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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제조업 ④석유화학

차이나로 뜨고 차이나에 울고 그래도 승부처는 차이나

  • 남장근 |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 연구위원 namjk@kiet.re.kr

차이나로 뜨고 차이나에 울고 그래도 승부처는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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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로 뜨고 차이나에 울고 그래도 승부처는 차이나
곤란한 처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3대 유도품 자급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자국 내에 풍부하게 매장된 석탄에서 메탄올을 추출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올레핀을 개발하는 등 원료 다각화를 적극 모색 중이다. 2018년까지 총 60기의 석탄화학(CTO) 플랜트가 신·증설될 예정이다.
특히 합섬원료 중 최대 수출품인 테레프탈산(TPA)은, 중국에서 대형 신·증설 플랜트가 잇달아 가동함에 따라 한국의 대중 수출은 2010년 29억 달러(309만t)에서 2014년에는 6억 달러(67만t)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한화종합화학, 삼남석유화학(삼양사 계열), 태광산업, 롯데케미칼, SK유화 등 TPA 생산 기업들은 ‘차이나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大馬만 살아남는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자급률 상승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우리 석유화학업계의 중국 수출은 이제 한계상황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특히 범용 부문). 즉, 차이나 리스크는 이미 본격 진행 중이며, 향후 더욱 커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여기에다 북미 셰일가스 기반의 저렴한 석유화학 제품이 2018년경부터 아시아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EU REACH’(EU 내 화학물질 유해성 제한을 의무화한 제도) 등 국제 환경규제는 물론, 탄소배출 거래제 등 국내 환경규제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국내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1% 할당관세가 부과된 것도 업계의 부담을 키웠다.
이러한 사면초가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종전의 양적 성장 위주 전략에서 탈피해 질적인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첫째,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글로벌 메이저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따라서 과감한 인수합병(M&A), 빅딜 등 자발적 사업 재편을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 또 합성수지 부문은 16개나 되는 과다한 참여 업체 수를 크게 줄여 과당경쟁 체질을 탈피해야 한다. 경영컨설팅업체 A.T. Kearney는 2030년 세계 석유화학 업체 수가 유럽 2~3개, 북미 1~2개, 아시아 3~4개로 압축될 것으로 전망했다(2014년). 일본에서는 1콤비나트(Kombinat, 단지)당 1사가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왔다(2015년).
정부는 지난 11월 중순 석유화학 등 5개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석유화학과 관련해서는 특히 앞서 지적한 TPA의 설비 감축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정부가 독려·관리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상 이 부문의 구조조정에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TPA의 공급 과잉은 그동안 국내업계가 중국의 합섬원료 공급 부족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중국 기업의 실력을 얕보고 무모할 정도의 신·증설 경쟁을 벌인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자발적 사업 재편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국내외 업계 구조조정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건’이 터졌다. 삼성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화학사업을 한화와 롯데에 넘긴 것이다. 또 12월 중순에는 미국의 양대 종합화학 회사인 다우케미컬과 듀폰의 합병이 발표됐다. 합병 회사의 매출액은 881억 달러(2014년)로, 현재 1위 독일 BASF(787억 달러)를 능가하게 된다.
롯데와 한화는 이번 인수를 범용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다른 기업들도 국내외 대형 구조조정을 거울 삼아 전격적이고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one-shot법)을 조속히 제정해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다.

중국 대체할 시장은 없다

둘째, 저렴한 대체 원료를 확보해 원가 절감을 추진해야 한다. 이미 LG화학·롯데케미칼·SK이노베이션·한화케미칼 등은 중동(에탄가스), 중앙아시아(천연가스), 북미(셰일가스) 등에 진출해 있다. 최근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이들 대체원료 확보에 차질이 우려되지만, 해외 생산기지 건설 확대 및 원료 다변화를 통해 값싼 가스 원료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함께 범용 부문의 해외 현지 생산, 제3국 우회 수출 전략 등을 고민해야 한다.
셋째, 신규 사업에 진출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자동차·전자·건축·포장재 등 전방산업에서의 고부가가치 화학 소재 수요 및 친환경 소재 수요 증가 추세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해 고기능성 스페셜티 화학소재(전자소재,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및 친환경 제품(바이오플라스틱, 수(水)처리 필터 등)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 이들 스페셜티 부문은 범용 부문처럼 국제유가나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으며 장기에 걸쳐 안정적인 수익원(cash-cow)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입 대체와 함께 중국 시장 공략을 한 차원 높여야 한다. 중국 시장 공략은 갈수록 어려워지겠지만 그렇다고 이 거대 시장을 포기하고 대체 시장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중국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이 많다. 적어도 향후 5년간은 세계 최대의 수입시장으로 남을 것이다. 정부는 R&D 과제 선정, 세제 감면, 공공조달을 통한 대규모 시장 창출 등 측면 지원을 통해, 고위험-고수익 특성을 지닌 스페셜티 부문 사업화에서 기업이 직면하는 리스크를 경감해줄 필요가 있다.
넷째, 한·중 FTA 활용, ‘차이나+1’로서 수출시장의 다변화(특히 동남아·인도 시장 진출 확대) 전략, 노후화한 석유화학 산업단지 시설 정비 및 정주 여건 개선, 단지 내 입주기업의 각종 유틸리티 공동 활용 등 단지 고도화 및 업체 간, 단지 간 연계성 강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차이나로 뜨고 차이나에 울고 그래도 승부처는 차이나
남 장 근
● 1956년 경북 청송 출생
● 일본 고베대 박사(경제학)
● 국민경제자문회의 산업통상분과 전문위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소재산업정책분석위원
● 現 산업연구원(KIET) 주력산업연구실 연구위원



신동아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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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근 |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 연구위원 namjk@ki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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