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호

부동산 인플레이션 시대, 하루라도 빨리 증여하라

[2026 경제 대기획] ‘서울 아파트 13억 시대’의 상속세

  • 조남철 세무법인 넥스트 대표세무사

    입력2026-01-0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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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산층도 상속 분쟁, 더는 남 일 아니다

    • 상속세 부담 완화 핵심은 일찌감치 사전 증여

    • 자녀의 태도 돌변 두렵다면 ‘조건부 증여’ 등 활용

    • 가업이 저평가? ‘가업승계 주식 증여 특례’ 이용

    • 세금↓ 중요하지만, 가족 분쟁 최소화도 못지않아

    이른바 ‘부동산 인플레이션’ 구조 속에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은 ‘가치상승이 예상되는 자산’을 사전 증여하는 것이다. Gettyimage

    이른바 ‘부동산 인플레이션’ 구조 속에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은 ‘가치상승이 예상되는 자산’을 사전 증여하는 것이다. Gettyimage

    2025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약 13억 원에 이른다. 상속 재산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 가격이 크게 올라 상속세 부담을 완화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배우자공제 10억 원과 일괄공제 8억 원을 합쳐 최대 18억 원까지 상속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상속 공제 한도 인상안은 끝내 현실화되지 못했다. 75년간 유지돼 온 상속세 과세체계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자는 개편 논의 역시 중단된 상태다. 

    부동산시장의 급등으로 그간 재벌가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상속 분쟁이 일반 중산층 가정에서도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상속 사건 접수 건수는 2014년 3만7000건에서 2023년 5만7000여 건으로 10년 새 55% 증가했다. 특히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은 같은 기간 663건에서 1872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상속을 둘러싼 분쟁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사회에 적잖은 경고음을 던진다. 새해를 맞아 상속·증여를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받아들이는 이들을 위해, 꼭 짚어봐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했다.

    자녀의 ‘태도 돌변’ 두렵다면 조건부 증여 등 활용

    이른바 ‘부동산 인플레이션’ 구조 속에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은 ‘가치상승이 예상되는 자산’을 사전 증여하는 것이다. 자산은 보유할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상속세는 상속이 개시되는 시점(사망 시점)의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과세되며, 증여세는 증여가 이뤄진 시점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즉 자산의 가치상승이 예상된다면 증여를 중심으로 납세 전략을 짜면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후 자산 가치가 급등하더라도 상승분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이 예정된 부동산이나 개발 호재가 예상되는 지역의 토지, 성장잠재력이 높은 비상장주식 등은 최우선 사전 증여 대상이 된다. 예컨대 시가 20억 원인 재건축 아파트나 토지가 10년 뒤 40억 원으로 상승한다고 가정해 보자. 다른 상속 재산이 이미 충분해 해당 상승분(20억 원)에 대해 최고세율(50%)이 적용된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약 10억 원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자녀가 아직 어리거나, 큰 규모의 자산을 미리 넘기는 데 따른 심적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상속 후 자녀의 태도가 돌변하는 등 부모-자녀 간 관계 변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조건부 증여, 증여신탁, 유언대용신탁 등을 활용해 자산에 대해 일정 수준의 통제권을 갖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상속 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모두 합산돼 상속세로 정산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특성을 고려하면, 부모가 정정할수록 사전증여 전략을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업용 건물을 개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세 부담을 줄일 여지는 있다. 이 경우 임대소득에 따른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부담이 크다. 또한 향후 건물 가치가 상승하면 상당한 상속·증여세마저 예상된다. 이때 ‘현물출자에 의한 법인 전환’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부동산을 법인에 현물로 출자하면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대신 법인세만 부담하게 된다. 

    아울러 부동산이라는 실물 자산이 법인의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상속·증여 과정에서 유연성도 커진다. 법인 주식은 지분 단위로 분할해 자녀에게 단계적으로 증여하거나 상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산 이전 시점과 규모를 한결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게 해 상속·증여세 부담을 낮추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가업이 저평가? ‘가업승계 주식 증여 특례’ 용용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에게 상속·증여세 문제는 더욱 복잡하고 중요하다. 충분한 준비 없이 상속의 순간을 맞이할 경우 막대한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회사를 매각하거나 핵심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이는 곧 경영권 상실이나 사업 축소로 이어져, 결국 가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나아가 이는 국가 차원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기업은 고용을 창출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가업 승계 문제는 국가경제 전반에 다양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부동산 자산가나 기업 자산가 사이에서 ‘생전에 교통정리를 마쳐 자녀 간 분쟁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인식마저 확산하고 있다. Gettyimage

    부동산 자산가나 기업 자산가 사이에서 ‘생전에 교통정리를 마쳐 자녀 간 분쟁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인식마저 확산하고 있다. Gettyimage

