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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포항 지진 이후…무엇을 해야 하나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 “깊은 땅속 활성단층 찾아내야”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포항 지진 이후…무엇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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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2016년 9월 경주 지진 발생 직후 홍태경(46) 연세대 지구시스템학과 교수는 ‘신동아’에 관련 글을 기고했는데, 그 제목이 ‘거칠고 신선한 단층 잠복…중대형 지진 위험 상존’이었다(2016년 11월호). 이 기고에서 그는 “이번 지진이 발생한 단층의 연장대나 주변 지역에서 또 다른 중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썼다. 

홍 교수는 이보다 앞서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는 “한반도는 주변 단층의 판 내부 환경으로 봤을 때 지진의 발생 깊이가 25㎞ 안쪽”이라며 “무조건 얕은 지진이 나는데, 이게 규모는 작아도 파괴력은 엄청나다”고 했다(2012년 5월호). 당시 그는 역사 기록 및 계기 지진계측 결과를 토대로 한반도에서 규모 6.0~7.0 이상 강진과 그에 따른 대형 지진해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논문을 발표해 세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경주 지진 발생 14개월 만인 2017년 11월 15일 포항시 흥해읍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함으로써 지진계의 ‘미스터 둠(Mr. Doom)’이라 할 홍 교수의 ‘예언’은 불행히도 모두 맞아떨어졌다. 포항 지진은 규모 5.8의 경주 지진보다 낮은 강도였지만, 상대적으로 지표와 더 가까운 지하 5㎞ 안팎에서 발생해 그 피해가 경주 지진 때보다 컸다(경주 지진의 진원은 지하 14㎞ 부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포항시가 공식 집계한 포항 지진의 피해액은 550억 원가량. 경주 지진 때 피해액(110억 원)의 다섯 배 규모다.

경주~포항과 포항 앞바다 주시해야

홍 교수가 처음 ‘한반도 대지진’을 거론한 2012년만 해도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들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 배웠고, 그렇게 여겼다. 그러나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경주 지진 여파로 포항 지진이 발생했다는데, 그렇다면 포항 지진 여파로 또 한 번 지진이 날 수 있다는 것인가. 포항 지진 발생 20여 일 지난 2017년 12월 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어느 지역이 또 지진 날 가능성이 높습니까. 



“경주와 포항 사이, 그리고 포항으로부터 북동쪽 앞바다에서 향후 지진이 날 잠재력이 크다고 봅니다. 경주 지진으로 북동 및 남서 방향으로 많은 응력(應力)이 쌓였는데, 여기에 더해 포항 지진으로 역시 북동 및 남서 방향으로 지진에너지가 새롭게 축적됐어요. 경주와 포항 사이는 두 번의 지진으로 응력이 중첩된 셈입니다. 한반도 동남부에 복잡한 형태의 응력 환경이 조성됐어요.” 

이 지역엔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전문위원이기도 한데요. 

“난처한 상황이긴 한데 다행히도 응력 분포로 보자면 고리, 월성, 울진은 응력이 배가된 지역은 아닙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처럼 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지진해일(쓰나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긴 합니다만,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방비를 잘 해놨다고 해요.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방비 태세를 강화해놨다고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서, 몇 년 안에, 어느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고 예측할 순 없습니까. 

“이론적으로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계산에 필요한 정보가 없어요. 해당 지역에 단층이 있는지, 그간 응력이 얼마나 쌓였는지 등을 알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하 단층 조사가 돼 있는 게 없습니다. 구체적인 시기를 얘기 못 하니까 혹자는 저한테 ‘노인이 곧 죽는다는 말과 무슨 차이냐’고 해요. 정보만 있다면 계산해낼 수 있는데…. 안타깝습니다.” 

응력은 자연 해소되기도 합니까? 

