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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정운찬_‘비둘기+호랑이’ 지도자 뽑자, 김호기_‘두 국민’을 ‘한 국민’으로 묶어야

우리 시대 두 석학의 2017 대한민국號 처방전

정운찬_‘비둘기+호랑이’ 지도자 뽑자, 김호기_‘두 국민’을 ‘한 국민’으로 묶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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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적폐를 없애기 위한 개헌론이 제기되고, 곧 급작스러운 대선 국면도 펼쳐진다. 침체일로인 국가경제와 서민가계, 심화하는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 한반도를 둘러싼 긴박한 외교·안보 현안 등 당면 과제도 수두룩하다. 2017년 새해를 앞두고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두 석학의 대담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낯을 들여다보고 재도약 해법을 모색해본다. 대담은 12월 8일 진행됐으며, 다음 날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과 관련해 일부 내용을 추가했다.

일시 2016년 12월 8일 오전 11시 30분
장소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  
패널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사회·정리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사회 /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는 ‘촛불 민심’은 청와대와 국회를 넘어 헌법재판소로까지 향합니다. 정부 정책은 동력을 잃었고, 국정 공백의 장기화가 예상됩니다. 탄핵 정국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정운찬 / 일찌감치 모든 걸 사과하고 자진사퇴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탄핵까지 간 것이 안타깝습니다. 비록 탄핵소추안은 가결됐지만, 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자진 사퇴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헌재의 판단이 오래 걸리면 국정 공백이 길어져 국가적, 경제적으로 불안해지고 그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때 없는 사람부터 어려워지기에 즉각 자진사퇴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김호기 / 박근혜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 최악의 정부입니다. 무엇보다 무능하고 무책임합니다. 그런 점에서 탄핵소추안 가결은 당연한 것이라 봅니다. 이제 헌재의 탄핵심판이 시작돼 최장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하므로 적절한 시기에 결정이 내려지고 곧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치러야죠.



최악의 정부

사회 / 나라의 미래를 조망하면서 최고통치자의 리더십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차기 대선 시기가 언제로 결정될지 모르지만, 미래 지도자상(像)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정운찬 /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우리 속담이 있죠. 이젠 좀 최소한의 지식이라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습니다.

품성에 대해서는, 우리 독립운동을 도운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박사(영국 태생의 캐나다 수의학자)가 우리 국민들에게 주신 가르침이 있어요.

첫째, 정직해라. 그게 가장 경제적인 생활방식이다. 한번 거짓말해봐라. 그걸 덮으려 또 다른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수없이 많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둘째, 선하고도 어려운 사람에겐 비둘기의 자애로움으로 대하고, 강하되 정의롭지 못한 사람에겐 호랑이의 날카로움으로 대하라. 셋째, 국력 신장이 정말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한국의 경제력이 조금씩 나아지곤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도 가난한 이들에 대한 부자들의 배려가 눈곱만큼도 없어 참으로 안타깝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더러 국력 신장과 함께 빈부격차 줄이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이런 품성은 국가지도자에게도 똑같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김호기 /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말년에 독일 대학생에게 한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강연이 있습니다. 거기서 정치가가 가져야 할 3가지 덕목으로 든 게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입니다. 차기 대통령은 이 3가지를 꼭 갖췄으면 좋겠어요.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 사회의 3가지 과제를 해결할 능력을 지녀야 한다고 봅니다.

먼저, 현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저성장과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경제를 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둘째로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나타난 국민적 요구는 1차적으론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지만 그에 더해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대한민국 상층 엘리트들이 맺어온 기득권 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거죠. 셋째로는 이념·지역 등의 측면에서 둘로 나뉜 ‘두 국민’을 ‘한 국민’으로 묶어낼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입니다.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젠 우리 국민 사이에 자기가 지향하는 리더를 자발적으로 따르는 팔로십도 형성된 만큼, 21세기 정보사회에 걸맞게 팔로십과 리더십을 생산적으로 결합한 정치 질서를 만들어내는 자질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원내각제 전제는 ‘재벌 제어’

사회 /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한 비판이 지배적입니다. 그 극복 방안으로 개헌론이 부각됩니다.

