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호

특집 | 여의도 여성파워

‘여성 대표성’에선 4黨 모두 ‘지역정당’

  • 김은주 |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ckwp90@gmail.com

    입력2016-05-26 11: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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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금배지’ 51명 나온 반전 드라마
    • 경선·본선 경쟁력 높아졌지만 참여 기회 적어
    • ‘남녀동수 의회’는 세계적 추세
    ‘여성 국회의원 17%’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며 20대 총선이 끝났다. 비례대표 여성할당제가 처음 도입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여성 당선인 비율은 5.9%였다. 이어 지역구 여성할당제가 처음 적용된 17대 때는 사상 첫 두 자릿수인 13%, 그리고 18대 13.7%, 19대 15.7%로 여성 당선인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인 300명 중 여성이 51명이나 나온 것은 예상외 선전이다. 아니, 예상을 뒤엎는 ‘반전 드라마’였다. 총선일인 4월 13일 직전까지도 19대는커녕 18대 총선 수준만 돼도 최선이라고 할 정도로 20대 총선 환경은 여성에게 불리했다. 비례대표 의석이 축소되고 경선과 계파 공천이 맞물리면서 여성할당제가 사실상 무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최악의 여건에서도 여성 당선인 비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여성 후보의 경쟁력이 남성 후보에 비해 뒤지지 않았다. 이러한 선전을 가능케 한 요인은 무엇일까. 또한 지난 17대 총선 이후 4번의 총선을 거치면서 여성 의원 비율이 고작 4%밖에 증가하지 못한 요인은 무엇일까. ‘남녀동수 의회’를 실현하려면 우선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20대 총선에서 여성 후보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보여줬다. 첫째, 당내 경선은 일반적으로 여성 후보에게 불리하다고 여겨졌지만 이번에 여러 여성 후보들이 경선에서 경쟁력을 드러내 꼭 그렇지만은 않음을 증명했다. 둘째, 본선에서도 여성 후보가 남성 후보에 비해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이 계속 향상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경쟁력은 높은데…

    20대 총선 직전 여성계는 20대 국회의 여성 대표성이 심각하게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선거구 재획정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석이 7석 줄었고, 이로 인해 여성 비례대표 의석수가 4석 줄었다. 또한 과반의 당선을 자부하던 새누리당이 지역구 여성 후보 공천에 인색해 19대 때와 같은 16명을 공천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도 경선이 확대되면서 자금과 조직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여성 후보들이 경선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주지하다시피 20대 총선에서 당내 경선은 좋은 후보를 선발하기보다는, 계파 이해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는 측면이 적지 않았다. 계파 갈등이 특히 심각한 새누리당은 19대(20.4%) 때의 두 배 이상인 57%의 지역선거구에서 경선을 실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9대 총선 때보다 10%가량 줄어든 24%, 국민의당은 19%의 경선 실시율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예비후보들의 경선 참여율도 높아졌는데, 새누리당 21.3%, 더민주당 16.4%, 국민의당 21.9%를 나타냈다. 이는 19대 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여성 경선 참여율 8.5%, 13.2%보다 높은 수치다.

    경선에 도전한 여성 예비후보자는 새누리당 33명, 더민주당 9명, 국민의당 8명이고, 이들 가운데 각각 6명, 5명, 4명이 본선 후보자로 확정됐다. 여성 예비후보의 정당별 경선 당선율은 새누리당 18.2%, 더민주당 55.6%, 국민의당 50%다. 새누리당은 최다 후보를 내고도 최저 당선율을 보인 반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남성 예비후보들의 경선 당선율(각각 48.1%, 33.7%)이 여성 예비후보들의 그것보다 낮았다. 여성의 경선 경쟁력이 남성에 뒤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경선 경쟁력이 아니다. 여성에게 경선에 나설 기회 자체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새누리당에서는 83명의 여성이 공천을 신청했지만, 그중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33명만 경선에 참여할 수 있었다.



    더민주당이 女風 주도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는 98명으로 전체 후보(934명)의 10.5%를 차지했다. 이들 98명 중 26명이 당선돼 26.5%의 당선율을 보였다. 남성 후보의 당선율은 27.2%(836명 중 227명)로 여성 후보보다 약간 높았다. 이러한 여성후보 당선율은 19대에 비해 떨어진 것이다. 19대 때는 30%(63명 중 19명)로 남성(27%·839명 중 227명)보다 높았다.

    20대 총선에서 남녀 후보자의 당선비율이 역전된 것은 남녀 후보자 수의 증감 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에서 여성 후보자 수는 19대에 비해 35명이나 늘어난 데 반해 남성 후보자수는 오히려 3명 줄었다. 따라서 20대 총선 여성 후보자 수를 19대 때와 같은 인원으로 조정해 당선비율을 계산하면 여성 후보자 당선율은 42%로 올라간다. 결과적으로 여성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19대에 비해 향상됐을 뿐 아니라 남성 후보자보다도 월등하게 높은 것이다.



    한편 여성 후보의 경쟁력은 정당별로 달랐다. 정당별 여성 후보 당선율은 새누리당 37.5%, 더민주당 68%, 국민의당 22.2%로 더민주당이 가장 높았다. 새누리당은 남성 후보 당선율이 더 높은 데 비해 더민주당, 국민의당은 여성 후보 당선율이 더 높았다.

