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코로나19 의학적으로 끝나도 경제 ‘쓰나미’ 가능성”
崔 “洪경제부총리, ‘긴급재난지원금’ 낭비 막았어야”
崔 “무기명 채권 발행으로 유동성 자금 재원 흡수”
申 “행정비용 탓 전 국민 지원? 정말 나쁜 정책”
申 “부실기업까지 지원해선 안 돼”
申 “높은 금리 ‘코로나 국민채’ 발행으로 재원 마련”
최운열(왼쪽), 신세돈. [조영철 기자, 박해윤 기자]
“IMF 경제위기 뛰어넘을 수도”
최운열(70) 더불어민주당 금융안정TF 단장은 손꼽히는 경제·금융 전문가다. 서강대 경영학부 석좌교수·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전문성을 인정받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일했다.최 단장은 “코로나19발 경제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를 뛰어넘을 만큼 악화할 수 있다”며 “세계적 석학들조차 그 파장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코로나19발 경제위기, 어느 정도인가.
“당장 눈에 띄는 것은 주가 하락 등 금융위기 조짐이다. 채 드러나지 않은 실물경제 위기로 펀더멘털(fundamental·성장률, 실업률 등 기초적 경제지표)도 흔들릴 수 있다. 1997년 IMF 위기 때는 세계경제 상황이 호조였다. 지금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수요·공급 양 측면에서 모두 위기다.”
- 감염병 확산이 진정되면 경제도 안정을 되찾나.
“의학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돼도 경제 문제가 쓰나미(지진해일)처럼 몰려올 수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기업 도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과감한 유동성 공급으로 우량 기업의 흑자도산을 막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 1차 회의에서 50조 원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비상경제회의는 청와대에서 4차례 개최됐다. 3월 24일 2차 회의에서는 지원 규모를 100조 원으로 늘렸다. 3월 30일 3차 회의에선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100만 원(4인 가구 기준) 지급, 4월 8일 4차 회의에선 수출 기업을 위한 36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 공급안을 발표했다.
- 정부의 지원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현 단계서 어느 정도 대책이 충분한지 알 수 없기에 그때그때 대응해야 한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책을 탓한다. 다만, 한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간과해선 안 된다. 지금 한국 경제는 기저질환을 앓는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격이다. 오늘의 어려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부터 누적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로 가중된 면도 있다.”
-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도 논란인데.
“정부가 사회안전망 확충 측면에서 취약계층을 도와야 한다. 보편적 기본소득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당장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신속히 지급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치권에서 표심을 의식해 전체 국민에게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하겠다는 모양새다. 당장 필요 없는 이에게 주면 효과가 반감된다. 앞으로 위기에 대비해 ‘실탄’을 아껴야 한다.”
“‘반대 기록’은 면피… 洪, 자리 걸고 막았어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여권이 경제 수장의 반대를 무시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안을 강행했다.
“경제부총리는 재정건전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홍 부총리가 일찍 양보한 느낌이다. 끝까지 더 버텨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반대했다고 기록을 남겨달라는 것은 면피 아닌가. 끝까지 직을 걸고 낭비를 막았어야 했다.”
- 재원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우선 정부 재정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올해 40%대인 국가채무 비율이 코로나19 대응에 따라 50%까지 높아질 수도 있다. 이런 국가채무가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 재정으로 감당이 안 되면 기관투자자를 통한 자금 조성, 더 나아가 중앙은행의 발권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최 단장은 3월 31일 한시적인 무기명 채권 발행을 제안했다. 시중 유동자금을 무기명 채권으로 끌어와 재원으로 쓰자는 것. 다만 무기명 채권이 부유층이 상속·증여세를 피해 부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최 단장은 “정부와 여당이 공식 검토한 것이 아닌, 개인 차원의 제안이었다”며 “무기명 채권을 발행해야 할 상황이 안 오길 바라지만, 하나의 옵션으로 준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 앞으로의 대응은.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우리의 주요 교역국이 여전히 코로나19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국제 공조를 통한 위기 극복이 긴요하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의 양상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재택근무가 크게 늘어난 것이 한 예다. 한국 경제의 새 판을 짠다는 각오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다른 감염병과 질적으로 달라, 대공황급 경제위기 가능성”
3월 2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무제한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P=뉴시스]
- 코로나19발 경제위기, 과거 감염병 유행 때와 다른 점은.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경제학적으로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감염병의 경제적 악영향이 금융 부문에 일시적으로 국한됐다는 점이다. 실물경제에 끼친 영향은 미미했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 불가다. 최악의 경우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경제위기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돼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유럽 정부가 락다운(lockdown·폐쇄)에 들어가면 실물경제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올 것이다.”
