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호

수면전문가 박동선 “코골이 우습게 보면 큰코다친다”

“건강보험으로 수면장애 진단 및 치료”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9-10-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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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 고는 소리, 숙면 증거 아니다

    • 중년 남자 넷 중 하나는 수면 중 호흡곤란

    • 제대로 못 자면 뇌·심장·대사성질환 발병률 급상승

    • 머리만 대면 잠든다? 건강 해치는 나쁜 수면!

    • 이갈이, 수면 중 잦은 배뇨도 위험 신호

    • 어린이 수면장애, 때 놓치면 돌이키지 못해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잠은 우리 면역계의 병기고를 다시 채움으로써 악성 종양에 맞서 싸우고 감염을 막고 온갖 질병 요인을 물리치는 일을 돕는다. 잠은 혈액을 타고 도는 인슐린과 당의 균형을 미세하게 조정함으로써 몸의 대사 상태를 복구한다. 잠을 충분히 자면 혈압이 낮아지고 심장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므로 잠은 심혈관계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신경과학자 매슈 워커가 쓴 책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의 한 부분이다. 인간은 생애의 3분의 1을 자는 데 쓴다. 한때는 이것을 시간 낭비로 여겼다. 요즘엔 다르다. 최신 과학 연구는 하나같이 잠이 인간 생존에 필수 요소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막대한 시간을 잠자는 데 쏟아붓고도 정작 ‘잠의 선물’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가 적잖다는 점이다. 몸이 잠들어 있는 듯 보여도 뇌는 쉬지 못하는 사람들,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이다.

    잠들지 못하는 뇌

    “시끄럽게 코를 골며 자다가 갑자기 ‘컥’ 하며 숨을 안 쉬는 사람들이 있죠. 얼마가 지난 뒤 ‘후’ 숨을 몰아쉬며 다시 코를 골기 시작하고요. 그게 대표적인 수면무호흡 증상입니다. 수면무호흡증은 이름 그대로 수면 중 호흡이 멎는 질환이에요.” 

    박동선 딥슬립클리닉 원장(이비인후과 전문의) 설명이다. 숨이 멎으면 체내에 산소 공급이 끊긴다. 뇌는 생명을 지키고자 비상체제에 돌입한다. 횡격막에 힘을 주거나 몸을 뒤척이게 만들어 체내에 공기를 끌어들인다. 숨이 트이면 혈중산소농도가 올라가고 다시 잠이 이어진다. 미국 로이터통신사 기자 데이비드 랜들은 저서 ‘잠의 사생활’에서 수면무호흡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공기 부족은 마치 시소처럼 혈중산소농도를 곤두박질치게 하고 대신 혈압을 치솟게 한다. 최대 1분까지 폐에 공기가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환자의 경우 심장도 한 번에 약 10초 동안 박동을 멈출 수 있다. 뇌는 질식 상태에 처했다는 몸의 긴급 메시지를 받는다. 뇌는 갑자기 잠을 깨고 몸은 본능적으로 공기를 마시려고 헐떡댄다. 하지만 기도가 뚫리자마자 뇌는 이내 잠이 든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취침 중 이렇게 깼다 다시 잠들기를 반복한다. 심할 경우 하룻밤에 수백 번씩 숨이 멎는 사람도 있다. 그중 상당수는 본인이 밤새 죽음 근처까지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 “오래 잤는데도 왜 몸이 개운하지 않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다. 박 원장은 “충분히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사람, 낮 시간에 자주 졸음을 느끼는 사람은 수면무호흡 증상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40~69세 남성의 27%, 여성의 16%가 수면호흡장애를 갖고 있다. 이들 가운데 시간당 숨 멎음이 5회 이상 나타나는 등 일정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은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받는다. 대체 왜 이런 병이 생기는 걸까. 문제 증상을 고치고 잠을 제대로 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궁금증을 갖고 박 원장을 만났다. 그는 국제수면전문의로, 수면무호흡증 진단 및 치료 분야 권위자다.

    살기 위한 헐떡거림

    -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멀쩡히 자다가 왜 갑자기 숨을 못 쉬게 되는 건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뇌의 호흡 명령이 근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중추성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로 몸은 호흡을 하려 하는데 기도가 막혀 공기가 못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이건 폐쇄성이다. 수면무호흡증 환자 10명 중 9명은 폐쇄성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잠이 들면 근육긴장도가 떨어져 목젖, 편도, 혀 등이 뒤로 처진다. 그 영향으로 기도가 다소 좁아진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이 정도가 심하다. 기도가 거의 막히다시피 한다. 그 틈으로 공기가 비집고 들어가면서 마찰을 일으키면 소음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코골이다. 공기가 간신히 통과하던 길마저 막혀버리면 숨이 멎는다. 뇌가 재빨리 몸을 깨워 기도를 확장시키면 그제야 호흡이 돌아온다. 앞서 얘기한 ‘드르렁 드르렁 컥’ ‘드르렁 드르렁 컥’ 하는 숨소리는 이 과정에서 나오는 거다.” 

