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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기적처럼 사라지지는’ 않을 것”

코로나바이러스 ‘1호 박사’ 정용석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코로나19, ‘기적처럼 사라지지는’ 않을 것”

  •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하는 ‘인문을 과학하다’④
    ●바이러스는 면역체계 위협하는 가장 ‘센 놈’
    ●코로나바이러스 진화 역사 길어
    ●아직도 존재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
    ●인간도, 숙주도 죽일 수 없으니 답은 백신뿐
    ●코로나19, ‘감기’처럼 함께 살아야 할 수도
‘신동아’는 인문학재단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 ‘인문을 과학하다’ 시리즈를 진행한다. 플라톤아카데미는 2010년 11월 설립된 국내 최초 인문학 지원 재단이다. 인류의 오랜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가 당면한 삶의 근원적 물음을 새롭게 전한다는 취지로 연구 지원, 대중 강연, 온라인 포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문을 과학하다’는 인문학과 과학이라는 언뜻 멀어 보이지만,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섞여 있는 두 세계의 깊이 있는 소통을 추진하는 프로젝트다.<편집자 주>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언제 멈출 것인가. 

‘인문을 과학하다’ 네 번째 주인공은 정용석(60)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에서 미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1호 박사다. 1995년 하버드대 의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중 귀국했다. 

그는 “코로나19를 무조건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실체를 제대로 알고 팩트 중심으로 사고해 불필요한 공포를 줄였으면 좋겠다”는 말로 서두를 꺼냈다.


면역 체계 위협하는 가장 센 놈

코로나 바이러스. [Scientific Animations 제공]

코로나 바이러스. [Scientific Animations 제공]

-왜 바이러스를 연구했는지부터 묻고 싶습니다. 



“본래부터 질병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석사 과정 때는 면역학을 했습니다. 처음엔 방어 시스템에 관심이 많았는데 공격자를 모르는 채 방어 시스템을 공부하는 게 허망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공격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격자라고 한다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공격하는 것은 바이러스, 세균, 진균(곰팡이), 선충(기생충) 네 종류입니다. 그중에서 바이러스가 가장 센 놈으로 생각됩니다. ‘세다’는 말은 우리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 방어에 가장 많이 할애돼 있다는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어떻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게 됐나요. 

“제가 박사학위를 받은 오스틴 대학에는 세균학자, 바이러스학자, 진균학자 면역학자가 다수 포진해 있었습니다. 박사 과정 때 우연한 계기로 코로나바이러스 연구 교수의 첫 번째 제자가 됐지요. 

제 논문 제목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사와 복제 메커니즘’이었습니다. 이 바이러스만의 독특한 복제 메커니즘을 분자생물학적으로 규명하는 거였어요. 

유학 갈 때는 ‘생물학 연구로 어떻게 먹고살 수 있겠느냐’, 귀국해서는 ‘왜 그런 하찮은 바이러스를 연구하느냐’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던 시선들이 기억나요. 그런데 이렇게 핫(hot)한 주제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웃음).” 

-오늘 주제인 코로나19로 들어가 볼까요. 도대체 이놈의 정체는 뭔가요. 

“코로나바이러스는 최근 일반인이 알게 된 것과 달리 1930~40년대에 조류와 포유류에서, 1960년대에는 사람에게서 호흡기 및 소화기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로 확인된, 상당히 큰 집단을 이루는 바이러스입니다. 

알려진 감염 숙주(기생 생물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생물)도 돼지·소·토끼·닭·칠면조 등 가축과 개·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박쥐·흰고래에 이어 사람까지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조류와 포유류를 두루 감염시킨다는 것은 진화 역사가 상당히 길게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 줍니다. 하지만 제가 연구할 당시만 해도 가축이나 야생동물에 기생하는 것이 주종이었고, 인간에게서는 두 종류의 감기 바이러스(휴먼코로나바이러스 229E, OC43) 정도가 있었습니다. 

