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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태극기 부대’ 인식, 유세하다 눈물 났다”

‘90년생’ 김용태 前 미래통합당 경기 광명을 후보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통합당=태극기 부대’ 인식, 유세하다 눈물 났다”

‘사바나’는 ‘회를 꾸는 , 청년’의 약칭인 동아일보 출판국의 뉴스랩(News-Lab)으로, 청년의 삶을 주어(主語)로 삼은 이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김용태 前 미래통합당 경기 광명을 후보 [김용태 공식 유튜브 채널 제공]

김용태 前 미래통합당 경기 광명을 후보 [김용태 공식 유튜브 채널 제공]

“선거 유세 마지막 날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김용태(30) 전 미래통합당 경기 광명을 후보가 21대 총선 유세 과정에서 훑어본 냉담한 바닥 민심을 떠올리면서 남긴 말이다. 그의 말끝에 긴 한숨이 따라왔다. 

“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을 비교해가며 우리 당의 가치와 공약을 아무리 강조해도 유권자에게 다가가기조차 힘들었다. 시민 다수가 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은데도 ‘통합당을 보면 태극기 부대가 떠올라 싫다’ ‘젊은 정치인이 나와도 통합당은 안 뽑는다’며 막무가내로 거부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통합당이 뭘 해도 ‘답이 없는’ 상황에 처한 거다.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막막하고 캄캄했다.”


“청년 정치인을 선거 구색 맞추기에 이용”

1990년생인 김 전 후보는 4·15 총선 통합당의 최연소 지역구 출마자다. 앞서 새로운보수당 공동대표, 바른정당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범(凡)보수 정당들이 모여 만든 통합당에 합류했고, 당 청년 대표 선발 토론회에 참여해 최종 2인에 뽑혔다. 



총선을 앞두고 통합당은 특정 벨트에 청년을 대규모 공천하는 퓨처 메이커(Future maker) 카드를 꺼내들었고, 일부 청년 정치인을 추려 수도권 험지에 배치했다. 김 전 후보는 퓨처 메이커 지역구 중 한 곳인 경기 광명을에 공천을 받고 선거에 나섰지만 30.5% 득표율로 낙선했다. 그는 “당이 청년 정치인을 선거 구색 맞추기에 이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전략공천을 받은 경기 광명을이 험지로 꼽히는 지역이었는데. 

“내 경우 서울 송파을에서 선거를 준비해왔고, 2월 중순엔 새로운보수당 공동대표 신분으로 이 지역구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통합당이 창당한 뒤 상황이 급변해 당에 합류하면서 다시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연고도 없는 광명을에 전략공천을 받았는데, 상대 후보가 광명시장을 두 번이나 지낸 인물이었다.” 

-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회 당직자들과의 합(合)은 어땠나. 

“퓨처 메이커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던 청년을 새로운 지역에 내리꽂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다 보니 기존 당협 조직원들과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 발생했다. 그러면 중앙당 차원에서 중재를 해줘야 하는데, 여기엔 관심이 없고 후보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어서 갑갑하고 답답했다.”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김 전 후보는 잠시 허탈한 듯 한숨을 쉬더니 이야기를 이어갔다. 

“선거를 치를 때 가장 중요한 게 ‘조직’이다. 당직자들과 마음이 잘 맞아야 캠프를 구성하고 선거 전략을 짤 수 있다. 그런데 선거 초반엔 이곳 당직자들이 내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고, 나 또한 이들의 면면을 파악하기 어려워 누굴 믿고 누굴 활용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에 쫓기며 선거 유세를 했으니 유권자들과 스킨십이 적극적으로 이뤄졌을 리가….” 

- 통합당이 청년 공천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도 왜 청년 정치인을 험지로 내몰았다고 보나. 

“당이 공언한 대로 청년 정치인을 챙기긴 해야 하는데, 당선 안정권인 TK(대구·경북) 지역이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지역구를 내주기엔 아깝고, 그래도 구색을 맞춰야하니 청년 정치인을 험지로 내몬 것 아니겠는가. 실제 당의 분위기를 보면 청년 정치인을 키우려는 진심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민주당을 보면 당에서 오랫동안 정치 훈련을 받은 청년을 공천하고 청년 정치인을 돕는 보좌진을 두기라도 하는데, 통합당은 청년 정치인 육성 시스템이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이 청년 정치인을 키우겠다는 생각이라면 적어도 양당 후보 지지율이 엇비슷하거나 청년 정치인끼리 대결하는 지역구로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 선거에 뛰어든 청년 정치인들이 선거자금 조달을 가장 큰 고충으로 꼽는데. 

“아무리 선거 비용을 줄여도 최소 1억5000만~2억 원가량 소요된다. 이 정도 거액을 마련해놓은 청년 정치인이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청년 정치인은 돈 빌리는 일도 만만치 많다. 기성 정치인보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청년 정치인이 비용 문제 때문에 법적으로 허용된 선거 차량 홍보나 문자 발송 등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정당 차원에서 펀딩이나 대출 등을 통해 청년 후보가 수월하게 선거자금을 마련하도록 도와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김 전 후보는 이어 “이 와중에 기성 정치인은 청년 정치인한테 후원회 계좌를 개설해 받으라고 한다. 후원금은 정치적 자산을 가진 기성 정치인에게 해당되는 일”이라면서 “험지에 내몰린 무명의 정치 신인을 어느 누가 적극 후원해주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어이지는 그의 말이다.


‘◯◯키즈’는 청년 고립시키는 기성세대 정치 문법

“기성 정치인은 계파 정치에 익숙하다. 그 속에서 정치력을 키워왔고 후배 정치인을 그렇게 키우려 한다. 간혹 청년 정치인한테 ‘◯◯키즈’ ‘제2의 ◯◯◯’라는 표현을 붙이는데, 자칫 청년 정치인을 죽이는 악수가 될 수 있다. 누군가의 키즈로 불리는 청년 정치인은 당대표가 바뀌거나 반대 계파가 당을 장악했을 때 정치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기성세대의 정치 문법으로 청년 정치인을 규정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이 참패했다. 당이 국민의 냉담한 평가를 제대로 인지하던가. 

“총선이 끝난 뒤 비공개 회의에서 한 정치인이 지난 전국동시지방선거보다 이번 총선에서 당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고무적인 결과’라고 말하는 걸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아직도 당이 정신 못 차렸다는 생각에 할 말을 잃었다. 국민 다수가 통합당을 ‘태극기 부대’ ‘극우 비주류’로 보는데, 당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주류, 기득권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창출한 당이라는 자부심, 우리는 언제든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취해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 앞으로 보수 정당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나. 

“과거 세대는 독립운동과 학생운동을 통해 자유를 쟁취했고, 이를 보수의 최고 가치로 여겨왔다. 하지만 2030 세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유를 누려온 계층이다. 자유를 뺏길 염려가 없다고 생각한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공정에 대한 가치를 알게 됐다는 청년들이 많다. 이제는 보수 정당이 ‘자유’가 아닌 ‘공정’ 가치를 내세워야 할 때다.”




신동아 2020년 5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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