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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어리다고 ‘갑질’ 해요 낮에 져주고 밤에 이기죠”

10세 연하女 사귀는 남자들의 ‘행복한 긴장’

  • 김상훈 | 자유기고가 loveruck21@naver.com

“어리다고 ‘갑질’ 해요 낮에 져주고 밤에 이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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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하가 11세 어린 ‘국민여동생’ 아이유와 사귀는 사실이 드러나 인터넷 게시판이 ‘도둑놈’ ‘나쁜 놈’으로 도배될 때, 몇몇 남자는 장기하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 10세 이상 연하녀를 사귀는 이들 ‘능력남’의 행복과 스트레스를 심층 탐구했다.
# 토요일 오후 직장인 박모(35·서울 역삼동) 씨가 지친 몸을 이끌고 여자친구 집 앞으로 차를 몰았다. 그의 여친은 25세의 대졸 취업준비생. 둘은 아침 일찍 춘천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지만 박씨는 전날 회식에서 과음한 탓에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일어났다. 며칠 전부터 여행 갈 생각에 들떠 ‘춘천 닭갈비집’ 블로그를 찾아 보여주던 여자친구는 단단히 화가 난 상태. 간신히 어르고 달래 교외로 바람이라도 쐬러 가기로 계획을 바꿨다.
밖으로 나오니 여자친구 기분이 확실히 풀린 것 같았다. 아니, 언제 화가 났냐는 듯이 이렇게 해맑을 수가 없다. 박씨는 행복감이 물밀 듯 밀려오는 기분을 느낀다. 그의 입가로 절로 웃음이 번진다.
하지만 사실 박씨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만큼 지친 상태다. 대구탕 같은 얼큰한 국물로 해장하고 싶은데 하필이면 파스타를 먹자고 한다. 먹은 음식이 역류할 것 같지만 참아야 한다. 여차저차 사진 찍고 돌아다니고 저녁에 간단히 술 한잔 걸치니 어느덧 밤 10시가 다됐다. 근처 모텔에서 쉬고 다음 날 아침에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다.
여친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박씨는 주말이라 모텔비가 10만 원이라는 말에 살짝 짜증이 났다. 밥값, 기름값 다해서 오늘 하루만 20만 원 정도 썼는데 모텔비가 10만 원이라니…. 여자친구가 챙겨온 것이라곤 화장품이 든 가방과 셀카봉뿐이다.  



“이렇게 해맑을 수 없다”

박씨의 여자친구는 취업준비생이라 경제적 여유가 없는 탓에 데이트 경비는 대부분 그가 부담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열 살 어린 여자와 데이트할 때 남자가 그 경비를 떠안는 건 일종의 사회적 불문율이자 상식처럼 여겨진다. ‘이번엔 네가 내라’ 티격태격하는 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시추에이션임이 분명하다.
사실 박씨는 여자친구에게 내색은 않지만 적지 않은 금전적 부담을 느낀다. 둘의 한 달 평균 데이트 비용은 100만~150만 원인데 이는 350만 원 정도인 박씨 월급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여친을 만난 이후 박씨의 저축액은 눈에 띄게 줄었다.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지만 박씨는 그래도 지금의 여자친구가 좋다. 그는 그 이유로 ‘길들이는 맛’을 꼽는다. “남자에게는 누군가를 길들이고 싶다는 본능이 있지 않나요? 가치관, 음악 취향, 패션, 미각… 내 여친은 여기에 잘 부합합니다.”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많아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대다수 커플은 남자가 여자에 비해 나이가 더 많다. 걸그룹의 무수한 사랑 노래에서 ‘오빠’는 자연스러운 사랑의 대상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여자는 남자의 나이에 점차 관대해지는 분위기다. 자연히 열 살 이상 나이가 확 벌어지는 커플도 자주 눈에 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 이데올로기

