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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崔·朴·탄핵 쇼크 이후

“퇴직금도 못 받고 쫓겨났다 형도 통일그룹에서 해직” 〈조한규 前 세계일보 사장 〉

박근혜·김기춘의 언론탄압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퇴직금도 못 받고 쫓겨났다 형도 통일그룹에서 해직” 〈조한규 前 세계일보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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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기춘, 세계일보 ‘공격 방안’ 논의
  • ● 박근혜:가이드라인 제시, 김기춘:실행
  • ● 金, 해저터널 등 통일교와 인연
  • ● ‘領 언짢아 해… “본때 보여야”’
  • ● 세계일보 사장 교체에도 崔 개입 흔적
“눈에 녹내장이 왔어요. 안약을 넣어 눈이 빨개. 스트레스 받으니 약한 부분에 병이 오나 봐. 할 얘긴 아니지만 치질이 터져 수술하고 그랬어.”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2014년 11월 28일)한 지 꼭 2년째 되는 날인 2016년 11월 28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만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입꼬리를 가늘게 떨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일이 어떻게 백주(白晝)에 일어나요? 김기춘은 정말로 뭐하는 사람입니까. 사과해야 해요.”

조 전 사장은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청와대의 압박 탓에 퇴직금도 못 받고 세계일보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그의 형인 조정순 씨도 통일그룹 이사장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통일교가 운영하는 기업을 총괄하는 요직이었다.

“같이 잘렸어요. 형제가 책임져라 해서 자른 거지. 우리 형이 나를 제대로 지도하지 못해 잘린 거예요.”





“헌법 제21조 훼손”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통일교는 도처에서 압박을 받았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2015년 1월 22일 통일교 관련 회사인 ㈜청심, ㈜진흥레저파인리즈 등 청심그룹 관련사에 특별세무조사를 통보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비견되는 조직으로 ‘특명조사국’ ‘저승사자’라는 별칭을 가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도 청심그룹과 관련한 배임 혐의 고발 사건 수사에 돌입했다.

“쉽게 말하면 아우 회사(세계일보) 탓에 형님 회사(통일그룹)가 세무조사를 받은 겁니다. 통일교 재단이 세계일보 대주주라 그쪽으로 압력이 들어왔어요. 그때 받은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 못해요.”

조 전 사장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통일교 재단을 압박해 자신을 해임케 했다고 본다. 그의 증언과 주장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은 언론탄압 ‘끝판왕’ 격이다.  

지난 12월 9일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면서 △헌법 위배 행위 △법률 위배 행위를 적시했다.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의 헌법 위배 행위는 가·나·다·라·마 5개 항목으로 나뉜다. 박 대통령이 12개 조항의 헌법 규정을 위배해 헌법 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하거나 침해·남용했다는 것이다.

탄핵소추안의 헌법 위배 행위 중 ‘라’는 언론의 자유(헌법 제21조)와 직업 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를 훼손하거나 침해·남용한 사안이다. 국회는 탄핵소추안에서 세계일보 사장 교체 등이 헌법 위배 행위라고 지목하면서 ‘정윤회 국정농단’ 관련 보도 과정에서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압수수색 장소 콕 집어

2016년 8월 작고한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남긴 이른바 ‘김영한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실장의 주도로 언론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탄압한 정황이 기록됐다. 이 비망록을 토대로 시곗바늘과 장소를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2014년 11월 28일, 청와대’로 옮겨보자.   

청와대는 이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세계일보 공격 방안’을 논의한다. “청와대가 모든 국민과 동등하게 법 테두리 안에서 보장받는 정정보도·반론보도 청구권을 행사하는 대신 ‘언론사 공격’이라는 사실상의 범죄를 모의”(11월 23일 세계일보 기자 서명)한 셈이다.