인간이 바이러스를 알게 되는 계기는 우리에게 위해를 주었을 때입니다. 우리가 이름 붙여놓은 것들은 직접적 위해를 일으켜 이게 어디서 왔지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서 확인된 것들입니다. 바이러스 전체를 놓고 볼 때 코로나바이러스는 지극히 소수라고 할 수 있지요.” 

-코로나는 지금까지 대략 몇 종이 발견됐나요. 

“박쥐를 뒤지기 전까지만 해도 38종 정도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숙주가 박쥐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냈나요. 

“코로나바이러스의 하나인 사스바이러스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사스가 창궐한 후 바이러스 유전체를 끄집어내 분석해 보니 가축에 존재했거나 감기를 일으킨 코로나바이러스 종류라는 것을 알아내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치명적 질병을 일으키게 됐을까, 어디서 왔을까. 역학자들은 제일 먼저 환자들의 행동, 즉 동선을 추적했습니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환자들이 어디서 어떤 동물과 접촉했는지 추적한 거지요. 

그러다 보니 중국 광둥성의 한 야생동물 거래 시장으로 장소가 압축됐고 거기에 있는 동물을 모조리 다 잡아 추적해보니 숙주가 사향고양이라는 추정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사향고양이에 사스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보니 크게 앓는 겁니다. 그 말은 사향고양이는 자연 숙주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자연 숙주는 자연 상태에서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사향고양이가 사스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아팠다는 것은 자연 숙주가 아닌 중간 매개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다시 사향고양이는 어디서 바이러스에 옮았을까 추적했는데 1994~98년 말레이시아와 호주를 휩쓴 니파·헨드라바이러스 자연 숙주가 박쥐인 점에 착안해 박쥐 몸을 뒤져보니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가 나왔습니다. 그중 사스바이러스가 있었던 겁니다. 박쥐는 아주 독특한 포유동물입니다. 사람과 접촉이 적고 활동 시간대도 거의 정반대입니다. 일반적인 육상 포유류와는 식생도 다르지요. 곤충이나 식물의 작은 열매를 먹습니다. 다른 가축의 목을 물어뜯어 피를 빨아먹는 놈들도 있습니다. 

수십 년 전부터 동물학자들 사이에서 박쥐 혈액 속에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동료 교수들이 함께 연구해 보자고 했을 정도니까요.” 

-어떻게 사스라는 이름이 붙었나요. 

“사스는 질병 이름이고 정확한 병원체 명칭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지금 우리가 코로나19라고 하는 것의 정확한 명칭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입니다. 질병 이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붙입니다. 국제바이러스 계통 분류위원회(ICTV)라는 곳이 있는데 제가 한국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 바이러스별로 스터디 그룹이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스터디그룹이 제안한 것은 사스-코브(코로나바이러스의 축약)-2입니다. 코비드-19는 ‘Coronavirus Disease 2019’에서 따온 것이고요. 코비드-19는 일반인에게 생소하니까 코로나19로 쓰이게 된 거죠.”


아직도 존재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

[GettyImage]

[GettyImage]

-사스는 근절된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과학적 표현을 쓰면 한시적으로 차폐(遮蔽)된 건데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릅니다. 커다란 유행이 잦아들었을 뿐인데 ‘기적적으로 사라졌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 표현입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한 완전한 근절은 불가능합니다. 

사스바이러스는 아직도 남중국 인근에 그대로 존재합니다. 그 지역에서 간헐적으로 환자가 발생하지만 대처 매뉴얼과 경험이 있어서 대응을 잘하고 있고 의사들이 치료해 낫게 하는 겁니다.” 

-사스만 해도 엄청난 재난이었는데 왜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지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란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기술이 없어서라기보다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에 과연 그럴 만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따지기 때문이죠. 치료제나 백신을 하나 개발하려면 10년에 걸쳐 1조 원 이상이 투입돼야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사운을 걸어야 하는 일이죠. 그런 일을 하려면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저희 같은 학자들은 실험실에서 백신이나 치료제 후보군을 비교적 단기간에 많이 찾아낼 수 있지만 사람에게 적용할 것이냐 하는 것은 수많은 의학적, 행정적 단계가 필요합니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과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경제사회적 요소가 얽힌 매우 복잡한 과정이에요.” 

