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호

[코로나19 진단 전쟁] 美 속도 집착 vs 韓 정확도 강조

이혁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TF 팀장 “코로나19 ‘5분 진단키트’ 지금 한국엔 필요 없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04-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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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검사법, 결과 확인까지 6시간 안팎 소요

    • 해외에서는 1시간 이내 결과 나오는 신속진단키트 사용 확산

    • 방역 당국, 분자진단법 활용한 ‘45분 진단키트’ 국내 도입 검토

    • 코로나19 완치 환자, 진단검사에서 다시 ‘양성’ 판정 받는 이유

    [홍태식 객원기자]

    [홍태식 객원기자]

    “이것을 이용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5분 만에 진단할 수 있다.” 

    3월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한 얘기다. 당시 그는 기자들에게 토스터만 한 기기 하나를 꺼내 보였다. 미국 업체 애보트가 개발한 이동식 코로나19 진단기 ‘아이디 나우’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을 확인하는 데 약 6시간이 걸린다. 검체 채취, 운반, 핵산 추출, 증폭, 결과 판독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서다. 반면 ‘아이디 나우’는 검체를 넣으면 양성은 5분, 음성은 13분 만에 판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기 무게가 3kg에 불과해 어디든 쉽게 들고 다닐 수도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3월 27일 ‘아이디 나우’를 긴급사용승인(EUA·Emergency Use Authorization)했다.

    분자진단법 vs 면역진단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30일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한 코로나19 브리핑 도중 미국 업체가 개발한 
‘5분 진단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30일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한 코로나19 브리핑 도중 미국 업체가 개발한 ‘5분 진단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미국에서는 이외에도 코로나19 진단 시간을 단축하는 키트가 잇달아 EUA를 받고 있다. 키트는 진단장비와 시약을 통칭하는 용어다. 3월 21일과 23일 각각 EUA를 받은 ‘진엑스퍼트’와 ‘바이오파이어’는 45분 만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려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는 이런 진단법을 사용할 수 없을까. 이혁민 신촌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팀장)에게 코로나19 진단 기술 현황과 전망 등에 대해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디 나우’를 소개하며 “이것이 코로나19 판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당장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직 아니다. 코로나19 진단에 있어 속도 못잖게 중요한 게 정확성이다. 검사 결과가 부정확하면 환자를 놓치거나 환자 아닌 사람을 격리하게 될 수 있다. 양쪽 다 방역에 큰 부담을 준다. 우리나라가 현재 사용하는 ‘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RT-PCR)’ 진단법은 현존하는 코로나19 검사 방법 중 가장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감도 95% 이상으로, 환자 100명 가운데 95명 이상을 찾아내는 수준이다. ‘아이디 나우’는 아직 이 부분이 검증되지 않았다. 실전에서 어떤 능력을 보이는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코로나19 진단법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지는 이유는 뭔가. 

    “현재 사용하는 코로나19 진단법은 크게 분자진단법과 면역진단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분자진단법은 특정 바이러스 유전자를 확인해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가 쓰는 RT-PCR이 여기 속한다. 

    RT-PCR 순서는 이렇다. 첫째, 환자 검체에서 핵산(RNA)을 추출해 코로나19 전용 시약과 반응시킨다. 이 시약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병원체(SARS-CoV-2)의 특정 유전자에 달라붙어 증폭시키는 구실을 한다. 시약과 혼합한 검체를 PCR 장비에 넣고 반복적으로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 특정 유전자가 있을 경우 그것이 수백만 배까지 증폭된다. 이후 전문가가 그 결과를 판독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정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검체에 바이러스가 극미량만 있어도 탐지할 수 있다. 

    반면 면역진단법은 진단 시간이 10분 안팎으로 매우 짧다. 항체 또는 항원을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게 특징이다. 항체는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맞서고자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보통 바이러스 침입 뒤 7~14일 사이에 생성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코로나19 감염 초기엔 항체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감염력이 강할 때 오히려 환자가 방치될 수 있다. 

    항원검사도 마찬가지다. 항원은 바이러스 자체를 일컫는다. 환자 체외로 바이러스가 많이 배출돼야 비로소 이 방법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조기 진단에는 적합지 않다. 항원검사는 민감도가 보통 50~70% 수준으로 분자진단법에 비해 낮기도 하다.”

