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 찬 조국수호대의 국회 입성
尹 아내•장모 수사…총선전 보다 더한 ‘압박’
‘제2의 채동욱’ 만들 우려…정권 부메랑 될 수도
檢·言개혁 내막은 보수 성향 인사 청산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국민 검사’ 될까
[뉴스1]
최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언급하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저에 대한 날치기 기소를 포함해, 법을 어기고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되면 윤석열 부부가 수사 대상 1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용민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이 주광덕 미래통합당 의원 저격수로 공천한 인물이다. 주 의원은 조국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맹공을 펼쳐 ‘조국 저격수’로 불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김용민 당선인은 조국 전 장관의 법무부 근무 기간에 법무검찰개혁위원으로 활동했다. 저격수를 제거하는 저격수로 투입됐고,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조국 키즈’와 윤석열 사단
김남국 당선인은 ‘조국 키즈’로 불린다. 김용민 당선인과 같은 민변 출신으로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한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아울러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이 출범시킨 ‘조국백서추진위원회’에 필자로 참여하기도 했다.국회의원이 된 그들이 착수할 최우선 사업은 ‘윤석열 제거’다. 그들에게 윤 총장은 역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껴 중용했지만, 고마움을 모르고 역모를 꾀했다는 혐의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지만 당선권에 들지 못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출마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흔히 말하는 ‘조국 사태’는 정확하게 규정을 하자면 검찰의 쿠데타입니다.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한판 뜨는 수밖에 없습니다…쿠데타를 진압하기 위해 애쓰다 다시 새로운 소임을 갖고 올해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올해 안에 반드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황 전 국장은 추가로 ‘검찰 쿠데타 세력’으로 명명한 검찰 간부급 인사 14명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윤 총장을 비롯해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 여환섭 대구지검장,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 박찬호 제주지검장, 신자용 부산동부지청장, 이두봉 대전지검장, 송경호 여주지청장, 신봉수 평택지청장 등이다. 이들의 인식을 가늠케 하는 발언과 행보다.
그렇다면 이들은 ‘윤석열 사단’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다고 보는 것일까.
첫째, 문 대통령이 필생의 숙원인 검찰개혁을 위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기용했는데, 그는 물론이고 그의 가족까지 무리하게 엮어 기소한 죄다. 둘째, 청와대의 2018년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문 대통령 최측근들을 기소한 죄다.
‘공수처 1호 수사’로 尹 압박 가능성
특히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은 문 대통령에게까지 화가 미쳐 자칫 탄핵을 유발할까 우려한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은 그럴 태세를 보여왔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지난 2월 20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밝혔다.“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통합당이 1당이 되거나 숫자가 많아지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청와대가 몸통이라는 게 드러나면 탄핵을 추진하겠다.”
탄핵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이에 대한 공포가 상당했다. 비례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 창당 명분으로 작용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난 3월 11일 비례위성정당 창당 여부를 결정하는 마지막 의원총회에서 찬성파 의원들은 통합당에 과반 의석을 내줄 경우 문 대통령 탄핵이 추진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4·15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하면서 실현가능성은 낮아졌지만, 공포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이 정말 윤 총장을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로 삼을 것인가.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국민이 지지한 셈”이라고 주장하며 그대로 실행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담이 없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폭주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 댓글수사 중 혼외자 논란으로 물러난 채동욱 전 총장처럼 윤 총장을 ‘제2의 채동욱’으로 만들어 버릴지모른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당장 공수처장 임명 단계에서부터 여야 간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로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일단 사퇴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우희종 공동대표가 총선이 끝나기 무섭게 4월 16일 윤 총장에게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다.
“표창장 하나로 여러 대학 압수수색에, 굳이 청문회 시작하는 날 기소를 하고, 결국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에 앞장선 조국 장관 사퇴를 유도했을 때, 그는 씨-익 웃었을 것이다…그런 자신감 속 과유불급의 그가 놓친 것은 촛불 시민의 민심이자 저력이다. 결국 서초동에 모였던 촛불 시민은 힘 모아 여의도에서 이제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 그토록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당신, 이제 어찌할 것인가?”
