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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대기업’ 열전 | ② 셀트리온

美 시장은 뚫었는데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美 시장은 뚫었는데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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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 2002년 2월 26일 설립, 코스닥 상장사
● 대표이사 : 김형기, 기우성
● 주요 주주 : (주)셀트리온홀딩스(19.31%),(주)셀트리온지에스씨(2.14%)
● 최근 2년 영업 현황 (단위 : 10억 원)


창사 14년 만에 대기업 반열에 오른 (주)셀트리온에 요즘 같은 호시절은 없었다. 지난해 2월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Remsima)’가 판매 호조를 보일 뿐더러 램시마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지난 4월 최종적으로 마무리돼 숙원을 풀었다. 이에 따라 램시마는 올 하반기 세계 최대 제약시장 미국에 진출한다.

‘대한민국 제1호 항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크다. 지난해 8만~9만 원이던 셀트리온 주가는 올 들어 12만 원까지 상승했다. 코스닥 1위 셀트리온의 현재 시가총액은 11조7000억 원. 2위 카카오(7조 원)와 4조 원 넘는 격차다.

주식가치 상승에 힘입어 셀트리온은 제약업계 최초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월 1일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65개 그룹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했는데, 셀트리온이 여기에 새롭게 편입됐다. 미국 진출에다 대기업 격상. 셀트리온 사사(社史)가 제2막을 열었다고 할 만하다.





1년 만에 유럽 15% 점유

램시마는 존슨앤존슨의 ‘레미케이드’가 오리지널인 관절염 치료제다. 유럽의약청(EMA)에 이어 미 FDA에서도 레미케이드와 동일한 외삽(外揷, indication extrapolation, 바이오시밀러의 적응증을 오리지널의 적응증으로 확대하는 것)을 인정받았다. 따라서 램시마는 류머티스 관절염 이외에 강직성 척수염, 궤양성 대장염(성인), 크론병(소아 및 성인), 건선, 건선성 관절염 등에도 처방될 수 있다.

외삽이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시장이 커지기 때문이다. 램시마는 류머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 되는 종양 괴사인자(TNF-α)에 대한 중환반응을 유도해 질환의 진행을 완화한다. TNF-α 억제제의 세계시장 규모는 35조 원. 미국 시장이 그중 20조 원을 차지한다. 셀트리온은 FDA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은 뒤 “향후 램시마가 TNF-α 억제제 시장의 10%를 점유한다고 가정하면, 한 제품만으로 약 3조5000억 원의 매출이 가능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 램시마를 처방받은 누적환자 수는 5만7992명. 지난해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에 진출하면서 1년 만에 환자 수가 700% 이상 급증했다. 유럽에서 레미케이드를 판매하는 머크(MSD)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상당 폭 떨어진 것으로 미루어 램시마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15%까지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류머티즘 관절염 중심으로 처방이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른 적응증으로 범위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 크론병 및 대장염학회(ECCO)는 램시마와 같은 항체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에 대해 회원 10명 중 8명이 “신뢰한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3년에는 신뢰한다는 응답이 10명 중 4명꼴에 불과했으니 2년 새 항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의료계 인식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비싼 약가 논란이 일면서, 오리지널보다 30~40% 저렴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장려해 재정을 절감하려는 흐름이 있다는 것도 램시마엔 호재다.

바이오 제약 황무지 한국에서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나온 것은 서정진(59) 셀트리온 회장의 뚝심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가 대단히 전문적인 분야라고 해서 전문가만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패로 끝날지도 모를 프로젝트에 신념을 갖고 꾸준하게 투자하는 게 중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매도 스캔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발탁돼 대우자동차 경영고문으로 재직하던 서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되자 2000년 동료 10여 명과 (주)넥솔을 창업하고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4년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바이오 의약품 원료 생산을 대행(CMO)하면서 기초 체력을 갖췄고, 2006년부터 본격적인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에 나섰다. 이후 2013년 EMA에 램시마 승인을 신청하기까지 대규모 자본을 꾸준히 투자해왔다. 서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사채까지 끌어다 쓸 정도로 고충이 많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지출하는 연구개발(R&D) 비용은 최근 5년간(2011~2015년) 8667억 원, 연평균 1733억 원으로 추정된다.

고난 끝에 서 회장은 ‘부호’로 우뚝 섰다. 4월 포브스가 발표한 ‘한국의 50대 부자’ 리스트에서 서 회장은 13위에 올랐다. ‘주식 부자’인 그는 보유 자산이 230억 달러(약 27조 원)에 달해 지난해 17위에서 4단계 상승했다.

