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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SK에 망이용료 내면 피해는 소비자가 본다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넷플릭스가 SK에 망이용료 내면 피해는 소비자가 본다

  • ●통신망, 접속료만 내면 이용 가능한 공유자산
    ●발신자종량제 시행으로 한국 CP 과도한 통신비 지출
    ●CP 부담 커질수록 콘텐츠 산업 경쟁력 약화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에 망이용료를 낼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Gettyimage]

넷플릭스는 2020년 4월 SK브로드밴드에 망이용료를 낼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Gettyimage]

SK브로드밴드(이하 SK)와 넷플릭스는 망이용료를 두고 2019년부터 다투고 있다. 넷플릭스가 SK에 망이용료를 내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SK는 국내 IT업체들은 망이용료를 내는데 넷플릭스만 내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맞섰다. 법원도 일단 SK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은 지난해 6월 “넷플릭스는 인터넷망에 대한 연결과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다”면서 사실상 SK에 그 대가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국내 업체들은 다 내는 망이용료 지불을 피하던 ‘얌체’ 넷플릭스를 법원이 잡아낸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다르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망이용료를 내는 곳은 없다. 통신사에 내는 비용은 일반 가입자도 내고 있는 인터넷 접속료다. 넷플릭스가 SK에 이 비용을 내지 않는 것은 본사가 있는 국가에 인터넷 접속료를 납부하기 때문이다. SK는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가 늘어난 만큼 망 유지 부담이 커졌으니 넷플릭스가 망이용료를 내 유지비를 일부 부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인터넷 접속료 외 망사용료 부과 부당

세계 인터넷 질서에서는 ‘망이용료’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어느 망사업자도 이용료를 받고 제공할 만한 ‘망’을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망을 쓴다’는 것은 전 세계 수십억 개의 서버 중 어디에서든 데이터가 내 기기까지 전달돼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의 망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도 국내 망만을 가지고 있을 뿐 인터넷망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인터넷망은 전 세계 수십만 개 망사업자의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구축한 일종의 ‘공유자산’이다.

각 기업이나 개인이 망사업자에 내는 비용은 ‘인터넷 접속료’다. 돈을 받았으니 망사업자는 가입자가 미국, 한국, 남미 등 전 세계 컴퓨터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줄 의무가 있다. 이 ‘가입자’에는 초당 100Mb로 접속해 주로 데이터를 다운로드하는 개인뿐 아니라 초당 100Tb로 접속해 주로 데이터를 업로드하는 인터넷 회사(이하 CP)도 포함한다. 즉 인터넷 접속료를 낸 가입자(이용자이든 CP든)에게 망사업자가 별도로 망이용료를 요구할 근거는 없다.

SK브로드밴드는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가 망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내용의 협상 중재 재정신청을 요청했다. [SK브로드밴드 제공]

SK브로드밴드는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가 망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내용의 협상 중재 재정신청을 요청했다. [SK브로드밴드 제공]

망이용료라는 말이 한국에서 회자된 것은 2011년부터다. 당시 국내 망사업자들은 스포츠 중계 등 고용량의 데이터를 인터넷망에 올리는 네이버에 수백억 원대의 인터넷 접속료 외에 별도의 대가를 요구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국민 메신저로 떠오른 카카오톡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011년 8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카카오톡은 통신망사용료를 내야 할까’라는 제목의 대학생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 논쟁은 네이버나 카카오가 별도의 망이용료를 내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 앞서 설명한 인터넷 접속료의 의미와 이에 따른 망사업자의 책무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처사다.



과하게 비싼 한국 인터넷 요금

2017년경부터 국내 망사업자들이 구글, 페이스북 등 외국 인터넷 업체들로부터 ‘망이용료’를 받으려고 하면서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당시 망사업자들은 국내 가입자들에게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CP의 콘텐츠까지 볼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인터넷 접속료를 받고 있다. 해외 CP도 해외 망사업자에게 인터넷 접속료를 내고 일부는 비용을 들여 사설망(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을 만들어 전 세계 곳곳의 망사업자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망 유지·보수비용을 CP가 일부 부담하는 셈이다. 이것과 별도로 CP에게 돈을 받으려 한다면 이중과금이 된다.

논리적으로는 쉽게 끝나야 하는 싸움이 국내 CP의 싸움에 비해 꽤 오래가고 있다. 이는 2016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시행한 발신자종량제 때문이다. 발신자종량제 시행 전에는 망사업자끼리는 인터넷 접속료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제도가 생기고 난 뒤에는 망사업자 중 데이터 발신량이 많은 망사업자가 그렇지 않은 망사업자에게 돈을 내게 됐다.

이렇게 되면 망사업자는 인기 있는 콘텐츠를 자신의 망에 유치하길 꺼리게 된다. 콘텐츠를 유치해 접속량이 늘어나면 다른 망사업자에게 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CP들이 망사업자들에게 내는 인터넷 접속료가 올랐다. 현재 매년 네이버 700억 원, 카카오 300억 원, 아프리카TV 150억 원가량의 인터넷 접속료를 내고 있다. 이는 프랑스 파리의 8배, 영국 런던의 6배, 미국 뉴욕의 5배, 중국 홍콩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역설적이게도 고액의 인터넷 접속료 때문에 ‘역차별론’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한국 CP는 국내 망사업자에게 이렇게 돈을 많이 내는데 해외 CP는 돈을 내지 않으니 차별이라는 것이다. 물론 비교 대상이 아닌 것을 비교하는 궤변이다. 한국 CP는 국내 망사업자로부터 인터넷 접속을 제공받으니 인터넷 접속료를 내고 있지만 해외 CP는 국내 망사업자가 아닌 본사가 있는 국가의 망사업자에게 인터넷 접속료를 낸다. 한국에서 인터넷 접속을 제공받지 않으니 돈을 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넷플릭스 “망 부담 줄여준다” 제안했으나 SK 거절

