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윌리엄 켄트리지
처음 들어보지만 낯설진 않은 흥겨운 음악이 전시장과 복도를 낮게 감싼다. 주로 검고, 간간이 흙색이 섞인 영상 작품이 곳곳에서 돌아간다. 다급하게 달려가다 둔기에 맞아 쓰러지는 검은 실루엣, 느리게 춤을 추는 흑인 여인….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60)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세계적 아티스트다.
이번 전시는 그의 한국 첫 개인전으로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망라한 108점이 나왔다. 대학에서 정치학, 미술, 연극을 공부하고 요하네스버그 극단에서 오래 근무했으며 TV 영상 아트디렉터로 활동한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답게 회화, 설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
켄트리지는 남아공 백인 엘리트 집안 출신. 그러나 그는 “아파르트헤이트 아래에서는 부조리와 모순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1990년대 초반 남아공의 인종차별과 폭력을 소재로 한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지금의 명성을 얻었다.
간접 독서(Second-Hand Reading), 2013, HD video
전시실을 돌며 한참 시간을 들여 작품들을 보고 나왔는데, 아까 마주친 한 여성 관람객이 여전히 꼼짝도 않은 채 복도에 설치된 비디오 작품 ‘더 달콤하게, 춤을’(2015)에 몰입해 있었다. 이 전시를 찾는다면 반드시 챙겨올 것은 두툼한 외투보다는 시간이다.
● 일시 3월 27일까지
●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 관람료 4000원(24세 이하 및 65세 이상은 무료)
● 문의 02-3701-9500
사랑이 충만한 캐스피어(Casspirs Full of Love), 1989, Drypoint etching
블랙박스(Black Box Chambre Noire), 2005, Mixed media installation with video
작업 중인 윌리엄 켄트리지
‘더 달콤하게 춤을’을 위한 부조(Cut-outs for More Sweetly, play the dance), 2015
전시장 외부 복도에는 플립북, 드로잉, 오브제 등과 켄트리지 관련 서적 등이 전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