    지역구 여성 당선인 26명의 정당별 분포를 보면 새누리당 6명, 더민주당 17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이다. 20대 국회의 여성 대표성 확대는 더민주당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선과 본선에서 여성 후보의 경쟁력이 향상됐는데도 여성 당선자 비율은 15.7%에서 17%로 고작 1.3%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그 원인은 여성 후보 개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법제도 및 정당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47조 제3항 및 제4항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50%를 여성에게 할당하고 홀수번호를 부여해야 한다. 지역구에서는 30%를 여성에게 할당해야 한다.

    그러나 20대 총선 지역구 선거의 여성 후보 공천율은 10.5%로 19대보다 0.7%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새누리당 6.9%, 더민주당 10.7%, 국민의당 5.3%, 정의당 11.8%로, 어느 정당도 ‘지역구 30% 여성할당제’를 이행하지 않았다. 강제 이행 규정 없이 정당의 자율적인 노력에만 맡겨놓은 제도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정당별 비례대표 여성 후보 추천비율은 새누리당 59%, 더민주당 56%, 국민의당 및 정의당 각각 50%, 녹색당 60%, 기독자유당 10%였다. 50% 여성 할당과 홀수번호 부여를 모두 지킨 정당은 새누리당, 국민의당, 정의당, 녹색당이었다.



    충청·제주 女후보 ‘0’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 축소에 따른 보완책으로 비례대표 후보 6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짝수번호에도 여성을 공천했지만, 모두 당선권 밖 후순위로 배정했다. 더민주당은 60%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을뿐더러 홀수번호인 15번에 남성을 공천하는 꼼수를 부렸다.

    여성할당제가 도입된 지 16년이 지났고, 그간 5번의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됐지만 여성 대표성에서는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여성할당제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등록무효, 수리불허 등의 실질적이 제재수단이 없는 제도적 한계 탓이다. 비례대표 여성할당제는 의무규정이지만 지키지 않아도 되고, 지역구 여성할당제는 의무규정도 아니고 ‘노력규정’으로 돼 있어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더욱 어렵다.

    지역구 선거에 나선 여성 후보자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이 34.7%로 가장 높고, 경기도가 28.6%로 그다음을 차지했다. 서울 및 경기 지역 편중 현상이 극심하다. 충북, 충남, 제주 등 3개 지역에선 단 한 명의 여성도 출마하지 않았다. 지역구 여성 당선인의 지역 쏠림 현상은 더하다. 서울에서 16명, 경기도에서 7명의 여성 당선인이 나왔다. 여성 당선인의 88.4%가 서울·경기지역에 집중된 것. 여성 대표성 관점에서 보면 4당 모두 전국 정당이 아닌, 서울·경기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에 불과하다.

    20대 총선에서 전·현직 국회의원 경력을 보유한 여성 후보자는 전체 98명 중 32명으로 32.6%다. 17대 20%, 18대 17.4%, 19대 32%로 ‘경력 후보자’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이들 후보 32명 중 23명이 당선됐다. 하지만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여성 후보 66명 중에서는 단 3명만 당선됐다. 여성 당선인 중 85%가 국회의원을 지낸 경험이 있는 ‘경력직’인 셈. 여성 정치 신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20대 총선은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들의 잔치로 끝났다.



    등록무효, 수리불허 검토해야

    한편으로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들의 경력 지속은 여성 정치인의 전문성 및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비례대표 여성 국회의원들은 다음 선거를 위한 예비후보군으로서의 역할을 맡을 것을 요청 받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 정치 신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정당 차원의 노력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50대 50’의 남녀동수 의회를 향한 움직임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유엔 여성지위위원회는 각국 정부와 의회에 2030년까지 남녀의 지위가 50대 50이 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1995년 세계여성대회에서 채택한 베이징여성행동강령은 30% 여성할당제를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주요한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 결과 지난 20여 년 동안 여성 국회의원의 세계 평균 비율은 1995년 11.3%에서 2015년 22.1%로 거의 두 배 상승했다. 국회 내 여성의원 비율이 30% 이상인 국가는 1995년 5개국에서 2015년 42개국으로, 40% 이상의 수치를 기록한 국가는 1개국에서 13개국으로 크게 늘었다. 여성 의원 비율이 50%를 넘은 국가도 4개국이다.

    한국은 2030년까지 남녀동수 의회를 실현할 수 있을까. 이것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법과 제도 및 시스템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먼저 여성할당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법 개정을 통해 지역구 30% 여성할당을 의무화하고, 등록무효 및 수리불허와 같은 강제이행 조치를 신설해야 한다. 현재 단순 의무규정에 불과한 비례대표 여성할당제 또한 지역구 여성할당제와 같은 수준의 실질적 제재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여성은 경선에 나갈 기회를 잡기가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여성의 경선 기회 확대를 위한 경선여성할당제 같은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 또한 각 정당은 여성 당선인이 특정 지역에만 쏠리는 현상을 해소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여성 후보군을 적극적으로 발굴, 양성하는 것은 물론 권역별 여성할당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성 정치 신인을 양성해 공천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김 은 주


    ● 1966년 강원도 강릉 출생
    ● 이화여자대학교 박사 수료 (정치외교학)
    ● 국무총리 여성정책조정회의 위원, 국회의장 여성아동 미래비전자문위원회 위원
    ● 現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 대통령직속 통일준비 위원회 전문위원
    ● 저서·논문 :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관련 선거법제도의 효과성 연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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