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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_‘엘리베이터’ 에 기대 ‘아산’ 지킬 처지, 최은영_10억 아끼려다 100억+α 토해낼 판, 이어룡_창업주 외친 ‘동업자 정신’ 무너져, 양귀애_대한전선과 결별… “자선활동만”

재벌 여회장님이 사는 법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현정은_‘엘리베이터’ 에 기대 ‘아산’ 지킬 처지, 최은영_10억 아끼려다 100억+α 토해낼 판, 이어룡_창업주 외친 ‘동업자 정신’ 무너져, 양귀애_대한전선과 결별… “자선활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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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현대상선의 대표를 맡은 이가 6명에 달한다. 현대그룹 측은 경영 실적이 부진해 문책했다고 밝히지만, 대표 재임 기간이 평균 1.5년에 불과하다는 건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대그룹 내부에서 이른바 ‘실력자’라는 사람을 두고 구설이 불거진 적도 있다. 그룹에서 아무런 직함도 없는 황두연 아이에스엠지 대표가 현 회장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경영에 관여한다는 내용이었다. 현대그룹 측은 이 같은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이 개점휴업 상태인 것은 북한의 도발과 극도로 경색된 남북관계 탓이지만 현 회장의 정무적 판단력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현 회장은 2009년 8월 10~17일 평양 방문 때 김정일을 만나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 및 비로봉 관광 개시, 금강산 관광 편의와 안전 보장 △육로통행 및 체류 관련 제한 해제 △개성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활성화 △백두산 관광 개시 △추석 때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당시 청와대는 이 같은 합의 내용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정부가 협의할 일을 일개 기업인이 합의하고 왔다는 것이었다. 정권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사를 현대아산 사장에 앉히는 등의 시도도 있었으나 대북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현 회장은 지난 3월 18일 현대상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경영을 맡은 지 13년 만에 주력 계열사인 ‘상선’은 만신창이가 됐고 ‘증권’은 잃었다. ‘엘리베이터’에 기대어 선대 회장들의 유업인 ‘아산’을 지켜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여걸’에서 ‘먹튀’로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한진해운 경영권을 잃었다. ‘여걸’이라는 평가는 온데간데없고 ‘먹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10억 원 아끼려다 100억 원 +α를 토해내야 할 옹색한 처지이기도 하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하 조사단)은 주가조작 등 증시 불공정거래 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금융위는 2013년 9월 조사단을 설립하면서 패스트트랙(fast track, 조기 이첩)을 도입했다. 금융 당국의 고발 조치를 생략하고 검찰이 조사단의 조사 자료를 토대로 곧바로 수사에 들어가는 제도다. 금융위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등의 도입으로 평균 223일 소요되던 사건처리 기간이 157일로 30%가량 단축됐다.

따라서 최 회장에 대한 조사는 조사단과 검찰이 호흡을 맞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벌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사단은 조사에 착수한 지 2주 만인 5월 10일 검찰에 최 회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이튿날 검찰은 최 회장의 사무실과 자택 등 7~8곳을 압수수색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조사단이 이 사건보다 빨리 처리한 사건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할 것이라는 내부 정보를 미리 알고 손실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본인과 자녀의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자율협약 신청 발표는 4월 22일에 했는데, 최 회장과 그의 두 딸은 4월 6일부터 22일까지 9차례에 걸쳐 주식 66만9248주를 팔아 약 30억 원을 챙겼다.

한진해운 주가는 자율협약 신청 발표 전 3100원을 웃돌았으나 발표 직후 급락해 2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발표 전에 미리 팔아 10억~15억 원의 손실을 막은 셈이다. 최 회장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는 자본시장법(제443조 제1항)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1배 이상 3배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한진해운이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이번에 매각한 주식대금 전액이 손실회피액으로 산정된다. 10억 원을 아끼려다 벌금 100억 원, 그리고 막대한 변호사 비용까지 물 수도 있다. 최 회장 측은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착수금으로 10억 원 넘게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숙에게서 독립하려다 ‘항복’

현정은_‘엘리베이터’ 에 기대  ‘아산’ 지킬 처지, 최은영_10억 아끼려다 100억+α 토해낼 판, 이어룡_창업주 외친 ‘동업자 정신’ 무너져, 양귀애_대한전선과 결별… “자선활동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해운 경기 불황으로 곤경에 처했다.

최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여러모로 닮았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 살다가 남편 타계 후 거대 해운사의 경영 전선에 나섰다. 최 회장이 남편과 사별하고 한진해운 부회장에 취임한 2007년 당시 해운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국내 1, 2위 해운사를 ‘여회장’들이 이끌면서 “선박에 여자 이름을 붙이는 것에서 보듯, 해운업은 여자가 해야 잘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최 회장은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 기자간담회에 직접 나섰는데, 당시 그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거침없고 솔직한 언사’ ‘쾌활하고 호방한 성격’ 등으로 요약된다. “아주버님(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나는 배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내 지분을 빨리 사가라’고 말할 정도로 한진해운 경영권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2008년 2월), “남편이 병마와 싸우는 중에도 한시라도 걱정을 놓지 않았던 가업인 만큼 나도 인생을 걸고 도전하고 있다”(2009년 12월) 등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듯 그는 한진해운 독립과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하곤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이후 세계 해운업이 장기 불황에 접어들면서 두 해운사 여회장의 운명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운명은 특히 최 회장에게 가혹했다. 그는 2009년 한진해운홀딩스를 세우고 한진그룹으로부터의 독립을 도모했지만,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2013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한다. 그리고 이듬해 초 한진해운 경영권을 조 회장에게 넘기기로 한다. 당시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1400%, 당기순손실은 6800억 원에 달했다(2013년 12월말 기준).

최 회장은 “전 세계 물류업체 중 항공과 해운을 동시에 하는 곳은 없다”며 한진그룹과의 분리 의지를 드러내곤 했다. 반면 조 회장은 “반도체는 못해도 육·해·공 운송만큼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던 고(故) 조중훈 창업주의 소신을 받들어 육해공 종합물류 그룹을 추구해왔다. 최 회장 측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최 회장은 조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기가 죽기보다 싫었을 것”이라며 “그래도 해운업에 대한 의지가 강한 시숙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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