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火葬) 문화의 확산으로 묏자리를 중시하는 의식이 점차 희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삼국시대 때부터 내려온 전통 풍수에 관한 믿음이 아직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풍수연구가 정택민 씨가 유력 대선 주자들의 부모·조상 묘를 둘러본 소감을 담은 흥미로운 글을 보내왔다. ‘조상의 묘 위치가 자손의 운세에 영향을 준다’는 풍수의 주된 논리에 바탕을 둔 글이다. 이 글의 내용은 ‘신동아’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함을 밝혀둔다.
풍수는 음양론과 오행설을 바탕으로 땅에 관한 이치를 체계화한 전통적 논리 구조다. 풍수는 일상적 생활환경을 반영하는 것으로 풍은 기후와 풍토를, 수는 물과 관련된 것을 지칭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풍수의 기본 논리는 일정한 경로를 따라 땅속을 다니는 생기를 사람이 접하게 함으로써 복을 얻고 화를 피하자는 것이다. 풍수의 주된 논리 중 하나는, 죽은 사람이 땅속에서 직접 생기를 받으므로 죽은 사람이 얻는 생기가 후손에게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부모와 조상의 묘를 잘 써야 자식과 후대가 번창한다’는, 풍수에 근거한 믿음이 생겨났다.
해가 바뀔 즈음이면 신년의 운세와 풍수에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특히 2017년은 대선이 예정돼 있는 데다 정국이 매우 어수선하다 보니 어느 해보다도 궁금증이 커진다. 우리 주변에는 ‘풍수 같은 건 안 믿는다’는 사람이 많지만, ‘무시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또한 적지 않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풍수 얘기를 게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필자에게 개방적으로 유연하게 지면을 할애해준 ‘신동아’에 감사드린다.
필자는 고교 시절부터 많은 풍수 관련 서적을 읽고 묘지 등을 답사하면서 풍수에 일관성을 구하고자 노력했다. 필자의 풍수 이론은 2013년 7월 1일 ‘조선일보’의 ‘조용헌 살롱’에 게재됐다. 2013년 봄엔 ‘TV조선’의 ‘만물상’에 출연해 수맥과 지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필자는 몇몇 유명 인사의 부모·조상 묘소 혈(穴)을 잡아줬다. 예를 들어, 2006년 여름엔 여당 소속 전직 광역단체장의 부친을 안장할 혈을 찾았고, 2013년 여름엔 유수 언론사 회장의 모친이자 재벌 총수 장모 묘의 혈을 찾았다.
김대중, 이회창, 오세훈의 경우
필자가 연구한 통계에 따르면, 부모의 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어 조부모의 묘, 증조부모의 묘 순으로 영향이 크다. 조상 묘의 기가 약하면 그 자식이나 후손은 대개 큰 직책에 오르거나 큰 부를 얻기 힘들다. 설령 큰 직책에 오르거나 큰 재물을 모으더라도 다른 쪽에서 불행이 닥쳐 상쇄효과가 나타난다. 반면, 아무리 좋은 묘의 기운도 뇌물이나 이성관계 스캔들까지 막아주진 않는다. 이런 건 스스로 조심하고 자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필자는 유명 정치 지도자들의 부모·조상 묘 이장 상황을 추적해봤다. 김대중 15대 대통령은 1995년 11월 고향인 전남 신안군에서 용인시 이동면 묘봉리의 작은 산봉우리로 부모 묘를 이장한 후 1997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다. 풍수이론 중 형국론에 의해 기존 묘를 썼는데, 마침 용인에 다소 큰 혈이 있어 그 혈에 이장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부모 묘의 경우 혈의 중심이 맞지 않았으며 혈이 아닌 곳에 있었다.
