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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진정한 소통은 일이 되게 하는 것”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진정한 소통은 일이 되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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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땐 ‘흙수저’라 생각… 굉장히 억울했다”
  • ● 2017년부터 살처분 가축 소각해 퇴비화
  • ● “농업진흥지역 해제는 제한적이어야”
  • ●“에콜 페랑디 의혹은 ‘지라시’”
‘신동아’는 김재수(59)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이던 2016년 7월 1일, 그를 인터뷰했다(2016년 8월호 보도). ‘고용절벽’에 처한 청년층 취·창업 활성화에 나선 aT의 혁신사례를 취재한 자리에서다. 당시 기자는 인터뷰 말미에 “(자타 공인의 국내 최고 농정 전문가로서) 장관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덕담 한마디를 던졌다. 그런데 덕담은 이내 현실이 됐다. 7월 22일 ‘개방·공유·소통·협력’의 정부3.0 핵심가치를 구현한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더니 8월 16일엔 급기야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내정된 것.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던가. 김 장관은 부동산 특혜 매입, ‘황제 전세’, 모친 의료비 부정수급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야당 단독의 국회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 ‘부적격’ 의견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 박근혜 대통령의 장관 임명 강행 → 헌정 사상 6번째의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 박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거부→ 국정감사장에서의 ‘투명인간’ ‘병풍 장관’ 취급으로 이어진 파고(波高)를 숨 가쁘게 넘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모교인 경북대 동문회 커뮤니티에 “온갖 모함과 음해, 정치적 공격이 있었다. 위장전입이나 다운계약서, 논문 표절 한 건 없는데 시골 출신에 지방 학교를 나온 ‘흙수저’라고 무시당한 것이다. 장관으로 부임하면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을 대상으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란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결국 공식 사과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도 쌀값 폭락, ‘배추 대란’,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 등 잇단 농정 현안과 농심(農心)을 챙기느라 분주한 김 장관을 지난 12월 5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취임 석 달을 맞은 날이다.

▼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이었던 듯하다. 그간의 소회는.



“인사청문회 때 제기된 의혹에 관한 허위·왜곡 보도로 인해 개인적으로 굉장히 억울했고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다른 이들은 ‘장관 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여기더라. 일반 개인은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데, 장관은 왜 그리 하면 안 되나.

난 그건 잘못이라 본다.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명백히 팩트(fact)가 틀린 야당 측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갖다 기사화하고도 내 소명에 대해선 한 줄도 내주지 않더라. 명색이 고위공직자인 나도 이렇게 당하는데 일반 국민은 어떨까.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려면 일부 언론의 그릇된 취재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 사실관계가 잘못인 게 확인되면 그걸 바로잡아줘야 선진국 언론 아닌가.”

▼ 지금이라도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 텐데.

“AI 파동으로 정신없다. 이렇게 바삐 일해야 할 상황이 올 것 같아 취임 전 그 문제를 다 털고 가야겠다 생각했고 답답하기도 해서 (동문회 커뮤니티에) 해명 글을 올렸더니, ‘흙수저’ 발언이라며 또 막 난리를….”

▼ 여전히 ‘흙수저’라 생각하나.

“그땐 그랬지, 나로선. 근데 다들 장관 된 사람이 ‘흙수저’라니 말이 되냐는 반응이더라. 지금 내가 그리 말한다면 어느 누가 제정신이라고 하겠나. 취업도 안 되고 다들 힘들게 살아가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면 온당치 못하다고 하겠지.”

▼ 일련의 과정에서 여야 정쟁의 촉발제가 돼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

“곤란한 것 없었다. 난 위법이나 부당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으니까. 지금도 그 점에선 당당하다.”

▼ 박 대통령이 왜 임명을 강행했다고 보나.

“그야 모르지, 임명권자의 판단이니. 야당이 제기한 의혹이 명백한 사실이라면 날 임명했겠나.”



“AI, 인체감염 우려 낮아”

고병원성 AI의 전국 확산으로 정부와 가금류 사육농가가 초비상이다. 살처분당하는 가금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간다. 이번 AI는 국내에선 새로운 유형인 H5N6형. 2014~2015년 발생한 H5N8형에 비해 증상 발현이 빠르고 병원성이 더 높다고 알려졌다.

▼ AI 피해가 막대하다. 방역 대책은 제대로 이뤄지나.



“농식품부는 11월 18일 나를 본부장으로 한 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하고, 11월 23일 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해 대응체계를 강화했다(12월 15일 ‘경계’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의결). AI 발생지역엔 이동통제, 소독 등 신속한 초동 방역조치를 취하고, 철새 도래지가 집중된 서해안 지역을 비롯한 전국에 일시 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발동했다. 농장 간 수평 전파를 방지하려 축산 관련 차량의 가금농장 출입제한 등 강화된 방역조치도 추가 실시 중이다. 방역 취약 요소에 대한 점검·관리 강화 및 선제적 방역관리 추진 등 AI 확산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 가금류 섭취와 인체감염 우려 등 국민 건강상 문제는 없나.

