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호

특집 | 崔·朴·탄핵 쇼크 이후

朴 대통령 & 친박_고슴도치론, 비박 & 야권_국공합작론, 반기문_기름장어 셈법

탄핵·대선 삼국지

  • 이종훈 | 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6-12-20 11: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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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박(親박근혜)계의 한 인사는 “정치의 도덕성을 잠깐 논외로 두면, 박근혜 대통령은 두 번의 실책을 범했다”고 말했다.

    한 언론은 2016년 10월 24일 최순실 씨가 자신의 태블릿 PC로 박 대통령의 연설원고를 고치는 등 국정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다음날 바로 박 대통령은 최씨가 대통령 연설 원고를 손봐준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모두가 경악했고 세상이 뒤집어졌다.

    이에 대해 친박계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은 수년 간 최순실의 존재 자체를 숨겨왔다. 그런데 왜 이날은 순순히 인정했을까. 이후 상황을 보면 한편의 ‘블랙코미디’ 같다”고 말한다. 무엇이 블랙코미디일까.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

    “해당 언론 보도는 태블릿 PC를 ‘최순실 씨의 것’으로 보도했다. 그런데 이는 ‘그냥 질러 버린 것’이었다. 언론은 최씨 본인 것이 맞는지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 얼마 뒤 최씨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최씨의 것이 아니라면 희대의 오보가 될 뻔했다. 적어도 최씨의 것이 맞는지 아닌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면 다음날 대통령의 대응은 달랐을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이 보도를 그냥 사실로 믿은 것 같다. 그래서 ‘멘붕’에 빠진 것 같다. 부정확한 보도에 지레 놀라 연설을 첨삭 받은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블랙코미디다.

    대통령 취임 후 박 대통령 본인과 문고리 비서관 3인은 최순실 씨와 매우 자주 만났고 대화했다. 전화 통화나 문자메시지도 수도 없이 교환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순간 양쪽은 소통이 되지 않았다. 만약 그 보도를 보고 양쪽이 ‘이 태블릿 PC가 최 선생님 것 맞아요?’ ‘아뇨. 절대 내 것 아녜요’ 이렇게 대화만 했다면 박 대통령의 대응은 달랐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목숨 걸고 최순실을 숨겨왔다. 10월 24~25일 박 대통령의 대응은 일관성이 떨어졌다. 덕분에 진실의 중요한 한 자락이 공개됐고 사실상 여기에서 몰락이 시작됐다.”

    최순실 씨의 대통령 연설문 첨삭이 드러난 후 박 대통령의 여론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수습책으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수석들과 문고리 비서관 3인을 사퇴시켰다. 이에 대해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한 여권 인사는 “우 수석을 내보낸 것은 박 대통령의 실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박 대통령에게 여론 지지율은 의미가 없었다. 19%든, 10%든, 5%든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그토록 보호해온 우병우 수석을 최순실 사태 여론 무마 차원에서 선뜻 포기했다. 최순실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고돼 있었다. 알려지기로, 우 수석은 검찰 수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실제로 우병우가 나간 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검찰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 결과 검찰은 최순실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하게 된다.

    원래 박 대통령은 여론이나 여론조사 결과에 신경 쓰지 않았고 우병우를 끝까지 지켰다. 그런데 자신에게 칼끝이 향할 수도 있는 그 중요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는 왜 우병우를 버렸을까.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인데, 자신에게 가장 이기적인 선택을 해야 할 순간에 박 대통령은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것이다. 이 역시 본인 스스로 공황상태에 빠졌고 문고리 비서관 등 주변의 참모들도 제대로 조언을 해주지 못해 판단을 그르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여론의 포화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친박계는 고슴도치 전략을 쓰고 있다. 외부의 공세가 뜸해질 때까지 바늘을 세운 채 몸을 잔뜩 움츠려 방어로 일관하면 언젠가 살아남는다고 믿는 것이다.



    “선명 야당으로 남는 게…”

    친박계가 이렇게 버티는 까닭은 박 대통령이 버티기에 들어간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박 대통령의 전술 기조는 참호전이다. 고슴도치론과 참호전은 거의 유사하다. 참호를 파고 들어가 시간을 최대한 끌면서 적을 지치게 만들며 반격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친박계도 참호전에 돌입했다. 2016년 4월 총선 때는 비박계에 대해 초토화 전술을 쓴 바 있다. 그 때 공세를 펼쳤다면, 지금은 방어가 핵심이다.

