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호

심층취재

겉과 속 다른 中 대북제재 현실

라벨 갈이·해상 밀수 ‘모른 척’… “核공격 받는 건 중국 아니라 한국”

  • 김승재 YTN 기자 · 前 베이징특파원 sjkim@ytn.co.kr

    입력2017-12-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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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국제사회는 대북제재에 나서지만, 중국의 적극적 동참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중국은 강대국으로서 체면이 있기에 국제사회의 일치된 행동에서 일탈할 수 없으나 중국의 대북 압박 역할은 딱 거기까지다. 북한 역시 이런 현실을 꿰뚫고 있다. 겉과 속이 다른 중국의 대북제재 현실을 밀착해 들여다봤다.
    2016년 3월 6일 중국 단둥시 인근에서 바라본 압록강대교와 북한 신의주 공장 위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뉴시스]

    2016년 3월 6일 중국 단둥시 인근에서 바라본 압록강대교와 북한 신의주 공장 위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뉴시스]

    2017년 11월 29일 새벽, 한동안 조용하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쏘아 올렸다. 미사일은 50여 분 비행한 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동해로 떨어졌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1번째 미사일 도발이면서 9월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이후 75일 만이었다. 

    북한은 ICBM 발사 후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면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주장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과거 어떤 미사일보다 높은 고도까지 올라갔다”면서 “북한이 전 세계 모든 곳을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훈 국정원장도 “지금까지 북한이 쏜 ICBM급 미사일 가운데 가장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화성-15형’은 미국을 들끓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게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요구했고, 김정은을 ‘병든 강아지(sick puppy)’ ‘리틀 로켓맨’이라고 칭하며 분노를 터뜨렸다. 미국 지도부에서는 또다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이 수시로 거론된다. 

    2017년은 어느 해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집중된 시기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3차례나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했고, 중국 정부 역시 이에 호응해 과거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제재에 동참했다. 그런데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에 이어 역대 최고 수준의 ICBM까지 발사했다. 제재를 통해 북한의 무력도발을 저지하겠다는 국제사회의 행동은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2017 대북제재’ 겉과 속

    2016년 3월 2일 중국 단둥 세관을 통관해 중국으로 들어온 북한 화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016년 3월 2일 중국 단둥 세관을 통관해 중국으로 들어온 북한 화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그렇다고 대북제재가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그동안 진행돼오던 대북사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월 8일 북한과 스위스 기업이 합작한 ‘평스제약 합영회사’가 유엔 안보리 제재 여파로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평스제약’은 스위스 회사와 북한 보건성 산하 평양제약이 합작해 10여 년 전에 만든 회사로 북한에서 진통제와 항생제 등 기초의약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9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서 북한과 합작사업을 금지했기 때문에 ‘평스제약’은 안보리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지 않으면 폐쇄될 수밖에 없다고 WSJ는 전했다. 



    ‘북한의 후견국’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는 대북제재 여파를 훨씬 쉽게 찾을 수 있다. 북한과의 교역이 가장 활발한 지린(吉林)성 단둥(丹東)에서는 불법 취업한 북한 근로자들의 귀국 행렬이 이어졌고 “망하기 일보직전”이라는 대북 사업가들의 하소연도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또 제재로 인해 놀고 있는 북한 노동력을 써달라는 요구가 중국의 사업가들에게 계속 전달되고 있다. 

    제재의 영향은 중국에서 은밀하게 활동하는 북한 해커 요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활동하던 북한의 해커 전문팀은 10월 중국의 압박이 전방위로 진행되던 시점에 급하게 철수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해커팀은 중국 당국의 제재 조치가 가시화된 이후 수상하다는 신고가 많이 접수돼 결국 철수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해커팀과 유착돼 있는 다롄 공안국 직원들이 단속에 앞서 귀띔해주면 도피하는 방식으로 계속 버틸 수 있었지만, 중국 중앙정부까지 공식적으로 제재를 언급하자 지역의 공무원들도 부담이 됐고 이에 따라 급히 철수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 대북제재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재가 유명무실화되는 현상이 잇달아 포착되고 있다. 이른바 ‘힘 있고 ‘빽’ 있는’ 사업가들에게 대북제재는 오히려 돈 벌 기회가 되고 있다. 그들 사이에서 대북사업은 언제나 ‘궁즉통(窮則通·궁하면 통한다)’이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이 전해온 제재 회피 방법은 다양하다.

