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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집단주의 지향하는 인간적 은둔자”

삼성家 3세 이재용 리더십 & 내면세계

  • 최재필 | 자유기고가 jp_choi@hotmail.com

“反집단주의 지향하는 인간적 은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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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당황, 겸손, 사과, 초연, 단호…
  • ● 최순실, 갤럭시노트 惡材 통해 더 성장?
  • ● “10년 넘게 실무 챙겨 ‘디테일’ 강해”
  • ● “줄줄이 사고 파는데… 성과는 의문”
  • ● “실용, 실리만 강조하면 화(禍) 부른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1968년생입니다.

/  평소에도 남이 질문하면 동문서답하는 게 버릇인가요?

/  성실하게 답변하겠습니다.

/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을 한 달에 몇 번 만나나요?

/  한두 번은….





‘이재용 압박 면접’ 청문회

/  장 차장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러이러해서 정유라에게 말 사주고 최순실에게 돈 줬습니다. 우리 기업을 위해 필요합니다’ 이런 보고를 안 했습니까?

/  (고개 옆으로 갸우뚱거림)

/  아니, 자꾸 머리 굴리지 마세요.

/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예. 지금 기억을 더듬고 있는데, 예.

/  보고를 안 받았어요?

/  문제가 되고 나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그 과정에서는 보고를 안 받았다는 말씀이죠?

/  기억에 없습니다.

/  자, 그러면 이 300억이 껌 값입니까?

/  어, 우선, 어, 제가 나중에 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가 생각해도 적절치 않은 방법으로 지원이 된 것 같다는….

/  (말을 자르며) 왜 책임을 안 묻느냐, 이미 보고를 받았으니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거죠?

/  (…)

/  왜 대답을 못 하세요.

/  아, 지금 검찰조사 중이고….

/  (말을 자르며) 이 청문회는 검찰(조사) 중인 사안도 다 답변하게 되어 있어요. 불리하면 동문서답하시거나 이제는 검찰 핑계를 대시네. 그러시면 안 돼요.

/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아닙니다. 정말 검찰조….

/  (말을 자르며) 아직, 50도 안 되신 분이 이 어른들 앞에서, 이 국민들 앞에서, 그런 식으로 국민들 놀리는 듯한 발언하면 안 돼요.

/   아, 그렇게…

/  (말을 자르며) 자, 장충기에게 보고를 받았을 것 아닙니까.

/  당시 제가 세부지원 사항은 정말 몰랐고요, 의원님.

/  그럼 장충기를 해고시키겠습니까?

/  나중에 조사 뒤에….

/  (말을 자르며) 해고시킬 수가 없는 거죠. 이미 보고를 받았으니.

/  뭐라고 지금 변명을 드려도 저희가 적절치 못했기 때문에 죄송합니다. 조사가 끝나면 저를 포함해서 저희 조직 안의 누구든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  부회장에게 누가 책임을 묻는데요? 그런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지 마세요.

/  저도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지겠습니다.

/  물러나실 의사도 있으세요?

/  제 책임이 있으면 그러겠습니다.



“겸손하고 여성성 느껴져”

 지난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의 한 장면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직, 50도 안 되신 분이 이 어른들 앞에서…”라고 말한 대목이  ‘압권’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종 ‘로키(low key, 낮은 자세)를 유지했다. 이 부회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새로운 모습의 삼성으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는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사과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최순실 사태로 거론된 여러 재벌 총수가 출석했는데, 의원들의 질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중됐다. 이 부회장은 하루 종일 국민 앞에서, 국내외 미디어 앞에서, 마치 취업준비생처럼 ‘압박 면접’을 받은 셈이다.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 부회장의 스타일이나 성격, 자질이 이 자리에서 어느 정도 드러났다.  

