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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수술 필요해도 “코로나19 검사부터…”

코로나19가 야기한 일반 응급환자 의료 공백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긴급 수술 필요해도 “코로나19 검사부터…”

  • ● 발열 증세 보이는 패혈증 환자 위험 노출
    ● 확진자 발생 병원 “일반 환자 피해 극심”
2월 21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은평성모병원 유리문에 임시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은평성모병원은 3월 초까지 17일간 폐쇄됐다. [뉴시스]

2월 21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은평성모병원 유리문에 임시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은평성모병원은 3월 초까지 17일간 폐쇄됐다. [뉴시스]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최근 아찔한 일을 겪었다.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응급실에 갔는데 체온이 37.8℃로 측정된 것. A씨는 코로나19 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4시간 넘게 별다른 처치도 받지 못한 채 대기해야 했다. 그는 “식구 가운데 맹장염 수술 시기를 놓쳐 복막염으로 번진 사람이 있다. 혹시라도 내게 같은 일이 생길까 봐 내내 불안했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A씨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고, 맹장염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에서는 맹장염 환자가 수술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잇달아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자가격리 중이던 60대 남성 B씨는 3월 중순 복부 통증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 CT 촬영 결과 맹장염이 확인됐지만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라 바로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B씨가 음압시설이 갖춰진 수술실을 찾아 의료 처치를 받은 건 12시간 넘게 시간이 흐른 뒤였다. 경북에 사는 20대 남성 C씨도 3월 발열을 동반한 복통으로 병원에 갔다가 14시간여 만에 맹장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차단’ vs ‘정상 진료 유지’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분당제생병원 의료진이 3월 6일 병원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다.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분당제생병원 의료진이 3월 6일 병원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다.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1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처음 확인됐다. 이후 3개월이 지났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완만해졌지만, 많은 환자가 의료기관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진도 코로나19 병원 내 확산 위험을 통제하며 환자를 진료하느라 애를 먹는다. 

“발목을 접질려 병원을 찾은 환자가 3개월 전부터 기침 증상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 사람은 코로나19 감염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없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부터 기침을 했어도 그사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일 수 있다. 격리병상에서 폐렴 여부를 확인하고 진료해야 한다. 

한 환자는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채 실려 왔다. 의식이 없어 왜 떨어졌는지 모른다. 다른 사항은 확인되지 않지만 열이 난다. 이 사람이 코로나19 환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없다. 역시 격리병상에서 진료해야 한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토로하는 의료 현장의 어려움이다. 이대목동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코로나19 중증응급진료센터’다. 선별진료소와 음압격리병상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확산 차단’과 ‘정상 진료 유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남 교수는 “둘은 기본적으로 상충하는 개념이다. 현재로서는 전자가 최우선 과제로 여겨지다 보니 코로나19 감염자뿐 아니라 비감염자까지 많은 고통을 겪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만약 앞서 언급한 증상 환자들로 격리병상이 꽉 찬 경우 뒤에 도착한 발열 응급환자는 선별진료소 대기실에서 기다리거나 진단 및 처치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을 수소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도 있다. 

특히 의료진이 걱정하는 건 폐 질환자와 패혈증 환자다. 한 의사는 “수술 날짜를 잡아둔 폐암 환자에게서 폐렴 소견이 보여 일정을 미루고 코로나19 진단부터 한 일이 있다”고 전했다. 폐암 환자 가운데 일부는 폐렴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평소라면 그것을 이유로 수술을 취소하지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19 주요 증세가 폐렴이다 보니 음압수술실이 없는 병원에서 대책 없이 수술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검사 결과만 기다리며 죽어가는 중”

발열을 동반한 패혈증도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 때문에 문제가 된다. 패혈증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진균) 등이 체내에 침투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심한 경우 발병 몇 시간 만에 염증이 온몸으로 번져 손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신속 대응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발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병원에 오면 의사는 1차적으로 코로나19를 의심하고 감염 확산 차단 조치부터 할 수밖에 없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그 과정에서 환자 상태가 악화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빨라도 3시간이 걸린다. 보통은 검사 6시간 후에야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그사이 환자와 의료진 가슴은 타들어간다. 