“물론입니다. 땅은 완벽한 탄성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 에너지를 해소합니다. 인접 지진으로부터 전이된 응력이 쌓인 지역에서 10년가량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 응력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작 지하 10m 들여다봐서야…

홍태경 교수 연구실 벽면에 부착된 한반도 및 일본 열도의 지진 연구 관련 논문. [지호영 기자]

홍태경 교수 연구실 벽면에 부착된 한반도 및 일본 열도의 지진 연구 관련 논문. [지호영 기자]

홍 교수는 한반도 지각 내엔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지진 유발 활성단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조선왕조실록 등에는 한반도에 큰 지진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학자들이 아무리 뒤지고 다녀도 땅 위로 활성단층이 드러난 곳이 단 한 곳도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1300㎞에 달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안드레아스(San Andreas) 단층처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단층을 한반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반도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열도 쪽으로 끌려가면서 지각이 견딜 수 있는 힘의 한계가 떨어졌다. 즉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홍 교수에 따르면 울릉도는 5㎝, 백령도는 2㎝가량 일본 열도 쪽으로 이동한 상태다. 1978년 지진 계측이 개시된 이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3월까지 한반도에서 규모 5.0 이상 중대형 지진이 모두 다섯 차례 발생했는데, 그 이후 포항 지진까지 중대형 지진이 또 다섯 차례 일어났다. 과거 33년에 걸쳐 발생한 지진 횟수가 최근 6년 사이 한꺼번에 발생한 것이다. 

한반도에도 양산단층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양산단층은 경남 양산에서 부산에 이르는 길이 170㎞ 규모의 대단층이다). 

“‘지진은 지표에 드러나 눈에 보이는 단층에서 발생한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답답합니다. 양산단층은 수백만 년 전에 이동한 게 가장 근래의 움직임입니다. 더는 이동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주 지진 때 양산단층에서 일어난 지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분석 결과 양산단층과는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지진이 난 것이었어요. 포항 지진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 둘 다 우리가 모르는, 지하 깊숙한 곳의 무명의 단층에서 발생한 겁니다. 앞으로는 이걸 알아내야 해요.” 

단층운동이 곧 지진이라는데, 왜 지표면으로는 단층이 드러나지 않는 겁니까. 

“일본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지진이 자주 발생하면 단층이 지표까지 드러나기 쉽습니다. 그러나 한반도는 그렇게까지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도 않고, 규모도 아주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하 깊이에서 지각이 쪼개지기 시작한 것이 지표까지 채 도달하지 않은 것입니다. 단층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죠.” 

깊은 땅속 단층에 대한 연구가 가능합니까? 

“다양한 탐사 방법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일종의 지진파와 같은 탄성파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폭발이나 바이브레이터로 지진동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지구 내부로 투과시켜 단층 구조선을 확인할 수 있어요. 지각과 맨틀 경계인 지하 30km까지도 볼 수 있는 중력(gravity) 탐사라는 것도 있습니다. 다만 문제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든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는 돈도 적게 들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 지표 연구만 선호해왔습니다. 드러나 있는 단층을 찾는 것인데, 경주 지진에서도 오대산 지진(2007년 1월, 규모 4.8)에서도 지표에 드러난 단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경주 지진을 계기로 좀 바뀌었나요. 

“라이다 분석이 추가됐는데, 간단히 말해 인공위성이나 항공기를 활용해 지표면 아래를 영상화하는 작업입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땅속 깊이는 10m예요. 10㎞가 아니라요. ‘지진이 났다면 그래도 지하 10m 내에서 단층이 드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들 생각하며 이런 작업을 하는 건데, 이는 기본적인 지진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지역별 내진 설계 차등화해야

2011년 동일본대지진 발생 한 달 후 게센누마 시 모습. 대지진과 지진해일로 도시 전체가 무너지고 말았다. [동아DB]

2011년 동일본대지진 발생 한 달 후 게센누마 시 모습. 대지진과 지진해일로 도시 전체가 무너지고 말았다. [동아DB]

홍 교수는 지하 단층 조사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경주와 포항 등 지진 발생 잠재력이 높은 지역을 우선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경주 지진 발생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행정안전부 등이 활성단층 연구에 나서고 있다. 홍 교수는 “활성단층 연구 대상에 서울 및 수도권 일대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 기록에 서울 및 수도권에서도 지진이 발생한 기록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향후 또 지진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땅이 크게 흔들렸다’ ‘성벽이 무너졌다’, ‘말이 놀라 날뛰었다’ 등의 기록은 지진 규모가 7.0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홍 교수는 “이러한 대형 지진 기록은 명종(明宗·1545~1567)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기록돼 있다”고 했다. 