-코로나19 백신은 어떻습니까. 

“가장 빨리 상정했을 때 백신 개발까지 1년 6개월을 잡고 있는데 후보군은 이미 여러 개가 나와 있습니다. 두 종류는 임상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1년 6개월 뒤 나올 수 있는지는 제가 직접 하고 있지 않아 판단할 수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100만 명을 넘은 지 오래인데 백신을 맞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그보다 10배, 20배쯤 되지 않을까요. 판매 가격을 비롯해 얼마의 돈을 언제까지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을 이미 다 하고 있을 겁니다. 코로나19의 경우 미·중 간 헤게모니 싸움 성격도 있어서 두 나라가 총력을 다해 박차를 가한다면 시간이 앞당겨질 수도 있고요.” 

-치료제는 어떻습니까. 

“백신과 달리 이미 사용 가능하다고 판정된 것들이 적어도 네다섯 종류가 나와 있습니다. 각 나라에서 환자들한테 선택적으로 적용해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중입니다. 문제는 WHO에서 써도 좋다고 권고하는 수준까지 가야 하는데 투여량에 따른 부작용과 효능이 어느 정도라는 임상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하나의 약물이 하나의 질병에만 딱 듣는 것은 아니라서 몸에 들어가 어떤 질병에 들을지는 상당히 여러 가지 부분에서 봐야 하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능 검증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뒤져볼 치료제 후보군이 1700여 개라고 합니다. 후보군을 모두 검증해 보지 않더라도 지금 나와 있는 몇 가지를 대상으로 과연 WHO에서 사용을 권고할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어떻든 치료제는 일단 가시화된 상태로 보입니다.” 

-집단 면역이란 말도 있습니다만. 

“우리 몸은 바이러스와의 오랜 공존과 진화의 역사를 통해 면역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들이 공격했을 때 일부 희생당할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살아남습니다. 살아남은 존재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적 기억을 갖게 되는데 그것을 ‘집단 면역’이라고 합니다. 

좀 더 쉽게 가볼까요. 구성원 100명이 있다고 칩시다. 이 중 한 명의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가면 나머지 99명이 먹이가 될 수 있지요. 그런데 집단 내 50명에게 면역력이 있다면 바이러스가 두 번째 사람을 감염시키려 할 경우 중간에 한명을 건너뛰어야 합니다.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죠. 바이러스 처지에서는 훨씬 불리해지는 거지요. 그래서 그 집단에 만연하는 확률이 훨씬 낮아지게 됩니다. 

집단 면역이 생긴다고 모두 다 면역을 갖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유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그 과정에 누구는 죽을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어떻든 집단 면역과 인간이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파트(의료적 노력) 두 가지가 합쳐지면 사스처럼 ‘그런 병이 아직도 생기나’ 하는 상태가 되는 거지요.”


바이러스는 ‘언제나’ 주변에 있다

3월 1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소회의실에서 코로나19 국제 코호트 연구 준비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3월 18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소회의실에서 코로나19 국제 코호트 연구 준비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도 있던데요. 

“날씨가 따뜻해지면 사람들의 해부학적, 생리적 활성이 좋아집니다. 기운이 난다는 게 그 말인데요. 바이러스 활동이 줄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맞서는 능력, 이걸 1차 방어선이라고 하는데 이 능력이 좋아지는 겁니다.
 
겨울에는 독감 바이러스가 다섯 놈만 움직여도 바로 걸리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 열 놈, 열다섯 놈이 공격해야 걸립니다. 밖에서 볼 때는 바이러스가 수그러든 것처럼 보이지만 왜 갑자기 수그러들겠어요. 사람한테 미안해서? 아니면 사람들의 행동이 감동적이어서? 노(NO), 바이러스에 의식이란 것은 없습니다. 

바이러스는 인간의 해부학적 장벽이 허술해지면 다시 찾아옵니다. 거듭 말하지만 그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늘 주변에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평소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말씀을 했습니다. 흔히 풍토병이라고 하면 열대지방 말라리아, 황열병, 일본뇌염 등이 생각나는데요, 코로나19도 그렇게 된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사스처럼 백신이 나오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메르스도 중동 지역에서 풍토병화 됐습니다. 