정운찬
/ 시국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사람도, 제도도 다 문제여서 그렇다고 봐요. 박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과 의무조차 제대로 몰랐다는 측면에서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도 문제입니다.

제도의 문제를 말하자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헌을 하면 좋겠죠. 특히 의원내각제가 이상적이라 봅니다. 하지만 의원내각제에도 문제는 있어요. 현행 제도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재벌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의원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많은 권한을 주는 의원내각제에선 몇몇 재벌이 국회의원 수십 명, 백 명 이상을 통제할 수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의원내각제의 전제조건으로 재벌의 힘을 제어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의원내각제가 시기상조라고 한다면, 개헌을 하지 않고도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는 차원에서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도 괜찮다고 봅니다.

또한 개헌이 가능하다면, 권력 구조에 관한 내용뿐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과 아동의 기본권부터 지식정보화 시대에 부합하는 정보인권에 이르기까지 국민 기본권 관련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흐르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살길은 북한에 진출하는 것밖에 없는 만큼, 남북 경제협력과 남북 간 동반성장 등 통일 기반 조성에 힘쓰고 통일 기반 조성용 사업에 관한 부분은 향후 고칠 수 없도록 헌법에 명문화했으면 좋겠어요.

김호기
/ 비슷한 생각입니다. 이른바 ‘87년 체제’의 핵심인 ‘87년 헌법’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권력구조 면에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면, 지역주의 정치도 문제입니다. 한국의 입법부와 행정부에서 국민의 대표성이 제대로 발휘되는지를 따져볼 때 저는 선거법 개정과 개헌이 연동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에더해서 헌법 개정엔 정치권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의사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현재 한국 정치가 격변 속에 놓인 만큼 여론의 흐름이 절대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바꾸자는 의견이 절반을 넘는데도 개헌이 쉽지 않을 거라 예상하는 이유는 현행 권력구조의 대안으로 4년 중임제도 있고, 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합의를 도출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의원내각제를 선호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말씀드리면,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선진국이 의원내각제로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중심제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는 유리한 제도일지 몰라도, 그걸 달성한 후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엔 의원내각제가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개헌 땐 기본권, 통일 보강해야

사회 / 촛불집회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를 위시한 보수단체 집회의 극단적 대치, 보수-진보로 갈라져 싸우는 정치권 등 우리 사회의 해묵은 보혁 진영논리를 청산할 방안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김호기 / 이념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사회든 가치나 이익에 따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들이 공존할 수밖에 없거든요. 갈등은 자연스러운 건데, 문제는 그 갈등이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이 높을 때죠. 그런 점에선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이 도를 지나친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그 책임은 1차적으로 정치권과 언론에 있습니다. 정치권과 언론은 이념갈등의 조정자여야 하는데, 되레 조장자인 측면이 많습니다, 적어도 이제까지는.

또한 정부는 보수, 진보를 떠나 전체 국민을 대표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의 경우엔 이념적 구속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이념적 중립자로서의 위치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합니다. 학계와 시민단체를 포함한 이른바 시민사회도 이념갈등에서 면책되긴 어렵습니다. 주목할 것은 오늘날의 세계가 전 지구적으로 이념갈등보다는 이념의 통섭(統攝)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를 보면 보수 정치세력이 진보 정책을 차용하고, 진보 정치세력이 보수적 가치를 중시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남북 분단에서 빚어진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념갈등이 아직도 예민한 방식으로 표출됩니다. 이념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앞서 말씀드린 각 주체들이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차기 정부에서 실현되길 바라고 있어요.

정운찬 / 진보-보수 간 경계가 세계적으로 사라져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모든 문제를 진보 혹은 보수의 시각에서 볼 게 아니라 각각의 문제마다 실사구시(實事求是)적 사고방식과 생활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런 사고와 태도의 전환은 사회교육을 통해 이뤄야죠.

사회
/ 스마트폰, 자동차, 해운·조선 업계의 위축 등에 따른 장기불황과 저성장이 심각합니다. 침체된 국가경제와 서민가계를 되살리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당장 미래 먹거리 발굴부터가 큰 과제입니다.

