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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 키 작을 왜, 작을 소

  • 이현승

[시마당] 키 작을 왜, 작을 소

잔잔했던 바다가 돌연 해안선을 덮치고
뻐꾸기 소리 다정하던 뒷산이 문득 인가로 무너져 내린다.
집요하게 내린 비에 강이 넘치고 마을이 잠긴다.
손쓸 수 없이 확산되는 감염병 속에서 사망자가 폭증한다.

화재와 홍수, 산사태와 감염병 속에서
덮치고 넘치는 통제 불능의 재난 속에서
사는 일이 살아남는 일이 되는 감각의 전이 속에서

먼 불행이 가까운 불운의 위안은 되겠지만
뉴스 속 재난의 메시지는 일정하고
그것은 재난영화의 주제와도 비슷하다.
난폭한 자연의 줌인과 인간 극장의 디졸브

인간은 자연 앞에서 왜소하고
발밑의 개미처럼 작아진
최소한의 사람이라는 점에서 보면
당대는 재난영화 같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새로운 문제를 계속 얹어가는
정교한 파국의 플롯 속에서



이현승
● 2002년 계간 ‘문예중앙’ 등단.
● 시집 ‘아이스크림과 늑대’ ‘친애하는 사물들’ ‘생활이라는 생각’ 발표.



신동아 2021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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