    ‘라벨 갈이’로 원산지 세탁

    북한-러시아 접경도시 하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잇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에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열차가 달리고 있다.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북한-러시아 접경도시 하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잇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에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열차가 달리고 있다.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W는 신의주에서 대규모 봉제 공장을 운영하는 조교(朝僑·북한에서 태어난 중국 화교)다. 20t짜리 소형 어선을 소유해 수산물 사업도 함께 한다. 그런데 2017년 본격화한 대북제재로 W는 신났다. 소형 어선의 용도를 밀수용으로 전환하면서 쏠쏠한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으로 북한산 물품이 단둥 세관을 통과할 수 없게 되자 사업가들이 대거 밀수 어선을 찾기 시작했다. 이를 본 W는 자신의 어선을 밀수에 적극 활용했다. 신의주에 있는 본인 소유 봉제 공장뿐만 아니라 주변 공장의 생산품까지 어선에 실어 중국으로 나르고 있다. 밀수 비용을 의류의 경우 1벌당 얼마씩으로 계산해서 받으니 그야말로 앉아서 돈 버는 셈이다. 납기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사업가들이 서로 실어달라고 아우성인 상황에 이르자 W는 조금이라도 짐을 더 싣기 위해 아예 어선의 지붕도 다 뜯어버렸다. W에게 대북제재는 한때 위기였지만, 곧 기회로 다가온 것이다. 

    이처럼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밀수 어선을 소유한 이들은 대부분 돈방석에 앉았다는 소식이다. 대북제재 회피 방법으로 바닷길 밀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세관을 통과하는 방법도 있다. 

    필자는 2017년 8월 ‘주간동아’ 1102호를 통해 중국이 8차 대북제재 결의 채택 며칠 전인 7월 30일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이 붙은 북한산 제품의 세관 통과를 허용하지 않는 조치를 내렸다고 전했다. 그동안 북·중 국경 세관에서는 북한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라벨이 붙은 채로 나오는 제품에 대해 단속을 하지 않았는데, 안보리 결의를 계기로 갑자기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 역시 궁즉통. 이른바 ‘라벨 갈이’가 등장했다. 북한 공장에서 만든 제품에 ‘메이드 인 북한(MADE IN DPRK)’ 라벨을 붙인 채로 중국 세관을 통과하고, 이후 중국의 보세 창고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로 라벨을 바꿔치기한다. 이렇게 중국산으로 ‘라벨 갈이’한 북한산 제품은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으로 팔려나간다. 이들 가운데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브랜드가 수두룩하다. 

    과거에는 ‘라벨 갈이’가 필요 없었다. 북한산 완성품이 가득 담긴 상자를 트럭에 싣고 단둥 세관에 내려놓으면 이 상자들을 그대로 중국 트럭에 싣고 수출 항구로 향하는 것이었다. 즉 북한산 제품이 차만 갈아타서 그대로 수출된 것. 중국 정부가 이걸 못 하게 막으니 ‘라벨 갈이’라는 ‘귀찮은’ 과정이 하나 추가된 것이다. 결국 북한산 제품은 똑같이 중국산으로 둔갑해 전 세계로 팔려나가는 현실이다.

    러시아 통한 우회 거래 ‘성황’

