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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앞두고 늦둥이 낳았는데 나라가 큰일이다

[봉달호 편의점 칼럼] 국가 개조는 안중에도 없는 대통령의 시대

  • 봉달호 편의점주

쉰 앞두고 늦둥이 낳았는데 나라가 큰일이다

  • ● 출산축하금·산후조리비·양육기본수당…
    ● 마치 무상보육 받는 느낌이랄까
    ● 그럼에도 딸의 결혼 말리고 싶다
    ● 출산 줄고, 성장 줄고, 자살은 늘고
[GettyImage]

[GettyImage]

낼모레면 쉰인데 늦둥이 아빠가 됐다. 그것도 연년생으로 낳았다. 내게는 셋째·넷째, 아내에게는 첫째·둘째에 해당하는 아이들이다. 나는 재혼이고, 아내는 초혼이라 그렇다. 나로서는 20년 만에 다시 아빠가 됐다. 첫째는 2000년, 넷째는 2021년생이니 꽤 긴 터울. 할아버지가 돼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에 아빠로 돌아왔다.

아이 덕에 ‘수당’ 받는다니… 묘한 기분

20년 시간을 건너 아이를 키워보니 그때와 지금의 차이를 느낀다. 2년 전 아내의 임신 사실을 처음 확인했을 때, 병원에서 비용을 수납하는데 정부에서 ‘지원금’을 준다는 말을 듣고 의아했다. 임신 기간 진료받는 데 쓰라고,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임산부에게 ‘임신진료비’를 준다는 것이다. 60만 원이 체크카드에 입금됐다. 물론 10개월 진료비로는 부족한 액수지만, 이게 어딘가. 이제 막 사회에 나와 아빠가 된 20년 전, 병원비 부담에 고민한 기억이 났다. (임신진료비는 바우처 형식으로 병원, 약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보건소에 가면 철분제와 엽산제를 무료로 준다는 사실 또한 알았다.

서울에서 경기 김포시로 이사해 아이를 낳았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은 출산축하금이 20만 원인데, 김포는 50만 원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김포로 이사해 아이를 낳을 사람이야 없겠지만 30만 원을 더 받는다니 기분이 나쁠 것은 없지 않나. 다만 김포 거주 경력 180일 미만이라 출산축하금을 받을 수 없었다. 순간 실망했는데, 거주 경력 180일이 지나면 소급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아이 태어나고 몇 개월 지나 축하금이 입금됐다. ‘세금 낸 보람이 있네’ 하며 씁쓸히 웃었다.

김포시에서는 별도 산후조리비까지 받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경기도에서 지원하는데, 금액은 50만 원이다. 산후조리비는 지자체마다 다르다. 강원도가 무려 1920만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주고, 서울·대구·부산처럼 지급하지 않는 지자체도 있다. 현금이 아니라 지역화폐로 받는다. 강원도에서는 일시금이 아니라 매월 40만 원씩 48개월간 나눠 받는다. 따라서 강원도에서는 산후조리비라고 하지 않고 ‘육아기본수당’이라고 한다. 덧붙이자면 김포에서는 임신축하금까지 나온다. 넷째(아내에게는 둘째)가 생겼을 때 축하금을 받았는데, 50만 원을 지역화폐로 받았다.

요즘은 아이 키우면 ‘양육수당’을 받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아이가 태어나 12개월까지 20만 원, 24개월까지 15만 원, 86개월까지는 10만 원을 받는다. 그러니까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매월 일정 금액을 지원받는다는 말이다. 여기에 ‘아동수당’이 있다. 이것도 84개월까지 매월 10만 원씩 받는다. 월말이 되면 양육수당, 아동수당이라고 찍힌 금액이 통장에 들어왔다. 아이를 키우는 대가(?)로 ‘수당’을 받는다니…. 묘한 기분을 느꼈다.