수도권 지진 가능성을 항상 언급합니다. 

“정부가 자문을 요청할 때마다 수도권 일원에 대한 연구를 우선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지진 계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수도권에서는 지진이 없었습니다. 이 사실을 달리 얘기하면 지진 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게 언제쯤일까요. 

“600년간의 기록으로는 지진 주기를 따지기에는 부족합니다. 일본도 1900년 이후 규모 9.0 이상의 지진이 관측된 적이 없습니다. 일본 해안가에 높이 20m 규모의 해양 퇴적물이 발견돼 연대조사를 해보니까 1000년 전 발생한 대규모 지진해일이 몰고 온 퇴적물인 것으로 밝혀졌어요. 이를 통해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1000년 만에 발생한 대지진이라고 짐작하는 거죠. 지진 주기를 찾으려면 아주 오랜 세월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조선왕조실록만 가지고는 추정할 수가 없습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수도권 일대 지하 활성단층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 반면 일본은 전 국토에 대한 활성단층 지도를 완성해놓고 있다. 특히 동일본대지진 이후 도쿄 지역을 샅샅이 조사해 도쿄 지하 20여㎞에 활성단층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 홍 교수는 “포항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지자 내진 설계를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한반도는 일본처럼 지진이 매우 잦은 환경이 아닌데도 모든 건물의 내진 설계를 강화하는 것은 경제성 면에서 무리”라며 “내진 설계 수준을 지진 가능성을 고려해 지역별로 차이를 두는 것이 맞는데, 그러기 위해선 우선 지하 활성단층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동해 앞바다 대지진 가능성도 언급합니다. 


“중생대 때 한반도 동해안과 일본 열도는 붙어 있었습니다. 이후 열곡(裂谷) 운동으로 분리되면서 동해가 생겼지요. 그런데 일본 열도가 태평양판과 충돌하면서 그 미는 힘으로 일본 열도가 다시 한반도 쪽으로 이동하려고 해요. 이 때문에 동해에서 역단층 지진이 발생할 수 있어요. 조선왕조실록에도 해일과 땅의 흔들림이 동반된 기록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것이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에는 울진 앞바다에서 규모 5.2(2004년 5월),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2016년 7월) 지진이 발생했고요.”

동북아 일대 항공대란 우려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포항은 상가 외벽 콘크리트가 무너지고 아파트가 주저앉는 등 550억 원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경상일보 제공]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포항은 상가 외벽 콘크리트가 무너지고 아파트가 주저앉는 등 550억 원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경상일보 제공]

2017년 인천 연평도 해역에서는 2.0 이상 지진이 여섯 차례 발생했는데. 

“2013년 백령도, 2014년 충남 보령 앞바다에서 규모 5.0가량의 연쇄·군집 지진이 나타났습니다. 충남 보령 앞바다의 경우 미소 지진이 100일간 100여 회 이상 단층을 따라 연쇄적으로 발생했는데, 한반도 지각이 약화되면서 새로운 단층이 생긴 것 아닌가 우려됩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최근 연평도 해역으로 이어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 작은 지진의 횟수가 많아지면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승합니다. 작은 지진이 많아지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에요.” 

우리나라 지진 대비 기능은 기상청,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등으로 쪼개져 있다. 지진 감시는 기상청, 지진 방재는 행정안전부, 해역지진 관련 부문은 해양수산부 관할이다. 최근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을 겪으며 가칭 ‘지진청’을 세워 지진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필요성에는 매우 동감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정부 회의에 가보면 어디까지가 지진 감시고 어디까지가 지진 방재인지 모호해 기상청이 할지, 행정안전부가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를 봅니다. 그러다 해역지진 얘기가 나오면 그건 해양수산부 관할이라면서 버뮤다 삼각지대처럼 아무도 손을 못 대는 상황이 벌어져요. 원자력발전소 부지 조사도 한국수력원자력이 아니라 지진청 같은 정부 부처가 맡아서 해야 국민이 더 안심할 텐데요.” 

