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폭행은 일반 범죄 피해와는 다른 차원의 트라우마를 남긴다. 남자에게 제압당해 꼼짝할 수 없었던 무력감은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저항도 못했다면 트라우마는 더 심하고 오래간다. 몸이 더럽혀졌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 끔찍한 본능적 불쾌감이 쉬 지워질 리 없다.
일러스트· 박용인
예전에는 피해자를 신체적으로 제압해 억지로 성관계를 갖는 행위를 성폭력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성적 요구에 응하는 경우도 성폭력으로 간주한다. 신체 접촉이 없더라도 노골적으로 성적인 의미를 내포한 말을 하는 것만도 성추행이 된다. 과거와 달리 여자가 남자에게 성추행을 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편이 아내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고소하는 시대다.
‘내숭 떤다’ 착각
얼마 전 미스코리아 출신 연예인의 남편이 두 여성에게 수면제를 탄 술을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뒤 번갈아 성관계를 가져 고소를 당했다. 그는 “아내가 임신해 성관계를 가질 수 없어서 그런 일을 벌인 것 같다”고 변명했다. 군인들이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주로 “성적 욕망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성매매금지법 때문에 오히려 성범죄가 늘고 있으니 공창(公娼)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남성도 있다.성범죄를 저지르는 이유가 단지 성적 욕망을 풀지 못해서라면 유부남은 아내가 성관계를 거부하지 않는 이상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성범죄자의 상당수는 유부남이다. 미혼 남성 역시 섹스 파트너인 애인이 있으면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아야 할 텐데 애인이 있어도 성범죄를 저지른다. 경제력이 있어도 성매수를 하는 대신 성범죄를 일으킨다. 성범죄엔 성적 욕구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의미다.
먼저 자신의 힘을 확인하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유형이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이 술자리에서 음담패설을 하면 여성은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받아준다. 그러면 남자들은 여자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한다. 밤늦게 여자를 불러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여자가 어쩔 수 없이 나오면 자신에게 성적 호감이 있어 나왔다고 착각한다. 그러다 단둘이 있게 되면 성추행을 하고 심지어 성폭행을 시도한다. 여자가 거부해도 무시한다. “왜 이제 와서 다른 말을 하느냐”면서 억지로 관계를 갖는다. 다음 날 여자가 고발하면 도대체 자기가 뭘 잘못했냐며 의아해한다.
저명인사는 아니더라도, 스스로 남성으로서 매력이 있다고 여기는 이들은 매력 그 자체를 하나의 힘으로 간주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을 유혹해서 자신의 매력을 확인하려 한다. 여성이 반항해도 멈추지 않는다. 싫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혀도 ‘속으론 좋아하면서 내숭 떤다’고 착각하면서 멈추지 않는다. 사회적 힘, 남성적 매력에 집착하는 한 이런 행동은 반복된다.
‘걸리기’ 전까지 반복
남녀가 상하관계인 경우에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상대방이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거부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용한다. ‘내가 베푼 게 많으니 이 정도는 요구해도 된다’고 합리화한다. 대학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하는 경우 꼭 하는 말이 있다. ‘내가 평소에 많이 도와줬다’는 것이다. 자신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제자가 석·박사도 되지 못했고, 강사 자리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배은망덕하게 군다’고 도리어 화를 내기도 한다. 상대방이 먼저 유혹했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상하관계를 이용해 성추행을 하는 경우 주로 자신이 ‘정상적’으로는 교제할 수 없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범접할 수 없는 매력적인 여성에게 권력을 이용해 섹스를 요구한다. 성매수는 돈을 주고 관계를 갖는 것이라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환상을 가질 수 없지만, 권력을 이용해 성을 강요할 때는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환상을 유지할 수 있다. 더욱이 권력을 이용해 성을 요구하는 경우엔 성매수와 달리 돈도 들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걸리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는다. 걸려도 또 한다. 그렇기에 초기에 빨리 강력하게 개입하는 게 중요하다.