    -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왜 생기나.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목젖, 편도, 혀 등이 애초부터 유난히 큰 사람이 있다. 살이 찌거나 노화가 진행돼 관련 조직이 늘어져도 문제가 된다. 술 또한 목 근육을 이완시켜 호흡 곤란을 유발한다. 과음한 날 코 고는 소리가 커지는 건 이 때문이다. 미용 목적의 양악수술, 잘못된 코수술 등의 영향으로 숨 쉬는 통로가 좁아지는 것도 정상 호흡을 방해할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편도, 아데노이드(인두편도) 비대가 수면무호흡증의 결정적 원인인 경우가 많다.” 

    - 내가 자면서 숨을 잘 쉬는지 못 쉬는지 알 방법이 있나. 

    “코골이가 한 가지 지표가 된다. 코 고는 소리는 기도가 좁아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잘 자다가 내 코 고는 소리에 놀라 깼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실은 수면무호흡 탓에 본인도 모르는 새 잠이 깨 있었을 확률이 높다. 그러다 자기 코 고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 평소엔 잘 자다가 피곤할 때만 한 번씩 코를 고는 사람도 있지 않나. 

    “코골이는 비정상적 호흡음이다. 우리 몸이 좀 피곤하다고 바로 정상에서 비정상으로 바뀌지 않는다. 횟수가 몇 번이든 비정상의 징후가 나타났다면 이미 병의 경계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코골이가 곧 수면무호흡증인 건 아니다. 하지만 코골이는 수면의 질이 떨어졌고, 수면무호흡이 시작됐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가벼이 넘기지 말고 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치매, 뇌졸중, 당뇨, 심근경색…

    박 원장이 이렇게 조언하는 것은 각종 연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의 위험성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윤창호 교수 연구팀은 수면 중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 뇌 조직이 손상되고 뇌 기능도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해 미국 수면연구학회 학술지 ‘슬립(SLEEP)’에 게재했다. 아주대병원 전기홍 교수팀도 올 초 수면호흡장애가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 위험이 1.58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내용은 국제학술지 ‘정신의학연구(Psychiatry Research)’에 실렸다. 

    2013년 고대안산병원 신철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수면무호흡증이 65세 이상의 무증상 뇌졸중 위험도를 2.44배, 열공성 뇌경색 위험도는 3.48배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미국 예일대 의대 네이더 보트로스 박사는 미국흉부학회 국제학술회의에서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의 2.7배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살그렌스카 대학병원 유크셀 페커 박사는 2012년 ‘유럽호흡기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코골이가 심장병 위험을 최고 5배까지 높인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수면무호흡증은 우리 몸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가능한 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 잠을 깊이 못 자는 것과 이 많은 질병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나. 

    “수면무호흡증의 문제는 비단 잠을 푹 못 자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수면 중 숨이 멈춘다는 게 중요하다. 이 경우 체내 산소가 부족해진다. 산소를 혈관 끝까지 보내고자 심장이 무리하게 된다. 한 번 뛸 것을 두 번 뛰는 것이다. 그 결과 혈관 내 압력, 즉 혈압이 높아진다. 심장 근육 비대로 조직이 괴사해 심근경색도 올 수 있다. 심장이 빨리 뛰다 늦게 뛰다 하는 식으로 심박 리듬이 깨지면 부정맥이 생긴다.” 

    - 각종 뇌질환은 왜 발생하나. 

    “우리 체내 혈관 중 압력에 가장 민감한 게 뇌혈관이다. 얇고 좁고 심장에서 멀리 있다. 대뇌 산소 공급량이 줄면 일부 조직이 괴사하거나 급성 혈전이 생길 수 있다. 그것이 뇌경색, 뇌동맥경화 및 뇌출혈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고혈압의 영향으로 말단 혈관이 터지면 뇌졸중이 온다. 수면무호흡 증상을 방치할 경우 치매 같은 인지기능 장애가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 마지막으로 당뇨에 대해서도 설명해달라. 