    신속면역검사의 한계

    2월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한 연구원이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 검사를 하고 있다(왼쪽). RT-PCR 검사법으로 6시간 만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코젠바이오텍 진단시약. 2월  5일 식약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뉴스1]

    2월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한 연구원이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 검사를 하고 있다(왼쪽). RT-PCR 검사법으로 6시간 만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코젠바이오텍 진단시약. 2월 5일 식약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뉴스1]

    -하지만 해외에서는 코로나19 검사에 면역진단법도 사용하지 않나. 4월 1일 미국 FDA도 사상 최초로 항체검사키트에 EUA를 줬다. 

    “대부분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RT-PCR을 하려면 고품질 시약, 장비,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씨젠을 비롯한 5개 업체가 발 빠르게 코로나19 시약을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또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이후 RT-PCR 장비가 널리 보급됐다. 지금 전국 여러 병원에서는 수많은 전문 인력이 3교대로 코로나19 진단에 매달리고 있다. 해외 상당수 국가는 이런 여건이 안 된다. 환자 폭증을 두고 볼 수 없으니 상대적으로 간편한 면역진단법이라도 사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도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면역진단키트를 수입한 유럽 국가들이 정확도가 낮아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다. 그래도 급하니까, 진단 역량이 단기간에 강화되기 어려우니 다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을 통제하려면 면역진단법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일선 병·의원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급해 독감 검사를 하듯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진단검사 의학자는 “코로나19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아직 항체가 충분히 생성되지 않은 환자가 동네 병원을 찾아 항체검사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다행히 코로나19에 안 걸렸네’라고 생각하고 계속 바이러스를 내뿜으며 생활할 수 있다. 이는 사회에 큰 위협 요인이 된다. 

    반대로 동네 병원에서 누군가 면역진단검사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정확도가 낮아 그 사람이 확진자인지 아닌지 불투명해도 일단 병원을 폐쇄해야 한다. 의료진도 격리 조치 대상이다. 그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엄청나다. 

    독감은 다르다. 독감 환자가 왔다 갔다고 병원 문을 닫거나 의료진을 격리하지는 않는다. 또 독감은 치료제가 있어 증상이 있는 사람한테는 진단 결과에 관계 없이 모두 약을 처방할 수 있다. 독감과 코로나19를 단순 비교해 코로나19 진단에도 항원항체키트를 사용하자고 주장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3월 17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임상미생물학회, 대한진단유전학회 등 6개 관련 단체는 이와 관련 공동 담화문을 냈다. “현 시점에서 신속면역검사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부정확하더라도 빠른 검사 결과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시기”라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분자진단법을 활용하되 검사 시간을 단축한 키트는 어떨까. 이 교수에게 다시 이 질문을 던졌다. 미국이 최근 긴급사용을 승인한 ‘아이디 나우’ ‘진엑스퍼트’ ‘바이오파이어’에 대한 것이다.

    수입만 되면 즉시 사용 가능한 ‘45분 진단 키트’

    이혁민 신촌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가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45분 만에 판정할 수 있는 진단기기 ‘진엑스퍼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태식 객원기자]

    이혁민 신촌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가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45분 만에 판정할 수 있는 진단기기 ‘진엑스퍼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태식 객원기자]

    “언급한 3개 가운데 ‘진엑스퍼트’와 ‘바이오파이어’는 진단 방식이 RT-PCR과 사실상 같다. 플랫폼이 다를 뿐이다. 해당 키트에 검체를 넣으면 내부에서 핵산 추출부터 진행된다. 그 덕에 45분 만에 진단이 나오고, 검사 정확도도 높다. 아직 정확한 분석이 이뤄진 건 아니지만 우리가 쓰는 RT-PCR 진단법의 민감도를 95%로 본다면, ‘진엑스퍼트’와 ‘바이오파이어’는 90% 이상이 될 것으로 본다. 이 정도라면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 진단 용도로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뇌출혈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때 유용할 것이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현재 사용하는 RT-PCR 진단법에 비해 비용이 2배 이상 든다. 또 많은 검체를 한꺼번에 검사하기 어렵다. 현행 진단 방식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한 ‘아이디 나우’는 어떤가. 

