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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집단주의 지향하는 인간적 은둔자”

삼성家 3세 이재용 리더십 & 내면세계

  • 최재필 | 자유기고가 jp_choi@hotmail.com

“反집단주의 지향하는 인간적 은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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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와 노장사상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경쟁하는 미국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은둔자 잡스’로 통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한 잡스와 “저도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한 이재용에게선 일면 노장(老莊)사상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미래전략실 해체 발언은 재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이 “로비 의혹의 한복판에 있는 삼성그룹 미전실을 해체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에게 이렇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답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회장을 보좌하면서 계열사를 지휘·감독하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다. 삼성 신화의 주역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정경유착의 산실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공존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미래전략실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잘못된 결과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무모한 일을 저지르고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국민정서에 둔감하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은 바로 이 ‘국민정서’를 의식해 미래전략실을 없애려 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전경련을 탈퇴하겠다” “저보다 훌륭한 분이 있으면 얼마든지 언제든지 경영권을 다 넘기겠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의 미래전략실 해체, 전경련 탈퇴, 경영권 이양 가능성 발언은 사전에 그룹 내부에서 준비해준 것이 아닌, 본인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0월 27일 삼성전자 등기이사(사내이사)가 됐다. AP통신은 이를 가리켜 “삼성그룹이 ‘새로운 시대(new era)’를 맞았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했다. 등기이사는 이사회의 정식 구성원이고 회사와 관련된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



주목되는 것은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다. 갤럭시노트7 폭발사고, 지배구조 개편, 최순실 게이트는 이 부회장에겐 시험대다. 이 부회장은 갤럭시노트7 사고가 계기가 돼 등기이사에 올랐다. 삼성그룹은 2016년 3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등재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9월 초 ‘갤럭시노트7 사고’가 터지자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악재 거치며 존재감 키워

“反집단주의 지향하는 인간적 은둔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월 6일 국회 ‘최순실 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증을 착용하고 있다. [동아일보]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를 약속한 것과 등기이사에 오른 것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여론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점, 본인의 희생을 어느 정도 감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재계의 몇몇 인사는 이렇게 평가한다.

“40대에 한국 1위 재벌의 총수가 된 이재용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다. 다만, 이재용의 리더십은 갤럭시 폭발이나 최순실 게이트 같은 초대형 악재를 거치면서 오히려 계속 성장하는 것 같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등기이사 등재 결정은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결단을 시장에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의 갤럭시노트북7 전량 리콜 결정은 재벌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측은 “이례적이고 혁신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네티즌들도 “글로벌 기업으로서 잘한 결정이다” “당장 1조 원 손해를 보더라도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 관계자는 “(전량 리콜은) 미래전략실이 아닌 이 부회장의 결단이었다. 고객 피해에 대해서는 직접 사과하고 신속히 해결한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책임경영”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리더십의 흥미로운 측면 중 하나는 그가 거리낌없이 사과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그랬고, 삼성서울병원이 연루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삼성그룹의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주도했다. 일부 참모들의 반대에도 직접 나와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 참담한 심정으로 책임을 통감한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대중에게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재용식 경영과 관련해, 삼성그룹 사정에 밝은 몇몇 인사는 “이재용은 대외 신규 투자보다는 그룹 내부 정비, 즉 내치(內治)에 더 주력하는 듯 보인다. 내치에서 그가 택한 콘셉트는 ‘경박·단소·실용’으로 집약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삼성 문화’ 대수술

이 부회장은 스스로 권위 대신 실용을 택했다. 그는 재벌 총수 권위의 상징인 전용기 3대와 헬기 6대를 처분했다. 대신 민항기를 타고 출장을 다닌다. 수행비서도 잘 대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잘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가끔은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소 의전에서도 과도한 부분을 없앴다고 한다. 물론 이런 변화에 대해 일부 인사들은 ‘실용’보다 그의 ‘은둔자 스타일’에서 더 큰 원인을 찾기도 한다.  

이른바 ‘삼성 문화’를 위에서 아래로 전수하는 핵심 채널인 ‘대졸 신입사원 하계 수련대회’도 이 부회장의 지시로 없어졌다. 단순화한 직급, 수평적 호칭, 성과주의 보상체계가 도입됐다. 야근·휴일 근무는 최소화됐고 휴가는 더 권장됐다. 모두 ‘탈(脫)권위와 실용’을 강조하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그는 2016년 3월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언에 창의적 사고와 문화를 담고자 했다.

삼성의 이러한 조직문화 혁신은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T기업의 추세와 비슷하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수직적, 경직적, 권위적 조직문화에서는 창조와 혁신의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 변화 속엔 이 부회장의 위기의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직원들이 독립적으로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삼성에 주문해 왔는데, 이 부회장이 이에 부분적으로 화답한 셈이다. 전직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은 반(反)집단주의 구글 문화를 지향한다. 집단주의 조직문화가 강한 한국 대기업에선 실험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뉴 삼성’은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계열사 기업공개(IPO), 주가 관리, 사업 매각·재편 같은 외형 관리에도 공을 들인다. 2014년 11월 삼성SDS, 2014년 12월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모금액만 2조2496억 원으로,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의 경쟁률은 45.3대 1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는 주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2015년 10월부터 4회에 걸쳐 11조3000억 원 규모의 특별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했다. 회사 측은 “주가가 130만8000원에서 156만8000원으로 약 20% 상승하는 효과를 달성했다”고 설명한다. 외신은 “이런 주주 친화적 정책은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라고 치켜세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016년 11월 30일 “삼성전자가 엘리엇매니지먼트 같은 투자자의 요구에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진정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그동안 삼성전자에선 오너가 아닌 주주들이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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