양육수당과 아동수당은 전국, 전 국민 공통이다. 총액 기준으로 1880만 원을 받는다. 상당한 금액인 것 같지만, 그걸 7년에 거쳐 매월 20만~30만 원씩 나눠 받으니, 또 그렇게 생각하면 ‘별것 아니네’ 싶을 수도 있다. 어쨌든 안 받는 것보다야 낫지 않은가. 2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한 일이다.

셋째(아내에게는 첫째)가 태어났을 때는 출산축하금이 50만 원이더니 넷째 때는 100만 원을 받았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출산축하금은 지자체마다 다른 데다 누진(?)되는 액수도 다르다. 셋째, 넷째, 다섯째 축하금은 올라간다. 많이 낳을수록 많이 받는다. 아이를 더 낳았다고 받는 ‘특별’ 격려금이라니, 이쯤 되면 뭔가 희화화한 느낌마저 든다.

여기에도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넷째(아내에게는 둘째)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경기 남양주시로 이사했다. 같은 경기도인데도 둘째를 낳았을 때 축하금이 달랐다. 김포는 첫째 50만 원, 둘째 100만 원, 셋째 150만 원으로 올라가고, 남양주는 첫째 10만 원, 둘째 30만 원, 셋째 이상 100만 원으로 달라진다. 명칭도 서로 달라 김포는 ‘출산축하금’, 남양주는 ‘출산장려금’. 물론 일부러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남양주로 이사하기 직전 김포에서 아이를 낳았고, 바로 출생신고를 해 남양주보다 출산축하금을 70만 원 더 받게 됐다.

‘복지 천국’ 계속된다

이 정도 이야기하면 내 복잡한 인생 스토리만큼이나 출산 육아와 관련한 지원금이 많아 ‘뭐가 이리 복잡해?’ 하고 어지럽게 생각할 독자가 많을 것이다. 출산축하금, 출산장려금, 임신축하금, 산후조리비, 양육기본수당, 행복키움수당…. 지자체마다 명칭이 다르고 금액도, 지급 방식도 다 다르다. 이걸 비교 검색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까지 있다. 지자체별 지원 규모를 전국 순위로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지방 도시일수록 지원금이 많고, 인구 감소 현상이 뚜렷한 농어촌일수록 좀 파격적으로 주는 경향이 있다.

군걱정에 강조할 점이 있다. 앞에 필자가 소개한 제도와 금액은 지금 달라졌을 수도 있다. 지자체마다 예산 규모와 인구 변동, 혹은 단체장 성향에 따라 바꾸기도 한다. 그러니 꼭 해당 지자체에 물어보길. 포털사이트와 지자체 홈페이지 설명이 서로 다른 경우를 여럿 발견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번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차례. 셋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려 했더니 그 비용도 국가에서 지원한다는 대단한(?) 사실을 알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매월 내 통장에 들어오던 양육수당을 어린이집 통장에 보내도록 하고, 그것으로 보육료를 대신하는 것이다. 부모가 지원금을 받아 어린이집에 납부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원금이 곧장 어린이집으로 간다. 그러니 부모와 어린이집 사이에 ‘돈거래’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것 이외 어린이집에 별도로 낼 비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마치 무상보육을 받는 느낌이랄까.

20년 전,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갓 돌 지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가 희소해 그런 시설 자체가 별로 없던 데다 보육료도 꽤 부담이었다. 울며 떼쓰는 아이를 억지로 통학버스에 태워 보내고 출근하던 심정이 어찌나 먹먹했던지….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통지서도 수시로 날아왔다. 지금은 아파트 단지에만 여러 어린이집이 있고, 0세반이 갖춰진 곳도 많다. 추가 비용은 거의 없다.

