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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문재인, 지지율에 속지 말라”

‘내각제 전도사’ 김종인 前 더불어민주당 대표

  • 정현상 기자 | www.wwdoctor.com

“문재인, 지지율에 속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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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非패권지대 개헌 매개로 연합”
  • ● “의원내각제는 권력 나눠먹기 아니다”
  • ● “문재인 ‘국가 대청소론’ 발언에 회의감”
  • ● “자연적으로 대권 오리라는 환상 버려야”
  • ● “국민들, 안정감 있는 지도자로 반기문 거론”
개헌 정국이다. 개헌론자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찾는 이가 부쩍 많아졌다. “제왕적 대통령제, 대립과 패권의 정치 시스템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이다. 정세균 국회의장,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 논의에 동참하는 이가 늘고 있다.

김 전 대표의 구체적인 주장은 의원내각제를 만들고, 친문(親문재인)과 친박(親박근혜)의 패권주의를 배제해 새 정치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개헌론의 당위성을 촛불 민심에서 찾는다. 국민은 정경유착과 비선 국정농단을 야기한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 이상 원치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12월 1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일각에서 개헌할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4·19 이후 개헌하는 데 두 달, 6·10항쟁 이후 개헌에도 두 달 반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黨 하나 못 추스른 사람이…”

김 전 대표의 견제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같은 날 오후 문 전 대표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 포럼에서 “지금은 개헌을 말할 때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퇴진과 오래된 적폐의 대청소 논의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적폐의 대청소’는 그가 내세운 이른바 ‘국가 대청소론’인데, 박근혜표(標) 정책 집행 중단, 비리 부패 공범자 재산 몰수 등을 의미한다.



“아니 갑자기 무슨 국가 대청소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지난 12월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난 김 전 대표는 답답하다는 듯 의자 팔걸이를 손바닥으로 탁탁 쳤다.

▼과격한 표현이 마음에 안 든다?

“문 전 대표는 촛불시위 과정에서 1주일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엉뚱한 발언들을 해왔습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맞아 정당이나 지도자들이 중심을 잡고 해야 할 것은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 아닙니까. 국가 대청소 같은 과격한 얘기들 해봐야 실현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그게 국민에게 온전히 들리지도 않아요. 우리가 지금 시민혁명 하자는 건 아니잖아요. 문 전 대표의 발언들은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의 힘을 빌려 정권 잡아보겠다는 시도로밖에 안 보여요. 그런 데서 자꾸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되는 겁니다.

무슨 목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국가 대청소를 하겠다는 것인지…. 국민에게 쓸데없는 회의만 안겨주는 발언이라고 봅니다. 솔직히 말하면 (문 전 대표는) 당도 하나 제대로 추스르지 못했던 사람 아닙니까. 2016년 총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당을 와해 직전까지 몰고 갔던 사람이잖아요.”

▼친박과 친문을 배제하고 개헌을 매개로 한 비(非)패권지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누구와 함께할 생각입니까.

“아직 누구라고 밝히긴 좀 그렇네요. 여러 사람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중입니다.”

▼여야가 새해 초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대선 전 개헌이 가능할까요. 어떤 시나리오가 바람직할까요.

“가능성 여부를 따지면 얘기가 딴 방향으로 흐릅니다. 일단 당위성이 있으니 최대한 노력해야 합니다.”


“사이다, 고구마 주장 유치해”

▼권력구조에 대해선 흔히 미국식, 영국식, 프랑스식을 언급하는데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 때문에 개헌해야 한다면 한국 현실에서 어떤 것이 최적일까요.

“4년 중임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임기를 3년 더 늘리는 의미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은 임기 2년 지나면 결국 다음 선거운동에 전력을 다할 겁니다. 그러다 보면 대선 정국으로 우리 사회가 불안정해질 거고요.”

▼의원내각제는 권력 나눠먹기 수단이라는 비난이 있는데요.

“내각제가 되면 내각이 책임을 지고 일하게 됩니다. 국민의 목소리가 다양해지므로 당도 여러 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 당이 과반 의석을 가질 수 없으니 여러 당이 연정해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어요. 그걸 권력 나눠먹기라고 하면 안 되지요.”

김종인 전 대표는 ‘킹메이커’였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개헌을 구상하고 있다지만, 차기 대통령선거가 눈앞에 있다. 그에게 대통령감이 보이는지 떠봤다.

▼문재인 전 대표의 ‘사이다’ 발언으로 화제가 된 이재명 성남시장을 어떻게 봅니까.

