 막강한 미국이 군사옵션을 동원해 북한을 굴복시킨 후 궁극적으로 한반도를 통일시키는 것은 꿈에서조차 생각하기 싫은 악몽이다. 한국의 동맹인 슈퍼파워 미국과 국경을 마주하는 것을 대재앙으로 여긴다. 북한이 워낙 엉망인 현재의 분위기에서는 불가능하지 않은 시나리오다. 

    더구나 시 주석의 시각에서 미국의 대중국 봉쇄선인 제1열도선(列島線), 즉 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잇는 지역에 대한 돌파가 더욱 어려워질 개연성이 농후해진다. 일본 이즈반도-괌-사이판-인도네시아를 잇는 제2열도선 돌파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이 중국에 몰고 올 폭풍

    중국 현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경우 중국은 대만 문제 및 남중국해 분쟁에서도 미국에 필연적으로 밀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남중국해 분쟁에서는 더 그렇다. 제1열도선조차 돌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우는 미국에 맞서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탓이다. 더욱이 이렇게 밀리다 보면 온 국력을 경주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축 프로젝트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정법대학 한반도연구소의 김우진 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한다. 

    “군사옵션을 통한 북한의 붕괴와 남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은 양안(중국-타이완) 갈등, 중국-동남아 영유권 분쟁과 언뜻 보면 별개의 사안이다. 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전제로 하는 일대일로 구축 프로젝트도 다르지 않다. 미국의 대북한 군사옵션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경우 이 프로젝트도 물 건너간다고 여겨질 수 있다. 미국이 만지작거리는 군사옵션에 중국이 극단적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가 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군사옵션 발동에 따른 북한 체제의 붕괴는 북한 광물에 대한 중국의 개발권을 애매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시 주석은 이런 실리적 측면도 염려할 것이다. 혹자는 자원 대국인 중국이 북한의 광물자원에 흑심을 가질 필요가 뭐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국의 자원만으로는 급속하게 발전하는 경제에 필요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중국의 현실을 상기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게다가 일부 인사는 북한 광물자원의 가치를 최대 7000조 원대로 평가하기도 한다. 전 세계 자원을 싹쓸이할 태세의 중국은 북한의 자원을 애지중지한다. 

    군사옵션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될 북한 체제의 붕괴는 최악의 경우 중국을 세계 질서에서 밀어낼 수도 있다. ‘아시아의 환자’에서 일어나 ‘중국몽(中國夢·강력한 중국이 되는 꿈)’을 꾸는 시 주석으로선 정말 안 될 일일 것이다. 대북 군사옵션을 막고 대화를 강조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것이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중국은 대화의 기본 원칙으로 쌍중단(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 병행)을 일관되게 주장한다. 여기에도 다 까닭이 있다. 

    2017년 11월 17일부터 4일 동안 쑹타오(宋濤) 당 대외연락부장은 시 주석의 특사로 평양에 파견됐다. 숭타오는 이른바 4노(북한 정권 교체 추구하지 않는다, 북한 정권 붕괴 추구하지 않는다, 한반도 통일 가속화하지 않는다, 38선 이북으로 군대 진군하지 않는다) 원칙을 거론하면서 핵 및 미사일 개발 프로젝트의 포기를 끈질기게 설득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이런 대화 시도 행보는 2017년 11월 29일 북한의 ICBM 화성-15형 발사 이후 미국의 군사옵션 실행 가능성이 더 높아지면서 급박하게 이어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리바오둥(李保東) 부부장은 2017년 12월 5일 방북한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과 만나 대화를 강조했다. 

    12월 6일부터 시작된 정쩌광(鄭澤光) 부부장의 방미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 시 주석은 11월 29일 이후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감지하고는 급거 그를 미국에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 정쩌광은 예상대로 현지에서 매트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 등을 만나 북한과 대화하기를 강력 촉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12월 8일 오후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겅솽(耿爽) 대변인이 “조선(북한)과 미국이 이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대화와 담판으로 관련 문제를 마땅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눈물겨운 대화 노력

    하이라이트는 12월 9일 ‘국제형세와 중국외교심포지엄’ 행사 개막식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한 발언이다.
     
    “한반도 정세는 무력시위와 대항의 악순환에 깊이 빠져 있다.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 그러나 아직 희망은 소멸하지 않았다. 협상 가능성도 남아 있다.” 

    왕이도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을 강조한 것이다. 이 정도면 북·미 간 군사적 충돌을 막고 북·미 대화를 열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고 할 수 있다. 대화 시도 노력이 결실을 보면 중국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상황이 된다. 70여 년 동안 이어진 이른바 한반도의 현상유지(Status quo)가 계속 가능해진다. 북한은 앞으로도 중국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완충국(Buffer state)으로 남는다. 