청문회가 끝난 후 한 대기업의 대외협력부문 임원은 “이재용 부회장은 범죄 혐의에 대해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피해갔다. 일부 국민은 답답함을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임원은 “동시에 이 부회장은 모욕성 질문에 긴장하거나 당황해하고, 겸손하면서 여성성이 느껴지게 말하고, 잘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고, 부회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결정권자로서 단호하게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와 전경련 탈퇴를 약속하는 태도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얼마나 많은 상속세를 냈는지를 묻는 질문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 당황스러워하는 모습, 병상에 있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 이야기가 나오자 눈가가 촉촉해지는 모습은 이 부회장의 인간적 측면을 부각했다는 분석이다.

이 임원은 “결론적으로 청문회에서 이재용은 ‘슈퍼 갑’으로 비치지 않았다. 재계에선 그에게 ‘어눌한 말투의 인간적인 은둔자’ ‘세계 일류기업의 예의 바른 오너’라는 인물평이 뒤따랐는데, 이런 평이 대체로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기업 경영진의 한 인사는 필자에게 “이 부회장과 초등학교 동문이어서 어릴 때 우연히 그의 집에 놀러간 적이 있다. 그는 내내 방 안에서 게임만 했다. 이 부회장은 친구도 거의 사귀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 부회장이 ‘은둔자형’이라는 건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 같다”고 했다.


스티브 잡스와 노장사상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경쟁하는 미국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은둔자 잡스’로 통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한 잡스와 “저도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한 이재용에게선 일면 노장(老莊)사상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미래전략실 해체 발언은 재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이 “로비 의혹의 한복판에 있는 삼성그룹 미전실을 해체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에게 이렇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답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회장을 보좌하면서 계열사를 지휘·감독하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다. 삼성 신화의 주역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정경유착의 산실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공존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미래전략실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잘못된 결과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무모한 일을 저지르고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국민정서에 둔감하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은 바로 이 ‘국민정서’를 의식해 미래전략실을 없애려 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전경련을 탈퇴하겠다” “저보다 훌륭한 분이 있으면 얼마든지 언제든지 경영권을 다 넘기겠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의 미래전략실 해체, 전경련 탈퇴, 경영권 이양 가능성 발언은 사전에 그룹 내부에서 준비해준 것이 아닌, 본인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0월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사내이사)가 됐다. AP통신은 이를 가리켜 “삼성그룹이 ‘새로운 시대(new era)’를 맞았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했다. 등기이사는 이사회의 정식 구성원이고 회사와 관련된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

주목되는 것은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다.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 지배구조 개편, 최순실 게이트는 이 부회장에겐 시험대다. 이 부회장은 갤럭시노트7 사고가 계기가 돼 등기이사에 올랐다. 삼성그룹은 2016년 3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9월 초 ‘갤럭시노트7 사고’가 터지자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악재 거치며 존재감 키워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를 약속한 것과 등기이사에 오른 것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여론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점, 본인의 희생을 어느 정도 감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재계의 몇몇 인사는 이렇게 평가한다.

“40대에 한국 1위 재벌의 총수가 된 이재용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다. 다만, 이재용의 리더십은 갤럭시 폭발이나 최순실 게이트 같은 초대형 악재를 거치면서 오히려 계속 성장하는 것 같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등기이사 등재 결정은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결단을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의 갤럭시노트북7 전량 리콜 결정은 재벌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측은 “이례적이고 혁신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네티즌들도 “글로벌 기업으로서 잘한 결정이다” “당장 1조 원 손해를 보더라도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 관계자는 “(전량 리콜은) 미래전략실이 아닌 이 부회장의 결단이었다. 고객 피해에 대해서는 직접 사과하고 신속히 해결한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책임경영”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리더십의 흥미로운 측면 중 하나는 그가 거리낌없이 사과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그랬고, 삼성서울병원이 연루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삼성그룹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주도했다. 일부 참모들의 반대에도 직접 나와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 참담한 심정으로 책임을 통감한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대중에게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재용식 경영과 관련해, 삼성그룹 사정에 밝은 몇몇 인사는 “이재용은 대외 신규 투자보다는 그룹 내부 정비, 즉 내치(內治)에 더 주력하는 듯 보인다. 내치에서 그가 택한 콘셉트는 ‘경박·단소·실용’으로 집약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삼성 문화’ 대수술

이 부회장은 스스로 권위 대신 실용을 택했다. 그는 재벌 총수 권위의 상징인 전용기 3대와 헬기 6대를 처분했다. 대신 민항기를 타고 출장을 다닌다. 수행비서도 잘 대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잘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가끔은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소 의전에서도 과도한 부분을 없앴다고 한다. 물론 이런 변화에 대해 일부 인사들은 ‘실용’보다 그의 ‘은둔자 스타일’에서 더 큰 원인을 찾기도 한다.  