전염병이란 게 역병(疫病), 즉 돌림병 아닙니까.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넘어가는,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확산을 막는 게 포인트입니다. 사람이 없으면 전염병도 없어지는 건데 사람을 없앤다는 건 말도 안 되지요(웃음). 그러지 않으면 중간 숙주인 천산갑, 사향고양이나 자연 숙주인 박쥐를 모조리 없애야 하는데 다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풍토병이 된다는 것은 그들을 근절할 수 있는 인위적 방법도 없고 숙주도 없앨 수 없어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유일하게 남는 건 백신과 치료제, 그리고 내가 조심하고 잘 버티는 것뿐입니다.” 

-코로나19가 무서운 이유를 두고 무증상 감염을 꼽기도 합니다. 

“메르스는 코로나19와 유전적 상동성이 50% 미만, 사스는 80%에 달합니다.” 

-잠깐, 유전적 상동성이라면?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적 상동성이 98% 정도입니다. 유전체를 두 개 죽 줄지어 세워놓고 비교하면 같은 염기 서열이 98%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침팬지가 정말 친밀하게 느껴지지요?(웃음) 

코로나19는 유전적으로는 메르스와 꽤 멀지만 사스와는 가깝습니다. 치명률은 사스보다 낮고 메르스보다는 훨씬 더 낮습니다. 그런데도 공포가 큰 첫째 이유는 증상이 약하다가 갑자기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는 몸에서 방출될 즈음 증상이 함께 나타납니다. 또 초기보다는 뒤에 갈수록 방출이 많아집니다. ‘무증상 감염’이란 말은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 바이러스가 몸에서 나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상태를 임상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감기의 경우에는 ‘내가 걸린 것 같다’는 증상을 느낄 때 바이러스가 방출됩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증상이 없는데도 바이러스가 방출되는 등 보통의 틀에서 벗어난 놈입니다. 공포는 보이지 않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로나19는 이런 조건을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나와 기자님은 서로 코로나19에 걸려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를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둘 다 마스크도 안 쓰고 있고요. 과연 이 대화가 저로 하여금 그 위해를 계속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기자님이 기사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웃음)” 

기자도 같이 웃었다. 과학자의 어법은 명징하고 담백했다. 그의 설명에 뜬구름처럼 오가던 개념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변종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4월 6일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한 의료인이 코로나19로 숨진 피해자의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뉴시스]

4월 6일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한 의료인이 코로나19로 숨진 피해자의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의 진화인가요? 아니면 변종인가요? 

“아뇨, 그냥 원래 있었던 겁니다. 지구촌 인간들이 피부색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허리, 다리 길이도 다 다르듯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종류가 존재합니다. 다만 그 녀석들 중 누군가가 우리 몸에 우연히 들어왔을 때 인식하는 것일 뿐입니다. 

생명체는 다 똑같습니다. 코로나19라고 해도 그 집단 내에는 적어도 수십, 수백 가지 유형이 존재할 겁니다. 다만 기후, 지리 요건과 같은 상황 그리고 숙주에 따라 주류 집단이 바뀌는 것이지 변종이 아닙니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인간의 개입, 면역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변종이란 단어는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DNA나 RNA 서열이 변해 다른 특성을 갖는 바이러스로 재탄생하는 것을 뜻합니다. 학술적으로는 유전체가 적어도 8% 이상 차이를 보여야 변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코로나19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파력이나 병독성 면에서 생각처럼 전혀 다른 것이라고 오해할 만한 변이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의 확산은 바이러스 탓이 아니라 결국 도시의 집중화, 글로벌화를 만든 인간 탓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확산이 빠르다는 것은 바이러스가 이동하는 절대 속도가 빨라져서가 아니라 사람이 모여 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같은 무서운 놈이 오리라고 예측해 본 적이 있습니까. 