이회창 전 대통령후보는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와 맞붙을 때 부친이 생존해 있었고, 조부 묘의 기운은 비교적 좋았다. 그러나 이 전 후보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맞붙을 때는 이 전 후보 부친의 묘 기운이 약했고, 조부의 묘소는 무슨 까닭인지 기운이 더 약한 곳으로 이장돼 있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부친의 묘소를 개장 후 화장하면서 제대로 기를 쓰지 못한 것으로 짐작된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직을 갑자기 던져 야인이 됐고 2016년 총선에서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낙선했다. 오 전 시장의 이러한 불운은 묘의 기운을 대입하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울 듯하다.
역대 대통령 제1 직계의 묘는 대부분 혈에 자리 잡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친 묘는 혈의 경계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박정희 전 대통령)과 조부의 묘는 좋지 못한 자리에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증조부 묘는 혈에 자리를 잡았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 예언
필자는 2013년 4월 2일 사회 명사들의 조찬모임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부와 조부 묘의 기가 좋지 못해 대통령 임기를 마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촛불집회-탄핵소추 정국이 찾아오자 그때 필자의 강연을 들은 분들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C의원이 다시 찾아와서 필자와 풍수 관련 면담을 나눴다. 그때 필자의 강연을 들은 다른 몇몇 분도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때 한 말이 꼭 들어맞는다. 신기하다”고 소감을 말해왔다.필자는 2008년 기가 약한 곳에 부친을 안장한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해서도 “고위직에 오르더라도 그 직을 유지할 수 없다”고 공개석상에서 말한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국무총리에 오르자마자 이른바 ‘성완종 메모’ 사건으로 낙마했다. 이 밖에도 여러 건이 있지만 실명을 거론하는 것이 곤란하다. 필자가 이렇게 풍수에 근거해 유명 인사들의 ‘상상이 안 되는 미래’를 대체로 정확하게 예측한 것은, 풍수의 일관성을 지지하는 근거가 돼왔다.
필자는 최근 유력 대선 주자들의 부모·조상 묘의 기운을 살펴봤다. 인터넷 등에 공개된 자료를 활용하거나 이들 주자의 보좌진에게 질의해 이들의 부모·조상 묘의 위치를 파악한 뒤 현장을 답사했다.
12월 중순 현재 여론 지지율 1위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부친은 1978년 작고했다. 문 전 대표 부친의 묘는 경남 양산시 상북면 상삼리 천주교 하늘공원 묘원에 있다. 묘원 입구의 우측에 있고 중대형 혈의 경계에 외접해 있다. 이를 보건대 문 전 대표는 대권을 잡을 가능성은 있으나 지기(地氣)가 더 좋은 후보가 나오면 힘들다. 또한 문 전 대표 자력으로는 난관이 예상되는 기운이다.
박원순 묘 기운 좋아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의 조부는 1984년 작고했다. 조부모의 묘는 부산시 기장군 정관읍 용수리 대정공원묘원에 있다. 이 묘는 대형 혈의 경계에 외접해 있어 안 의원이 대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원활하지는 못하다. 묘소의 기운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친과 조부의 묘는 경남 창녕군 장마면 장가리 마을 뒷산에 있다. 20여 년 전 조성된 부친의 묘는 대형 혈의 안쪽에 자리 잡아 박 시장이 대권을 잡을 가능성은 좋은 것으로 보인다. 조부의 묘도 기가 나오는 혈 주변에 있다. 박 시장은 묘의 기운이 전체적으로 아주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무성, 이장 후 전망 어두워져
그러나 이장된 곳은 기가 없는 곳이다. 이장으로 인해 오히려 김 전 대표의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이장 전 우이동의 원래 묏자리는 혈의 경계에 외접한 좋은 자리였다. 아쉬움이 느껴진다. 김 전 대표 조부의 묘도 기가 있기는 한데 약하다.
대선 주자들의 조상 묘와 풍수에 관한 이러한 평가에 정치적 고려는 일절 없으며 이는 오직 풍수지리 연구가인 필자의 개인적 해석과 시각임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