    시 주석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이와 관련해, 런민(人民)대학의 마샹우(馬相武) 교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폐기되면 나쁠 게 없다. 그러면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주한미군의 철수도 주장할 수 있다. 중국에는 더할 수 없는 이상적인 결과가 된다. 설사 핵과 미사일이 폐기되지 않아도 관계없다. 중국에 주는 피로감보다는 미국-일본-한국에 가하는 스트레스가 훨씬 더 클 테니까. 전략적으로는 북한이 핵보유국이 돼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물론 시 총서기 겸 주석을 필두로 하는 중국 지도부는 북한의 완강한 저항으로 대화가 도저히 불가능해질 때의 상황을 상정한 플랜 B도 준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두고 선수를 치는 것이다. 미국에 꼬투리를 주지 않고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관리한다면 이것은 차선책이 될 수 있다. 

    ‘북한 김일성 일가와의 의리를 생각한다면 중국공산당이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의 국익도 크게 침해될지 모르는 비상 시국이고 김정은이 이러한 시국을 자초했다. 집권 2기를 맞은 시진핑은 장기집권을 위해 결단할지 모른다.

    “북·미 전쟁 시 미국이 중국 공격하지 않을 것”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위 왼쪽부터 2대)와 F-35B 스텔스 전투기(오른쪽 4대)가 2017년 9월 18일 한반도로 전개해 강원도에서 북한 내 표적을 상정하고 폭탄을 투하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동아DB]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위 왼쪽부터 2대)와 F-35B 스텔스 전투기(오른쪽 4대)가 2017년 9월 18일 한반도로 전개해 강원도에서 북한 내 표적을 상정하고 폭탄을 투하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동아DB]

    미국이 끝내 북한에 대해 예방전쟁이나 선제공격을 감행한다면, 시 주석은 중국의 한반도 군사개입을 각오하고 있을 것이다. 한 중국 전문가는 시 주석의 속마음을 이렇게 설명한다. 

    “시 주석은 아마 미국의 선제공격에 북한이 반격을 가해 한반도에서 결국 핵전쟁이 발발하더라도 남북한만 피해를 볼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베이징으로 쏘지 않을 것이고 미국도 중국과의 제3차 세계대전을 우려해 중국의 주요 도시들과 군사기지들을 공격하진 않을 것으로 시 주석은 판단할 것이다. 중국 본토의 피해가 별로 없다고 여기니 시 주석은 한반도에 군사적으로 마음껏 개입하려 할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뼛속까지 사업가 기질이 배어 있다. 평소의 언행을 보면 ‘베니스의 상인’처럼 계산에 밝다. 자신과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미국 정치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속으로 가장 걱정하는 건 자신의 대통령 재선가능성이다. 이를 위해선 추락하는 여론지지율을 진정 또는 반등시키는 게 급선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라 밖에서 전쟁과 같은 큰일이 터지면 나라 안에서 국민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해 대통령 지지율이 오른다’는 이론에 기댈지 모른다. 미국의 군사옵션 결행에 따른 한반도 무력 충돌이 트럼프의 지지율엔 나쁠 게 없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재선이 트럼프의 최우선 목표

    트럼프는 탄핵까지 불러올지도 모를 러시아와의 내통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눈을 외부로 돌리게 만들 희생양이 절실히 필요할지 모른다. 여기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인정해줌으로써 중동에서 코너에 몰리고 있는 현실까지 더할 경우 대북 군사옵션에 대한 강한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전쟁은 대선 때 트럼프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준 군수업체에 대한 보은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분노와 화염’과 같은 극단적 말 폭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과 러시아까지 반발하게 만드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압박이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대북 군사옵션을 실행하면 미국은 중국을 고립시키는 일거양득을 누릴 것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가 북한을 최대한 압박함으로써 뒷배일 수 있는 중국에 심리적·군사적 부담을 주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될 듯하다. 이 경우 그로서는 무역, 환율,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의 수많은 현안에서 사사건건 부딪치는 중국의 기선을 제압하는 부대효과도 충분히 올릴 수 있다. 효과 만점의 절묘한 패를 사용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물론 그가 아무리 다목적 카드로 군사옵션을 확실하게 쥐고 있다 하더라도 시뮬레이션상에서 주한미군이 최다 5만 명 가까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오는 끔찍한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미국 내의 비둘기파가 주장하는 대화 노력을 잠재워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약점 많은 자신이 더욱 코너에 몰리거나 북한의 도발이 비둘기파가 볼 때도 한계에 이를 때는 트럼프가 ‘분노와 화염’이라는 말 폭탄의 뇌관을 터뜨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

    말 폭탄 → 해상봉쇄 → 진짜 폭탄?

    역시 북한이 제재 중에서도 가장 두려워할 것으로 보이는 해상 봉쇄가 그 첫 격발이 될 수 있다. 해상봉쇄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면 트럼프는 그걸 명분으로 북한에 진짜 폭탄을 안기는 행동에 나선다는 말이 된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대학 J모 교수는 이렇게 트럼프의 심리를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 같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사업가 출신답게 정세 판단을 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람이 더 위험하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 대북 군사옵션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끔찍한 일이다.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가 한반도 운명을 가름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이렇게 추정하면, 둘의 속내에서 공통점이 추출되는 것 같다. 그것은 북한 핵을 실제로는 자국민의 생명과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 핵은 어느 모로 보나 한국인의 생명과 한국의 안보를 송두리째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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