김기춘 전 실장은 12월 1일 세계일보사를 압수수색 장소로 콕 집어 못 박는다. 김영한 전 수석은 대통령의 뜻은 ‘領’, 비서실장의 지시는 ‘長’으로 표기했는데, 12월 1일자 기록에는 ‘외부 유출 혼란’ ‘국기 문란 행위’ ‘공직기강 문란 적폐 중 하나’ ‘비선 실세 보도도 문제’ 등의 표현과 함께 ‘長 압수수색 장소-세계일보사’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長 압수수색 장소-세계일보사’라는 기록대로 압수수색에 나서려 했으나 세계일보 기자들의 저항으로 무산됐다. 세계일보는 압수수색을 거부하기로 하고 편집국 기자들을 긴급 소집하는 등 12월 4일 밤부터 영장 집행에 대비했다. 12월 5일에는 직원들이 사옥 출입구 셔터를 내려 버렸다.  

“그게 뭐,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 말하면 뭐하겠어. 김기춘 씨야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공작, 회유, 탄압 선수잖아요. 압수수색 들어온대서 셔터를 다 내렸어요. 사옥 구조가 셔터만 내리면 들어오질 못해. 세계일보가 그때 조현아 땅콩 회항 사건을 취재하고 있었거든. 대한항공 사람들이 광고국을 찾아와 무마해보려 했나본데 셔터가 내려져 있어서 그 사람들도 못 들어왔어.”(조한규 전 사장)

박근혜 정권은 이렇듯 ‘심기를 건드린’ 보도에 대해 세무조사, 압수수색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언론사를 압박했다.


“시사저널 영업조직 수사”

2014년 12월 2일자 김영한 비망록에는 ‘압수수색’이라는 표현과 함께 ‘長, 3.23字 시사저널 미행 보도 ‘경거망동 말라’ 領 언짢아 함’이라고 쓰여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이 언짢아한’ 8개월여 전 ‘시사저널’ 보도를 언급하면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그해 3월 23일 시사저널은 ‘박지만, 정윤회가 날 미행했다’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8개월여 전 기사를 다시 언급한 것은 정윤회 관련 보도에 박 대통령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방증이다.

2014년 7월 2일자에는 시사저널, 일요신문에 대한 김기춘 전 실장의 발언 및 지시가 담겼다. ‘長’이라는 표현이 붙은 이날 메모에는 ‘상응한 불이익’ ‘집요함’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7월 15일자 비망록에는 대통령을 지칭하는 ‘領’이라는 표현과 함께 ‘시사저널, 일요신문→끝까지 밝혀내야, 피할 수 없다는 본때를 보여야, 선제적으로 열성과 근성으로 발본색원. 정부, 홍보수석실 조직적·유기적으로 대응’이라고 적혀 있다. 이 내용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발본색원해 본때를 보이라’고 지시한 것이다.

‘VIP 관련 보도-각종 금전적 지원도 포상적 개념으로. 제재는 민정이’라는 문구도 김영한 비망록에 등장한다. 대통령민정수석실에 언론사를 제재하라고 지시한 셈이다. 언론 중재 신청, 고소 및 고발, 손해배상 청구로 언론사를 압박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으나 민정수석실이 국세청 세무조사, 수사 및 사법 과정 개입 등을 통해 언론을 탄압했다면 헌법 21조의 언론의 자유를 엄중하게 침해한 중대 사안이다.

시사저널, 일요신문이 속한 서울문화사 안팎에서는 “시사저널의 정기구독자를 관리하는 영업 조직에 대한 수사가 가혹한 방식으로 진행됐다”면서 비망록 내용과 이 수사를 연결짓는 시각이 있다.  



“작성자 생각이 혼재된 것”

지난 12월 2일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김기춘 전 실장을 ‘괴벨스’(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라는 격한 표현으로 비판했다.  

“김영한 비망록에 응징, 처단 같은 용어가 많다. 1960~70년대 북한과 극한 대결을 벌일 때의 용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말한 문구를 볼 때마다 괴벨스가 생각났다. 김 전 실장이 고소인, 고발인이 돼 (비판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소를 제기한 경우도 있고, 박사모 어버이연합 등 제3자를 통해 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 칼럼에 대한 대응이 담긴 2014년 8월 7일자 김영한 비망록에 응징, 추적, 처단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할 것이 아니라 ex 산케이 잊으면 안 된다- 응징해줘야 List 만들어 보고, 추적하여 처단토록 정보수집 경찰 국정원을 팀 구성토록.’ 이 기록 앞머리에도 ‘長’이 쓰여 있다.