SK브로드밴드 측 법무법인 세종 강신섭 변호사가 2020년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넷플릭스의 망사용료와 관련해 국내 인터넷 사업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첫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SK브로드밴드 측 법무법인 세종 강신섭 변호사가 2020년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넷플릭스의 망사용료와 관련해 국내 인터넷 사업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첫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망이용료 논쟁의 주 당사자인 SK는 외국 CP가 망사업자에게 인터넷 접속료가 아닌 비용을 지불한 적이 있다면서 2008년 구글-오랑주(프랑스) 사례, 2014년 넷플릭스-컴캐스트 사례를 들고 있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다. 두 사례 모두 CP가 특정 시장에 더 빨리 데이터를 공급하기 위해 해저케이블 등 일종의 ‘지름길’을 뚫고 이 데이터 길을 받아주는 대가를 해당 시장의 망사업자에게 지급한 것이다. 이 같은 소수 사례의 존재와 그런 비용을 내야 한다는 규범의 존재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어느 나라에도 그런 ‘규범’은 없다.

SK는 현재 넷플릭스에 ‘망이용료’를 내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SK를 제외한 국내 망사업자는 넷플릭스에 이 같은 요구를 하고 있지 않다. 이들은 넷플릭스가 국내에 설치한 CDN에 무료로 접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넷플릭스는 직접 비용을 들여 국내 CDN 설치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각 통신사에 CDN 접속료를 받지 않는 대신 넷플릭스도 통신사에 인터넷 접속료를 내지 않기로 하자고 요청했다. KT, LG유플러스 등은 넷플릭스의 요청을 받아들였으나 SK는 거절했다. 넷플릭스가 SK를 상대로 먼저 소송을 제기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통신망 부담을 줄이기 위해 CDN을 설치하자는 것도 거절해 놓고는 도대체 무슨 ‘망이용료’를 빚졌냐는 것이다.

망이용료를 받기 위해 SK 및 한국 망사업자는 국회를 동원해 법을 바꾸려고도 하고 있다. 2020년 ‘CP서비스안정화의무법’을 통과시켜 CP가 자사의 데이터를 착신 지점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할 책임을 지도록 했는데 역시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법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CP로부터 망이용료를 받자는 주장이 있긴 했다. 미국의 이동통신사도 2009년부터 무임승차론을 펼치며 인터넷 기업으로부터 인터넷 접속료 외에 다른 돈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유럽의 이동통신사는 2012년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에 이와 같은 내용을 정식으로 제안했다.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의 ‘망중립성 명령 해설 차단금지’ 조항에는 “망사업자가 자사의 가입자들에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대가를 그 데이터를 제공하는 CP로부터 요구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다. 유럽의 BEREC도 발신자종량제는 “전화 시대로의 회귀”라며 망사업자의 제안을 거부했다.

CP 기업 망 설치에도 적극 나서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트래픽이 40% 폭증하자 미국과 유럽의 망사업자도 다시 CP를 압박하고 있다. 트래픽의 60% 이상이 대형 CP로부터 유래하고 있으니 이들이 망 투자 비용을 더 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상술한 망 이용의 세계성을 간과한 것이다. 게다가 대형 CP는 이미 자신들의 비용을 들여 인터넷망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대형 CP는 해저케이블이나 자체 CDN 구축을 통해 전 세계의 망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또 일부 CP는 망사업자들이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망 건설을 꺼리는 낙후 지역에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구글의 ‘Loon’, 페이스북의 ‘Aquila’ 프로젝트 등 전 세계에 무료로 인터넷망을 보급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CP는 아니지만 테슬라의 창업주 일론 머스크도 전 세계에 인터넷을 제공하겠다며 수만 개의 인공위성을 띄우고 있다.

망이용료 내면, 온라인 부익부빈익빈 심화

망이용료 논쟁은 인터넷 이용자에게 큰 피해를 줄 위험도 있다. CP가 망이용료를 지급하라는 법이 만들어진다면 국내 인터넷 트래픽 전체가 기존 발신자종량제에 따라 정산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장 인터넷상에서 인기를 끄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자체가 재정적 부담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플랫폼 업체(예: 유튜브)가 망이용료를 감당하겠지만 비용 부담이 커지면 그 비용을 이용자(예: 유튜버, 혹은 유튜브 이용자)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대형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자체 웹호스팅을 하는 소형 업체(소규모 온라인 판매점) 같은 경우 매출에 관계없이 방문자 수에 비례해 망이용료를 내야 할 것이다. 지금도 당연히 동시접속자 수가 늘어나면 접속 용량을 늘여야 한다.

결국 이 돈을 내지 못하는 중소 규모의 CP는 해외 서버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이용자는 CP의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해외 망을 이용해야 하니 통신 속도는 더 느려질 것이다. 이 같은 불편을 감수하지 못하는 이용자가 많아진다면 국내 인터넷망에서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CP의 콘텐츠만 인기를 끌 것이다.

인터넷 콘텐츠 산업은 그렇게 대한민국에서만 사그라질 것이다. 아니 이미 지금 진행 중이기도 하다. 작년 코로나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모아서 보여주던 다양한 국내 앱 서비스도 인터넷 접속료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사업 확장에 실패했다.



신동아 2022년 2월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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