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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에 지역주민이 뿔났다

‘법 지키자’는 구청장 퇴진운동

  • 광주=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공무원노조에 지역주민이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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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임우진 광주서구청장에 주민과 언론 “의롭다”
  • ● 공무원 성과상여금 나눠먹기 전국 첫 제동
  • ● 전공노 “직원 사망에 책임 인정하고, 성과관리제 폐기하라”
  • ● 시민단체 “민주 정의의 도시 광주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
광주광역시에서 ‘광주 적폐 1호’라는 누명을 쓴 이는 뜻밖에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우진 서구청장이다. 서구청 공무원노조에서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한 언론은 그를 두고 ‘외로우나 의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는 불법적이고 사회를 좀먹는 관습적인 것을 말하는데, 임 청장에게 ‘적폐’란 말이 붙은 것은 ‘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시작됐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6월 9일 광주 현장을 다녀왔다.

이날 오전 8시에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본부서구지부(이하 서구지부) 노조임원들의 현수막 피켓시위는 이어졌다. 2015년 1월 이후 공휴일을 빼고 거의 매일 시위 중이다. 요즘엔 서구 외에도 광주시내 11개 지점에서 현수막 피켓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전공노 측 주장의 핵심은 ‘임우진 청장 퇴진’ ‘성과주의 폐지’다. 피켓에는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이행, 해직자 원직복직, 정치기본권 보장, 대학생 자녀 학자금 수당 신설, 5·6급 정원 비율 확대, 연금지급 개시 연령 60세 환원 등의 주장도 담겨 있다.



‘성과금 나눠먹기’ 막으니 노조탄압

무엇보다 성과주의(성과관리제도)가 문제다. 서구지부는 구체적으로는 성과관리시스템인 BSC(Balanced Score Card) 전산정보 프로그램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정부업무평가 기본법에 따라 도입돼  성과관리제도용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임 구청장은 “성과관리 업무는 전국 245개 모든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고, 구청이 도입한 전산정보시스템은 전국 112개(46%)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다”며 “성과금 나눠먹기를 막았다고 노조탄압이라고 비난하더니, 이제는 성과관리를 위한 전산정보시스템(BSC)을 폐기하고 수기(手記)로 하자고 한다”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대홍 서구지부 지부장은 “BSC가 도입되면서 평가지표가 120개에서 300개 가까이로 늘어났다. 주정차 단속이나 폐기물 수거, 직원들의 조회 출석률과 SNS 참여도까지 성과 평가에 반영하고 있어 업무 부하가 크고 행정서비스를 할 시간적 여유가 줄어들었다. 결국 주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양측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지만 최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구청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노사 문제의 합리적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구청장과 노조 간 공개토론’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에 양측이 6월 16일 공개 토론회 개최에 합의했고, 이는 갈등을 풀어가는 시작점이 될 듯하다. 다만 6월 15일 현재 시점에선 여전히 양측이 물러서지 않고 있다.

광주 서구청과 노조가 대립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3월. 노조의 성과상여금 나눠먹기에 제동이 걸리면서부터였다. 임 구청장은 성과상여금 나눠먹기는 불법이며, 상여금을 재분배하기 위해 기초 자료가 되는 평가 정보를 노조 측에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성과관리 도입한 이유

성과상여금제도는 지방공무원법 제 76조 2항 및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매년 공무원 근무 성적을 S, A, B, C 4등급으로 나눠 성과금을 차등지급하는 제도다. C등급은 한 푼도 받지 못해 S등급과 많게는 수백만 원씩 차이가 나게 된다. 그러나 실제 근무자 중에는 C등급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과거 공직사회는 연공서열식 인사, 행정 편의주의, 무사안일, 방만 경영, 낮은 생산성 등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면이 많았다. 그래서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공직사회의 비효율에 대한 개선 노력이 계속됐고, 그것은 시대적인 과제가 됐다. 특히, 정부업무평가기본법에 따라 이제 성과관리는 보편화된 조직관리의 일반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1999년 성과금제 도입 당시 공무원 노조는 성과금이 공직사회의 불화와 불신을 초래한다며 반대했고, 기준액 이상을 받은 상위등급자에게서 성과금을 거둬들여 하위등급자에게 돌려주는 ‘나눠먹기’를 주도해왔다. 행정자치부는 2015년 4월 성과상여금 재분배는 부당행위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24일 성과상여금 재분배를 금지하는 지방공무원수당 규정은 재산권이나 일반적인 행동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합헌결정을 내렸다.

성과금제에 반대한 전공노 서구지부는 6급 이하 공무원들로 구성됐는데, 처음 650여 명이던 조합원이 현재는 450여 명으로 줄었다. 서구청 직원 800여 명 가운데 일부는 작년 8월 전공노의 투쟁 방식에 반발해 제2노조인 합법노조를 설립했다. 합법노조 소속은 300여 명이다. 서구지부 노조는 설립신고가 안 된 법외노조로, 상급단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다. 행자부는 미설립 신고단체의 활동은 공무원 노조법상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전공노를 비합법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행자부의 중징계 요구

서구지부는 2015년 3월 25일 관계부서에 성과상여금의 개인별 평가표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임 구청장이 이를 거부하자 서구지부는 대의원회의를 열고, 부서별 평가표를 파악하라고 지시했고, 재분배를 추진했다. 3월 30일 일부 노조원은 구청장 집으로 찾아가 개인별 평가표를 요구했고, 4월 2일엔 예고 없이 구청장실을 찾아가 임 구청장에게 폭언을 하기도 했다. 서구지부는 “구청장이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며 선전전을 펼쳤고, 4월 15일엔 노조탄압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5월 21일엔 구청장 및 간부공무원을 부당노동행위 및 명예훼손으로 광주지검에 고발했지만 같은 해 11월 27일 무혐의로 결론났다.