“이런 식의 전염병이 동시에 대규모로 확산되리라는 예상은 이미 많은 학자가 논문을 통해 밝혔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입니다.”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나왔을 때 이런 상태를 예상했나요.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한국은 잘 막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전 세계에 이렇게 불이 붙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사스와 메르스, 신종플루 다 겪어보지 않았나요. 호흡기 바이러스가 나오면 이런 흐름으로 가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로 크게 놀랄 일은 아닙니다. 혹시 2009년 신종플루 감염자가 몇 명인지 알고 있나요?” 

-…. 

“당시에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만 지금은 신종플루에 그렇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지요.” 

-선진국들도 코로나19에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사대주의시군요(웃음). 마스크 쓰는 것을 죄악시, 터부시하는 게 문제입니다.” 

-지금의 문제가 공포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공포에 관한 주제는 제 영역이 아닙니다.” 

-공포도 실체 아닌가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적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나 기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이 있는 한 바이러스는 언제나 함께 있을 것입니다. 자연적으로 일어난 현상을 부정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우리는 팩트에 대해 깊은 통찰을 해야 합니다. 

코로나19는 완전한 소멸 대신 계절성 폐렴으로 우리 곁에 남아 다음 세대까지 지속적인 감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구에는 수천만 종의 생명체가 있습니다. 인간만이 유일한 종(種)이 아닙니다. 인간은 그 중 한 종일 뿐입니다. 

박쥐를 싹 없애버리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 저는 인간의 교만함이 어디까지 이를까 생각합니다. 바이러스는 인간이 없이도 삽니다. 인간종 하나쯤 없다고 사라지는 생명체가 아닙니다. 

인간이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태 전략이 뭔가요. 우리는 모여 있어야 생존이 가능한 호모사피엔스로 출발했습니다. 이에 비해 고양잇과 식육동물이나 호랑이, 퓨마처럼 흩어져 사는 것이 개체 속성인 생명체도 있습니다. 이들은 짝짓기하고 새끼 낳고 어미가 1년 키워주면 각자 자기 영역으로 다시 흩어집니다. 나중엔 어미하고도 영역 싸움을 합니다. 

모여 사는 인간의 속성이 원죄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여 살아감으로써 치러야 할 손해나 비용이라고 봐야겠지요. 모여 사는 개체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전염병입니다.” 

-인간을 대체할 인공지능을 만들어낸다는 시대에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이라니 허탈하기도 하고 머릿속이 하얘지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이 인류에게 또 다른 성찰의 시간을 주는 계기라고도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직진, 직진, 마치 눈을 가린 경주마처럼 성장만이 지상명령인 것처럼, 최고의 선(善)인 것처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정말 그런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봅니다. 

우리 인간의 생존 특성 자체가 집단생활이고, 도시에서부터 문화가 시작된 조상들의 후예라고 할 때 그러한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선조는 다 죽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본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다닥다닥 붙어살고 싶어 하는 유전자가 우리 몸에 박혀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소수의 전문가가 합리적인 지혜를 내고 다수는 그걸 받아들여 활용하는 것입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버려야 합니다. 바이러스도 안 죽고 사람도 안 죽거나 바이러스만 깨끗하게 정리되고 인간은 모두 살아남는 상황은 없습니다. 희생을 최소화하려면 사회적 비용을 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그것을 치르는 중입니다. 코로나19는 삶에서 언제든 또 닥칠 수 있는 일입니다. 감내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인데 감내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면 고통이 큽니다.” 

-생물학자로서 이번 사태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드나요. 

“감동적이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감동적인 대목은 무엇인가요. 

“죽을지도 모르는 치명적인 위험을 무릅쓰고 불나방처럼 전염병 환자들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의료진을 보십시오. 생면부지의 사람들 목숨을 살리기 위해 온몸을 꽁꽁 싸매고 제때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면서 말이지요. 어떤 나라는 요양병원 노인들이 감염되자 손 놓고 도망갔다는데 우리 의료진은 안 도망갑니다. 의료인으로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행복으로 아는 삶, 생명의 본능을 넘어서는 사람들…. 안타까우면서도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신동아 2020년 5월호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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