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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北서기실 실세는 김정일-홍일천의 딸

전직 국정원 고위인사 증언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단독] 北서기실 실세는 김정일-홍일천의 딸

  • ●서기실은 北통치구조 핵심 중 핵심
    ●김정은 유고시에도 서기실 중심 통치 지속
    ●서기실 실세는 김정일 첫 부인이 낳은 딸로 1967년생
    ●홍일천, 김형직사범대학 학장까지 지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설주(가운데) 여사가 지난해 6월 3일 평양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왼쪽은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설주(가운데) 여사가 지난해 6월 3일 평양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왼쪽은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두고 혼란이 일었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영도를 계승할 것이라는 둥,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 전 체코 주재 북한대사를 주목해야 한다는 둥의 보도도 나왔다. 5월 1일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건강이상설은 인포데믹으로 마무리됐다.

북한의 통치구조와 관련해 구해우 전 국가정보원 북한담당기획관은 28일 “북한을 움직이는 통치 구조의 핵심인 서기실의 실세는 김정일, 홍일천 사이에서 태어난 1967년생 딸”이라면서 “설령 김정은에게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통치는 서기실 중심으로 혼란 없이 이뤄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홍일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번째 부인으로 김일성 주석이 직접 연결시켜줬다. 좋은 집안 딸로 덕성이 좋았다고 한다. 김정일과 헤어진 뒤에도 최고인민회의의 대의원 등을 지냈으며 오랫동안 김형직사범대학 학장을 맡았다. 영국 정보기관 MI6가 홍일천의 존재를 처음으로 포착했다. 1966년 김정일과 결혼해 이듬해 딸을 낳고 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딸의 이름이 김혜경이라는 정보가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서기실은 북한을 실제로 움직이는 기관

영국 BBC에 따르면 2001년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가 “아들 중 누구를 후계자로 여기냐”고 묻자 김정일은 “아들은 모두 게으르다. 성격이나 지적 수준을 볼 때 딸이 믿을 만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이 보도에 살을 덧붙여 김정은 유고시 ‘김여정 후계설’에 무게를 싣기도 한다. 구 전 기획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정일, 홍일천의 딸이 1967년생이니 2001년 34세다. 김여정은 당시 13세 어린이다. 현재 53세인 김정일, 홍일천의 딸은 북한 권력의 핵심인 서기실의 실세다. 서기실은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동, 2013년 장성택 숙청을 막후에서 조율했다. 서기실은 수령-당-국가 체계의 북한을 실제로 움직이는 기관이다.” 



구 전 기획관은 북한식 수령-당-국가 체계의 핵심이 ‘서기실’이라고 2016년 4월 처음으로 공개한 인물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018년 5월 회고록 ‘3층 서기실의 암호’를 펴내면서 이를 확인했다. 

“3층 서기실은 북한 주민도 잘 모르는 조직이다. 서기실이 어느 건물 3층에 있어서 붙여진 별칭이 아니라, 3층 규모 건물 전체를 쓰고 있어 유래된 이름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김정은의 집무실이 있는 당 중앙 청사가 3층 규모인데, 이 청사에서 김정은의 사업을 가장 근접해서 보좌하는 부서를 3층 서기실이라고 한다. 3층 서기실은 기본적으로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신격화하고 세습 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이다. 3층 서기실이 실세 중 실세인 것은 북한에서 생겨나는 모든 정보와 권력이 이곳에 모이게 되고 막후에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태영호, ‘3층 서기실의 암호’)


서기실 중심 통치구조가 장성택 숙청

구해우 전 국가정보원 북한담당기획관.

구해우 전 국가정보원 북한담당기획관.

구 전 기획관의 분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김일성 시대에는 김일성이 총비서를 맡은 노동당 중심의 통치였다.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위상도 높았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확정된 것도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통해서다. 김일성-김정일 공동정권 시대로 일컬어지는 1980~1994년 김정일에게 권력이 대부분 넘어가는 과정에서 노동당의 역할이 축소되고 수령 권력의 절대화가 심화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은 절대적 수령으로서 통치했다. 서기실은 김정일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조직으로 발전했다. 김정일 시대 노동당은 수령과 서기실 지시를 집행하는 실무집단이 됐다. 김일성 시대만 해도 노동당 내에 ‘집체 토의 체제’가 있었다. 김정일 시대에는 모든 사안을 수령에게 보고하고 결론을 받아 처리하는 ‘제의서 체계’가 수립됐다. 이 과정에서 서기실의 역할이 확장된 것이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구축한 서기실 시스템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김정은 통치가 안정화한 것은 기왕의 시스템이 그대로 작동된 덕분이다. 수령을 정점으로 한 서기실 중심 지도체제가 북한을 이끄는 것이다.” 

구 전 기획관은 이렇게 덧붙였다. 

“한국의 보수는 김정은 유고시 북한이 붕괴할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북한의 통치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 그렇게 보는 것이다. 김정은 유고가 발생하더라도 새로운 수령을 옹립해 국가를 안정시킬 시스템이 확립돼 있다. 서기실 중심의 수령-당-국가 시스템이 문제없이 가동돼 통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동과 장성택 숙청을 탈 없이 처리한 것도 서기실 중심의 통치 구조다. 그 서기실의 실세가 김정일의 1967년생 딸이다.” 

구 전 기획관은 주사파 리더 출신으로 국정원 고위직을 지낸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고려대 법대 재학 중 비합법 좌파 운동을 했다. 2013~2014년 국정원에서 북한담당기획관으로 북한 정보를 총괄했다. 고(故)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외교안보 싱크탱크 미래전략연구원을 설립해 21년째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에서 북한 개혁·개방을 주제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지냈으며 2000∼2002년 SK텔레콤에서 남북경협 담당 상무로 일했다.




신동아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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