서구청과 서구지부 간의 성과상여금 재분배를 둘러싼 갈등은 당시 다수 언론이 구청장을 지지하면서 6월 3일 ‘성과상여금에 관해서는 법규를 준수한다’ ‘주민에게 사과한다’ ‘노조임원의 징계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한다’는 등의 내용 합의가 이뤄져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그사이 성과상여금 문제가 전국적 이슈로 떠올라 행자부에서 서구청을 특별감찰한 뒤 노조임원에 대한 중징계 지시가 내려졌다. 노조는 행자부의 중징계 지시에 대해 구청에서 가볍게 처리해주기를 요청했다. 중징계의 경우 광주시 소관사항이지만 임 구청장은 징계 최소화를 위해 선처를 호소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해 애초 6명 가운데 중징계 요구 3명(지부장, 부지부장, 사무국장)에 대해서는 경징계, 나머지 3명은 불문경고 처분을 받도록 도움을 줬다.


직원 사망 두고 감정 대립

그러나 노조는 징계를 핑계로 구청과 합의했던 내용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후 노조는 줄곧 구청장 발목잡기에 나섰다. 2015년 7월 공무직 6명 채용 때 구청장의 특혜와 보은성 인사라고 검찰에 수사를 촉구했고, 감사원 감사도 청구했다. 광주지검 수사는 공람 종결처리됐고, 감사원 청구는 각하됐다.

피켓 현수막을 내세운 시위는 계속됐다. 새봄맞이 범구민 청결운동과 불법노점거리 정비에 대해 ‘동원행정’이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5월엔 한 직원이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하자 이것이 과도한 성과주의에 따른 실적경쟁 탓에 발생한 참사라고 주장했다. 전대홍 서구지부 지부장은 “보상업무팀 소속이었던 고인이 새벽에 불법광고물을 정비하느라 힘들어했다”며 “고된 업무로 직원이 사망한 상황에 대해 임 구청장이 책임을 인정하는 게 먼저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공단은 사망 직원 유가족이 제기한 순직유족보상금 청구를 기각하면서 사망원인과 업무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구청장은 사망 직원에 대해 애도를 표시했고, 구청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직원 부인은 서구청에 감사의 글을 보냈다. 임 구청장은 올해 1월 사망 직원의 부인을 구청 공무직으로 채용했다.

그리고 서구지부는 지난해 6월 1일부터 성과주의 폐기권한이 없는 임 구청장에게 성과주의(성과관리제)를 폐기하라고 하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올해 4월엔 행자부와 광주시가 공무원 노조의 불법관행 행위를 금지하는 공문을 서구청에 보냈는데, 이 공문을 구청에서 다시 서구지부에 보내자 이에 반발해 임 구청장을 ‘광주 적폐청산 1호 단체장’으로 지목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서구 외 광주시내 11곳에 구청장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걸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구지부와 구청 집행부 간의 극한 대립에 주민들이 중재 노력을 기울였으나 효과가 없었다. 결국 밝은사회범시민연대 등 46개 단체는 5월 15일 사사건건 구정의 발목을 잡고 서구민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서구지부 노조임원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5월 30일까지 노조 사무실을 폐쇄하고 위법 공무원에 대해 파면조치를 취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주민단체는 돌아가며 노조임원들에 맞서 현수막 1인 시위를 벌였다. 지역주민들이 경찰에 공무원노조 시위활동을 조사해달라고 진정서를 넣기도 했다.



“주민 이익이므로 포기할 수 없다”

박상태 밝은사회범시민연대 공동대표(목사)는 “구민들이 뿔났다. 잘못된 것을 알고도 침묵하면 사회가 병든다고 생각한다. 민주 정의의 도시인 광주에서 이해할 수 없는 비민주적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대부분 침묵하고 있어 우리가 나섰다”며 노조의 성과관리제 폐지 요구를 비난했다.

서구지부와 구청의 장기간 대립은 서구청 공직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다른 의견을 가진 동료 간에 반목이 심화됐다.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도 형성됐다. 구청 내부 분위기가 침체되면서 지역주민을 위한 행정서비스의 질도 하락하고, 행정불신도 생겨났다.

남도일보는 4월 19일자 사설에서 ‘서구지부 일부 임원들의 부당한 주장에 대해 광주사회의 엄중한 경고가 필요하다. 또 ‘법질서 확립’을 위한 광주시장과 타 구청장들의 공동노력이 요청된다. 표를 의식해 쓴소리를 자제하는 정치인들도 반성해야 한다. 임 청장은 결코 ‘청산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시민들이 격려하고 힘을 북돋워줘야 할 대상이다. 임 청장의 외롭지만 의로운 싸움에 격려를 보낸다’라고 임 구청장을 지지했다.

임 구청장은 “서구지부와 합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으나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아 통합 리더십을 보이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불법에 동의할 수는 없다. 그것은 항복이며, 31만 구민을 대표하는 구청장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성과관리를 잘하면 공무원이 아니라 주민이 이익을 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서구지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나의 뜻을 받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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