일찌감치 미국은 유동성 공급으로 진화에 나섰다. 3월 23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무제한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당장 3000억 달러(360조 원)가량의 채권 매입을 시사했다. 3월 28일(현지 시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조2000억 달러(260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서명했다.
- 미국이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섰는데.
“미국이 유동성 무제한 공급을 공언한 게 처음은 아니다. 이번에도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금융과 실물경제가 모두 불안한 상황에서 연준이나 미국 정부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도 돈이 돌지 않는다. 불안한 사람들이 돈을 호딩(hoarding), 즉 축장(蓄藏)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럴진대, 한국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 대책,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 한국의 지원규모가 100조 원으로도 부족하단 말인가.“정부가 내놓은 100조 원 중 30조 원가량을 차지하는 채권안정기금·증시안정기금을 예로 들어보자. 한 달 동안 국내에서 거래되는 채권기금의 액수가 200조 원에 달한다. 주식거래액도 한 달에 180조 원가량이다. 합치면 400조 원 가까이 되는데, 정부가 내놓은 30조 원 정도의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겠나. 이런 식으로 정부가 그때그때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돈을 투입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대목에서 신 명예교수는 “한정된 재원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가 꼽은 대표적인 ‘나쁜 정책’은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지자체가 내놓는 지원금이다. 신 명예교수의 말이다.
“동네 떡볶이 가게에서도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세상이다. 자영업자의 매출 통계가 다 잡힌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얼마나 줄었는지 계산해 피해 정도에 따라 차등 지원할 수 있다. 행정비용이 발생하니 소액을 다수에게 뿌리자는 것은 정말 나쁜 정책이다. 돈 낭비이자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
- 재원 마련에 대안은 있나.
“‘돈 빌려주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방안이다. 그간 그토록 재정을 확대하더니 실제 국난이 닥치자 필요한 데 돈 쓸 생각을 안 하는 듯하다. 현재 시중에 요구불예금(예금자가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예금)이 1000조 원 넘게 있다. 이런 유동성 자금은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가 투기를 자극하기 십상이다. 유휴 자금을 쥐고 있는 이들에게 시장금리보다 이자를 1%포인트가량 높이 쳐줘 ‘코로나19 국민채’를 조성하면 된다. 국민채라 한 이유는 국채와는 성격이 달라서다. 국채를 주로 사는 것은 외국계 대형 투자사다. 국가가 이자를 주면 대부분 외국으로 흘러간다. 국채로 조달한 자금은 이제껏 대기업 중심의 토목·건설 사업에 쓰였다. ‘코로나19 국민채’는 정부가 일반 국민의 부동자금에서 조달해 그 혜택도 국민에게 쓰자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처도 기업 ‘옥석’ 가려야
신 명예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린 제조업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에 위기의 조짐이 역력했다고 지적했다. 고질적 문제에 코로나19가 직격탄을 날렸다는 것.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19발 경제위기 대처에도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경쟁력 있는 기업이 단기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도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문제는 부실기업이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지원 덕에 연명하는 것이다. 이런 기업이 나랏돈으로 연명하면 결국 국가경제의 또 다른 후환을 만드는 것이다. 부실기업 정리는 민감한 문제라 보수·진보 막론하고 어느 정부도 털고 가지 못했다. 정치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