    중국 정부는 대북제재 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2017년 9월 중순부터 불법적 북·중 교역을 근절하겠다며 세관원 자리를 중국군이 대신하도록 조치했다. 무경부대(武警部隊·인민무장경찰부대)가 훈춘 취안허(圈河) 세관 등 북·중 국경 지역 세관을 책임지고 관리하게 조치했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 제재 품목 거래가 일체 중단됐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동안’일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과거의 불법, 편법 거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능력 있는 사업가들은 북한산 제품의 세관 통관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대신 뒤로 찔러줘야 하는 비용이 과거보다 늘었다. 이런 식으로 북한산 제품은 계속 중국으로 흘러나오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훈춘의 경우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이 접하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대북제재를 회피하고 있다. 북한 나선 특구-러시아 하산-중국 훈춘 루트가 대표적이다. 과거 나선 특구와 훈춘 직거래 통로로 물품이 오가던 것이 러시아 하산을 거치는 우회 방식으로 변모해 제재를 피하고 있다. 하산에서 가까운 무단(牡丹)강 일대에서는 북한산 제품을 한가득 실은 대형 러시아 트럭 행렬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러시아인이 중국인보다 불법을 더 많이 저지른다. 국경 세관원에게 돈만 주면 무엇이든지 통과시켜준다. 만일 북한으로 향하는 트럭 짐칸을 열어본다면 온갖 무기를 비롯해 깜짝 놀랄 물건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소식통의 전언을 뒷받침하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12월 4일 AFP는 북한과 러시아의 합작법인 나선콘트랜스(RasonConTrans)를 통해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석탄 수출금지 제재 조치를 회피하는 정황이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200만t의 러시아 석탄을 실은 기차가 나선콘트랜스가 운영하는 나진항 부두에 도착한 뒤 석탄을 선박으로 옮겨 중국에 수출하는데 이 과정에 북한산 석탄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AFP는 중국이 북한의 석탄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뒤에 오히려 나선콘트랜스의 사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방송 도이체벨레는 12월 5일 “북한 석유제품 가격이 몇 달간 오르내림을 반복한 뒤 11월 들어 떨어지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러시아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일본 아시아프레스인터내셔널(API)이 확보했다는 ‘북한 내 시민 기자’의 리포트를 인용해 “러시아 국경을 통해 엄청난 분량의 연료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 국제 공조에 구멍이 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의 CNBC는 2017년 11월 26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강화했지만, 북한이 여전히 많은 외화 통로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러시아와의 교역 확대를 주요 요인으로 제시했다.

    북·러 밀착 행보 ‘주목’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했다. [노동신문]

    북한이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했다. [노동신문]

    이런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밀착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12월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평양은 러시아와 중국의 안전보장이 아니라 미국의 보증을 원한다.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이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북한이 러시아에 미국의 안전보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모르굴로프 차관은 12월 초순 대규모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언급하며 “이는 역내 정세를 악화시키는 것이며 북한을 대화에 초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북한의 ‘화성-15’형 발사에 대해서도 한반도 지역에서 미국이 펼치는 호전적 행동에 대한 대응일 뿐이라며 노골적으로 북한을 편들었다. 

    모르굴로프 차관은 또 러시아와 중국이 함께 제안한 평화적·단계적 한반도 문제 해결 방안인 ‘로드맵’에 대해 북한이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중-러 로드맵’은 3단계 이행 방안을 담고 있다. 1단계에서는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추가 시험 중단을 발표하고 핵과 미사일의 비확산을 공약하면 한미 양국도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중단한다. 2단계에서는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한다. 3단계에서는 다자협정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지역 안보체제 등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12월 6일에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북한과 러시아가 12월 5일 모스크바에서 ‘자유박탈형 판결받은 자 인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상대 국가에서 복역 중인 수형자를 출신 국가로 이송하는 조약으로 해석된다. 이는 2016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과 ‘수형자 이송 조약’을 체결할 것을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동참 없으면 무용지물

    대북 사업가들이 ‘라벨 갈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재를 회피하는 현실을 중국 당국은 모르고 있을까. 필자는 잘 알고 있지만, 모른 척 눈감아주고 있다고 본다.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제재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북한에 숨통을 터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북·중 불법 거래를 뿌리 뽑는 것은 일도 아니다. 방대한 규모의 공권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밀수 어선은 배가 들어오는 길목마다 지키면 될 것이고, 세관에도 중국군을 더 투입해 이중삼중으로 제품 검색을 하면 될 것이다. 러시아를 통한 우회 거래 역시 인접 세관에 공권력을 투입해 러시아 하산을 오가는 트럭에 대해 일제 검문을 하면 될 일이다. ‘라벨 갈이’는 작업 현장을 급습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중국 정부가 각종 문제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공권력을 가차 없이 동원해 목적을 달성해낸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북한 문제를 놓고 중국은 결단코 그렇게까지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봉쇄 조치가 자국의 안정을 크게 뒤흔들고, 아시아·태평양에서의 패권 유지를 꿈꾸는 미국에만 좋은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국제사회는 제재 조치를 결정한다. 그런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란 것이 ‘후견국’ 중국의 적극적 동참이 없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세계 빅(big)2의 강대국으로서 체면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일치된 행동에서 일탈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의 대북 압박 역할은 여기까지다. 더 이상은 아니다. 북한 역시 이런 현실을 꿰뚫고 있다. 중국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칼을 거둬들이니 대북제재와 북한의 무력 도발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 돌아간다. 이런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국은 계속 중국의 대북 역할론을 강조해왔다.