성적 스릴 때문에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여성을 섹스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섹스를 하고 싶은 여자가 생기면 머리에서 그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이런 남자들은 ‘(여자를) 따먹는다’는 속어를 많이 쓴다. 예쁜 여자를 만나면 ‘따먹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외모나 조건이 따라주지 못하면 여자들은 이들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는다. 여자가 넘어오지 않으면 어떻게든 여자와 관계를 하려고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어떤 수단을 쓰는지는 이들이 지닌 폭력성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방이 저항하고 아파해도 개의치 않는 이들은 성폭행을 시도한다. 여자가 자신을 믿는 것 같으면 달아날 수 없는 장소로 유인한 뒤 섹스를 시도한다. 그러다 여자가 거부하면 태도가 돌변해 성폭행하려 든다.
상대를 아프게 하는 게 싫고, 신체적으로 제압하는 것이 버겁다고 느끼는 남성은 여성에게 수면제를 탄 술을 먹인 후 성행위를 시도한다. 정신을 잃은 상태의 여성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다. 여기에 맛들인 남성들은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면 어떻게든 같은 방법으로 욕심을 취하려고 틈을 노린다.
남성성에 대한 열등감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유형도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아무 매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여성과 제대로 데이트도 못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아름다운 여성과 관계를 맺는 상상에 몰입하곤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스토킹을 시도하는데, 대부분은 스토킹에서 멈추지만 일부는 성폭행을 전제로 상대 여성을 관찰한다. 어떤 방법으로 성폭행할지 계획하고 실행한다. 여성의 나체나 성행위 장면을 촬영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자신을 알아챘다고 생각하면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고, 살인 후 피해자의 옷이나 물건을 기념품으로 간직하기도 한다.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면서 자위행위도 한다.
분노가 유발하는 성폭행
분노로 인한 성폭행도 있다. 여자친구나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의심하고는 여자친구나 아내가 싫다고 해도 억지로 성행위를 하는 이들이 있다. 반항하지 못하도록 폭력을 쓰기도 한다. 여자가 남자의 폭력성이 두려워 헤어져도 이들은 여자가 배신했다고 여긴다. 아내나 여자친구가 피신하면 다른 여성을 골라 ‘복수’를 하기도 한다. 여자친구나 아내의 친구, 동생을 성폭행하는 사례도 있다.어머니로부터 버림받거나 계모로부터 학대받아 여성에 대한 증오심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사람이 남성성에 대한 열등감을 지니고 있다면 성폭행은 그에게 성적 환상을 실현함과 동시에 자신의 인생을 망친 여성에게 복수하는 이중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분노가 밑에 깔려 있기에 상당한 폭력이 동반된다. 구타와 결박은 기본이고 때로는 살인으로 이어진다.
여성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며 흥분하는 성폭행범도 있다. 이들의 행동은 서서히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점점 더 심한 모욕과 고통을 가한다. 나중에는 만족스러운 고통을 주기 위해 여성을 납치하기도 한다. 그래서 때리고 고문하거나 목을 졸라 살해하는 경우도 있다. 목을 조르는 힘을 더했다 덜했다 하면서 자신이 여성의 생사를 결정한다는 느낌을 즐긴다. 마치 남자가 절정감에 도달했을 때 사정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이 순간을 조금 더 끌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과 같다. 그러다 여성을 죽이고 나면 아쉽다. 또 다른 여자를 납치해서 죽여야 한다. 가장 잔인한 유형이다.
친부나 계부가 아이를 성추행하는 경우도 있다. 친부에 의한 근친상간은 어릴 적 안아주고 씻겨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가슴과 성기를 애무하는 것으로 발전한다. 그다음에는 오럴 섹스를 요구하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성교로 이어진다. 친부의 근친상간엔 알코올 의존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계부의 경우 처음에는 어깨를 툭툭 건드리다가 나중엔 둘이 있을 때 성관계를 강요한다. 피해아동은 엄마가 이런 사실을 알면 자신을 미워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근친상간에 대해 과거엔 가해자가 딸을 소유하고 싶은 특별한 성적 콤플렉스 혹은 환상을 지닌 탓에 그런 행동을 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최근에는 성적 용이함을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아내 외의 다른 여성과 관계를 갖고 싶은데 외도를 저지를 조건이 안 되면 딸이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수월한 성적 대상이 되는 것이다.