현재 기상청에는 3개의 센터(지진화산센터, 국가기상위성센터, 기상레이더센터)가 있는데 지진화산센터장만 국장급이고 나머지 센터장들은 과장급이다. 

홍 교수의 연구실 바깥 벽면 게시판에는 그가 언론에 기고한 칼럼이나 인터뷰 기사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그는 “연구를 열심히 하는 것이 학자의 기본이지만, 그것을 대중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 또한 학자의 중요한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그가 세상에 널리 알리는 또 다른 ‘어두운 이야기’가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이다. 

홍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직후인 2016년 2월 북한의 핵실험이 휴면 중인 백두산 분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북한의 1~3차 핵실험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가동한 결과, 지진 규모 7.0 이상의 핵실험을 하면 백두산 화산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핵실험에서 일어나는 지진동(지진으로 인한 지면 진동)이 백두산 마그마방에 응력 변화를 일으켜 화산 분화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 발표 이후 북한이 두 차례 더 핵실험을 한 상황입니다.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면 어떤 피해가 예상됩니까.
 
“대한민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본이 보는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봐요. 큰 분화가 일어나면 화산재가 성층권까지 올라간 뒤 제트기류를 타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합니다. 서기 869년 백두산 화산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고, 이것이 홋카이도로 날아가 5㎝의 화산재를 쌓은 것으로 1970년대에 확인된 적도 있고요. 화산재가 5㎝ 정도 쌓이려면 분화 직후 암흑의 시기가 적어도 몇 년 지속됐을 겁니다. 화산재가 공기 중에 둥둥 떠 있으니 농작물은 다 죽고 사람은 폐질환, 호흡기질환에 시달렸을 거예요. 

이런 일이 현대에 와서 또 발생하면 정밀기계 산업에 큰 악재가 될 것이고, 동북아 전 지역에서 항공운수 대란이 벌어질 겁니다.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음에도 유럽에서 몇 주간의 항공대란이 일어난 바 있어요. 화산재가 엔진에 들어가 오작동을 일으키기 때문에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없게 되거든요.”

유발 지진? 물리량으로 볼 때 ‘不可’

포항 지진 직후 그 원인을 놓고 인재(人災) 논란이 일었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포항 지진이 진앙과 1㎞ 남짓 가깝게 위치한 지열발전소에 의해 유발됐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 교수는 유발 지진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다. 그는 “이 교수가 의혹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검증되기 전에 국민에 공표한 것은 성급했다”며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객관적인 근거를 놓고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내가 그러던데, 요즘 제가 포항 지역 엄마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 나쁜 사람으로 이야기된대요(웃음). 5.4 규모의 지진이 유발되려면 그전에 수천 회에 달하는 미소 지진과 수많은 중소형 지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포항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관측된 미소지진은 40여 회밖에 안 됩니다. 유발 지진이 발생한 미국 오클라호마에서는 몇 년간 매달 수백만㎥의 물을 땅속으로 주입했어요. 그러나 포항 지열발전소는 고작 1만2000㎥의 물을 주입했고, 그중 7000㎥는 다시 땅 위로 배출돼 지중에는 5000㎥의 물만 남아 있습니다. 또 마지막 물 주입이 이뤄진 때가 포항 지진 발생 두 달 전입니다. 두 달 후에 뒤늦게 지진이 유발되기에는 물리적으로 많은 가정이 필요해요.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물리량으로 볼 때 유발 지진 가능성은 낮습니다. 정부가 조사단을 꾸려 원인을 규명하기로 했으니 조만간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겠지요. 

저는 포항 지진을 계기로 아직 우리가 모르는 지하 깊은 곳의 활성단층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간에는 한반도에 지진 유발 활성단층이 존재하는가 의심해왔는데,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을 거쳐 의심이 새로운 사실로 바뀌어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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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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