결혼을 전제하지 않고 사귀는 경우가 많아진 점, 30대 이상 남자도 외모 관리에 열심인 점, 나이 차 많이 나는 연예인 커플이 TV에 자주 등장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라는 이데올로기를 심어주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예컨대, ‘서태지와 아이들’ 중 서태지 부부가 16세 차이고, 양현석 부부가 12세 차이고, 이주노 부부가 23세 차이다. ‘남자 배우나 탤런트, 개그맨, 스포츠스타가 10세 이상 어린 일반인 여성과 결혼한다’는 뉴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다.
‘오빠들’은 기본적으로 어린 여성을 좋아한다. 정보분석가 크리스티안 루더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남자의 어린 여자 선호는 거의 본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000만 명이 가입한 미국 데이트사이트 ‘OK큐피드’의 조사에 따르면, 20대든 50대든 남자는 20대 초반 여성에게 가장 끌린다. 반면 여자는 나이가 들면 38~40세 남자를 선호했다.
그러나 남자가 어린 여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엔 많은 비용이 따른다. 남자는 금전적 부담, 생활습관과 가치관의 차이, 관계의 주도권과 관련해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다만, 이를 상쇄할 행복감도 번갈아 느낀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33·서울 연희동) 씨는 10세 어린 여자친구 때문에 늘 불안하다. 그는 “연애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클럽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번은 밤에 집에서 쉬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어요. ‘네 여자친구랑 어떤 남자랑 클럽에서 나오는 걸 봤다’고 하더라고요. 직접 달려가서 확인해보니 제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어떤 남자의 품에 안겼더라고요.”
정씨는 두 사람을 떼어놓고 여자친구에게 “집에 있다고 왜 거짓말했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여자친구는 “내가 클럽 가는 걸 오빠가 싫어하니까 하는 수 없이 거짓말했다”고 했다. 이후 정씨는 매번 여자친구를 집에까지 바래다준다. 그는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봐야 마음이 놓인다. 해외 출장 땐 꽤 불안하다”고 말했다.
정씨의 경우, 여자친구와 생활습관이나 가치관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관계의 주도권과 관련해 아무래도 정씨의 여자친구가 갑의 위치에 있는 것으로 비친다. 그래서 정씨의 친구들은 “어이구, 이 호구”라며 정씨를 놀린다. 정씨는 “연애하면서 내가 남자친구인지 기사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여자친구가 내게 갑질하는 건 싫다. 그러나 여자친구가 어린 건 좋다”고 말했다.





‘낮져밤이’

정씨는 특히 여자친구 덕분에 주변에서 자신을 ‘능력남’으로 봐준다고 설명한다. 또한 정씨는 ‘낮져밤이’를 생활화한다고 한다. ‘낮에 져주고 밤에 이긴다’는 뜻으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의 연애는 대체로 ‘낮져밤이’ 패턴으로 흐른다고 한다.
10세 어린 여자친구와 2년째 사귀는 직장인 신모(35·경기도 고양시 일산동) 씨는 데이트 때마다 왕복 2시간 거리를 달려 여자친구를 경기도 용인의 집에까지 바래다준다. 그는 “갈수록 바래다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더라. 한번은 새벽 출장이 있어 ‘혼자 가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변했다’며 화내더라”고 했다. 이어 신씨는 “내겐 그녀가 슈퍼 갑이고 나는 그녀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주는 편”이라고 덧붙인다.



남자: “몇 년생이니?”
여자: “88년생이요.”
남자: “와…나는 그때 초등학교 6학년이었는데, 너, 임춘애 모르겠다?”
여자: “그게 누구예요?”
남자: “호돌이는 아니?”
여자: “강호동이요?”
고모(39·서울시 서초동) 씨가 지금의 여자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나눈 대화 내용이다. 고씨는 3년 연애 끝에 2016년 초 결혼을 준비 중이다. 그의 피앙세는 28세의 대학원생이다. 지금의 여자친구는 커피숍을 운영하는 고씨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그와 인연을 맺었다. 고씨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구애 작전을 펼쳤다. 무엇보다 또래 여자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젊음’ ‘발랄함’이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그는 “여자친구가 애교가 많다. 같이 있으면 나도 젊어지는 것 같아 좋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대 차이는 여전히 문제다. 고씨는 “대화를 할수록 나는 ‘아저씨’가 되어갔다. 지금도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직장인 홍모(30·서울 상계동) 씨도 나이가 어린 여자친구와 사귀는 것이 가끔 스트레스를 주지만 또래 여자들에게는 느낄 수 없는 ‘풋풋함’이 좋아서 계속 만난다고 말한다. 홍씨의 여자친구는 그보다 9세 어리다. 그녀는 홍씨에게 아직 사회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존재라고 한다. 홍씨는 “그녀의 말 한마디, 사물을 보는 시각 하나하나에 풍부한 감성과 깜찍함이 있다”고 치켜세운다. “외모는 둘째치고, 회사에 있으면 웃는 법을 까먹는데 그녀는 떨어지는 잎사귀에도 ‘까르르’ 웃어요. 같이 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이게 행복인가’ 싶어요. 또래 여자들은 나보다 더 찌들어 있어요. 직장 얘기를 하다 보면 불만만 늘어놓죠. 그래서 어린 여자친구는 한마디로 ‘힐링’입니다. 애교는 ‘덤’이고요.”