‘복지 천국’은 계속된다. 넷째를 출산하고, 지자체 지원으로 산후도우미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았다. 이것도 정확히 표현하자면 지자체에서 지원받은 산후조리비를 도우미(산후관리사) 파견 업체에 결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절반가량은 자비 부담을 해야 하지만, 관리사가 집으로 찾아와 산모와 신생아를 돌봐주는 것을 물론 식사 준비와 설거지, 빨래, 집안 정돈까지 다 해주시니 황송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이미 셋째가 있는지라 아내 혼자 산후조리원에 들어가 있기 애매했고, 한창 바쁜 계절이라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육아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쳐 산후도우미 지원 방식을 택했던 것인데 그야말로 대만족이었다. 산후도우미 지원 기간과 금액 역시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너는 결혼 늦게 하라

2020년 한국 합계출산율은 0.84명에 그쳤다. OECD 국가 가운데 압도적 꼴찌다. 사진은 서울 한 병원 신생아실 모습. [뉴스1]

2020년 한국 합계출산율은 0.84명에 그쳤다. OECD 국가 가운데 압도적 꼴찌다. 사진은 서울 한 병원 신생아실 모습. [뉴스1]

자,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는 복지 혜택이 굉장히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복지 천국이 됐구나, 감탄하게 된다. 20년 전에는 모두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이다. 아이 키우기 참 좋은 나라가 됐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서 잠깐 ‘국뽕’을 벗고 냉정히 생각해 보자. 표정 바꿔 진지하게 이야기하자. 이렇게 많은 출산 혜택이 있어 “우리는 결혼하겠다” 마음먹은 젊은 커플은 얼마나 될까. 이렇게 다양한 양육비 지원이 있어 “아이를 많이 낳겠다” 다짐(?)하는 부부 또한 얼마나 될까. 2020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84에 머물렀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압도적 꼴찌다. 평생 한 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여성이 많다는 말이다. 이렇게 ‘좋은’ 나라에서 왜?

개인적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개인적 이야기로 계속 이어가 보자. 아이 둘 낳아 키우는 일, 이거 보통 일이 아니다. 일하랴, 아이 돌보랴, 사회 생활하랴, 자기 계발하랴, 집안일 챙기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중 뭐든 하나 포기해야 하는데, 일단 자기 계발을 포기해야 하고, 다음으로 사회적 관계를 포기해야 하고, 직업에도 약간 소홀할 수밖에 없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어 모든 것이 뒤죽박죽된 느낌이다. 이런 결혼을 하겠다고? 이런 육아를 하겠다고? 이제 스물셋인 첫째가 만약 결혼하겠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좋은 사람 만나 꼭 결혼하겠다고 하면, 그렇더라도 아이는 늦게 낳으라고 권하고 싶다. 내 딸이 자기 인생을 맘껏 즐기며 살길 원하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20년 전에는 어떻게 아이 둘을 키웠는지 모르겠다. 그때 어머니는 “옛날에는 다섯 여섯도 키웠는데 뭐가 힘들다고 그러냐?” 나무라셨지만, 요즘 그런 말 했다가 큰일(?) 난다. 그런데 말이다, 육아 환경이 20년 전에 비할 바 없이 좋아졌는데 왜 더 힘들다고 느끼는 걸까. 그건 역시 가치관이 달라졌기 때문 아닐까.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소중하지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금쪽같은 내 자식이지만, 결혼과 임신·출산·육아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내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남들 다 하는 것 한다는 생각으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많이 사라졌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도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잃지 않으려 한다. 사람들이 지극히 ‘현실적’이 됐다. 좀 나쁘게 표현하자면 ‘자기중심적’이 된 셈인데, 그것이 나쁘다 말할 수 있는가.

돌아보면 20년 전 내가 ‘육아가 수월하다’ 여겼던 이유는 육아를 별로 돕지 않은 데 있지 않을까. 나는 나쁜 아빠였다. 별로 바쁘지도 않으면서 바쁜 척 했고, 요즘처럼 분유 타고 아이 업고 주말 내내 놀아준 기억이 별로 없다. 요즘에는 남편이 육아를 ‘돕는다’는 표현조차 차별적으로 느끼는 세상이다. 육아는 공동 책임인데 뭘 ‘돕는’단 말인가. 시대는 바뀌었지만 혹시라도 내 딸이 남편과 아이 때문에 자신의 삶을 잃지 않을까 걱정돼 ‘너는 결혼을 늦게 하라’ 혹은 ‘신중히 하라’ 말하는 것이다. 많은 엄마 아빠가 비슷한 심정일 터다. 사회 분위기가 그러니 결혼을 늦게 하고, 출산과 육아를 국민(?)으로서 책임이나 의무로 여기는 풍토 역시 저물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이런 모든 변화가 나는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이다. 우선은 현상을 인정하는 태도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뭐든 극단적인 대한민국