    “체내 산소량 감소는 인체에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자는 중간 자꾸 호흡이 끊기면 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늘어난다. 이것이 포도당을 분해하는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고, 혈당을 낮추고자 점점 더 많은 인슐린이 요구되면서 췌장 기능이 망가질 수 있다. 이게 마지막이 아니다. 체내 산소 부족은 체내 염증도 유발한다. 이유 없이 온몸이 찌뿌드드하고 목 어깨 팔다리가 쑤시는 증상, 만성 두통 등도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코골이를 예삿일로 여긴다. 아들 또는 배우자가 코 고는 소리를 듣고 ‘오늘 종일 고생하더니 편안히 잘 자네’ 하며 흐뭇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안 된다.”

    만성적 산소 부족

    코골이는 가족을 괴롭게 할 뿐 아니라 당사자 건강에도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GettyImage]

    코골이는 가족을 괴롭게 할 뿐 아니라 당사자 건강에도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GettyImage]

    - 가족의 코골이를 발견하면 즉시 병원에 데리고 가라? 

    “그렇다. 어떤 이유로 코를 골게 된 건지 확인하고, 바람직한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대다수가 아주 심각한 수준으로 코를 곤다. 수면 도중 숨이 너무 자주 멎어서 가족들이 ‘이러다 이 사람 죽을 것 같다’며 데려오는 게 보통이다. 이런 분을 검사해보면 수면 중 체내 산소포화도가 80% 이하까지 떨어진다.” 

    - 그게 매우 심각한 상태인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폐질환 없는 사람의 산소포화도는 99% 내지 100%다. 잠이 들면 자율신경계 움직임에 따라 산소농도가 다소 낮아질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정상인의 경우 90% 이하로 절대 안 떨어진다. 산소포화도 80%는 누가 경동맥을 눌러 혈액을 차단했을 때나 나올 수 있는 수치다. 코를 오래 곤 사람 중에는 이보다 상태가 더 나쁜 이도 적잖다. 심지어 산소포화도가 55% 이하로 측정되는 환자도 봤다. 이 상태가 일정 시간 지속되면 병원에서 즉시 검사를 중단하고 환자를 깨운다. 물을 끼얹든 뺨을 때리든 어떻게든 숨을 다시 쉬게 만들어야 수면 중 돌연사 등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 

    - 혼자 살아 누가 코 고는 소리를 들어줄 수 없는 사람은 어떻게 문제를 찾나.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상쾌함을 느끼는지 스스로 돌아볼 것을 권한다. 병원에 와서 ‘저는 매일 밤 6시간 이상 깨지도 않고 자는데 왜 이리 피곤하죠?’라고 묻는 분들이 있다. 검사해보면 상당수가 수면무호흡 증상을 보인다. 밤새 호흡 곤란으로 깼다 잠들기를 반복하니 아침이 돼도 개운함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저는 머리만 대면 바로 잠드는데 늘 피곤해요’ 하는 분들이 특히 그렇다. 머리만 대면 자는 건 결코 좋은 수면 습관이 아니다. 오히려 뭔가 잘못돼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 그건 또 왜 그런가. 

    “우리 몸에는 일정한 리듬이 있다. 정상인이 정상적 환경에서 잠자리에 누워 잠이 들기까지는 일반적으로 12분 내지 15분이 걸린다. 그사이 우리 몸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수면 상태로 서서히 신체 모드를 바꾼다. 그런데 눕자마자 곯아떨어진다? 이건 몸이 비상 상황에 처한 거다. 수면무호흡이든 뭐든 잠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어 평소 몸이 심각하게 수면 부족 상태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누워서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8분 이하로 떨어지면 과수면증으로 분류한다. 3분 미만이면 기면증으로 본다. ‘머리만 대면 잠드는 것’은 수면학 분야에서 질병 카테고리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나는 불면증은 없어. 아주 잠을 잘 자’라고 자신하지 말고 뭐가 문제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 그 외 다른 신호는 없나. 

    “이갈이도 주의해 봐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이갈이를 치아 문제로 여긴다. 실은 상당 부분 수면 질환이다. 밤에 코를 통해 정상적으로 호흡하지 못하니 입을 벌리는 거다. 그 과정에서 불수의근이 자극을 받아 움직이면 이갈이 현상이 나타난다. 쩝쩝 소리를 내며 자는 것도 마찬가지로 코골이, 나아가 수면무호흡이 있음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자다가 깨서 화장실 가는 횟수가 많은 사람도 잠을 깊이 못 자는 수면무호흡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병원에서의 하룻밤

    수면다원검사를 받기 전 머리에 센서를 부착한 모습. [딥수면클리닉 제공]

    수면다원검사를 받기 전 머리에 센서를 부착한 모습. [딥수면클리닉 제공]

    - 그런 증상을 가진 사람이 병원에 가면 원인을 찾을 수 있나. 

