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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해물질에 포위됐다

못 믿을 방향제, 세정제, 섬유탈취제…

  • 임종한 |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우리는 유해물질에 포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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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살생물제 사용 전 허가제

우리는 유해물질에 포위됐다

영국 언론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한 옥시 영국 본사 라케시 카푸어 최고경영자의 사과와 한국 피해자 및 환경단체들의 시위 소식을 상세히 보도했다. [BBC 홈페이지]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공산품의 함유 성분을 정부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천연 향초, 살충제 같은 제품에 위험 성분이 함유될 가능성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방향제나 향초 등 호흡기를 통해 유입될 수 있는 제품에 ‘성분과 함유량 표시’를 법적으로 의무화하지 않은 점이다. 화학물질 관련 현행법에는 특정 부류의 화학물질에 대한 위해성 평가 면제 조항이 있어, 정부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거나 아예 ‘등록 대상에서 면제’되기도 한다. 가습기 살균제 중에서 구아니딘계 고분자 물질은 이러한 특혜 조항에 따라 위해성 평가 자료 제출이 면제됐다.

제조물책임법은 과학기술적 모호성으로 인해 기업의 책임을 묻기 어렵게 돼 있다. 현행법대로라면 기업들은 살균제와 같은 살생물제를 사용하고서도 ‘영업기밀’을 이유로 화학물질의 정보를 밝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살생물제는 예외 없이 당국에 물질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기업이 제품 출시 전에 안전성을 입증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영업기밀’ 이유로 비공개?

우리는 유해물질에 포위됐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환경 관련 37개 시민단체는 4월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옥시 측의 처벌을 촉구하고 옥시 제품 불매 운동을 선언했다. [동아일보]

신규 화학물질은 제조·수입 누적량이 1t 이상인 경우에 한해 화학물질의 등록과 평가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조·수입 누적량이 1t 이하인데도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이 있다. 그러므로 일정 기간을 목표로 삼고 모든 화학물질에 대해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이른 시일에 모든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를 진행할 수 없다면 독성물질 감시체계부터 구축해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 발생 정도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화학물질 및 약물 등으로 발생한 중독사고 현황 및 원인 물질에 대한 정보 제공체계가 아주 취약하다. 현재 관련 정보를 웹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관으로는 과학기술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이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와 환경부에는 단일 화학물질의 정보만을 근로자와 전문가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어서 자료 활용성이 낮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독성정보제공시스템(Tox-info)’의 화학제품 중독 정보는 단일 물질 정보만을 제공하며, 학술적인 정보가 많아 일반인이 활용하기 어렵다. 정부기관의 화학물질 정보는 전문가 활용 중심의 DB로, 정부 각 부처 법령이 관리하는 일부 화학물질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다.  

유럽, 미국 , 캐나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도 오래전부터 독성물질 감시센터를 운영하며, 독성물질 노출 여부 모니터 및 예방대책 마련에 노력해왔다. 미국의 중독관리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Poison Control Center, AAPCC)는 국가중독정보시스템(National Poison Data System, NPDS)을 통해 피해 현황을 모니터링한다.

NPDS에 따르면 2011년 미국 중독사고 신고건수는 362만4063건이며, 5세 이하의 인체 노출 중독사고(human exposure cases)는 비의도적 노출로서 114만4729건(49.1%)에 달한다. 5세 이하의 중독사고 원인물질로는 화장품 및 개인용품 16만6246건(14.0%), 진통제 11만7378건(9.9%), 가정용 클렌징 제품 10만9442건 (9.2%), 이물질·장난감·잡화 8만2197건(6.9%), 국소용 장제(Topical Preparations) 7만8114건(6.6%)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응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시민이 나서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화학산업 국가인데도 그 흔한 독성물질 감시센터 하나 없다.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아 엄격히 제재해야 하는 살생물제 물질 관리방안도 허술하다. 외국 기업이 자국의 엄격한 안전관리 규정을 잘 지키다가, 왜 한국에선 제품 속 유해물질 성분이나 함유량을 공개하지 않았을까. 기업이 소비자의 건강을 지킬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이윤을 내는 데 몰두하는 ‘한국 기업문화’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아닐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가습기 살균제 사고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는 점이다. 지지부진하던 화학물질 안전관리정책에 대한 개편 논의를 매듭짓고 새로운 화학물질 안전관리정책(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및 화학물질관리법 제정)을 도입하게 됐다. 새로운 화학물질 안전관리제도는 신규 화학물질뿐 아니라 기존 화학물질 모두 안전성 평가를 하도록 하고, 생활화학제품 등을 포함한 위해 우려 제품에 대해 위해성 평가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정부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유통량과 독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를 추진하고 있다. 살생물제에 대해서는 전수 관리를 하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하나같이 진일보한 대책이지만 여전히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그러므로 시민들은 기업이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살피고, 정부가 기업의 이런 변화를 강제하는 정책을 세우도록 촉구해야 한다. 이젠 시민들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제2의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사회 변화를 조직화해야 한다.





신동아 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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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한 |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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