“H5N6형 AI의 경우 중국에선 2014년 4월 이후 16명이 감염돼 10명이 사망했다고 보고됐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우리나라에서의 인체감염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으로 파악한다. 농식품부는 질병관리본부와 협조해 농장 종사자 및 방역인력 등을 대상으로 철저한 인체감염 예방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출하 전 검사를 거쳐 이상 없는 닭·오리고기, 계란이 유통되므로 소비자들은 안심해도 된다.”

▼ 2017년부터 AI나 구제역에 걸린 가축을 매몰하지 않고 고열로 태워 퇴비로 재활용할 것이라 밝혔는데.

“가축전염병 발생 농장에 소각 장비를 투입해 살처분 가축을 열처리하고, 잔존물을 퇴비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가축 사체와 계란 등을 고온 열처리하면 병원성 세균 및 바이러스가 사멸돼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 이번에 전남 무안과 전북 김제, 세종시의 AI 발생 농가 3곳에서 열처리 방식을 썼다. 2017년엔 신규 사업으로 이동식 열처리 장비를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한다. 이 장비를 활용하면 가축 매몰지 조성에 따른 비용과 매몰지의 침출수로 인한 상수원 및 지하수, 토양 오염 등 환경 부담을 감소할 수 있다. 특히 매몰지가 없는 소규모 사육농가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 AI 발생이 해마다 되풀이되니 오리, 닭을 AI 창궐 전 모두 도축해 비축한 뒤 겨울철 사육을 중단하자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신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살처분 비용으로 농가들의 휴업 보상금을 충당하고.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예전처럼 ‘AI가 발생하면 본래 이렇게 하는 거다’는 식으로 구태를 답습하면 나아지는 게 하나도 없다.”



직불금, 일정한 규모 유지

▼수년째 풍년으로 쌀이 남아돈다. 수급안정 대책이 시급한데.

“쌀 생산성 증대, 소비량 감소 등에 따른 구조적 공급과잉으로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5년까지 연평균 24만t의 초과 공급이 예상된다. 쌀 공급 과잉을 해소하려면 생산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며 소비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올해 유관기관·지자체와 함께 ‘쌀 적정생산 운동’을 추진해 벼 재배 면적 2만ha를 감축했고, 소비 확대를 위해 프랜차이즈·온라인·홈쇼핑 등 유통 채널의 다각화, 쌀가루 및 쌀 가공산업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또한 지난 10월부터 쌀값 조기 안정을 위해 수확기 쌀 수급안정대책을 추진 중이며, 우선 기존 공공비축미 및 해외공여용 쌀 39만t 매입에 더해 신곡 수요 초과량 전량인 29.9만t의 시장 격리를 실시했다. 장기적으론 2015년 말 수립한 ‘중장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바탕으로 적정 생산, 소비 확대, 재고관리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쌀값 폭락으로 농민의 시름이 깊어지면서 농업진흥지역(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보전하기 위해 지정된 지역) 해제, 쌀 직불제 개편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쌀 문제는 경제뿐 아니라 국민정서, 문화, 정치까지 얽힌 난제다. 그간 생산기반 정비 등 농지 관리와 직불제를 통한 농가소득 보전이 안정적 식량 공급에 큰 구실을 해왔지만, 이젠 변화가 요구된다.

농업진흥지역의 경우 통일에 대비한 식량안보 측면도 있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봐도 정부가 많은 비용을 들여 우량농지로 관리해온 점을 감안해 가급적 보전해야 한다. 농업진흥지역 해제는 중장기적으로 벼 재배면적 감소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지만, 쌀 과잉 생산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 다만 도로 공사, 택지 조성 등으로 우량농지로서의 효용성이 떨어진 농지에 대해선 실태조사를 통해 정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직불제의 경우 과도하다는 일부 비판도 있지만, 주요국 대비 그 규모나 비중은 크지 않다. 다만 도입 이후 20년이 지난 시점이라 변화한 여건을 반영하고 정책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중장기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본적으로 직불금 전체 규모는 일정하게 유지하되, 복잡한 체계를 단순화하고, 쌀에 과투입되는 걸 조정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김영란법은 경쟁력 제고 계기”

▼ 희망 농민에 대해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해주려는 방침을 정한 당·정·청과는 견해가 좀 다른데.

“쌀 문제는 농업진흥지역 해제만으로 해결될 게 아니다. 쌀을 적게 생산해 수급을 안정시키는 게 핵심이다. 벼 재배면적은 농업진흥지역 외에도 많다. 우리나라 전체 농경지역 중 농업진흥지역은 58%, 그 외 지역이 42%다. 농업진흥지역은 국민 세금을 갖고 농지로 잘 다듬어놓은 곳인 만큼 보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벼 재배면적은 다른 지역에서 더 줄이면 된다.”

