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산림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도심 자투리 땅, 공원에 숲 조성
“도시에 사람 많은데 숲도 도시에 있어야”
새로운 장묘문화 수목장림 조성
山林 분야가 남북관계 개척자 될 것
[박해윤 기자]
산림정책 ‘사람 중심’으로…
- 산림청 개청 50년이 지났다. 패러다임 변화를 고민할 거 같다.“2017년은 산림청 개청 50주년이었다. 지난 50년은 산림청 고유의 ‘미션’인 나무 심기, 병충해 방지, 산불 진화 등에 집중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다. 이미 인구의 92%가 도시 지역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젊은 세대가 산림 지역으로 와서 일할 거 같지도 않다. 그래서 향후 50년 산림정책 패러다임은 도시 중심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 산림정책이 도시로 내려온다?
“쉽게 설명하면 1990년대에 지은 우리나라의 자연휴양림은 주로 강원도나 경북 등 오지에 있다. 젊은 세대가 아이를 오지로 데려오거나 노령화 시대에 실버세대가 몇 시간씩 운전하며 휴양림을 찾겠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 ‘도시 숲’을 구상하는 건가.
“그렇다. 우선 국유림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산림은 국유림 26%, 사유림 67% 정도 된다. 국유림이 많을수록 정부의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좋다. 산림청은 지난 20년간 국유림 비율을 21%에서 26%까지 높였다. 선진국의 경우 국유림 비율이 40% 정도인데, 우리도 단기적으로는 30%까지 달성하고 궁극적으로는 40%가 목표다. 국유림을 확장하려고 해도 매매 시장에는 강원 산간 지역 땅만 나온다. 우리도 도시 지역에서 국유림을 늘리려고 하는데 땅값이 높으니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아파트 연금과 유사한 형식으로 산지 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산림청은 현재 ‘산지은행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아파트 부동산 연금처럼 사유림의 가치가 20억 원이라면 1년에 1억 원씩 소유자에게 연금 형식으로 지급하고, 20년 뒤 국가가 사유림의 소유권을 획득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개인과 국가가 소유한 산을 교환하는 제도도 있다. 도로, 정부 건물 등 사회기반시설 구축 과정에서 생긴 ‘자투리’ 땅을 개인이 소유한 온전한 산과 바꾸는 것이다. 개인으로서는 자투리 부지를 개발할 수 있고, 정부는 안정적인 산림정책을 펼 수 있는 온전한 산지를 획득할 수 있다.
- 도시 지역에 새로운 숲을 만드는 건 어려울 거 같은데.
“대규모 숲이 아니어도 된다. 현재 도시 지역은 숲이 없다 보니 자투리 공간에 공원을 만든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공원부터 지자체가 만드는 소공원 등인데, 우리의 구상은 땅만 있다면 숲을 만든다는 거다. 조그만 땅에 조경 시설, 체육 시설을 꾸미는 게 아니라 숲 자체를 만드는 거다. 실제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뙤약볕에서 시멘트 길을 걷지 않는다. 나무 밑으로 걷거나 숲이 조성된 길을 선호한다. 따라서 대규모 도시 숲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공원이나 자투리 부지에 나무를 심고 ‘작은 숲’을 만들자는 거다. 한강공원에 나무가 울창하면 어떨까. 홍수 조절 기능을 고려해 물 흐름을 방해하면 안 되니 한강공원에서 도로와 가까운 쪽에라도 나무를 심으면 공원 풍경이 달라지지 않을까. 자동차 소리 등 공해 차단 효과와 미세먼지도 저감될 것이고, 무엇보다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공원·자투리땅에서 시작
산림청 상황실에서 회의 중인 박종호 산림청장(맨 오른쪽). [동아DB]
“도시 공원은 잔디를 깎거나 꽃을 심는 등의 화훼 비용이 들지만 숲은 관리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나무만 심으면 된다. 도시의 공기질도 당연히 좋아질 거고, 온실효과 감축 효과도 월등하다. 나무 1t은 3.67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라 국가 감축 목표 3억1500만t의 7%인 2200만t을 산림에서 담당해야 한다. 도시 숲이 늘수록 다른 영역 부담도 줄고 삶의 질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 목자재 자급률도 현저히 낮은데. 경제림 육성은 어떻게 구상하나.
“국민에게 삶의 질을 높이는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면서 그 속에서 임업 발전과 일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경제림 육성 관련, 우리나라는 사용하는 목재의 85%를 수입에 의존한다. 실제로 3000만t 목재품을 매년 수입한다. 종이, 휴지 등은 매일 쓰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자란 나무를 베 공급하지 못한다. 안정적 공급이나 미래 상황에 대비해 자급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현재 수종 갱신이나 숲 가꾸기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림 육성 대책도 고민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유림 소유자나 임업인의 과도한 규제 해소를 위해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상속·증여 세제 혜택 등 산림 세제 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 산림청이 운영하는 ‘수목장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수목장림은 산림을 유지한 상태에서 숲에 고인을 모시는 장례 형태다. 나무 한 그루에 여덟 분씩 모실 수 있으니 한 가족이 사용 가능하다. 고인을 새소리, 물소리 듣는 좋은 곳에 모셔 유족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관리비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 15년 동안 200만 원 수준이다. 수목장림의 특징은 운구차나 조화 등을 들일 수 없고 가족들만 유골함을 들고 와서 나무 밑에 묻고 간다. 수목장림 전체를 산림청이 관리하니 묘지라는 느낌도 없다. 그러니 유족도 만족하시고 지역 주민도 좋아하신다.”
산림 분야의 파이어니어
산림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누던 말미에 박 청장은 숲 가꾸기로 남북관계를 돕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드러냈다. 박 청장은 2018년 남북산림협력분과 남측 수석대표로 북한을 방문했다. 김대중(DJ) 정부에서 대북 산림협력 담당 과장도 지냈다. 당시 만난 북측 인사가 작년 북측 수석대표로 박 청장과 만났다.- 숲으로 어떻게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나.
“산림분야가 남북관계 ‘파이어니어(pioneer·개척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도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가입돼 있고, 자체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도 갖고 있다. 특히 북한은 180만ha 정도의 황폐지가 있다. 나무를 심는 건 진보 보수 문제도 아니고 정치적 사안도 아니다. 산림 분야가 남북 협력을 이끄는 개척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9·19 평양공동선언과 이에 따른 10·15 남북고위급회담 합의 사항 이행으로 정부는 2018년 11월 29일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약제 50t을 북측에 전달했다. 박 청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실제 남북관계 개선에 성과를 낸 것은 우리밖에 없다. 50t의 방제약품을 보냈고 산림청 전문가가 네 차례 북한을 방문해 남북 공동 방제 활동도 했다. 지금은 중단돼 있지만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협력에 역할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