    “수면장애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 장비를 갖춘 병원에서 하룻밤 자며 수면다원검사를 받는 것이다. 병원 내 침실에서 환자가 잠자는 동안 전문가는 다른 공간에서 수면 모습을 실시간 관찰하며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위해 머리에 뇌파를 측정하는 전극 6개를 붙인다. 수면 중 눈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안전도, 근육 움직임을 보는 근전도, 심장 상태를 확인하는 심전도 센서도 단다. 스스로 호흡하고자 노력하는지 확인하려고 허리에 측정 벨트를 감고, 코와 입에는 호흡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나 보여주는 감지 장치를 부착한다.” 

    데이비드 랜들은 저서 ‘잠의 사생활’에서 직접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경험을 이렇게 소개했다. 

    ‘관자놀이에서 발목에 이르기까지 모두 16개의 전극이 붙었다. (중략) 콧구멍 안쪽에도 갈래진 모니터를 접착테이프로 붙였고 양 뺨에는 타원형 감지기를 붙였으며, 집게손가락에는 빨간색으로 빛나는 빨래집게처럼 생긴 것을 감았다. 내 목 주위에는 많은 전선이 연결된 파란색 플라스틱 상자를 매달았다.’ 

    - 이런 상태에서 평소처럼 잘 수 있겠나. 

    “다소 불편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면 상황을 육안으로 관찰하고 환자와 주위 사람들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각종 장비가 있어야 수면 도중 벌어지는 각종 상황을 빠짐없이 모니터링할 수 있다. 검사 시간은 철저히 환자의 수면 패턴에 맞춘다. ‘보통 몇 시에 주무세요?’라고 묻고 ‘12시쯤 잔다’고 하면 9시쯤 병원에 나오게 한다. 몸에 장치를 달고 적응 시간을 좀 가진 뒤 잠들게 하는 거다. 환자가 잠이 들면 다음 날 아침 일어날 때까지 전문가가 계속 지켜본다. 아침 8시까지 잔다면 그때가 검사 종료 시간이다. 병원에서 씻고 바로 출근하면 된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잠은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및 두 번째는 매우 가벼운 잠에 빠진 상태다. 이후 길고 느린 뇌파가 측정되는 깊은 수면(3단계)이 이어지고, 마지막에 안구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이른바 렘(REM·Rapid Eyes Movement) 수면이 나타난다. 대략 90분 주기로 1~4단계가 반복된다. 왜 사람 수면이 이처럼 단계화돼 있는지는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각 단계 수면이 양적·질적으로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신체 및 정신 건강에 각종 문제가 나타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수면다원검사를 하면 피검자가 수면의 어느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문제 양상은 어떠하며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자는 동안 몇 번이나 깨는지, 숨은 얼마나 자주 멎는지, 그 원인이 폐쇄성인지 중추성인지, 산소포화도는 어느 수준인지 등이 종합적으로 확인된다. 

    - 병원 관점에서 보면 시간과 노력이 꽤 많이 드는 검사일 것 같다. 

    “그래서 과거엔 비용이 제법 비쌌다.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데 정석(Golden Rule)이고 필수적인 방법이지만 경제적 부담이 크니 검사 받기를 망설이는 환자가 적잖았다. 다행히 지난해 7월,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위한 수면다원검사가 국민건강보험 급여대상이 됐다. 이제는 검사비 중 20%만 내면 나머지는 국가가 부담한다. 병의원 종류에 따라 비용이 다소 다르지만 최다 15만 원 안쪽이다.”

    10명 중 9명은 비수술 치료

    -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무호흡 정도와 원인을 파악하면 치료도 가능한가. 

    “폐쇄성 수면무호흡환자 중 절대 다수는 양압기를 사용하면 증상이 크게 개선된다. 양압기는 적정한 압력으로 환자 기도를 넓혀주는 장치다. 이렇게 공기 길이 열리면 수술을 통해 기도를 확장하지 않아도 숨쉬기가 훨씬 편해진다. 1980년대 양압기가 개발되고 1990년대 이후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수면무호흡증 치료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문제는 이 기계가 대당 수백만 원에 이를 만큼 비싸다는 점이었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선뜻 권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이 치료법에도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시작됐다. 이제는 나라가 기계를 사서 환자에게 빌려준다. 환자는 매월 1만5000원 안팎의 대여료만 내면 수면의 질을 확 높일 수 있다. 단 꾸준히 잘 사용해야 한다. 양압기를 대여받고 제대로 쓰지 않으면 나라에서 도로 환수해간다.” 