▼ 그런데 정치권에선 왜 그럴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측면이 있지 않나.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이면 행위제한이 많으니 해당 지역 민원이 적지 않다. 지역 국회의원 등을 통해 그게 풀리게 되면 일정 규모의 건축행위가 가능해져 땅값이 몇 배 치솟으니 기를 쓰는 거지. 깊이 생각지 않았을 수도 있고.”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2개월이 넘었다. 화훼·축산·과일농가의 타격을 줄일 복안은.

“농축산업 위축과 외식업 매출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이 일부 현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농식품 소비 트렌드에 맞춘다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장관 취임 후 생산자단체, 지자체, 유관기관 등과 간담회, 토론회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또한 농식품부는 8월부터 농축산·외식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칭)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한 농식품 소비·유통·생산 대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가장 타격이 큰 화훼의 소비 촉진을 위해 기업-생산자-소비자 간 업무협약(MOU)을 맺고 화훼류 선물용 실속상품 전시회와 특별홍보행사를 열었고, ‘실속형 축산물 소비 경진대회’도 개최했다.”



‘국민농업시대’ 지향

▼ 현장 애로 및 민원을 정기적으로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던데.

“‘금요 농정 신문고’다. 현장에서 제기된 소중한 의견이 단순한 건의나 민원으로 묻히지 않도록 장관이 직접 듣고 답변하는 자리다. 농업진흥청장 재임 시절에도 한 달에 한두 번 직접 민원상담을 했는데, 민원인 처지에선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되더라. 실무자들이 많은 민원을 좁고 경직된 시각에서 처리하다 보면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기관장이 전체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고, 현장에 가지 않아도 생생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11월에 2번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다.

이런 일들이 농정에 대한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어느 농민이 소똥을 땔감으로 쓰자고 줄기차게 민원을 냈는데 ‘웃기는 소리하지 말라’며 어떤 공무원도 귀 기울이지 않다가 내가 직접 듣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니 신나서 해보겠다더라. 소통, 소통 하지만 진정한 소통의 목적은 일이 되게 하는 거다. 공손히 전화 응대하면서도 만날 ‘안 됩니다’ 하면 뭐하노?”

▼ 우리 농업의 미래 지향에 대한 견해는.

“대외 개방 및 고령화 등으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런 만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실행(Action), 신뢰(Believe), 배려(Care)에 바탕을 둔 ‘ABC 농정’을 추진하려 한다. 경쟁력을 가지려면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실제 작동할 수 있는 ‘실행농정’이 필수다. 정부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농업인과 일반 국민 간 신뢰가 중요하기에 ‘신뢰농정’도 필요하다. 고령화로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고 기술이 부족해도 그런 분들을 배려하는 농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배려농정’도 중요한 요소다.

또한 앞으로 농업계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함께하는 ‘국민농업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농업·농촌이 안정적 식량공급을 넘어 쾌적한 환경과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고, 귀농·귀촌을 꿈꾸는 청장년층에게 가공·유통·수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순실? 만난 적 없다”

▼ 마지막 질문. 최순실 씨를 아나.

“국정농단 사태로 갖은 난리를 피웠는데, 모른다고 하면 되나.”

▼ 만난 적은.

“어디서?”

▼ 만난 적이 있나.

“없다.”

김 장관이 사장으로 있던 2013년부터 aT는 100년 전통의 프랑스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의 정규과정에 한식수업을 개설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런데 2016년 4월 미르재단은 ‘에콜 페랑디’와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프랑스식과 한식을 융합한 요리전문학교(페랑디-미르)를 한국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야당은 김 장관이 한식수업 사업을 미르재단에 ‘상납’한 덕에 박 대통령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며 비호한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그건 ‘지라시’다. ‘상납’은 무슨 상납? aT의 한식세계화 사업은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일원화돼 한식재단으로 다 넘어갔다. aT에 배정된 예산도 차례로 줄어 2015년의 경우 단 1원도 없었다.”

39년째 농업 분야에 전념해온 김 장관은 행정고시(21회) 출신으로 농촌진흥청장과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을 지냈다. 2011년 10월 aT 사장에 취임해 3년 임기를 마치고도 1년 단위의 임기 연장을 두 차례 거쳐 국내 공기업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타이틀을 얻었다.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파동, 우루과이라운드 이행계획서(CS) 파동, 한·중 마늘협상 파동, 한·미 간 쇠고기 협상 파동, 농협법 개정 등 농정 역사상 굵직하고 민감한 현장을 지켜온 그의 별명은 ‘파동 인생.’ 대한민국 농정 최고책임자로서 그는 또 어떤 ‘파동’을 헤쳐나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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