    친박계는 12월 13일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라는 당내 모임을 만들었다. 주류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다. 이것이 실은 참호다. 2선 후퇴를 염두에 둔 포석인 것이다. 당내외의 비판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계속 전면에 나서봤자 총알만 더 날아온다. 이럴 때는 잠시 병력을 뒤로 빼는 것이 오히려 전력을 보존하는 길이다. 탄핵 표결 과정에서 친박계에서도 탈영병이 나왔다. 당내 모임 결성은 추가 탈영병을 막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일단 62명을 참호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대선 판이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른다. 반기문 카드가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친박계 전체의 단합이 친박계 의원 개개인에게 유리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음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대선이 끝나면 박근혜 탄핵은 과거의 사건이 된다.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이 정권도 국정에서 실수를 할 것이다. 비박계는 야당과 탄핵을 공모함으로써 이미 보수진영에서 선명성을 잃었다. 결국 야당으로 정권교체 후 친박계는 유일 선명 야당으로서 다시 국민의 기대를 받을 수 있고 재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친박계와 새누리당의 형태를 지켜놔야 한다.”  


    安, 찻잔 속 전투에 몰입

    국민의당은 탄핵 정국에서 지지율 반등을 노렸지만 오히려 급락했다. 대표적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이재명 성남시장만도 못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번지수를 잘못 찾은 까닭이다.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은 가장 먼저 즉시 하야를 주장했고 탄핵에 목청을 높였다. 진보 선명성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비하려면 역시 집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로잡혀서다. 그래서 더 선명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는 이들의 예측에서 벗어났다.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은 과감하게 우향우를 했어야 한다. 집토끼를 놓고 경합을 벌이기보다는 산토끼를 잡는 데 공을 들여야 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중도는 물론 보수 세력까지 부동층으로 변했다. 사실상 무주공산이다. 새누리당도 내전으로 정신이 없다. 이때 과감하게 치고 들어가야 했지만 안철수는 찻잔 속 전투에 몰입했다.

    진보 세력에게 안철수는 ‘운동권 족보’도 없는 이방인에 불과하다. 안철수 신드롬이 불 때는 효용가치가 있었지만 이제 그 값어치도 크게 떨어졌다. 그나마 중도 또는 보수 세력으로 확장성이 있을 때, 다시 말해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될 만한 요소가 있을 때만 진보 세력은 안철수를 쳐다본다. 이번 탄핵 정국은 다시 안철수 신드롬을 불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안철수는 이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에게 제3 지대 신당 세력과의 연대가 한결 중요해졌다. 1차 대상은 손학규 전 고문이다. 2차 대상은 제3 지대로 나온다는 전제 하의 반기문 총장이다. 반 총장이 독자 신당을 창당한다면 합당까지도 고려할 것이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신당을 만들 경우 그들하고도 연대할까. 아마도 그것은 최후의 고려 대상일 것이다. 새누리당 2중대라는 인식을 의식해서다. 그런 점에서 반 총장이 비박계와 보수 신당을 창당한다면, 연대는 물 건너 갈 것이다.



    최대 위험은 반기문 자신

    반기문 총장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다. 최근에는 제3 지대에 신당을 창당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문제는 시간이다. 정치적 기반도 취약하다. 주변에는 외교관 출신 선후배들만 넘친다. 외교도 정치의 한 영역이긴 하지만 정당 정치는 외교보다 한결 거칠다. 외교관 사고로 정당인을 제압하겠다는 것은 과도로 식칼에 대항하는 격이다.

    그래도 반 총장을 돕겠다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제3 지대에 미리 둥지를 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대표적이다. 최근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도 함께 신당을 만든 뒤에 경선을 치르자고 들 것이다. 이후 손학규, 안철수도 유사한 거래를 제안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제3 지대 신당 창당은 다양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묘수다. 부동층으로 변한 보수 세력을 단기간에 끌어 모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새누리당 쪽의 영입 요구도 강렬하다. 친박계도 비박계도 반 총장을 원한다. 반기문의 처지에선 친박계와 함께 할 수는 없어도 비박계라면 거부할 이유는 없다.

    더욱이 핵심 친박 8인이 탈당하고 비대위원장으로 전권까지 보장해준다면, 그래서 친박당을 반기문당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면, 솔직히 그렇게 나쁜 조건은 아니다. 그래서 반기문은 최후까지 본심을 숨기는 ‘기름장어 셈법’을 한동안 유지할 것으로 비쳐진다. 창당 반, 입당 반이다. 그게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궁극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신당 창당으로 나아갔다가 창당도 못하고 좌초할 수 있다. 새누리당에 입당해 반기문당으로 바꾸려다 경선에서 대참사를 겪을 수 있다.

    어느 쪽이건 던져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만약 던지지 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허무 개그로 끝난다. 반 총장에게 최대 위험은 결정을 미루고 마음을 숨기는 게 체질화한 그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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