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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여의도 여성파워

정치권력의 ‘마태효과’를 깨라

20대 국회 여성의원들에게 바란다

  • 김은경 |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 sleadership@korea.com

정치권력의 ‘마태효과’를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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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여성 정치인은 여성을 대표해야 하나
  • ● 여성 정치의 성과 不在가 ‘부당 특혜’ 논란 낳아
  • ● 남녀동수 의회·내각 출범한 프랑스에서 배울 점
우리 사회의 정치권력은 남성에게 집중돼 있다. 이러한 정치권력은 경제 분야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흡사하다. 돈 가진 이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는 것처럼, 정치권력을 가진 이들은 더 큰 권력을 위해 지금의 권력을 투자한다. 이렇게 현직에 있는 (남성) 의원들의 권력 우위는 점차 강화돼간다.

현재의 권력이 미래의 권력을 획득하는 이른바 정치세계의 ‘마태효과’는 여성을 비롯한 정치 신인들의 정치 진입을 오랜 기간 구조적으로 차단해왔다. 마태효과란 사회학자 머튼이 마태복음 13장 12절,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라는 구절을 빌려 개념화한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우위는 더 나은 우위를 가져오고 열위는 더 못한 열위를 낳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가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는 현상을 가리킨다(대니얼 리그리, ‘나쁜 사회 : 평등이라는 거짓말’).



자력으로 발전하라?

젠더 이슈와 관련한 마태효과는 현재도 여전하다. 위헌 판결이 났는데도 군 가산점제 부활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가 하면,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여성 후보 가산점에 대한 위헌 소송이 벌어지며 여성할당제의 필요성과 실효성이 시험대에 오른다. 차별을 제거하고자 시도되는 정책들이 제도권 내에서 무산 혹은 완화되면서 기존 남성 중심 정치권력의 선점과 우위는 확대 재생산된다. 다음은 정의화 국회의장(19대)의 말이다.




남성들을 빼내고 여성을 넣는 여성전략지구 선정을 반대한다. 이제는 얼마 안 가서 여성과 남성이 경쟁해서, 여성 우위가 될 것이다. (…) 여성들이 스스로 지역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당선되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금권선거가 거의 없어졌다. 여성이 제대로 자기 능력을 발휘하고 이름을 잘 알리기만 하면 당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자유민주주의의 자유와 평등 정신에 따라 본인 능력을 함양해 여성들이 자력으로 발전하는 게 중요하지 제도는 지금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2014년 10월 1일 ‘여성신문’ 인터뷰


2016년 현재 칠레와 프랑스에 이어 EU, 캐나다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남녀동수’ 민주주의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여성 장관 1인’ 시대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공적 영역이든 사적 영역이든 여성이 고위직에 진출하는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 사이에서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회가 차별적이고 불평등하게 주어질 경우 최적의 대안은 ‘정치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기회가 균등하도록 해서   민주적 가치를 실천하려면 ‘정치적 권위’에 의한 규제를 늘리는 일 외에 어떤 효과적인 방법이 가능할까. 이것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정치적 권한이 필요한 이유이고, 정치권력을 가진 여성들이 남성과는 다른 차원의 권력을 행사해야 하는 이유다.

여성 대통령의 등장이 여성문제 해결의 획기적인 성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여성 의원 수의 증가는 남성이 해결하지 못한 차별적 이슈를 국회에서 논의하고 해결할 것이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기대는 20세기 들어 높은 수준의 권력을 가진 정치·경제 분야의 여성 지도력을 통해 경험하고 학습한 결과이기도 하다.  



여성 정치에 드리운 그늘

이러한 이유로 여성운동가들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미 정치권에 몸담은 여성들을 지지, 격려하고 때로는 직접 정치 진출을 시도한다. 이것이 바로 여성의 삶과 여성문제, 여성운동과 여성정치가 만나는 지점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여성정치는 수적 열세와 지체, 그리고 이로 인한 산적한 과제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두 명의 여성이 최초로 진출한 2대 국회 이후 여성의 정치 참여는 꾸준하게 증가해왔다. 곧 개원하는 20대 국회는 역대 최다인 51명의 여성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 수적 증가는 자연스럽게 의정활동의 질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18대 국회 여성 의원 44명, 19대 국회 여성 의원 48명으로 무엇이 변했을까. 세계 평균 22.7%에 못 미치는 20대 국회 여성 의원 비율 17%에 대고 남성 중심의 정치를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정치로 바꿔주길 기대해도 될까.



정치와 정책의 변화를 기대한 19대 국회 여성 분야 입법 현황과 성과를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성 의원 수의 증가에 상응하는 성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여성 분야 관련 8개 법률에 대해 총 172개 법안이 제출돼 법안 가결률 57%를 기록, 전체 처리율 37.3%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주요 법률안은 처리되지 않아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내용을 포함한 법안은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성매매 방지 예방,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전부개정법률안’은 계류 중이다. 스토킹 관련 법안, 유엔 인신매매방지의정서 이행 입법 관련 형법 개정, 정치경제 분야 여성의 참여증진을 위한 법안도 처리되지 않고 있다(조주은, ‘제19대 국회 여성분야 입법 현항과 과제’, 이슈와 논점 1109호, 국회입법조사처).