김영한 비망록에는 이 밖에도 KBS의 인사(‘KBS 우파 이사-성향 확인 요’ 등) 및 프로그램에 개입 시도 정황, JTBC에 대한 대응 논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이용한 종합편성채널 통제 시도 정황 등이 담겨 있다. KBS의 한 관계자를 두고는 ‘면종복배’(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칼을 숨겼다)라는 격한 단어를 썼다.

김기춘 전 실장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등에서 한 해명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거기에 적힌 내용을 실장이 하나하나 지시했다고 볼 수 없다. 작성자의 주관적 생각이 가미됐다. 청와대 수석회의라는 게 실장이 일방적으로 모아놓고 지시하는 회의가 아니다. 각자 소관에 대해 상황을 보고하고 나름대로 대책을 얘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기에 참석자들의 의견이라든지, 작성자의 생각이 혼재돼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사법부를 통제하고 언론을 통제하나.”



“민주국가 존립 위한 기초”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핵심은 ‘대통령이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해 대의민주주의를 위배했는지’다. 언론의 자유 침해는 상대적으로 지엽적 문제일 수 있으나 그 역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위협에 해당한다.

국회가 지난 12월 9일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적시한 헌법 위배 행위 중 ‘라’ 항목을 조한규 전 사장의 증언과 함께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언론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 직업선택의 자유(헌법 제15조) 조항 위배’라는 제목 아래 1142자로 이뤄진 ‘라’ 항목은 다음과 같이 서술하면서 시작된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며, 따라서 “특히 우월적인 지위”를 지닌다. 그런데 최순실 등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이를 통한 사익 추구를 통제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 및 그 지휘·감독을 받는 대통령비서실 간부들은 오히려 최순실 등 비선실세의 전횡을 보도한 언론을 탄압하고, 언론사주에게 압력을 가해 신문사 사장을 퇴임하게 만들었다.



이 대목에서 ‘언론사주’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 ‘신문사 사장’은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다. 조 전 사장은 퇴진 압박에 3개월간 버텼으나 2015년 2월 27일 해임됐다.

“통일교 재단에서 자진사퇴하라, 일선에서 물러나라, 발행인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물러나면 비선실세 문건 보도가 잘못됐다고 시인하는 꼴이잖아요. 성질 같아선 확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지라시’를 보도했다는 누명을 쓴 채 세계일보가 쑥대밭이 되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해임하시오’라고 했습니다. 결국 2월 27일 이사회에서 해임된 거죠.”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2월 7일 “지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비선실세 개입 내용이 담긴 문건을 지라시 수준으로 규정하고 유출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김기춘 전 실장이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대놓고 물러나라 해”

세계일보가 2014년 확보한 문건에는 정윤회 씨와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이른바 십상시 모임에서 “이 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는 박근혜”라는 ‘극치의 말’이 오갔다고까지 적혀 있다. “지라시”(박근혜 대통령)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다”(김기춘)는 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기자들의 구두 보고는 정윤회가 십상시 중 2~3명씩과 중식당, 일식당에서 회합한 것은 확인했는데, 최순실은 조금 이해가 안 된다는 거였어요. 당시만 해도 다들 정윤회에 주목할 때입니다. 최순실 건은 끊으라고 했어요. 거기까지 나가는 것은 팩트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팩트를 더 확인한 후 보도 여부를 결정하려 했다는 게 조 전 사장의 얘기다. 청와대가 추가 보도를 막으려는 의도에서 조 전 사장의 해임을 압박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 전 사장은 통일교 쪽에서 대놓고 물러나라고 했다고 말했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냐? 우리가 제대로 보도한 거뿐인데 죄가 있냐? 아니, 통일교에 지금 뭔 피해가 가냐? 그랬는데도 막무가내였어요. 누가 나를 자르려 하느냐고 물었더니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직접 연락을 받았다더군요. 한학자 총재가 하와이에 머물렀는데 그곳까지 고위 관계자가 직접 전화했다는 겁니다.”