그렇더라도 출산율 하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출산율 하락은 생산인구 감소를 의미하며, 거칠게 표현하자면 ‘하는 일 없이 놀고 있는 사람들을 공동체의 노력으로 먹여 살려야 하는’ 시대가 빨리 임박해 오는 것을 의미한다.

출산율 하락은 어느 나라든 공통된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구문제와 관련해 특징적 측면이 있다. 우선, 출산율 하락 속도가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빠르다. 이웃나라 일본을 놓고 볼 때, 2001년 우리와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각각 1.31과 1.33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2020년이 되자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4로 뚝 떨어졌고, 일본은 1.34로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른 나라가 2.1에서 1.3으로 출산율이 내려가는 데 걸린 시간은 30~40년 정도로 완만한 하강 곡선을 보인다. 한국은 그 기간이 채 20년이 걸리지 않았다. (보통 합계출산율 2.1을 저출산, 1.3을 초저출산 사회라 말한다.) 게다가 그것이 다시 0명대로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5년에 해당한다. 말 그대로 급전직하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뤘듯, 부정적 사회 경제 지표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상하게도 뭐든 극단적이다.

설상가상, 한국은 잠재성장률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하하는 국가로 꼽힌다. 2021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30~2060년 대한민국의 1인당 잠재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연간 0.8% 정도로 예상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3.8% 수준으로 신흥 성장국인 중국이나 인도 정도는 아니어도 OECD 국가 중에서는 최상위권이었다. 그러던 것이 불과 20년 만에 반토막이 났고(2021~2022년 잠재성장률 2.0% 추정),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0%대로 진입한다. 한국의 추락 속도는 너무 과격해, 더 빨리 0%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 또한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데 성장률도 함께 추락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쉬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사회 경제 지표 가운데 또 하나 특징적 사항은 자살률이다. 이것 역시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다. OECD뿐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 그렇다. 2005~2006년경부터 자살률 세계 1위로 뛰어오르더니 지금껏 계속 그렇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출산은 줄고, 성장도 줄고, 자살은 늘고…. 덧붙이자면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6.7%(2018년 기준)로 OECD 국가 가운데 네 번째를 차지한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소득의 50% 이하로 생활하는 인구 비율을 말하는데, 우리 국민 6명 가운데 1명꼴로 극빈층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소득격차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고, 적절한 분배와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총체적 난국이다. 각종 통계를 토대로 지나치게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도 문제지만 제반 지표가 분명 위기를 가리키는데 지나치게 무사태평한 태도를 취하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다. 대한민국은 오롯이 후자에 해당한다. 작금 상황을 종합적 시각에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정치인 또한 드물다.

‘오늘’만 생각하는 단임 대통령

국회는 2021년 12월 2일 본회의를 열고 2022년부터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만 8세 미만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아동수당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이후 태어나는 아이에게는 생후 24개월간 매달 영아수당 30만 원을 지급하고, 200만 원의 바우처도 지급한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국회는 2021년 12월 2일 본회의를 열고 2022년부터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만 8세 미만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아동수당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이후 태어나는 아이에게는 생후 24개월간 매달 영아수당 30만 원을 지급하고, 200만 원의 바우처도 지급한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마다 저(低)출산 관련 공약이 나온다. 물론 아직 선거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아 확정된 공약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방향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대체로 저출산 문제를 임신이나 출산 지원 문제로만 접근한다. 100만 원 주던 것을 1000만 원 주고, 일부에게 주던 것을 모두에게 준다고 뭐가 달라질까. 왜 사람들이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지 배경과 원인 자체를 정확히 모르는 것 같다. 저출산은 굉장히 다양한 배경이 얽힌 복합적 문제로 단순한 해결책으로 풀 수 없는데,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게 아닌가 싶다. 당면한 국가 과제, 그것도 매우 긴급하고 심각한 과제로 이야기하는 지도자가 별로 없다.