    창업자가 10년 이상 가업을 경영했고, 대표이사로서 10년 이상 근무했다면 ‘가업상속공제’를 통해 세금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다만 회사 자산 가운데 가지급금이나 임대용 부동산 등 업무와 무관한 자산이 많을 경우 해당 자산의 비율만큼은 일반 상속세가 부과된다. 따라서 사전에 기업 자산 구조를 면밀히 점검해 업무무관자산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축소하거나 정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가치가 미래 상속 시점의 가치보다 현저히 낮게 평가받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가업승계 주식 증여 특례’ 활용을 검토할 만하다. 이 제도는 가업승계를 전제로 일정 한도까지 주식 증여에 대해 낮은 특례 세율을 적용하는 등 세 부담을 완화해 준다. 구체적으로 주식 가액 10억 원까지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으며,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도 120억 원까지는 10%, 600억 원까지는 20%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또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주식은 증여 시점의 평가 가치를 기준으로 과세되고, 이후 상속이 개시되면 증여 당시의 주식 가액을 합산해 상속세를 재정산한다. 이 구조를 활용하면 기업가치가 낮을 때 주식을 미리 증여함으로써 가치 상승분에 대한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예컨대 현재 주식 가치가 100억 원인데 상속 시점에 200억 원으로 상승한다면, 일찌감치 증여할 경우 상승분 100억 원에 대해 최고세율 50%를 적용받지 않아 약 50억 원의 세금을 절감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하고 힘이 있을 때 미리 재산을 정리해 두는 것이다. 최근 상속을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생전에 교통정리를 마쳐 자녀 간 분쟁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인식마저 확산하고 있다. 자연스레 부동산 자산가나 기업 자산가를 중심으로 사전 증여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재산 분배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장남이나 아들이 우선적으로,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가업에 대한 기여도가 다소 차이가 나더라도 ‘1/N’ 방식으로 균등 분할하는 것이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관행을 따르지 않으려면 사후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 이유와 내용을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언 공증이나 유언대용신탁 등을 활용하면 상속을 둘러싼 갈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최근 10년 사이 불균등한 재산 배분을 둘러싼 유류분 소송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변화의 이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류분은 상속 개시 시점의 재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태어난 시점부터 부모가 사망할 때까지 이뤄진 모든 증여와 상속 재산이 산정 대상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생전에 증여가 있었을수록 오히려 사후 분쟁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세금↓ 중요하지만, 가족 분쟁 최소화도 못지않아

    상속·증여세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근본 원인은 자산가치 상승과 세제 구조 간의 불일치에 있다. 1997년 이후 상속세 과세표준과 각종 공제금액은 사실상 큰 변화가 없었지만, 그사이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은 급격히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를 떨어뜨리는 반면, 실물자산의 명목가치는 끌어올린다. 그 결과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자산 평가액’을 높여 세 부담을 더했다. 인플레이션이 사실상의 세금 인상으로 기능하는 구조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상속 사건 접수 건수는 2014년 3만7000건에서 2023년 5만7000여 건으로 10년 새 55% 증가했다. Gettyimage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상속 사건 접수 건수는 2014년 3만7000건에서 2023년 5만7000여 건으로 10년 새 55% 증가했다. Gettyimage

    서울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2021년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연간 12.8% 상승해 근래 10년 사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무려 119% 급등했는데,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20%를 웃도는 상승률이다. 공시지가 역시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왔다. 장기적으로 보면 서울 주요 지역의 공시지가는 5년 단위로 평균 5~7% 수준의 상승률을 보여왔다. 연평균 7% 상승이 지속될 경우 자산가치는 10년 동안 두 배가 된다.

    자산가치의 상승이 실질적 부의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명목자산은 크게 늘었지만, 현금 흐름이나 생활 여건이 그만큼 개선되지 않은 경우를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과세 기준은 명목자산을 기준으로 적용되는 만큼, 상속·증여세 부담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자산 상승의 과실은 체감되지 않는데, 세 부담만 커지는 셈이다. 이처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자산가치의 급등은 상속세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상속·증여에 대해 설계할 때 절세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이 자칫 가족 간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과 증여는 제도 자체가 복잡하고 전문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영역인 만큼, 이를 개인의 판단만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세무사, 변호사 등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의 자산 구조, 가족관계, 향후 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설계를 통해서만 ‘세금’과 ‘분쟁’이라는 두 가지 위험을 함께 관리할 수 있다.

    ‘상속·증여는 내겐 너무나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건강할 때부터 일찌감치 준비하는 상속·증여의 긍정적 효과는 불필요한 세금 부담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재산’과 ‘화목한 가정’을 함께 지키는,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기도 하다.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바로 지금’ 시작하는 현명한 상속·증여 계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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