검찰·언론 개혁의 속내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2월 1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4·15 총선에서 여당 ‘180석 확보’를 예언한 유 이사장이 이렇게 말했다면, 진보 지지층 대부분은 그대로 믿을 것이고 따를 것이다. ‘검언유착’까지 윤석열 사단의 작품이라면 그를 퇴출시켜야 하는 이유가 그들로서는 좀 더 명확해진 셈이다. 역모 내지 쿠데타 전모가 상당한 정도 그려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윤석열 사단과 일부 보수 언론을 함께 정리해 버리려 들지도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도했지만 미완(未完)으로 끝난 과제, 그래서 문 대통령에게도 필수적인 개혁 과제가 된 가지가 바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다. 검언유착 의혹을 고리로 그들은 일거양득을 노리는 분위기다.
그러자 윤 총장은 4월 17일 서울중앙지검에 “심도있게 조사하라”고 공개적으로 ‘수사 지시’를 내리며 ‘총체적 검증’ 의사를 밝혔다. 법조계에선 여권의 총선 압승 이후 검찰에 대한 압박이 거세진 상황에서 윤 총장이 특유의 정면 승부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일과 관련해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앞서 지난 4월 15일 윤 총장에게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감찰 개시 관련 보고를 수차례 했지만 반응이 없어 문자메시지로 감찰 착수 사실을 알렸다고 공개했다. 그때 최강욱 당선인이 보인 반응도 눈길을 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부장의 글을 링크한 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절대 떼놓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최 당선인과 함께 비례대표 4번 순번을 받았지만 당선되지 못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출마의 변에서 “언론개혁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 최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문 대통령 복심’이라고 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도 당선 직후 “언론인이자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언론개혁 의지가 분명하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롭고 공정한 언론 환경 조성을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한 세트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말이 좋아 개혁이지 속뜻은 언제나 달랐다. 보수 정권이나 진보 정권이나 집권하면 언제나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말하지만, 내막은 진보 성향 인사 정리 또는 보수 성향 인사 정리로 귀결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남은 검찰개혁은 이제 보수 성향 검사에 대한 인적 청산뿐이다.
윤 총장과 그의 사단으로 불리는 검사들은 보수적일까. 그들을 처단해야 할 적폐 세력으로 몰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간주하는 듯하다. 하지만 정작 윤 총장은 이번 총선 투표 뒤 선거사범 단속과 관련한 수사 지휘를 위해 출근한 자리에서 대검 공공수사부 검사들에게 이렇게 강조했을 뿐이다.
“국민들께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은 이러한 여당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까. 이번에도 역시 흔들림 없이 오직 수사로만 답하려고 할 것이다. 그 모든 수사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다.
靑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檢 칼날의 향배
검찰은 총선 국면이 본격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월 당시 이 사건과 관련해 송철호 울산시장, 한병도 전 대통령정무수석,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13명을 한꺼번에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을 앞둔 이들 가운데 한 전 수석과 황 전 청장은 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상황이다.이들과 함께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검찰은 임 전 실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총선 뒤로 연기했다. 비공개로 계속 수사하되 4월 총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이미 주요 피의자로 적시된 상태다. 이변이 없는 한 기소할 것이란 관측이지만, 윤 총장으로서는 총선 직전보다 더한 압박을 느낄 것이다.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했고 관련자 일부가 당선된 상황, 그리고 윤 총장 아내와 장모에 대한 고발과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압박 요인은 임 전 실장을 기소한 다음에는 문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일 것이다.
청와대 선거개입의 최종 수혜자라 할 수 있는 송철호 시장과 임종석 전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 간에는 개인적 인연이 별로 없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과는 인연이 깊다. 오랜 정치적 동지다. 이 점을 알아서 헤아린 임 전 실장과 청와대 비서진이 힘을 합쳐 송 시장을 도왔을 수도 있지만, 이것은 상식에 반한다. 이번처럼 차후에라도 알려지면 형사처벌 받을지도 모르는데, 알 만한 사람들이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나섰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 총장에게는 코로나19보다 이런 심리적 압박이 더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모든 압박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가 끝까지 ‘국민 검사’로 남아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