이른바 ‘삼성 문화’를 위에서 아래로 전수하는 핵심 채널인 ‘대졸 신입사원 하계 수련대회’도 이 부회장의 지시로 없어졌다. 단순화한 직급, 수평적 호칭, 성과주의 보상체계가 도입됐다. 야근·휴일 근무는 최소화됐고 휴가는 더 권장됐다. 모두 ‘탈(脫)권위와 실용’을 강조하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그는 2016년 3월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언에 창의적 사고와 문화를 담고자 했다.

삼성의 이러한 조직문화 혁신은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기업의 추세와 비슷하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수직적, 경직적, 권위적 조직문화에서는 창조와 혁신의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 변화 속엔 이 부회장의 위기의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직원들이 독립적으로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삼성에 주문해 왔는데, 이 부회장이 이에 부분적으로 화답한 셈이다. 전직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은 반(反)집단주의 구글 문화를 지향한다. 집단주의 조직문화가 강한 한국 대기업에선 실험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뉴 삼성’은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계열사 기업공개(IPO), 주가 관리, 사업 매각·재편 같은 외형 관리에도 공을 들인다. 2014년 11월 삼성SDS, 2014년 12월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모금액만 2조2496억 원으로,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의 경쟁률은 45.3대 1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는 주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2015년 10월부터 4회에 걸쳐 11조3000억 원 규모의 특별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했다. 회사 측은 “주가가 130만8000원에서 156만8000원으로 약 20% 상승하는 효과를 달성했다”고 설명한다. 외신은 “이런 주주 친화적 정책은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라고 치켜세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016년 11월 30일 “삼성전자가 엘리엇매니지먼트 같은 투자자의 요구에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진정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그동안 삼성전자에선 오너가 아닌 주주들이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 바꿔라’ 정신 계승

물론 비판론도 나온다. 몇몇 경제전문가는 “삼성전자 같은 한국 대표 기업이 11조 원이 넘는 돈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쓰는 건 옳지 않다. 글로벌 인수합병(M&A)에 뛰어드는 건 어땠을까”라고 반문한다.

삼성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부친 이건희 회장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은 그룹 내 사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삼성그룹을 전자, 금융, 바이오 같은 1등 업종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업종으로 재편하는 것이 큰 방향이다.

세부적으로 삼성은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TV 같은 하드웨어에 집중된 사업 분야에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헬스케어, 바이오 같은 소프트웨어 산업을 보강한다. 특히 이 부회장은 해외 유망 기업을 인수해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려 한다.

이재용 체제 이후 삼성의 인수합병(M&A) 실적은 딱 떨어지는 공식 통계로는 알려지지 않는다. 필자가 자체적으로 집계한 결과, 2014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삼성이 인수했거나 지분에 투자한 기업은 45개에 달한다.

삼성이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한 기업 중 일부를 꼽아보면, 비디오앱 서비스업체 셀비,  사물인터넷 플랫폼 개발업체 스마트싱스, 클라우드 프린팅업체 프린터온, 빅데이터 업체 프록시멀데이터,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고급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 세계적 전장(電裝)업체 하만, 세계 전기차 1위 업체 중국BYD 등이다. 삼성벤처투자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가상현실, 헬스케어, 미디어 분야 회사 등 29개 기업의 지분을 사들였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삼성의 하드웨어 사업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삼성이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싸우려면 독자적 인공지능 엔진이 필요하다. 삼성의 기업 인수는 이런 점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회장은 매각에도 적극적이다. 유력 종합일간지 경제부의 A기자는 이 부회장을 ‘정리의 달인’이라고 일컫는다. 이 기자는 “부친인 이건희 회장보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 사업을 털어내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9월 한 달간 2조 원 규모의 자산을 팔아치웠다. 일본 샤프 지분, 삼성 프린터 사업, ASML 지분, 시게이트 지분, 램버스의 지분이 정리됐다.