    “‘아이디 나우’ 또한 바이러스 핵산을 증폭해 감염 여부를 판단한다. 분자진단법의 일종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부분에서 RT-PCR과 차이가 있다. 핵산 증폭 시 온도 변화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등온(isothermal) 증폭법’이라고 하는데, 이런 방식은 검체에 바이러스 개수가 적을 때 민감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아직 ‘아이디 나우’가 코로나19 진단에 본격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상태라 단언하기 어렵지만, 민감도 80%대일 것으로 추정한다. 앞서 ‘좀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 있다. 미국은 현재 상황이 워낙 다급하니 임상 평가 없이 바로 이걸 실전에 도입하기로 했다. 우리는 거기서 나오는 결과를 분석해 신중하게 판단하면 될 것 같다.” 

    -‘45분 진단 키트’는 우리가 원할 경우 바로 국내에 들여올 수 있나. 

    “절차적으로는 질병관리본부(질본)가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하고 식약처가 승인하면 된다. 두 개 제품 가운데 ‘진엑스퍼트’는 이미 상당수 국내 의료기관에서 결핵 진단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기를 새로 살 필요 없이 코로나19용 시약만 들여오면 곧 진단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도 이 키트의 국내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 식약처가 긴급사용승인을 해도 즉시 일선 병원까지 공급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미국 업체가 이제 막 시약을 개발한 상태다. 본격 생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거라고 들었다. 또 최근 미국 내 코로나19 사정이 악화일로라 해외 판매가 얼마나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우리나라 진단 시장 규모가 작지 않으니 해당 업체가 적정한 물량을 배정해 5월 정도면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코로나19 재확진 빈발 이유

    마지막으로 이 교수에게 최근 이슈로 떠오른 코로나19 재확진 문제에 대해 물었다. 일반적으로 감염병은 치료 후 항체가 생기면 다시 발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코로나19에 걸리는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치료 후 격리 해제됐다가 다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7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왜 이런 일이 생기나.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재감염, 다른 하나는 재활성화다. 이 가운데 재감염은 다시 둘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항체가 생겼음에도 재감염이 발생한 경우, 둘째 항체가 생기지 않아 재감염이 일어난 경우다. 이때 전자는 주로 바이러스 변이 때문에 일어난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어 바이러스 변이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잘 모른다. 그럼에도 바이러스 변이로 인한 재감염은 이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후자, 즉 완치됐는데 항체가 생기지 않은 경우는 해외에서 확인된 사례가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전체 완치 환자 가운데 어느 정도 비율로 항체가 생기지 않는지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재활성화는 뭔가. 

    “바이러스가 환자 체내에 미미하게 남아 있었으나 진단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다가 어느 순간 다시 활성화된 걸 뜻한다. 코로나19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 양이 줄면 진단검사로 탐지할 수 없는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 그러면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다. 이후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바이러스가 다시 증식하면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사례는 해외에서 다수 보고됐다. 애초 완치가 아니었던 걸 완치로 본 경우라는 점에서 재감염과 차이가 있다. 국내 재확진자 대부분은 코로나19 재활성화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역 당국은 완치 판정을 받더라도 발병일로부터 3주까지는 자가격리토록 하는 등 관련 지침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증상이 사라진 환자를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두 번 실시해 다 음성이 나오면 퇴원 조치한다. 세계에서 코로나19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중국도 이 기준은 우리와 같다. 그런데 중국은 완치자가 바로 지역사회에서 활동하지는 못하게 한다. 2주간 자가격리에 준하는 생활을 하게 하고 다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해 추이를 살핀다. 중국이 이런 시스템을 만든 건 바이러스 재활성화 사례가 다수 나타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언제까지 완치 환자를 격리해야 할까. 국내 데이터를 보면 코로나19 발병 후 3주가 지나면 중환자도 바이러스를 외부에 배출하지 않는 걸로 나온다. 보건 당국이 이를 감안해 기준을 마련하려는 것 같다. 아직 코로나19는 알려지지 않은 게 많다. 계속 연구하며 대응 방식을 다듬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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