 탄핵 소추안 중 ‘라’ 항목은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일례로 세계일보는 2014. 11.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이자 최태민의 사위인 정윤회가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청와대 안팎 인사 10명을 통해 각종 인사개입과 국정농단을 하고 있다.’라며 ‘정윤회 문건’을 보도하였다. 이에 대하여 박근혜 대통령은 2014. 12. 1.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보도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이 ‘기초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외부로 문건을 유출하게 된 것은 국기문란’이라면서 문건의 외부 유출 및 보도가 문제라는 취지로 발언하였다. 그 후 김기춘 비서실장은 2014. 12. 13. 문건 수사를 ‘조기 종결토록 지도하라.’라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비서관에게 지시하였고,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은 당시 문건 유출자로 지목받던 한일 전 경위에게 ‘자진출두해서 자백하면 불기소 편의를 봐줄 수 있다.’라고 하였으며,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2015. 1. 세계일보 편집국장 한용걸을, 신성호 청와대 홍보특보는 세계일보 조한규 사장을 만나 세계일보의 추가 보도에 대하여 수습을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판도라 상자 열겠다” 압박

이 대목에 대한 조한규 전 사장의 증언은 다음과 같다.

▼ 김상률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이 한용걸 편집국장을 만난 것을 알았습니까.

“그때는 편집국장이 아니라 사회부장입니다. 한용걸과 김상률은 한양대 영문과 선후배 사이예요. 두 사람이 오래전부터 잘 알아요. 한용걸이 나한테 ‘사장님, 만나자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보고했어요. ‘만나보지 뭐, 뭐라는지 들어보게’라고 답했습니다. 두 사람이 무슨 얘길 나눴는지는 모릅니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최순실-차은택-김상률(차은택의 외삼촌)-김종(전 문화부 차관) 라인도 통일교 압박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김종이 종교를 관장하는 종무실 업무를 자신의 소관(2차관 산하)으로 가져갔답니다. 김종이 통일교를 압박할 위치에 있었던 거예요. 한학자 총재는 처음엔 나를 해임하지 않으려 했어요. 통일교 내부적으로 의사 결정이 여러 차례 번복되거든요. 앞서 말했듯 정부 고위 관계자가 한 총재에게 직접 전화한 후 해임된 겁니다.”

조한규 전 사장이 해임된 후 박근혜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는 추가 보도는 중단됐다. 세계일보는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이 드러난 뒤인 2016년 11월 14일 ‘정윤회 문건’ 전문을 공개했다.  

‘라’ 항목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다.



 한편 그 무렵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세계일보의 사주(社主)인 통일교의 총재(한학자)에게 전화하여 조한규 사장의 해임을 요구하였고, 조한규 사장은 2016. 2. 세계일보 사장에서 물러났으며, 세계일보는 그후 추가 보도를 자제하였다. 이러한 청와대의 세계일보 보도의 통제 및 언론사 사장 해임은 최순실 등의 비선실세에 대한 언론보도를 통제하고 다른 언론에도 위축효과를 가져온 것으로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긴밀한 관계 및 박근혜 대통령의 위 2014. 12. 1. 발언을 고려하면, 청와대의 세계일보 언론 탄압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혹은 묵인하에서 벌어진 것이므로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헌법 제21조 제1항) 및 직업의 자유(헌법 제15조)의 침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한학자 총재에게 ‘조한규 사장을 내보내지 않으면 판도라의 상자를 열겠다’고 압력을 가했다”는 게 탄핵소추안의 이 대목과 관련한 조 전 사장 주장의 요지다. ‘판도라의 상자’는 통일교 내부 문제를 가리킨 것이다.