만남 권유받은 뒤

서울시에 따르면 2014년 서울 시민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2.8세, 여성은 30.7세. 20년 전에 비해 4.2세, 4.9세 늦어졌다. 20~30대 상당수는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 않으며 1인 가구로 사는 걸 즐긴다.
이와 관련해, 몇몇 30대 남성은 결혼에 대한 부담감 없이 사귈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이 어린 여자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비슷한 연령대의 여자는 결혼에 목말라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몇 번 교제하다보면 결혼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그게 불편하다는 것이다. 반면, 어린 여자와는 미래지향적 이야기보단 현재진행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황순호(33·서울 여의도동) 씨는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대학 졸업 후 취업에 매진하다 올해부터 공무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에겐 3년 교제한 두 살 연하 직장인 여자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위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고 한다. 황씨는 현재 같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9세 연하 여자친구를 만난다. 그는 “서로 고충을 이해하고 ‘으쌰으쌰’ 할 수 있어 좋다. 결혼 부담 없이 편하게 만난다”고 말한다.
외모 관리는 10세 이상 연하녀를 만나는 남자의 의무이자 스트레스다. 그러나 이를 자기계발로 좋게 보는 사람도 많다. 직장인 이모(37·서울 공릉동) 씨는 지인으로부터 띠 동갑 여성과의 소개팅을 권유받은 뒤 첫 만남 때까지 일주일 간 집중적으로 스타일 관리에 들어갔다. 술도 끊고 유산소 운동을 시작했으며 살도 뺐다. 시간을 내 피부 관리도 받았고 헤어 숍에도 들렀고 슬림 핏 슈트, 구두, 액세서리도 새로 장만했다. 그는 자신의 이런 노력 덕분에 소개받은 띠 동갑 여자와 잘 사귈 수 있게 됐다고 본다.
“요즘 20대 여자는 ‘못생긴 남자는 용서가 되지만 스타일이 구린 남자는 용서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딱 만났는데 삼촌과 조카처럼 보여선 안 되니 남자도 외모 관리는 필수죠. 여자친구의 또래 친구들과 비교되지 않으려면 내가 열심히 해야 해요. 일회성이 아니라 사귀는 동안 지속적으로 몸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긴 해요.”
나이 어린 여자친구를 둔 30대 남자 상당수는 이렇게 ‘더 이상 아저씨가 아닌(No More Uncle)’ 노무족을 지향한다. 서울 강남의 연애 전문학원 ‘카르마’ 관계자는 “연애 컨설팅을 받으러 오는 남자들 대부분이 연하 여성에게 어떻게 접근할지를 묻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자가 남자의 인상에서 또래와 다른 이질감을 느끼면 바로 ‘아저씨’로 분류해버린다. 그리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남자 분들에게 화법보다는 외모에 관한 조언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간부인 최모(41·서울 이태원동) 씨는 11세 차이가 나는 여자친구 김모(30) 씨와 6년 전 결혼했다. 최씨는 이후 긴장이 풀어졌는지 외모 관리에 실패해 급격히 ‘아저씨 형상’이 됐다. 요즘 김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의 학부형 모임에 남편 최씨를 동반할지 말지를 고민한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부부에게 농담처럼 “열한 살 차이밖에 안 나?” “남자가 능력이 있나보네” “아빠랑 딸 같다”는 말을 툭툭 던진다. 장난으로 던지는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이런 말은 부부에게 적지 않은 상처가 된다고 한다.
30대 남자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외모에서 20대 남자보다 우위에 서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20대 초중반 여성이 10세 이상 많은 30대 남자와 연인이 되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몇몇 여성은 또래 남성에게서 느끼기 힘든 관대함, 신뢰감, 경제적 여유를 꼽는다. 회사원 김윤주(28·서울 상암동) 씨는 “남자가 어느 정도 젊어 보이면서도 사회적·경제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것 자체가 여자에겐 상당한 매력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맨틱, 성공적’ 될 줄은…”

어린 여성도 어느 정도 사귀다 보면 결혼 같은 장기적 관계를 생각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인 전모(25·서울 논현동) 씨는 10세 연상인 남자친구의 양다리 걸치기 탓에 큰 상처를 입었다. 전씨는 “내가 ‘로맨틱, 성공적(배우 이병헌이 20세 어린 여자 모델과의 스캔들 과정에서 이 모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의 피해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어린 여자와 사귀는 많은 남자는 그녀의 해맑음과 발랄함에 반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관계가 ‘성 상품화’로 흐른다면 ‘명랑 스토리’는 ‘비극’으로 쉽게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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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 자유기고가 loveruck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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