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호

서울약령시 “코로나 치료 약재” 호객… 한의학계 “입증 안 돼”

일부 업소, 코로나 이용 공포마케팅 ‘눈살’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0-04-2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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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1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약령시 모습. [최진렬 기자]

    4월 21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약령시 모습. [최진렬 기자]

    “우리 한약방 직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는 건 평소 좋은 약재(藥材)를 꾸준히 챙겨먹은 덕분입니다.” 

    서울 동대문구 서울약령시장에서 ○○한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21일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는 약재 목록이라면서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중국 유명대학 발표 자료’라는 문구와 함께 노근·마황·맥문동 등 50여 가지 약재 명칭이 적혀 있었다. 

    서울약령시장 일부 업소가 코로나19와 관련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재를 ‘치료약’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병 공포가 커지는 점에 착안해 일종의 ‘공포 마케팅’을 펼치는 셈이다. 현재까지 코로나19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A씨는 “폐나 기관지에 좋은 건 다 코로나19 약재다. 이것들을 먹으면 몸 안의 독성과 균을 빼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한 가지 약재만 사용하기보다는 코로나19 치료와 예방에 효과가 좋은 여러 약재를 섞어 처방해야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한약 가격은 45포 기준 17만 원. A씨는 “한국인들은 한약재가 코로나19 치료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몰라 많이 팔리지는 않는다”면서도 “중국 사람들은 효과를 알고 있어 한약국을 찾아와 약을 타간다”고 덧붙였다. 



    서울약령시장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B씨는 코로나19 예방이나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재가 있느냐는 물음에 “당연히 있다”며 기자를 한의원 안으로 이끌었다. B씨는 기자 앞에 각종 약재를 내밀며 “이런 약재들을 달여 먹으면 원기가 충전되고 혈액 순환이 잘 돼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예방뿐 아니라 치료에도 도움이 되느냐”는 물음에 B씨는 연신 “그렇다”고 대답했다. 해당 약재 가격은 50포 기준 10만 원. B씨는 “아침‧저녁으로 하루 2포를 먹으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료까지는 어렵더라도 예방에는 효과가 있다”며 상품을 추천해준 상인도 있다. 서울약령시장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는 C씨는 “질경(말린 도라지)을 물에 다려 차처럼 먹으면 면역력이 강해져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쌍화탕도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을 준다”며 특정 제품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특정 약재나 한약이 코로나19 치료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한의학계 중론이다. 장인수 우석대 전주한방병원 원장은 “코로나19의 경우 한방과 양방 모두에서 과학적으로 치료가 입증된 약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면역 증진을 통해 코로나19가 예방된다 홍보하는 경우도 있지만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는 단순히 몸이 건강하다고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니기에 손 씻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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