여성 대통령 3년의 평가는 더욱 실망스럽다. ‘여성이 당당하게 능력으로 인정받는 세상 만들기’, ‘맘 편히 아이를 낳고 키우는 세상 만들기’라는 대통령 선거공약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로 여성 지위 관련 수치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출산율은 계속 하락하고 여성 고용률, 의회 내 여성 의원 비율, 유리천장 지수, 남녀임금 격차 등은 여전히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에 머문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비민주적이고 비효율적인 의정활동과 차별적 상황의 지속은 여성 정치에 대한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여성 의원 증가에 따른 가시적 성과의 부재는 할당제와 가산점제와 같은 임시 조치를 부당한 특혜로 몰아가는 빌미를 제공한다.



이중 잣대, 이중 부담

1982년 프랑스는 ‘한 성(性)이 전체 의석의 75%를 넘을 수 없다’는 소극적 여성할당제를, ‘헌법이 정한, 성에 의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근거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후 프랑스는 남녀동등 사회를 향해 가히 혁명에 가까운 개혁을 추진해가고 있다. 헌법 개정과 선거법 개정을 통해 남녀동수 의회를 구성했고, 2012년 사회당 승리와 함께 대통령 선거공약 사항이던 남녀동수 내각도 실현했다. 개정 헌법은 국가에 여성 참여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 의무를 부과했고, 정당에는 각급 선거에서 남녀를 동등하게 공천할 것을 요구했으며, 관계법령에 강제조항을 마련해 ‘과거로의 회귀’를 적극 차단했다.

프랑스에서 남녀동수 의회는 의회의 관심을 성평등 정치로 돌리게 했고, 의회를 통한 격렬한 토론과 성찰은 성평등 사회에 대한 대중의 인식 제고와 지지를 얻어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프랑스 여성들도 대한민국 여성들처럼 남성과는 다른 차별적 대우를 받아왔고, 현재도 그러하다. 여성은 가사와 육아를 대부분 여성이 책임지고, 이로 인한 경제적 활동의 제약은 임금과 연금에 영향을 미쳐 노년의 빈곤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남성보다 높은 삶을 살아간다.

프랑스도 한국과 문제의 상황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문제 인식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은 같지 않다. 남녀동수 의회와 내각을 실시하는 프랑스에는 한국엔 없는 법이 있다. 일례로 매년 기업들로 하여금 남녀차별적 임금 현황을 밝히고 해결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강제한다. 여성 근로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육아휴직을 남성과 나눠 쓰도록 의무화했다. 이것이 여성정치로부터 창출된 권력이고, 여성 의원에게 주어진 공식적 권한의 힘이다.

20대 국회 개원을 얼마 앞둔 현재는 여성 그리고 국회의원으로서 자기 객관화와 민주적 가치에 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이에 새 국회를 책임질 51명의 여성 의원에게 오래된 새 질문을 던진다. “왜 여성이며, 어떤 정치인가?(Why Women, What Politics?)”



여성정치의 정당성

여성의 정치 참여는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여성이 정치 세계로 진입하려면 다차원의 장애를 뚫어야 하기 때문에 남성과는 다른 자질, 혹은 더 훌륭하기를 바라는 ‘이중 잣대’로 이어지고, 이중 잣대는 의원이기 이전에 ‘여성의 대표’로 역할을 했는지를 묻는 ‘이중 부담’으로 귀결된다(김은경, ‘여성정치지도자의 자질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대한민국국회, 2011).

이러한 복잡한 요구와 기대 속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전적으로 여성 의원 자신의 선택이다. 그 선택은 ‘나는 국회의원이지, 여성 국회의원이 아니다’라며 분명하게 선을 긋는 경우와, 여성 대표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정책의 성(性) 주류화를 위한 대변자 역할을 자임하는 경우로 구분된다. 그러나 기대와 역할 간의 갈등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던, ‘여성’이라는 꼬리표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의정활동 내내 따라다닐 것이다.

그런데 여성의 권력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지 않는다면, 과연 그 권력은 어디에서 정당성을 확보할 것인가. 자신만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기존 정치와 무엇이 다른가. 여성의 정치가 그 자체로 도전이며 민주적 가치 실현의 상징이라고 할 때, 여성 정치는 남성 중심의 정치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다름은 여성에게 남성과는 다른 특별한 책임감이 있음을 암시한다. 재고의 여지없이 여성 의원은 여성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 이 글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하는 ‘젠더리뷰’ 2016년 봄호에 실린 ‘여성의원의 의정활동, 양과 질의 문제’의 일부를 발췌, 보완한 것입니다.    

김 은 경


● 1964년 서울 출생
●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법정대 박사(정치학)
● 교육부 교원임용양성평등 위원, 국회의장 여성아동 미래비전자문위원, 여성 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저서 : ‘한국의 권력구조 논쟁 III’, ‘뉴밀레니엄의 성정치학’, ‘녹색당과 녹색 정치’ 등(이상 공저)
● 現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 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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