‘섹스 노리개’ 찾는 남자들
이들은 자신의 성행위를 자신이 딸을 사랑하는 방법의 하나로 합리화한다. 동정심과 죄책감을 결여했기에 남이 안 하는 행위를 한다. 딸이 여럿인 경우 가장 예쁜 딸(혹은 의붓딸)과 성행위를 한다. 만약 특별한 성적 환상이나 콤플렉스가 원인이라면 모든 딸과 관계할 것이다. 어릴 때는 그 딸과 상대하다가 딸이 성장하면서 못생기거나 뚱뚱해지면 더 이상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 그러고는 더 어린 딸에게 관심을 돌린다.어떤 이들은 지속적으로 여자아이들과 섹스를 하고 싶어 한다. 소아기호증이다. 이들은 또래 여성과 성행위를 하는 건 자신이 없어 자신보다 약하고 컨트롤이 가능한 소아와 성행위를 한다. 성인 여성과는 성행위를 하지 않고 어린이하고만 성행위를 하는 경우, 소아와 성행위를 할 때 쾌감을 얻는다면 소아기호증이다.
친부나 계부가 아이가 어릴 때는 근친상간을 하다가 성장한 뒤엔 멈춘다면 소아기호증은 아니다. 자녀가 가장 편리한 성적 대상이었을 뿐이다.
보통 사람들은 설혹 그런 생각이 들어도 소아가 받을 고통, 들켰을 때의 비난을 고려해 억압한다. 그러나 소아기호증 환자는 그런 생각을 억제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들은 성행위를 목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일에 종사하기도 하고, ‘섹스 노리개’로 만들기 위해 아이를 입양하기도 한다.
지적, 신체적 장애를 지닌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대개 경제적, 신체적으로 무능력한 남성이다. 정상적인 여성은 이들과 성관계를 가지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지적 장애로 인해 자기주장이 없거나 신체장애로 인해 저항할 수 없는 여성이 손쉬운 대상이 된다. 성적인 쾌락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들로부터 측은지심을 기대하긴 어렵다.
저명인사가 골프장에서 캐디의 몸을 더듬다 물의를 빚는 건 기회주의적 성범죄자 유형이다. 캐디는 약자다. 따라서 성추행을 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거라고 본다. 상대방이 어느 정도 이런 행위를 감수할 것이라며 자신의 성추행을 정당화한다. 이런 남자들은 성추행을 해선 안 된다고 여기는 자리에선 점잖은 척한다. 기회가 주어지고 문제가 없을 것 같을 때만 성추행을 한다. 직장 회식에서 술에 취한 여자 동료를 바래다준다며 여관으로 끌고 가 성관계를 갖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는 괜찮겠거니 여긴다.
나쁜 유전자
술만 마시면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도 있다. 딸을 성추행하는 계부나 친부 중 상당수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성추행을 저지른다. 남녀가 함께 술을 마신 상태에서 성관계가 이뤄졌는데 여자가 나중에 성폭행으로 문제를 삼는 경우도 있다. 뇌손상으로 성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명문대 교수가 여제자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해서 실형이 선고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수년 전 뇌수술을 받았다. 그런 상태에서 술을 마시니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최근 ‘데이트 성폭력’이 빈번하게 회자된다. 남녀가 단둘이 있는 장소에서 스킨십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남자는 섹스를 시도한다. 여자는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멈추려 하는데 남자가 밀어붙여 섹스를 하게 된다. 여자가 싫다는 의사를 밝혀도 남자는 은밀한 장소에 단둘이 있는 상황 자체가 섹스를 허락한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여자는 만난 지 얼마 안 됐고 강제로 섹스가 이뤄졌다고 생각하면 성폭력으로 신고한다.
합의하에 여러 번 성관계를 가진 경우 많은 남성은 자신에게 섹스를 요구할 권리가 있고, 여자는 그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전에 성관계를 자주 가졌더라도 여자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해 섹스를 하면 성폭력이다.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에게 성폭력이 주는 상처는 매우 크다. 일반 범죄 피해와는 또다른 차원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남긴다. 성폭행은 내가 원치 않는 행위를 강제로 당하는 것이다. 몸을 움직이고 싶어도 남자에게 제압당해 꼼짝할 수 없다. 무력감이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성폭행당할 때 저항도 못했다면 그 트라우마는 더 심하고 오래간다. 몸이 더럽혀졌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실수로 남이 쓰던 칫솔로 이를 닦아도 기분이 찜찜한데, 누군가의 성기가 나의 성기를 휘젓고 다닌 데 따른 본능적 불쾌감은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다.