김기춘과 통일교의 인연

“정부의 압력 탓에 통일교 내부에서 나를 엄청나게 공격했어요. 정부 고위 인사가 한학자 총재 개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답니다. 정보기관에서 협조했다고 볼 수 있어요. 통일교 총재 전화번호로는 사인(私人)이 직접 전화할 수 없거든요. 통일교 한국회장한테는 A씨가, 한 총재에게는 김기춘 전 실장이 했다고 봐요. 김 전 실장이 통일교 일에 관여한 적이 있어 이쪽하고 잘 알아요. 통일교 내부에선 ‘김 전 실장이 과거에 우리를 도와줬는데 어떻게 이러느냐’고 반발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조한규 전 사장의 이 같은 주장 및 추정에 대해 안호열 통일교 대외협력본부장은 “김기춘 실장이나 A씨가 통일교 재단에 조한규 전 사장 해임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학자 총재는 개인 휴대전화가 없다. 김기춘 전 실장이 전화했다거나 한 총재가 전화를 받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조한규 전 사장을 해임하라는 압력을 다른 통로로도 받은 적이 없다. 조 전 사장은 세계일보 감사 등에서 문제가 드러나 해임된 것이다. 조정순 통일그룹 이사장 해임은 조 전 사장이 일으킨 문제와 일부 관련이 있다.”  

세계일보사 측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통일교 총재에게 전화해 조한규 사장 해임을 요구했다는 탄핵소추안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청와대 측이 세계일보와 통일그룹 재단 측에 유무형의 압박을 가한 것은 사실이나 공식적으로 조 사장 해임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김기춘 전 실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조한규 전 사장은 해임과 관련해 소송을 냈다.

“퇴직금을 못 주겠다는 거예요. 부당하게 해임된 것이므로 잔여 임기 급여도 줘야 해요. 소송을 통해 일부를 받았습니다.”

▼ 법인카드를 많이 쓴 것 등이 해임 사유라던데요.

“통일교 민원을 해결하려고 쓴 겁니다. 지금 다 공개하면 아주 복잡해져요. 통일그룹이 흔들흔들합니다.”

▼ 결과적으로 명예회복을 했습니다.  

“완전히 명예회복한 것은 아니에요. 아쉬움이 많아요. 정윤회 다음 단계로 최순실을 취재했어야 해요. 나한테도 최순실이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제보가 직접 들어왔거든요.”  



“‘핵폭탄’은 국정농단 실태”

통일교 신도대책위원회가 2014년 12월 17일 작성한 ‘청와대 사태에 대한 특별보고’ 문건에는 현재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듯이 “대통령이 하야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3인방은 물러나지 않을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다음은 이 문건의 핵심 내용이다.

“청와대가 사실을 묻고 수사를 종결해도 이른바 청와대 실세 3인방과 십상시는 물러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일보가 아직도 공개하지 않은 8개의 청와대 특급 정보가 알려지면 대통령이 하야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청와대가 잘 안다. 세계일보에 핵폭탄이 있고 국민이 잘했다고 지지하는 한 하늘의 섭리는 기필코 보호되리라고 확신한다.”

통일교 측은 “문건을 내놓은 ‘신도대책위’는 재단과는 상관이 없다”면서 거리를 뒀다.

조 전 사장은 신도대책위 문건과 관련해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B기자가 선문대 출신으로 축복 가정이다. 자녀가 세계일보에서 일하다 보니 신도들이 사정을 훤히 다 안다”고 말했다. 신도대책위가 언급한 ‘핵폭탄’은 3인방의 국정농단과 최순실 씨다. 세계일보는 2년이 지난 2016년 12월 12일부터 ‘정윤회 문건 보도팀의 취재 메모’라는 제목을 달고 2014년 보도하지 못한 내용을 공개했다.

신도대책위가 작성한 문건은 김기춘 전 실장을 공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신동아’는 2015년 2월호에 이 문건을 보도한 적이 있는데 김 전 실장 부분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 없이 김 전 실장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건 내용 중 200자 원고지 4장 분량이 김 전 실장과 관련됐는데 그중 한 대목만 소개한다.