서 회장은 2013년 EMA의 램시마 승인을 앞두고 공매도 및 주가조작 스캔들에 연루됐다. 그해 4월 기자회견을 자청해 “셀트리온 주가를 끌어내리려는 공매도 세력과의 싸움에 지쳤다”며 “EMA로부터 램시마 판매 허가를 받으면 갖고 있는 셀트리온 지분을 모두 외국계 제약회사에 팔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조사에서 공매도 세력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고, 오히려 서 회장과 당시 수석부사장, 셀트리온 주주동호회장, 셀트리온 등 관련 법인 4곳이 주가조작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2014년 7월 법원은 검찰의 기소를 그대로 받아들여 서 회장 등 개인과 법인에 모두 11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듬해 3월 서 회장은 “상황을 정리하고 보니 구태여 지분을 매각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지분 매각 약속을 백지화했다.

뚝심의 서 회장을 지치게 한 악의적인 공매도는 올해 또 출몰했다. 지난 3월 ‘고스트 레이븐 리서치(Ghost Raven Research)’라는 단체가 셀트리온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배포했고, 그 여파로 한때 공매도가 폭증했다. 이 보고서는 ‘셀트리온 핵심 경영진은 대우자동차 출신으로 대우와 유사한 회계 문제를 발생시킬 것’ 등 논리가 엉성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 피해 지주사 전환?

이에 대해 셀트리온 관계자는 “FDA의 램시마 판매 허가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자 숏(매도) 포지션을 취해오던 세력이 자신들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취한 행동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에 대한 기대가 큰 한편, 다른 한편으로 셀트리온의 시장 가치가 너무 높게 평가된 것 아니냐는 염려가 아직 완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어 공매도 세력이 꾸준하게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 회장은 지난해 3월 김형기, 기우성 사장을 셀트리온 공동 대표이사로 앉히고 자신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지난해부터 미국 20세기 폭스사와 손잡고 인천 영종도의 영종하늘도시 유보지에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인천의 한 조찬 강연회에 연사로 나서 ‘한류 엔터테인먼트타운 사업’에 개인 자금 3000억 원과 해외 자본을 포함해 9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인천시 투자유치단 관계자는 “부지 문제 등 아직 제반 사항이 마련된 게 없어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밝힐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서 회장의 개인적인 사안이라 우리가 답변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셀트리온그룹은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제조법인과 판매법인이 분리돼 있다. (주)셀트리온이 연구·개발 및 제조를 맡고, (주)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 판매, (주)셀트리온제약이 국내 판매를 맡는다. 셀트리온제약은 셀트리온의 자회사지만,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별개 회사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배를 받지만(19.41%),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홀딩스와 지분 관계가 없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최대주주는 서정진 회장(46.47%)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연내 목표로 국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상장 후 셀트리온과 합병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셀트리온이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됐다는 사실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 집단에서 총수 일가가 30% 이상(비상장회사의 경우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계열사로부터 연간 2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돼 해당 매출만큼 증여세를 내야 한다. 따라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면 서 회장의 지분을 2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상장할 경우 30% 미만). 이에 대해 셀트리온 관계자는 “합병이나 서 회장의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처리 문제 등은 내부 논의 중인 사항으로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대기업 그룹 지정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이사는 4월 25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특별 좌담회에 참석해 “셀트리온의 경쟁 상대는 국내 기업이 아니라 다국적 제약사”라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기업 규제는 기업 활동에 제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매출에서 국내 매출은 3%에 지나지 않는다”며 “수출에 매진하는 셀트리온의 특성상, 독과점 등 경제력 집중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항변했다.  


“우리 상대는 밖에 있는데…

”램시마가 항체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문을 열어젖히자 ‘제2의 램시마’ 도전장을 내미는 제약사가 속속 등장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램시마와 마찬가지로 레미케이드를 오리지널로 하는 ‘플릭사비(Flixabi)’의 임상실험을 마치고 EMA에 판매 승인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굴지의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도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섰다. 화이자는 셀트리온과 북미 유통 독점계약을 맺고 램시마를 미국 시장에 유통하는 파트너이기도 하다. 오리지널 제약사는 가격인하를 단행해 항체 바이오시밀러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머크는 영국에서 레미케이드 가격을 25%가량 낮췄다.

경쟁이 날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셀트리온은 연이은 후속 제품 출시와 ‘퍼스트 무버’로서의 강점으로 대응해가겠다는 전략이다. 램시마와 함께 셀트리온의 ‘퍼스트 무버 바이오시밀러’군(群)으로 꼽히는 트룩시마(비호지킨 림프종 치료제), 허쥬마(유방암 치료제)도 각각 올해와 내년 EMA 승인 및 유럽 판매가 예상된다.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오리지널은 로슈의 ‘리툭산’과 ‘허셉틴’으로 각각 연간 매출이 9조2000억 원, 8조5000억 원(2014년 기준)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항체 의약품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의사들이 브랜드보다는 데이터로 충분히 입증된 램시마를 즐겨 처방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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