성폭행 가해자는 대체로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다. 피해 여성은 성병 감염이나 임신의 공포까지 떠안아야 한다. 사후피임약을 사용하고 임신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도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의 대비책을 갖춘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출산하다 사망하는 경우가 흔했다. 임신한 상태로 다른 아이를 돌보고 육체노동을 해야 했다. 문명사회 이전의 여성에게 임신은 그만큼 끔찍한 고통이었다.
‘나만 좋으면 그만’
원시시대 여성에게 사랑이란 아이의 아버지를 고르는 과정이었다. 젊고 건강하고 똑똑하고 집단생활을 잘하는 남성은 선망의 섹스 상대였다. 그런 남성은 여성에게 억지로 섹스를 강요할 이유가 없었다. 성폭행을 통해 강제로 섹스를 시도하는 남성은 성적 매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성적 매력이 떨어진다는 건 나쁜 유전자를 지녔다는 의미다.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의 나쁜 유전자를 이어받을 아이를 목숨 걸고 출산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었다.진화심리학에서는 그런 심리가 아직도 여성들의 마음속에 내재한다고 본다. 그러기에 성범죄로 인해 강제로 섹스를 하게 된 여자들은 형언하기 힘든 두려움에 휩싸인다.
성범죄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강력한 처벌로 가해자가 교도소에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여성들은 안전해진다. 강력한 처벌을 받고 나면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성폭행을 좀처럼 저지르지 않는다. 재범이라면 교육과 상담을 통해 사람을 변모시킬 수 있을까. 나는 거의 효과가 없다고 본다.
성폭행범들은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경우가 많다. 성폭행을 마치 남자의 본능인 것처럼 강변한다. 보통 사람들은 섹스를 할 때 상대방이 괴로워하면 자신의 쾌감도 감소한다. 성범죄자들은 나만 좋으면 된다. 겁에 질린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못했다면 ‘처음부터 아니라고 했으면 안했을 것’이라고 둘러댄다. 이런 생각은 아무리 상담을 하고 교정을 해도 바뀌지 않는다.
상습 성폭행 범죄자들은 일단 성관계를 해야겠다는 충동에 사로잡히면 실패의 가능성을 낮게 본다. 합리적인 판단력이 결여된 것이다. 게다가 어떤 성범죄자들은 성폭행이 아닌 형태의 섹스가 애당초 불가능하다. 그렇게 태어나고 자라버렸다. 아무리 심한 형벌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타고난 성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들은 가능한 한 오래 교도소에 머물게 하면서 재범 기회를 차단하는 게 최선이다.
전자발찌도 효과는 제한적이다. 초범은 억제효과가 크다. 하지만 어차피 ‘인생 종쳤다’고 여기는 상급 성폭력 전과자들은 또 감방에 가더라도 한 번이라도 더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전자발찌를 떼고 범죄를 저지른다.
화학적, 물리적 거세
화학적 거세로 성적 능력을 없애버리는 건 어떨까. 화학적 거세로 인해 성욕이 사라지면 성범죄를 저지르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사라지므로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한다. 따라서 전자발찌를 떼고 도주하듯이 화학적 거세를 받던 중 달아나면 막을 방법이 없다.그렇다면 물리적 거세? 현행법상 불가능하지만, 물리적 거세를 받는 조건으로 가석방이 된다 해도 그의 삶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분노가 쌓일 것이다. 물리적 거세를 받은 것을 후회하면서, 성적 쾌감을 동반하지는 않더라도 누가 되든 마음에 안 드는 여성에게 고통을 줘 복수를 꾀할지 모른다.
결국 완전한 해결책은 없다. 어쩌면 성범죄를 줄이는 데 급급하기보다 범죄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이 더 합리적이다. 폐쇄회로(CC)TV를 늘려야 한다. 주거 침입이 어렵게끔 반지하방을 줄이고, 가스배관을 바꾸는 등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신고하도록 유도해 가해자들이 또 다른 여성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막아야 한다. 상습 전과범은 되도록 오랜 시간 사회와 격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