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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면 성적 자기결정권 내 몸으로 내가 하겠다는데···”

‘10대의 섹스 자유’ 외치는 10대 이연이

  • 최호열 주간동아 기자 | honeypapa@donga.com

“13세면 성적 자기결정권 내 몸으로 내가 하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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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세대는 10대는 아직 섹스를 하기엔 어리다고 여긴다. 성은 순결하고 소중한 것이어서 함부로 내돌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성은 소중한 것이다. 그렇다 해도 내 몸이고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내가 섹스를 통해 병을 옮기는 것도 아니고, 싫다는 애를 내가 꼬셔서 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가 되나.”
▼ 순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순결이 무슨 의미가 있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처녀막이 있으면 순결한 애고, 없으면 순결하지 않은 애가 된다. 처녀막이 뭔지는 아나? 대부분 질 입구에 막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실은 질 근육일 뿐이다. 피가 날지 안 날지도 모르는 걸 가지고 순결을 따지는 건 너무 우습지 않나. 그런데 ‘내 여친은 피가 안 났어, 속았어’, ‘너 거짓말했지? 처녀가 아니잖아’ 하는 바보가 정말 많다.”  
▼ 기성세대는 ‘10대는 몸도 성장하는 시기라 섹스가 몸에 이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대도 몸이 성장하는 시기다. 그런 논리라면 20대의 섹스도 금지해야 한다. 열아홉 살은 어리고, 스물한 살은 안 어린가. 어리니까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야기할 때 나오는 게 임신이다. 피임을 확실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콘돔 교육이 중요하다. 임신 말고 책임질 게 또 있나.”
그는 임신과 관련해 남자들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남자들은 임신 가능성에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많다. 체외사정을 하면 된다고 우기는 이도 많다. 그렇게 한다고 임신 위험이 없는 게 아니다. 일단 임신이 되면 온전히 여자의 몫이다. 심지어 여자친구가 임신했다고 하면 ‘내 아이인지 어떻게 알아?’라고 하는 남자도 많다고 한다. 책임감이 있다는 남자도 기껏 낙태비용 내주고, 병원에 함께 가는 정도? 나머진 오로지 여자가 감당할 몫이 된다. 임신을 하면 모든 책임의 절반은 자신이 져야 한다는 걸 인식하면 좋겠다.”
▼ 어린 나이에 너무 쾌락만 추구하는 게 건전한 사고는 아니지 않냐는 비판도 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른 거니까. 내 입장에선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난 그게 나쁘다고 생각해서 안 해’ 하는 건 자유지만, ‘나쁘니까 너도 하지마’ 하고 강요하는 건 문제라고 본다.”



“학교 성교육은 무의미”

“13세면 성적 자기결정권  내 몸으로 내가 하겠다는데···”

이연이 씨는 “학교에서 최소한 콘돔 제대로 사용하는 법이라도 가르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 10대는 가치판단력이 부족하고 자기절제가 안 되는 시기라 자칫 섹스에 중독될 수도 있고, 잘못된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10대 때 하면 중독되고, 20대 때 하면 중독이 안 되나.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만 13세가 되면 누구에게나 성적 자기결정권이 주어진다. 본인이 책임질 문제이지 사회가 금지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 10대들의 성매매도 자기결정권으로 선택할 문제일까.
“어느 조사 결과를 보니 성매매 10대는 대부분 가출청소년이었다. 그들은 가출한 상태라 보호자 동의서를 받을 수 없어 알바(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다.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성매매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생존의 문제다. 거주지와 생존권이 보장된다면 굳이 성매매를 할 필요는 없다. 성매매와 성적 자기결정권은 별개라고 본다.”
▼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지 않나.
“성교육이라고 하기도 뭣하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임신을 하고, 임신 1개월이면 어떻고, 3개월이면 어떻고 하는 이야기뿐이다. 기껏해야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마세요, 누가 강제로 하려고 하면 ‘이건 나빠요’ ‘안 돼요’라고 말하세요, 정도다. 성은 숭고하고 성스러운 것, 10대 때 섹스하는 건 나쁘다고만 가르친다. 무의미하다. 오히려 사회에서 직접 배우고 느낀 게 더 많다.”
▼ 어떤 걸 가르치면 좋을까.
“최소한 콘돔 제대로 사용하는 법이라도 가르치면 좋겠다. 성인이 돼도 대부분 콘돔을 제대로 씌우는 법조차 모른다. 남자도 절반은 잘 모른다. 체외사정 실패율이 얼마인지, 콘돔 외에 여자들이 할 수 있는 피임법이 뭐가 있는지 정도는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최근 인터넷에서 청소년에 대한 특수 콘돔 판매 불법 규정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여성가족부가 “특수 콘돔 등의 성 기구는 청소년이 사용할 경우 신체 부위의 훼손 등 신체적 부작용을 초래하거나 청소년에게 음란성, 비정상적인 성적 호기심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청소년보호법에 의거 청소년 대상 유통을 제한하고 있다”고 해명하자 논란은 더 거세졌다.



“콘돔 =발기부전? 병원 가라!”