정운찬 / 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실력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한번 따져봅시다. 공장 가동률이 70%. 고용을 별로 안 해요. 고용을 안 하니 가계수입이 줄어 교육비, 생활비, 주택비용 등등 해서 빚을 많이 진단 말이에요. 헤어날 수가 없어요. 대기업의 소득 증가율은 지난 10년 동안 연 20%, 가계소득은 2~3%예요. 그 결과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많아요. 그런데 투자를 거의 안 하죠.

투자를 하지 않는 건 첨단 핵심기술이 없어서 그래요. 국내총생산(GDP)을 고려한 연구개발(R&D) 투자지출은 한국이 세계 1위인데, ‘R(research, 기초 및 응용 연구)’ 지출은 낮고 ‘D(development,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상품개발 업무)’ 지출이 대부분입니다. 그 알량한 R 지출도 리서치(research)에 대한 지출은 없고 리파인먼트(refinement, 다듬기)에 대한 지출밖에 없어요.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전체 투자는 많이 늘었어요, 건설투자 덕분에. 그런데 설비투자는 별로 없었어요. 이런 마당에 중소기업은 투자할 데는 꽤 있는데 돈이 없어요. 큰 문제죠.

하지만 동반성장이 이뤄지면 중소기업 자금난이 해소돼 투자와 생산, 고용, 소득, 소비가 늘어 경기침체가 완화되면서 장·단기적 성장의 기초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주역이 되므로 대-중소기업 간 격차도 줄일 수 있지 않겠어요? 구체적으론 초과이익 공유제를 시행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법제화하며, 정부 사업을 중소기업으로 직접 발주하는 걸 제도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동반성장 노력이 바로 신성장동력입니다.  



동반성장이 신성장동력

해운·조선 업계의 위축은 해당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의 해결을 유보하다 문제가 쌓여 나라가 흔들흔들하는 거예요. 그때그때 해결했으면 괜찮은데. 단기적으론 동반성장을 이뤄내고, 중기적으론 교육 혁신을 통해 국민 모두가 창의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Q&A(질의응답) 생활방식으로 바꿔야 해요, 유대인들처럼. 그리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은 남북 경협, 남북 간 동반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호기 / 한국 경제는 현재 새로운 시장도, 새로운 산업도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2016년 초 알파고 신드롬이 있었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핀테크 같은 4차 산업혁명이 갈수록 가시화하는 데서 국민의 불안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그동안 격차를 보였던 중국 기업들도 한국 기업을 턱밑까지 추격해오죠. 국민 다수의 가계부채도 늘고요. 이게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입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 가지 제안하자면,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제시돼온 정책 담론을 주목하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정운찬 전 총리의 동반성장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득 주도 성장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공정성장론. 제가 보기엔 이 3가지가 사뭇 다르면서도 공통되는 부분이 많아요. 공통점 중에서 유의미한 부분들을 경제정책으로 이끌어내 구체적으로 실천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Q&A 생활방식 필요

사회 / 이른바 ‘수저계급론’ ‘망가진 희망 사다리’ 등으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했습니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정운찬 / 3·1운동은 독립투쟁이지만, 그 밑바닥엔 일제의 토지 조사사업에 대한 불만이 있었어요. 4·19혁명 때 야당의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구호에 국민이 동조한 것도 미국의 경제원조가 끊어지고 밥 먹을 게 없어서였어요. 광복 후 처음 맞은 야당의 정권 쟁취와 1997년 외환위기도 경제문제에서 비롯된 건 말할 것도 없고요.

그로부터 거의 20년 뒤인 현재 한국 경제는 정말 위기입니다. 저는 시민경제혁명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촛불 민심의 근저엔 한국 경제의 심각성이 똬리를 틀고 있다고 봐요.

김호기
/ 이젠 소득을 높여야만 한다고 봅니다. 2가지 방법이 있겠죠. 일단은 시장 안에서의 분배가 먼저입니다. 노동시장 개혁만큼 중요한 경제정책도 찾기 어렵거든요. 단적으로 말씀드리면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지 않고선 시장 내 분배 문제를 개선하기 어렵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과감한 사회적·역사적 타협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시장 밖의 문제인데요.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강화해야 합니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현 한국 경제와 복지가 처한 상황을 볼 때 증세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겁니다. 과감히 증세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인세, 소득세를 올리고 목적세로서의 사회복지세를 신설하는 등 전향적인 해법을 모색하면 좋겠어요. 국민이 더 많은 복지 혜택을 누리기 원한다면 우리 모두가 다 조금씩 부담하자는 거죠.



