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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학 이슈와 학맥

“커튼 뒤 정부가 악순환 자초” vs “대안 없이 시장에 맡겨서야”

구조조정, 누가 주도할 것인가

  • 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커튼 뒤 정부가 악순환 자초” vs “대안 없이 시장에 맡겨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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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양적 완화는 꼼수”

“커튼 뒤 정부가 악순환 자초” vs  “대안 없이 시장에 맡겨서야”

2016년 10월 31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KDB 혁신위원회 김경수(오른쪽) 위원장과 이대현 수석부행장이 산업은행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채권은행 주도로 구조조정을 한다”고 강조하지만 이를 믿는 학자는 거의 없다.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책은행이 채권은행이니 정부가 커튼 뒤에서 국책은행을 조종하는 식으로 진행한다”고 비판했다.

보수적인 학자들은 현실론을 인정한다. 보수 시민단체 바른사회를위한시민회의 사무총장을 지낸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장 겸임)는 “시장 주도 구조조정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실에선 정부가 국책은행 주도로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구조조정에는 비용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부실기업에 대출해준 자금을 떼이게 된 채권은행은 자체적으로 자본 확충을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이게 여의치 않으면 1997년 외환위기 직후처럼 정부가 공적자금을 조성해 메워줘야 한다. 금융 시스템이 흔들리면 국민 경제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어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두 업종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온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에 두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을 지원할 목적으로 2016년 7월 한국은행과 기업은행이 각각 10조 원, 1조 원을 대출해 자본확충펀드를 설립했다. 이른바 한국판 양적 완화 정책이다. 

이를 두고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용어부터 꼬집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선임 경제연구원으로 근무한 윤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FRB처럼 불과 몇 년 사이에 대차대조표를 3~4배 늘릴 정도가 돼야 양적 완화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창현 교수도 “정치권에서 이목을 끌려고 한 말일 뿐”이라고 거들었다. 이처럼 많은 경제학자가 한국판 양적 완화를 꼼수라고 지적한다. 박상인 교수의 주장을 들어보자.



“국회 동의를 받지 않으려고 한국은행 팔을 비틀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두고 한국판 양적 완화라고 우긴다. 지금까지의 구조조정 정책은 기본적으로 국가 재정으로 채권은행의 부실을 메워주고, 채권은행은 부실 기업의 부채를 탕감해주고, 부실 기업은 연명하고, 대주주와 경영자는 자리를 보존하는 식이었다. 기업 부실의 책임과 부담을 국민, 국책은행, 주주, 대주주 순서로 지는 구조조정이 이뤄졌으며, 이는 대주주, 경영자, 국책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해왔다.”

학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GM의 구조조정 방식을 벤치마킹할 만하다고 말한다. 빈기범 교수는 “당시 미국은 의회 승인을 받아 국채를 발행해 GM의 기존 기업을 청산하고 새로 설립한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했다”며 “우리도 국회 동의를 받아 공적자금을 조성해야 정부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은 정권 전리품?

“커튼 뒤 정부가 악순환 자초” vs  “대안 없이 시장에 맡겨서야”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 등으로 한국 경제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지고 구조조정 중이다.

구조조정과 관련한 또 다른 논란거리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기능과 위상이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5조5000억 원대 영업 손실을 발표하자 해양플랜트 공사와 관련된 2조6000억 원대 손실을 숨기다 뒤늦게 재무제표에 반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산업은행 책임론이 제기됐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과 유착해 경영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경제학계엔 산업은행 폐지론자에서 산업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학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진보적인 학자들일수록 폐지론을 강하게 주장하는 데 비해 보수적인 학자들은 현실론에 기운다. 국책은행 폐지론자인 박상인 교수의 주장부터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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