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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평창’ 이후 격동의 한반도 |

김여정의 ‘매력 공세’ 그후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미·중 빅딜?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맺을 수도”

  •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김여정의 ‘매력 공세’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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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초청장… 수싸움 시작

장면 ③
2월 8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조선중앙TV 캡처]

2월 8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위원장 특사로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여정은 점심을 먹으면서 문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빠른 시일 내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다. 문 대통령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을 만나 많은 문제에 대해 의사를 교환하면 어제가 옛날인 것처럼 빠르게 북남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 

북한 제안에 대한 수용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다. 수락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으나 몇 시간 후 다른 고위관계자가 “정상회담을 수락한 것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대통령의 정확한 말씀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였다”고 바로잡았다. 

“수락이라고 볼 수 있다”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는 크게 다른 표현이다. 문 대통령은 왜 신중하게 대응한 걸까. 

장면①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뜻이 없음을 암시한다. 장면②는 비핵화가 전제가 아닌 대화에는 미국이 나서지 않겠다는 것을 말한다. 장면③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은 ‘비핵화 의지를 담은 북·미대화’라고 봐야 한다. 장면①과 장면②가 평행선을 달리는데 문 대통령이 방북해 정상회담을 하면 한미관계에 탈이 난다.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대응한 것은 그래서다. 관건은 북한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로 끌어낼 수 있느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에 특사를 파견해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어떠한 타협안을 가졌는지 확인하고 그것에 대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북한의 정책 전환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매력 공세에 나선 까닭은 두 갈래로 나뉘어 분석된다. 

첫째는, 남북대화를 통해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완화하고 국제사회 제재를 풀어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미국이 선제 타격 등 군사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다는 의미도 있다. 

외교·안보 분야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김정은이 신년사 발표 이후 평화 이미지를 심는 데 자원을 쏟아부은 것은 평양이 핵 문제와 관련해 북·미대화로 나아가는 게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평양은 북·미대화를 위해 남북대화를 지렛대 삼는 이른바 통남통미(通南通美)에 나선 것이다. 

둘째는, ‘북한의 시간표대로’ 통일, 평화, 자주, 민족, 공존, 공영의 미사여구(美辭麗句)와 함께 평화 공세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핵무장 완성이 남북관계에서 상수가 됐으며 북한이 전략적 필요에 의해 남북관계를 조율한다는 것이다.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미국의 예방전쟁이 국제정치 역학상 구조적으로 억제되므로 북한이 핵보유국 위치에서 한국을 다루기 시작했으며 평양은 평화협정→미군철수→통일대전→북한 주도 통일 전략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롄구이(張璉瑰)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의 분석이 특히 흥미롭다. 그는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비공개 포럼에서 북한이 평창올림픽 때 벌일 매력 공세를 예측이나 한 듯 평양의 행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분석을 내놓았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개선할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계획과 제안대로 움직여 한국이 주도권을 갖게 할 뜻이 없는 것이다. 북한은 자국의 필요에 따라 선택한 시간에 남북관계를 완화하고 개선할 생각을 가졌기에 2016년부터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한다면 평양은 핵보유국 위치에서 남측에 북한식 햇볕정책을 실시할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남북 정부 간 직급별, 단계별 대화 복구를 제안하고 남북한 정당의 상호교류를 추진해 민족대단결을 촉구할 것이다. 경제면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재개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체결한 2개의 중요 문서를 기반으로 협력 계획을 차근히 실시해나가자고 제안할 것이다. 

북한식 ‘햇볕정책’을 수락하느냐 마느냐는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큰 시험이 될 것이며 그들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한국 사회의 좌우 대립이 격화돼 정국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다. 

국내 분열에 대응해 한국 정부는 미국과 거리를 두게 될 수 있으며 이것은 한미관계의 약화를 가져와 한미 군사동맹의 향방과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경제 무역 관계, 사드, 무기 판매 등 일련의 문제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감을 상실하게 돼 경솔하게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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