“돌기형 콘돔 같은 걸 음란물로 규정한다는 게 어이없다. 더 큰 문제는, 여성가족부도 밝혔듯이 미성년자도 (일반) 콘돔을 살 수 있는데 막상 편의점에서 콘돔을 사려고 하면 민증(주민등록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학생이 이게 왜 필요하냐’며 힐난하는 점주도 있다고 한다. 그게 대부분 기성세대의 인식이다. 법적으로 만 13세 이상이면 성적 자기결정권이 인정된다. 섹스를 해도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청소년에게 왜 콘돔이 필요하냐고? 청소년은 피임을 하지 말라는 건가. 이것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인가.”
▼ 직접 사봤나.
“여러 번 사봤다. 보다시피 성숙해 보이니까 민증을 보여달라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그는 성과 관련한 한국 남성의 ‘무개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내 경험도 그렇고, 다른 친구들 얘기를 들어봐도 매너가 안 좋은 남자가 너무 많다. 아니, 매너가 뭔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 어떤 게 불만인가.
“제발 콘돔 제대로 씌우는 법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하긴 남자도 학교에서 그런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을 것이다. 콘돔이 임신과 에이즈만 예방하는 게 아니다. 성병엔 어떤 것들이 있고, 콘돔이 그런 성병을 예방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걸 제대로 인식하면 좋겠다.”
▼ 남자들이 콘돔 사용을 싫어하나.
“난 ‘노 콘돔, 노 섹스’다. 종종 ‘콘돔을 끼면 발기가 안 된다’는 둥 ‘느낌이 안 온다’는 둥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거부하는 남자들이 있다. 정말 이기적인 생각이다. 콘돔은 책임감 이전에 기본 매너다. 콘돔을 꼈을 때 정말 발기가 안 된다면 그건 진짜 병이다. 내가 정색을 하고 ‘그럼 섹스하지 마. 그리고 그거 병이니까 병원에 가봐’ 하면 다들 낀다. ‘내 것은 성병도 없고 깨끗하다’고 우기는 남자도 있다. 그럼 당장 병원에 가서 진단서 끊어 오라고 한다. 성병이 눈으로 보이는 건가. 남자들,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른다.”
2013년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성 관련 질환을 앓은 경우가 남학생 8.4%, 여학생 11.1%로 나타났다. 적지 않은 숫자다. 2012년 조사에서는 성관계를 경험한 청소년 중 임신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24.1%에 달했고, 그 가운데 낙태율은 81.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중심 성문화

그는 또 다른 불만도 털어놨다.
“삽입 중심의 섹스도 문제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뭘 요구하거나 하면 ‘너는 이기적이다’ ‘넌 섹스를 잘 모른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제일 황당한 건 한번 섹스를 하고 나면 내가 자기 소유인 양 여기는 경우다. 한 번 같이 잤다고 여자가 남자의 소유물이 된다? 주변에 그런 얘기를 하면 ‘남자라서 그래’라는데, 짜증 난다 정말.”
▼ 우리 사회가 ‘남자들의 속성’이란 명분 아래 남성 중심 성문화를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긴 하다.
“얼마 전, 성인 전문 사이트 운영 회사에서 성 강연회를 열었다. 거기 나온 강사가 ‘김태희랑 결혼해도 전원주와 바람나는 게 남자’라고 하더라. 남성들의 잘못된 성 관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외모 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 남자가 바람피우는 걸 정당화하는 것이 다 문제다. 남자는 다 그러니 여자들이 이해하라는 건 어이없는 사고방식이다.”



자궁경부암 슈퍼 전파자

▼ 좀 과민반응 아닌가.
“그게 문제라는 걸 남성 대부분이 모르는 게 문제고, 그게 잘못이라는 걸 우리 사회에서 아무도 지적 안 하는 게 잘못이다.”
▼ 외도가 문제라고 보나.
“당연히 나쁘지 않나.”
▼ 결혼하면 배우자와만 섹스를 해야 한다?
“그게 기본 아닌가. 서로 외도하는 걸 허용하기로 합의하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상대를 배신하면 안 된다고 본다.”
그는 인터뷰 도중 휴대전화로 뭔가를 검색하더니 기자에게 보여줬다. 요즘 요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핫’하게 뜬 만화가 김풍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었다. 자신이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았다는 내용이었다.
“자궁경부암은 여성만 걸리는 질병이다. 하지만 이 병을 옮기는 슈퍼 전파자는 남자다. 남자가 섹스를 하면서 여성을 전염시킨다. 따라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함께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호주에선 얼마 전부터 남자들도 필수 접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여자들에게만 권한다. 이걸 맞는 남성은 극히 드물다. 김풍 씨 트위터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 이런 남자들이 늘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 ‘10대에게 콘돔 나눠주기 운동’ 등 요즘은 성 관련 사회운동을 하는 젊은이가 많더라.
“내가 그런 일을 할 생각은 현재는 없다. 남까지 책임질 상태가 아니다. 남이 하는 걸 보면 ‘잘한다’고 격려하는 정도? 사실 청소년 성문제보다는 자궁경부암 퇴치 운동, 콘돔 사용하기 운동, 성노동에 더 관심이 있다.”
▼ 성노동?
“내가 성노동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들의 선택을 지지하는 거다. 성노동자만 성노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동아 2016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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