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그는 공직생활 동안 장관 세 번, 서울시장 두 번, 총리 두 번,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 정치인들이 던져놓은 뭉툭한 과제를 정책으로 반듯하게 풀어내 행정의 달인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고건’이 회자됐다. 그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국무총리로서 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그는 정치의 시대에 ‘생활’을, 침묵의 시대에 ‘소통’을 말했다. 국민을 위한 중도실용의 신념을 강조했다.
‘공인의 길’은 정치인 뒷담화나 자극적 내용이 없는 심심한 글이지만 공인으로서 그가 겪은 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데다 이념과 계층, 지역으로 나뉘어 갈등하는 세태에도 울림을 준다. 원로의 통찰과 혜안도 담겨 있다.
그는 “북한의 민둥산을 푸르게 하는 게 공인으로서 마지막 소명”이라고 했다. 2014년부터 아시아녹화기구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공조림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다. 그 시작에도 ‘고건 내무부 새마을사업담당관’(1972년)이 있었다.
“산업화, 민주화, 새천년거버넌스 세 시대를 겪으면서 그때마다 시대적 과제를 맡아 일하는 행운을 누렸다. 내가 뭘 더 하겠나. 명예를 탐하겠나. 북한 산림녹화는 나의 꿈이 아니라 우리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