“김기춘은 청와대 비서실장 가기 전에 평화터널재단의 이사로 참여해 우리와는 좋은 인연이었지만 권력에 따라 청와대 실세 십상시 3인방과 결국 결탁한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전 실장은 2012년 부산에서 개최된 한일 해저터널 행사에 참석해 한국과 일본을 잇는 터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신동아’가 입수한 사진에 따르면 이 행사는 통일교 관련 단체인 평화대사협의회가 개최한 것이다. 한일해저터널은 고(故) 문선명 총재의 숙원 사업.

김 전 실장은 2009년부터 2013년 8월 대통령비서실장을 맡기 직전까지 한일터널포럼 한국 대표를 맡았다. 2015년 1월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세계일보 회장을 맡은 김민하(현 세계일보 회장) 씨가 김 전 실장이 참여한 해저터널 행사를 주최한 평화대사협의회 중앙회 명예회장이다. 김 전 실장이 김 회장 임명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崔, 후임 사장도 골랐다?

조한규 전 사장 해임 과정에는 최순실, 정윤회 씨의 그림자도 어른거린다. 2003~2006년 세계일보 사장을 지낸 사광기 씨가 조 전 사장 후임으로 세계일보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얘기가 통일교 내부에서 나왔으나 내부 사정으로 인해 없던 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 전 사장이 정윤회, 최순실 씨 쪽과 선이 닿는다는 얘기가 돌았다.

사광기 전 사장은 최순실 씨의 ‘독일 집사’인 데이비드 윤 씨와 가족처럼 지낸 인물이다. 윤씨의 장인이 통일교 세이셸 국가 메시아인 김윤상 씨인데, 사 전 사장의 부인이 김씨의 여동생이다. 윤씨는 김씨의 딸과 이혼했으나 사 전 사장과는 이후에도 가족처럼 지냈다. 최순실 씨가 선이 닿는 사 전 사장을 세계일보 사장으로 만들려고 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한 조한규 전 사장의 증언은 다음과 같다.

▼ 사광기 전 세계일보 사장이 후임으로 내정됐다는 얘기가 있었다.  

“사광기 씨가 독일에 있을 때 정윤회 씨와 인연이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 사 전 사장이 해결사 노릇을 하려고 했다는 건데요.

“그런 게 있었고, 현재 사장이 사광기 씨 밑에서 기획실장한 사람으로 사 전 사장 측근이에요.”

▼ 최순실, 정윤회 씨 쪽에서 사장을 자신들 편한 쪽으로 바꾸려 했다?

“그럴 수 있다고 봐야죠.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세계일보가 쑥밭이 돼버리니까 얘기를 못하는 거예요. 아무리 내가 쫓겨났지만 친정은 친정이니까.”

▼ 김민하 회장은….

“그 양반은 대구사범 출신이잖아요. 박정희 대통령 동문. 1960~70년대 청와대를 무단출입한 분이잖아요. 통일교 어른이기도 하고요. 방패막이 역할도 하고 그런 거죠.”

사 전 사장은 ‘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데비이드 윤 씨, 정윤회·최순실 씨와 가까운 데이비드 윤 씨의 아버지 윤남수 씨 등과는 가족처럼 지냈으나 최순실 씨는 한 번 본 정도”라면서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비평 견디지 못한 靑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공화주의 사상가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 하나만을 택하라면 기꺼이 후자를 택하겠노라”고 천명했다. 또 “신문의 비평 앞에 설 수 없는 정부는 붕괴돼야 마땅하며, 연방 정부의 참된 역량은 공중의 비평을 허용하고 그것에 잘 견뎌내는 능력을 갖추는 데 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 제21조의 언론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거나 훼손했다면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해 헌법 제1조를 위반한 것과 마찬가지로 국정을 농단하고 국헌을 문란케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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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도 못 받고 쫓겨났다 형도 통일그룹에서 해직” 〈조한규 前 세계일보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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