“고열로 응급실에 간 제 남편은 체온이 40℃가 넘고 염증 수치가 23으로 나왔습니다(정상 0.5). 그런데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CT 촬영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의사 선생님도 ‘코로나19 사태만 아니면 당장 CT를 찍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찍고 싶은데 (어쩔 수 없어) 답답하다’고 하십니다. 검사 결과만 기다리며 남편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응급환자들에게만은 코로나19 지침이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3월 22일 한 시민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다. 

이튿날엔 자신을 ‘두 아이 아빠’라고 밝힌 시민이 같은 게시판에 “루푸스 환자인 아내가 중환자실에 자리가 나지 않아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남성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위급한 다른 환자의 생명을 빼앗아간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외면받는 다른 중환자를 위한 병실 확보를 부탁드린다”고 썼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코로나19 환자용 병상을 마련하느라 중환자실 수용 인원을 과거보다 축소한 병원이 적잖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3월 20일 브리핑에서 “의료체계를 신속하게 정비해 코로나19 의심환자와 일반적인 응급·중증환자가 제대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달이 흐른 지금도 현장의 고통은 이어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뾰족한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확진자 발생 병원 폐쇄 기간 줄여야”

3월 말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폐쇄가 결정된 의정부성모병원 문이 닫혀 있다. [뉴시스]

3월 말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폐쇄가 결정된 의정부성모병원 문이 닫혀 있다. [뉴시스]

당초 방역 당국이 세운 대책은 국민안심병원 운영이었다.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의 병원내 동선을 분리해 일반 환자가 코로나19 감염 걱정 없이 안심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게 한다는 목표였다. 이런 시스템을 갖춘 병원이 정부에 신청하면, 방역 당국이 공식 지정하는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분당제생병원 등 일부 국민안심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3월 5일 첫 확진자가 나온 분당제생병원에서는 병원장을 포함해 4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 과정을 조사하던 역학조사관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분당제생병원 측은 이 사태가 무증상 감염자로 인해 발생했다고 토로한다. 첫 번째 확진자가 입원 당시 호흡기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초기 환자 가운데 약 10%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병원체가 무증상 또는 경증 상태에서 은밀하게 타인을 감염시키는 ‘스텔스 바이러스’다. 현행 국민안심병원 시스템으로 이들을 완전히 잡아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은경 본부장도 4월 1일 브리핑에서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는 환자의 경우 병원에서 선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국민안심병원 대상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분석하고 의료계와 협의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또한 조만간 답을 내놓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그렇다면 최소한 확진자 발생 병원에 대한 ‘페널티’만이라도 줄일 것을 제안한다. 

현재 방역 당국은 원내 감염이 발생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최단 2주 이상 폐쇄 조치를 내리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정한 기준에 따른 것이다. 2월 21일 병원이송요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은평성모병원은 3월 9일에야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방역 당국이 이렇게 강력한 조치를 내리면 의료기관은 장기 폐쇄를 피하려고 위험 환자 진료를 꺼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100년 大計 세워야

최 교수는 폐쇄 조치된 병원 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점도 문제 삼았다. 실제로 분당제생병원, 은평성모병원 등에서 치료받던 환자 상당수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다른 지역 의료기관이 대구·경북 출신 환자를 받지 않으려 하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때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는 분명히 규정돼 있지 않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만으로 의료기관을 폐쇄하면 다수 의료기관이 문을 닫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며 “일정 수준 이상 소독 후 신속하게 진료를 재개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정현 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은 4월 초 대한의학회 학술지(JKMS)에 17일간의 병원 폐쇄 경험을 바탕으로 한 리포트를 게재했다. ‘코로나19 병원 내 전파로 인한 대학병원 임시폐쇄 교훈’이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연구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생물 표면에서 생존하는 기간은 최장 9일이다. 적절한 소독과 환기로 조기에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도 있다. 이런 증거들은 현재의 방역 가이드라인을 개정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감염병 유행 시기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신속하고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전용 병원 또는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돼도 몇 년 주기로 새로운 감염병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의 의료 공백이 반복되지 않도록 ‘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때다.




신동아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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