오래전부터 ‘인구청’을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인구문제를 전담할 정부 부처를 만들자는 의미다. 인구사회 부총리 제도를 두자는 주장 또한 있었다. 뜻은 좋은데, 국가의 마스터플랜을 다시 짜는 수준의 작업이 이뤄져야 할 텐데 일개 부처로 가능할까 싶다. 전담 부총리를 두는 것 또한 그렇다. 고위공직자 한 명이 탄생하는 것 이상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현재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라는 조직이 있긴 하다. 노무현 정부 때 인구고령사회대책 ‘팀’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위원회가 됐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갔다가, 다시 청와대로 환원하는 부침을 겪었다. 어쨌든 그동안 활동을 보면 맹탕 출산-육아 지원책을 되풀이하는 양상이다. ‘국가 혁신’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지 않으니 그렇다. 단순한 자문기구가 아니라 일종의 비상대책위 혹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스스로 컨트롤타워라고 주장하지만 그걸 수긍하며 고개 끄덕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최근 5년간 활동을 보아도 대통령이 앞장서 고삐를 쥐고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만들어놓고 가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위원회 활동도 흐지부지할 수밖에.

각설하고, 차기 대통령 제1과제는 코로나19 극복이 될 것이고, 제2과제는 인구문제가 돼야 마땅하다. 인구문제는 대통령 임기 중에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고, 또 ‘성과’라고 하는 것도 꽤 애매해서 모든 대통령이 후순위 중에서도 후순위로 미뤄놓는 일이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행위인데 단임제 대통령이니 오직 ‘오늘’만 생각하는 것이다. 단임제라는 제도의 문제로만 돌릴 일은 아니다. 지금 대통령 후보군을 둘러보면 국가의 40~50년 미래까지 걱정하고 준비하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오직 ‘지금’만 생각한다. ‘인기’에만 영합한다. 오늘 하는 말이 다르고, 내일 하는 말이 또 다르다.

어쩌면 코로나19 극복과 인구 감소 대응은 긴밀히 연결된 과제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위기를 제대로 극복하려면 차제에 국가 예산과 재정의 기본 프레임을 바꿔야 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고, 전반적인 국가 개조 플랜이 만들어져야 한다. 인구 감소 문제 또한 그렇다. 단순히 출산율 증대가 아니라 보육, 교육, 주택, 고용, 노동, 이민, 보험, 연금, 재정, 균형발전, 양성평등 등 대한민국을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는 각오로 새로운 계획이 나와야 한다. 계획뿐 아니라 그것을 실행하고 점검하는 종합 컨트롤타워로서 청와대 자체가 움직여야 한다. 제안컨대, 명칭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아니라 ‘국가혁신위원회’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문제를 전면에 내건 후보가 없다.

우리 늦둥이가 예순 되는 날

대한민국의 최근 20년을 보면 도대체 뭘 했나 싶은 구석이 많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위기는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우리는 지난날 이룩한 경제발전의 성과를 바탕으로 그 과실이나 빼먹으면서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회의감을 갖는다. 벼랑 끝에 서 있는데 위기감을 갖는 사람이 별로 없다. 여전히 대한민국이 천년만년 성장할 줄로만 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그 고통은 과거와 차원이 다를 것이다. 대통령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진즉 버렸지만, 어쨌든 다음 대통령을 선택하는 일이 다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부디 국가 개조의 첫 삽을 뜰 수 있는 대통령이 탄생하길 기도한다.

지난해 태어난 우리 늦둥이가 스물이 되고 예순이 되는 날에도 번영하는 대한민국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투표장에 가련다. 아이 키워보니, 하루하루 미래를 얻는 기분이다. 쑥쑥 크는 아이처럼 미래를 확신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길.



신동아 202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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