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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박정희 시대 100년

“과(過)가 없었다면 공(功)도 없었다”

류석춘 박정희연구회 회장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과(過)가 없었다면 공(功)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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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100% 만족하는 방식으로 추진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산업화에 성공한 예를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도 산업화 초기엔 권위주의적 방식을 택했다. 독일의 비스마르크 체제, 프랑스의 나폴레옹 시기, 영국의 크롬웰 체제도 정적들을 가혹한 방식으로 제압했다. 싱가포르나 이스라엘, 대만 같은 나라도 한국 못지않은 권위주의적 통치를 거쳤다. 싱가포르는 현재도 권위주의적 체제에 가깝다.

박정희 대통령이 다른 권위주의적 지도자보다 더 가혹했다거나 독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적 흐름에서 필요한 시점에 요구되는 일을 한 것이다.”  

그는 “과(過)가 없었다면 공(功)도 없었다”고 했다.  

▼ 유신 체제에 대한 평가는.

“비판론자는 박정희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를 어겼다고 비난하는데, 오원철 전 대통령경제제2수석비서관이 한 유명한 얘기가 있다. ‘유신 없이 중화학공업화가 가능했겠느냐’고 그는 되묻는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때 국회의원들이 공사장에 드러누우면서까지 반대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그때 고속도로가 건설되지 않았다면 산업화는 상당히 늦춰졌을 것이다. 중화학공업화도 마찬가지다. 오 전 수석의 견해를 깊이 새겨야 한다.”





“특정 단계 거치면서 겪은 아픔”

▼ 작가 김훈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땅을 덮는 업적, 하늘을 찌르는 죄악’이라고 표현했다.

“하늘을 찌르는 죄악이란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 시기 희생된 분들이 있다. 다만 1960~70년대 우리나라 수준에서 형사소송법이 정한 민주적 절차를 따르면서 좌익 사범이나 간첩 사건을 해결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강압에 의한 수사로 인해 훗날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사건의 상당수는 본질적 차원에서는 북한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도 있다. 그분들에게는 적절한 보상이나 명예회복이 진행됐다. 특정한 시기, 단계를 거치면서 겪은 아픔이다.”

그는 “박정희 시대의 권위적 시스템이 동양의 가산국가(家産國家)적 전통을 살려 지대 추구를 위해 자본이 사활적 경쟁을 하도록 압박함으로써 급속한 자본 축적과 그에 따른 경제 발전을 가져왔다”고 본다.

“가산국가라는 개념은 요즘엔 환영받지 못하는 전근대 사회의 특성을 가리킨다. 전근대 사회는 어떤 경우에는 봉건제 국가, 다른 경우에는 가산제 국가였다. 한반도의 국가는 중앙집권화가 굉장히 일찍 됐다. 고려와 조선의 중앙 권력이 막강하지 않았나. 고려 때 무신정변이 마무리되면서 가산국가가 정립됐다는 견해도 있는데, 중앙집권화한 권력의 유산을 물려받은 게 오늘날의 한국 사회다. 가산국가적 전통을 살려 경제발전을 가능케 했다는 설명은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집권화한 권력을 적절히 잘 활용해 산업화를 이뤄냈다는 얘기다.”

▼ 박정희 패러다임 혹은 박정희주의가 2017년에도 유효할까.

“많은 이가 과거엔 유효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를 잘 극복했다고 한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등장한 게 ‘공적 자금’이다. 김대중 정부는 공적 자금을 갖고 ‘회생 가능한 기업은 이 기업이다, 회생 가능한 금융기관은 이 기관이다’라고 판별해 회생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면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안 줘서 죽게 만들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잘하는 기업, 못하는 기업을 나눠 잘하는 기업을 지원한 것과 같은 모델이다. 하나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를 발전시키는 과정으로 맥락은 다르지만 방식은 똑같다.”



박정희의 허리띠

▼ 박정희식 발전 모델은 신고전학파 경제학(신자유주의 경제학)으로 불리는 주류 경제학과 충돌한다.  

“상당수 사람이 시장경제에 모든 것을 맡기자는 식으로 얘기한다. 나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과거처럼 정부의 덩치를 키우자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효율적이고 작아야 하지만 힘이 없으면 안 된다고 본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이후 영국 보수당의 행보나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을 보듯 이전처럼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자는 의견이 쇠퇴하고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자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박정희 패러다임이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본다. 과거와 똑같이 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 그렇다는 것이다.”

▼ 장기 집권 탓에 성과를 독차지했다는 평가도 있다

“오랫동안 집권했다고 성과를 낸다는 보장은 없다. 북한을 보라. 남미를 보라. 장기 집권했는데도 성과 없이 독재만 하고 끝난 경우가 수두룩하다.”

▼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연사했더라면 논란은 지금보다 적지 않았을까.  

“1970년대 말 유신체제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이냐가 권력 내부의 화두이던 것으로 안다. 유신체제를 직접 마무리하지 못하게 되는 사건(10·26)이 벌어졌다.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잘했을 거다, 못했을 거다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을 한시적 체제라고 여긴 사실은 여러 기록에 나타난다.”

▼ 박근혜 대통령의 일탈 탓에 보수 정치가 위기다.

“이명박(MB), 박근혜 9년을 거쳤다. MB는 보수주의자인 내가 봐도 마음에 차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MB보다는 나은 것으로 느꼈는데,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이분도 참 안타까운 데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주의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 탓에 보수 정치가 위기에 처한 것이다. 보수주의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참신하지 못하고 부패했으며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모범을 보이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근검절약하면서 자신을 희생했다. 돌아가실 때 허리에 찬 벨트가 해진 것을 군의관이 보고 놀랐다지 않나. 박정희 대통령과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보수주의 정치인이 줄었다.”



‘박정희 총서’ 발간 준비

▼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부이사장을 맡았는데 ‘박정희 100년’ 사업은 잘 진행되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박정희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리는 행사를 열려고 한다. 국제학술회의, 음악회 등도 계획했는데, 잘될지 걱정이다. 최순실 사태로 후원 등을 받는 데 애로가 있을 것 같다. 박정희 대통령까지 덩달아 저평가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

▼ 박정희연구회 회장도 맡고 있다.  

“1주 혹은 2주마다 모여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하는 공부를 하며 ‘박정희 총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신동아 201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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