불평등, 양극화는 분배의 문제

사회 / 북핵 문제, 2017년 1월의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슈 등과 관련해 무엇보다 현명한 국가적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정운찬 /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는 게 걱정됩니다. 그러나 그걸 해결한답시고 중국 가서 빌 듯이 ‘북한 좀 때려달라’, 미국 가서 ‘북한 좀 때려달라’ 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문을 열고 남북한 당국자들이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서로 만나서 우리끼리 문제를 풀어가자고 하면 좋겠어요. 그런 식으로 자주적으로 해야지 북한이 핵실험하면 베이징으로, 워싱턴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도와달라는 건 모양새가 안 좋습니다. 그들이 해주는 제재와 관련해 우리가 또 얼마나 많은 양보를 해야 되겠어요?

배짱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이 한국을 포기할 수 있습니까, 절대 못 그럽니다. 중국도 북한 포기 못해요.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등을 우리나라가 좀 더 자주적 국가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싶어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선 우리 국방에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를 국방전문가들로부터 많이 들었어요. 그것이 사실이라면 다시 논의할 정도의 신중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호기 /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이 추진됐고,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내걸긴 했지만 기본적으론 이명박 정부의 강압정책을 계승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포용과 강압, 둘 다 북핵을 제어하지 못했어요. 분명한 건 이제껏 해온 진보적 포용정책이든 보수적 강압정책이든 적어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본적으로 유효한 해법은 아니라는 겁니다.

따라서 제3의 대안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국제정치에선 때론 강압하고 때론 포용하기도 하는 외교력을 절대적으로 발휘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정치·군사적 프로세스와 남북 경협이라는 경제적 프로세스의 투 트랙으로 가면 어떨까 싶어요.

또한 2017년부터의 국제사회는 트럼프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 간 대결의 장(場)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동북아에서 벌이는 대결에서 한국은 기본적으로 양 날개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맹관계인 한미관계와 동반자 관계인 한중관계의 균형을 어떻게 잘 취하면서 우리 국익을 얼마나 극대화할 것인지가 관건이라 봅니다. 한마디 덧붙이면, 사드 배치는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 날개를 자주적으로

사회 / 우리의 미래는 청년세대에 있지 않겠습니까. 청년실업,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 등으로 절망에 빠진 청년세대에게 교육자로서 조언을 하신다면.

정운찬 / 세상에 업스(ups)가 있으면 다운스(downs)가 있고 다운스가 있으면 업스가 있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올라가면 내려오고 내려가면 다시 올라갈 때가 있으니 노력하면 결국 밝은 날이 올 것이라고.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어려울 때 다 같이 노력해 밝은 미래를 맞이했어요. 이는 개인한테도 통한다고 봅니다.

청년실업은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에게 많이 베풀어야 해결됩니다. 먼저, 경기를 부활시키는 수밖에 없어요. 더불어 최저임금을 올려 청년들이 택하고 싶은 일자리를 늘려야 합니다. 이 또한 동반성장이에요, 큰 틀에서는.

김호기
/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다는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고통을 겪는 건 사실 우리 책임이죠. 우리 대학의 경우 귀가하지 않고 매일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는 학생들이 제법 있어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취직 안 될까봐 걱정돼서 그런대요. 이런 나라를 만든 게 기성세대 책임이기에 통절히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청년실업 극복 성과는 나라마다 다릅니다. 벨기에와 덴마크, 영국, 독일 등은 청년실업에 비교적 잘 대처한 나라입니다. 차기 정부는 이들 국가의 청년실업 해결 정책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청년들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라 일컫는데, 그들이 삼포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경제 외 다른 영역에서도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기성세대들이 최선을 다해야죠.

사회 / 국가적 위기를 맞아 구심점이 실종된 상황임에도 점점 성숙해가는 촛불 민심에서 한 가닥 희망과 위안을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창 너머 서울 도심 풍경이 오늘따라 몹시 흐려 보이네요. 두 분 말씀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정유년 맞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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