‘실용’ 때문에 ‘폭발’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임원으로 10년 넘게 실무를 챙기면서 디테일에 강한 편이라고 한다. 이런 실무 경험이 강도 높은 매각 결정을 이끌어낸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비서실장을 통해 모든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개별 사업부장(사장)과 직접 통화하면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매각 결정은 이건희 회장보다 더 냉정하게 이뤄진다고 한다. 대표적 사례가 2014년 11월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 화학·방위산업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한 일이다. 재계 관계자는 “화학·방산 분야에서 글로벌 1등이 되기 힘들다는 이 부회장의 현실적 판단에 의해 매각이 결정됐다”고 말한다.

삼성은 2015년 10월 롯데에 삼성정밀화학, 삼성비피화학, 삼성SDI 등의 케미컬 사업부문을 3조 원에 매각했다. 2016년 1월엔 서울 중구 태평로의 삼성생명 건물을 부영그룹에 5800억 원에 팔았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계열사를 줄줄이 내다파는 것이 ‘뉴 삼성’의 실체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 부회장의 사고팔기는 어떤 손익계산서를 받았을까. 온라인 경제매체의 B기자는 “아직 실적으로 입증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여전히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른바 ‘이재용 사업’으로 일컬어지는 바이오와 자동차 전장부품에서도 실질적 성과는 별로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매출액이 전해보다 13% 줄어든 반면 영업 손실이 70% 늘었다. 인수한 기업을 수년 뒤에 되파는 사례도 많았다. 샤프, ASML, 시게이트, 램버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제조업 상황에 정통한 중앙일간지 C기자는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내세울 만한 ‘이재용 치적’이 없다. 이것도 인수하고 저것도 인수하는데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이재용식 인수·합병이 홈쇼핑과 비슷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사들이는 기업 대부분이 1000억 원 미만의 작은 회사들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업계는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에 대해 “이재용 체제 이후 ‘관리의 삼성’ 신화가 무너진 것 같다”고 말한다. IT업체 한 관계자는 “폭발 원인을 못 찾는 데 위기의 본질이 있다. 이재용 체제에서 ‘실용’ ‘실리’를 앞세워 삼성 내부를 구조조정했고 조직을 줄였는데, 그것이 오히려 독이 돼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당장 실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광고를 줄이는 것도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사라진 이유

제일기획 매각 불발도 삼성의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으로 비친다. 제일기획은 6월 13일 “세계 3위 광고회사인 프랑스 퍼블리시스와의 매각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제일기획이 삼성 라이온즈 등 스포츠단을 인수한 것에 대해 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매각 대상 기업이 짐만 되는 스포츠단을 왜 인수하느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의 오락가락 전략이 매각 실패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국내 최고 민간 싱크탱크로 꼽히던 삼성경제연구소는 요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1986년 ‘한국판 노무라연구소’를 지향하며 출범한 이 연구소는 1998년 ‘IMF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했고 2002년 부동산 버블과 집값 폭락을 경고했다. 2001년 ‘강소국론’, 2004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가는 길’ 같은 국정 의제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는 외부 활동보다는 삼성그룹 수뇌부와 계열사가 주문하는 ‘인하우스(in-house, 회사 내부)’ 연구만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연구소의 활동이 위축된 이유는 뭘까. 다른 대기업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주창하는 실용주의 때문일 것이다. 회사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대외활동은 하지 말라고 한 것 아니겠나. 미래전략실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제약이 더 커졌을 것이다. 국가적으로 손해가 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재용의 실용주의 리더십에 동의한다.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용, 비용절감만 너무 강조하면 화(禍)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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