“언론이 문제가 많아요. 여론조사에서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오르면 그게 전부인 것처럼 보도하는데, 과거 대통령선거에서 앞서 달리던 이회창, 이인제, 안철수 씨가 어떻게 됐습니까. 지지율에 속지 말아야 해요. 이재명 시장에 대해서도 언론은 그간 거의 언급도 않다가 촛불시위 거치면서 지지율이 올라가자 대통령감으로 거론하는데, 그런 식으로 생각해서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해서 1469만 표를 얻었습니다. 그 영향이 있으므로 아직도 여론조사 선두에 있게 된 겁니다. 그런데 15~23% 박스권에서 확장성을 보이지 않고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문 전 대표가 태도를 어떻게 바꿔서 지지율을 어떻게 올리려는지 모르겠어요.”

▼ 이재명 시장은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문 전 대표는 느리고 답답해 고구마로 불린다는 비유가 나왔죠. 그러자 문 전 대표는 고구마를 먹으면 배가 든든하다고 맞받았습니다.   

“고구마고 사이다고 다 유치한 말장난 아닙니까. 문 전 대표는 이재명 시장이 자신을 바짝 쫓아오니 불안감 속에서 그런 말을 한 거지요. 그런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그런 유치한 말장난이나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봐요.”



“다 이긴 선거 아닐 수도”

▼탄핵 가결 이후 부패 기득권 세력과의 전면전을 주장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아니 전면전을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정치인들은 극단적인 표현을 쓰면 지지도가 오를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탄핵 정국이다 보니 국민이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데, 그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해줄지 고민해서 안정감을 갖게 하는 게 먼저 아닙니까. 그런데 소위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그런 격한 발언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겠어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측근이 지난 11월 중순 국내 정치권을 탐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거를 치를 때는 지금과 달리 국민이 실생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겁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은 안정감을 주는 지도자를 기대하는데, 반 총장이 거론되는 것도 그런 연장선인 것 같습니다.

현재 구도를 보면 야권이 차기 선거를 다 이긴 것 같겠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1968년 혁명 이후 보수당의 드골 대통령이 물러나자 다들 정권이 자연스럽게 야권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미국의 정보기관까지 그런 분석을 내놓았으니까요. 그런데 프랑스 국민은 사회가 더 불안정하게 가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드골 밑에서 총리를 한 퐁피두를 차기 대통령으로 뽑았습니다.”


“최순실이 ‘수수께끼’ 풀어줘”

지난 총선 때 김 전 대표는 수권정당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될 경우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듯하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이틀 전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뼈 있는 발언을 했다.

“야당으로서 촛불시위에 같이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으니 자연적으로 (대권이) 내게 올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요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주 글을 올리던데요. 페이스북에 올린 개헌론도 화제가 됐습니다. 거기에 ‘김종인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했다’며 반성하라는 댓글이 달렸던데요. 그때는 최순실 씨를 몰랐는지요.

“사실 그것 때문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러 번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한 것은 그가 이전 대통령들과 다른 장점을 가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가 혼자 사니 탐욕이 없을 거라고 봤습니다. 또한 가족 주변이 간단하니 친인척이 사고 칠 염려 없고, 특정 기업으로부터 혜택 받지 않은 깨끗한 정치인이니 조언을 잘해서 대통령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대선 막바지이던 2012년 10월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제가 제시한 경제민주화 안건 중 ‘기존 순환출자 해소’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동의했는데 조금 있다가 갑자기 말을 뒤집었어요. 그래서 누군가의 요청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땐 그게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이번에 최순실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그때의 수수께끼가 풀렸지요. 당시 특정 재벌이 순환출자를 유지하기 위해 박근혜 후보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을 포섭해서 뜻을 관철한 겁니다. 11월 초에는 박 후보와 언쟁까지 벌였어요. 하지만 결국 박 대통령은 당선된 뒤 경제민주화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 이후 김 전 대표는 더 이상 ‘킹메이커’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금은 “어느 특정 대선 주자를 코치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요즘 대선 주자들의 행태를 따끔하게 꼬집었다.

“촛불시위를 계기로 정치인들이 경각심을 갖고 봐야 할 게 있습니다. 지금은 지식정보화 사회입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15년 전쯤엔 미국 대통령이나 가졌을 만한 정보를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을 쓸데없는 방식으로 마니퓰레이트(조종)하거나 억압하려 하면 국민이 순종하지 않습니다.

정직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외연 확장해서 지지도나 높일까 생각하며, 해괴한 용어를 쓰면서 관심이나 끌려는 정치인은 지도자가 되면 안 됩니다. 대통령이 잘못하면 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탄핵하면 되는데, 그것을 거국내각이니 명예퇴진이니 요구하며 협상이나 하려들고…. 그런 얘기를 하고서도 언제 그랬냐고 말을 뒤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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