    “가장 먼저 공격받는 건 한국”

    하지만 이제는 미국 내에서도 중국의 대북 역할론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차기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로 거론되는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은 12월 7일 A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의 핵 능력 제거를 바란다고 25년 동안이나 거짓말을 했다”면서 “북한 문제에서 중국은 동맹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적(敵)에 가깝다”고 중국을 맹비난했다. 코튼 의원은 또 “중국은 실제로는 북한의 핵무기 추구로부터 이득을 보고 있다”면서 “서방 국가들에는 공개적으로 뭔가를 말하면서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 노력을 막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2017년 12월 6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 환추시보(環球時報)는 사설에서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면 북한의 공격을 가장 먼저 받는 것은 한국”이라고 썼다. 

    환추시보 사설은 중국 지린성 정부 기관지 지린일보(吉林日報)가 1개 면에 걸쳐 특집으로 다룬 ‘핵무기 상식과 대응 방식’ 기사 때문이었다. 지린일보는 핵무기를 자세히 소개하면서 피폭 시 대응 방식 등을 삽화와 함께 자세히 보도했다. 지린성의 북한 접경 지역은 풍계리 북한 핵실험장으로부터 불과 100여 ㎞ 떨어져 있어 북핵 실험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다. 

    지린성 정부 기관지가 갑자기 북핵 관련 특집 보도를 하자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커 정부 기관지에서 이런 기사를 싣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이 확산했다. 민심이 동요하자 중국 당국이 진화에 나선 가운데 환추시보 역시 이에 동참하겠다며 ‘지린일보의 핵무기 상식 소개는 무슨 일인가?’라는 제목으로 긴급 사설을 올렸다. 

    환추시보는 지린일보 특집 보도가 다른 나라에서도 실시하는 일반적인 훈련을 소개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북한의 공격을 가장 먼저 받는 것은 한국이고, 이어 일본 및 아·태 지역의 미군 기지일 것이다. 중국이 직접 전쟁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그보다 후순위”라고 주장했다. 또 “한반도 전쟁으로 핵 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지금은 북서 계절풍이 부는 겨울이어서 중국 동북 지역에 유리하다”고도 주장했다. 

    환추시보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으로 외신들의 비판을 많이 받는 중국 관영 매체이긴 하지만,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는 속내를 대신해서 마음껏 발설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요 이슈에 대한 중국 당국의 속마음을 읽는 데 참고가 되기도 한다. 환추시보는 논란이 커지자 결국 문제의 사설을 다음 날 삭제했다.

    중국內 北노동자 귀국 안 해

    지린일보 특집 보도 파문 직후에는 중국 정부가 북한 접경 지역에 북한 난민수용소 건설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은 “중국 정부가 지린(吉林)성 창바이(長白)현에 북한 난민수용소 5곳 건설을 추진하는 정황이 중국 국영 통신사, 차이나모바일(中國通信) 창바이현 지사의 내부 문건을 통해 알려졌다”고 전했다. 창바이현 정부 측은 “난민수용소 설치 계획은 없고, 그런 문건의 존재도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고 RFA는 전했다. 해당 문건은 중국 인터넷에서 확산하다 이후 모두 삭제됐다. 최근 한반도의 초긴장 상황이 이웃 중국에도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7년 말까지 북한 노동자들이 전원 귀국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10월 말과 11월 초순 북한 전문 매체와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에게 2017년 말까지 귀국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신동아 2017년 12월호에서 “북한의 지시가 중국의 인력 송출 회사 쪽으로 하달된 것은 사실이나 현지에서는 이 지시가 실제로 이행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현지의 예상은 맞았다. 11월 하순 평양을 다녀온 중국의 사업가는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귀국할 까닭이 없다.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12월 중순 현재 단둥과 투먼, 훈춘, 다롄 등 여러 지역에서는 많은 북한 노동자가 귀국 준비를 하지 않은 채 계속 일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 역시 중국에 대한 강경 발언과 실제 행동에는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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