    - 잠을 푹 잘 수 있는데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 

    “일부 불편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다. 양압기 사용자는 잠자리에 들 때 양압기와 연결되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양압기가 펌핑한 공기를 기도로 넣어주는 장치다. 안경만 써도 잠을 못 잘 만큼 예민한 분들은 양압기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관리상의 어려움도 있다. 양압기는 대기 중 공기를 펌핑해 기도 속으로 넣어주는 장치다. 내 몸에 쾌적하고 적당히 촉촉한 공기가 들어오게 하려면 장치를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양압기 내 가습기통과 마스크 등을 수시로 세척해야 하는데, 이걸 번거로워하는 분들이 있다. 조금의 귀찮음을 참으면 건강이 좋아지는 만큼 습관을 잘 들이면 좋겠다.” 

    - 코골이는 수술로 해결하는 것으로 여기는 시각이 많다. 수술적 치료 방법은 없나. 

    “예전에는 코골이를 소음 문제로 여겼다. 환자 본인보다 함께 자는 사람의 건강, 가정 평화를 위해 코골이 소리를 줄이려는 목적의 수술이 널리 행해졌다. 그런 수술이 의미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환자 본인 건강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면도 있었다. 요즘에는 양압기 치료를 1차적으로 검토한다. 기도가 확장되면 마찰음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코골이 소음은 양압기만 써도 사실상 사라진다. 단 비강, 구강, 하인두 등 공기가 들어오는 길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수면무호흡이 생기는 환자가 있다. 이 경우는 수술로 문제를 해결한다. 내원 환자 10명 중 수술을 받는 사람은 1명 정도에 불과하다.” 

    - 병원 가면 무조건 수술하자고 할까 봐 코골이가 심해도 각방 생활을 하며 버티는 사람이 적잖다. 

    “그분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코골이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면 대부분 비수술적 방식으로 문제를 개선한다. 건강보험 덕에 돈 안 들이고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막연한 불안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

    골든 타임을 지켜라

    박동선 딥수면클리닉 원장이 호흡의 원리와 양압기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박동선 딥수면클리닉 원장이 호흡의 원리와 양압기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박 원장은 어린이 수면무호흡증에 대해서도 사회적 관심을 당부했다. 아이들이 자면서 코를 골아도 단순한 잠버릇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부모가 적잖다. 그러나 7~8세 전에 코골이가 나타나면 무조건 병원에 와야 한다는 게 박 원장의 조언이다. 

    허핑턴포스트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의 책 ‘수면혁명’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성장기 뇌는 많은 정보를 빠른 속도로 흡수해 언어 운동신경 시력 인지력 등을 총체적으로 발달시켜 나간다. 이때 양질의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면 모든 게 불가능해진다.” 

    성장기 수면 부족은 신체 성장도 방해한다. 수면무호흡증을 가진 아이는 대부분 또래보다 작고 말랐다는 게 박 원장 설명이다. 이 시기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행동발달 또한 방해받을 수 있다. 2012년 앨버트아인슈타인의대와 미 미시간대 연구진이 영국 어린이 1만1000여 명을 유아기부터 일곱 살 때까지 관찰한 연구 내용이 발표됐다. 그 결과 네 살 때 잠재적 수면 방해 요인인 코골이, 수면무호흡, 입으로 숨쉬기 등의 증상을 보인 어린이가 나중에 행동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20~60%가량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증상은 과잉행동이었다. 박 원장은 여기에 한 가지 문제를 더 지적했다. 외모 변화다. 

    “어릴 때 입으로 숨 쉬는 습관이 오래 지속되면 근육과 치아 배열에 변화가 생겨 얼굴이 길어지고 아래턱이 뒤로 밀려나 보이는 이른바 ‘아데노이드형 얼굴’이 된다. 만화 ‘짱구는 못 말려’의 주인공 맹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얼굴이 길고 코를 흘리며 늘 입을 벌리고 있다. 이런 외모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성장기엔 치료가 한 달 늦으면 한 달만큼 손해다. 평소 자녀의 잠자는 모습을 잘 관찰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박 원장은 “어린이 수면무호흡증의 경우 대부분 해부학적 문제로 발생한다. 간단한 수술로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대부분의 아이가 수술 후 6개월쯤 지나면 친구들 성장 속도를 따라잡는다고 한다. 만성 피로로 인한 신경질, 짜증이 줄고 성격도 밝아지는 게 보통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 생애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은 여전히 신비로운 비밀로 가득 차 있다. 아직 상당부분이 수수께끼다. 그러나 수면무호흡에 관한 한, 현대과학이 상당 부분 해결책을 꽤 많이 찾아낸 상태다. 이를 바로잡는 것으로부터, 좀 더 질 좋은 수면을 향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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