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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관광·소비재 기업으로 확대

도 넘은 중국의 사드 보복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콘텐츠·관광·소비재 기업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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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롯데마트 55개 영업정지, 더 늘어날 수도
  • ● 여행사 “신규 예약 아예 없다”
  • ● 당하고도 ‘쉬쉬’ 중국 눈치 보기 바빠
  • ● 중국 의존도 낮추고 시장 다양화 계기 삼아야
롯데상사가 2월 28일 주한미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하기로 확정한 이후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미 중국 선양(瀋陽)과 청두(成都)에 짓던 롯데월드 테마파크가 공사를 중단한 상태이며, 3월 13일까지 중국 내 120개 유통계열사 점포 가운데 55개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롯데제품에 대한 반품과 판매 중지 선언이 줄짓는 등 소비자의 불매운동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내 롯데마트 한 달 매출액은 1000억 원대로,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피해가 산더미처럼 불어날 수 있다.

중국의 사드 관련 경제 조치는 롯데를 넘어 국내 콘텐츠·관광·소비재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인호)가 이 분야 기업 597개사를 대상으로 3월 7~10일 긴급 설문한 결과 89%가 중국의 사드 관련 경제 조치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거나 향후 3개월 내에 피해가 직접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중국은 심의와 인·허가 지연, 예정된 행사 연기, 계약 취소 등을 통해 국내 기업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여행상품 판매금지령

해마다 4~5월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리던 서울 중구 명동의 쇼핑타운과 관광업계는 이미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듯 침통한 분위기다. 3월 12일 일요일 오후 명동거리는 한산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관광객과 쇼핑객들로 붐비던 곳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화장품 가게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주로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영업해오던 화장품 가게 주인 김모 씨는 “롯데 못지않게 우리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걱정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상품 판매금지령’의 기점으로 언급한 3월 15일 이후엔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3대 국유 여행사인 중국국제여행사(CITS), 중국여행사(CTS), 중국청년여행사(CYTS)는 이미 3월 5일부터 한국 여행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오던 국내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신규 예약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우리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압박은 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지난해부터 이미 골을 드러냈다. 중국 선양에서 추진 중이던 선양 롯데월드 공사는 지난해 11월 말 중단된 이후 다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은 또 자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 전 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 소방 및 위생점검, 안전점검 등을 실시했다. 롯데월드 역시 안전점검과 공사 절차상의 미흡한 점을 들어 공사 중단 명령을 받았고, 이후부터 지금껏 보완책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양 롯데월드 사업은 연면적 116만㎡에 백화점, 영화관, 대형마트, 쇼핑몰, 테마파크 등의 거대 단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공사다.



중국 “사드와 관련 없다” 발뺌

선양 롯데월드 사업 중단이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됐다는 추측에 대해 중국 정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제라고 부인해왔다. 그러나 롯데의 사드 부지 계약 체결 이후 롯데그룹의 중국 홈페이지가 잇따라 해킹 공격을 당하는가 하면 중국인들 사이에서 롯데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중국을 대상으로 대규모 사업을 벌여온 롯데그룹으로선 그룹사 전반에 걸쳐 철퇴를 맞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은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실시간으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사드 배치 문제가 경제적 이슈가 아니다 보니 기업 차원에서 특별한 제스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3월 5일, 중국 현황 점검을 위한 임원회의를 통해 롯데그룹을 비롯한 중국 진출기업의 피해와 기업 활동 위축과 관련해 정부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나가 있는 주재원들과 상시 대응체계를 갖추고 현지 고객들의 피해를 막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는 나름의 대응책도 발표했다. 해외 직원 6만여 명 중 중국 고용인력이 2만 명에 달하는 만큼 현지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매출 변화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없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쇼핑 코스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과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특별한 타격이나 피해 상황을 감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국의 한국 여행상품 판매금지령이 실질적으로 시행되는 3월 중순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사드 부지 제공으로 롯데가 입을 경제적 손실이 1조 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오히려 롯데에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룹 오너에 대한 구속수사 등으로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상황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국내에서 지원 분위기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 것. 롯데그룹 전체 매출 중 중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여서 실보다 득이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화장품과 먹거리 잇달아 불합격

정작 문제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롯데를 넘어 다른 기업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화장품과 가공식품 관련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실제로 중국 시장 진출 규모가 가장 큰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사드 배치 계획 발표 전날인 지난해 7월 7일 44만3000원이던 주가가 이후 곤두박질쳐 올해 3월 13일 현재 27만7500원으로까지 떨어지는 등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주가변동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실정이다.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은 3월 1일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시리즈를 황색포도상구균 검출을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청우식품의 비스켓 등 9개 제품을 수입식품 및 화장품 불합격 제품 명단에 포함시켰다. 중국 당국은 최근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생산한 화장품에 대한 전수 검사와 인증을 한층 강화하면서 통관을 지연시켜 한국 기업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어 3월 10일에는 LG생활건강의 항저우 공장이 소방점검에서 방화 자재 미흡을 지적받으면서 가동 중단 조치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중국 업체와 합작으로 화장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중 항저우 공장의 매출은 연 7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에서는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열악한 중소 화장품 업체들이 입을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확보한 대기업 브랜드의 경우 상류층 중국인들을 고정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지만 입지가 취약한 중소업체 제품들의 경우 통관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도산으로 이어질 위험마저 안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도 당장 직접적인 피해가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전 세계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중국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해외진출 전략을 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A씨는 “국가 대 국가의 일을 민간에서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면서 “언론에서 관련 내용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부, 뒤늦은 대책

중국의 보복조치 강도가 높아진다 해도 주력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대중 수출품의 90% 이상이 완제품이 아닌 원료나 중간재, 자본재이므로 수입금지 조치가 확산될 경우 중국 내 제조업체나 수출업체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중국경제팀장은 “최근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합작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중국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예측하긴 힘들지만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므로 더 차분한 자세로 갈등 완화 이후의 영업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을 다양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팀장의 말이다.

“영업환경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나라다. 중국이 특별히 우리나라에 대해서만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한 것도 아니다. 유독 우리 사회가 위협을 크게 느끼는 것은 그만큼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고, 거래량도 많기 때문이다. 지금의 성장 속도라면 5~10년 내에 중국이 우리를 넘어설 수 있는 분야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차제에 우리 기업이 어떤 부분을 차별화해 경쟁력을 갖출 것인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한편 3월 1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통령 탄핵 이후 금융시장 점검을 위한 회의를 열고, 중국의 한국 여행 제한으로 경영난이 우려되는 여행 관련 업종의 중소기업에 최대 3억 원의 신규 대출, 보증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피해 상황 정도에 따라 지원대상업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들도 피해 기업에 만기를 연장하거나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줄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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