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호

이슈와 진단

보수의 부패와 진보의 무지로 쑥대밭 된 방위산업

  • 홍성민|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 samuel-min@hanmail.net

    입력2017-06-20 16:52:36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5년 걸릴 무기도입 20년간 하는 난맥
    • ‘방위’산업과 ‘토목’공사 혼동한 보수
    • ‘자주’ 하겠다며 ‘위협’ 무시한 진보
    • 정책실패가 방산비리보다 더 무서워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을 때마다 군은 홍역을 치렀다. ‘국방백서’의 주적론과 북방한계선(NLL) 논란, 파병 및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 병 복무 개월 단축, 한미연합사 해체론이 터질 때마다 군은 우왕좌왕했다. 통수권에서 이 같은 논란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의 안보 담론이 허약한 탓인지 보수도 집권했을 때 안보를 뒷전에 뒀다. 진보의 무지와 보수의 부패로 국가안보 시스템이 쑥대밭이 된 것이다.  

    한국 사회의 안보불감증이 극에 달한 이유는 북한의 강성대국 건설 기간(1998~2012)의 군사 동향이 왜곡돼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치권과 국민 대다수가 ‘북한은 경제난으로 전면 전쟁을 감행할 능력이 없다’고 여긴다. 특히 김대중 정부 이후 이러한 대북 위협 평가가 군 및 정보당국, 한국 사회 전반에 확산됐다. 보수 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교정하지 않았다.

    국방개혁은 민주국가의 정치적 소산임에도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정쟁 탓이다. 현재 미국의 주적은 중국과 러시아다. 물론 외교문서나 공개적 표현으로 주적을 언급하는 것은 삼간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적은 고정되고 대응책을 놓고 선거에서 경쟁한다. 그 대응책이 국방개혁이다. 주적에 대해서는 대체로 군부의 의견이 존중된다. 단 군대의 크기나 국방예산은 전적으로 정치에 종속된다. 이른바 문민통제가 그것이다.

    문제는 안보 문제가 보수 정권하에서 정권 유지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점이다. 또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군사위협을 무시해 군사 태세를 약화시킨 것 또한 사실이다. 노무현·이명박 정부는 서로 다른 이유로 잘못된 군사적 위협 평가를 군에 강요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이 경제난으로 전쟁할 능력이 없는데 군이 북한의 군사 위협을 과장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한국국방연구원(KIDA)으로 하여금 남북 군사력 비교(표1 참조)를 하게 했는데 핵무기 등 북한의 비대칭 전력은 제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를 반대하는 김종환 당시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의 의견을 묵살했다. 그러곤 코드에 맞는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을 임명했다.





    반복된 국방개혁 실패

    노 전 대통령은 방위산업 부패에 군인이 깊게 연루됐다고 전제하고는 국방부를 문민화하고 공무원이 중심이 된 방위사업청을 출범시켰다. 또한 동북아에서 미중 간 전쟁이 발발하면 주한미군이 연루되고 한국은 자동적으로 그 전쟁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전작권 환수를 추진했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는 자위용이라는 시각을 내비쳤다. 그래서 북한의 1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강행했다. 또한 병 복무 개월도 줄여나갔다. 노 전 대통령이 ‘자주’라는 소신을 위해 군에 대해 잘못된 군사 위협 평가를 강요한 꼴이다.

    노무현 정부는 국방개혁의 핵심으로 방산비리 척결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전문성·효율성·투명성을 목표로 방위사업청을 국방부의 외청으로 출범시켰다. 특히 문민화 차원에서 공무원 800여 명을 사업관리 분야에 투입했다.

    그러나 현재 해상작전헬기 사업의 추진 과정은 방사청 중심의 무기관리 시스템이 철저하게 실패했음을 말해준다. 해상작전헬기 사업은 해상초계기인 슈퍼링스를 교체하는 것이다. 2007년 1조4025억 원의 예산으로 20대를 해외에서 직구매하는 사업으로 결정됐으나, 국내 개발 수리온 헬기를 해상작전헬기로 개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후 다섯 차례 선행연구와 파행 끝에 8대가 해외에서 직도입됐다. 그런데 성능이 문제가 돼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의 수사 끝에 최윤희 전 합참의장 등 군 고위층이 기소되는 등 법적 처벌을 받았다.


    ‘상전’ 모시는 데 더 분주

    방사청 중심의 사업 관리는 무엇보다 투명성 확보에서 실패했다. 방사청이 국방부, 합참, 각군 본부 등으로 분산돼 있던 기능을 방사청의 IPT(통합사업팀)로 집중하면서 오히려 견제와 균형이 불가능해져 내·외부의 개입에 취약한 상황이 됐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이 해군참모총장으로 일할 때 해상작전헬기 사업에 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게 대표적 사례다. 또한 해상작전헬기는 해상의 염분이 일으키는 부식 방지, 요동이 심한 함상으로의 착륙 같은 특수 요건을 갖추는 게 절대적이다. 그래서 육군의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개조·개발해 사용하는 것은 부적합했다. 그러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국회에 대한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의 로비 탓에 사업이 8년이나 지체됐다.

    방사청은 이렇듯 내·외부의 비리와 개입을 차단하지 못했다. 현재 방위사업기관이 국방부 장관의 직접 통제를 벗어나 외청으로 존재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게다가 전략·군사·공학 지식이 없는 공무원이나 검찰과 감사기관 출신이 사업을 주도하는 나라도 없다. 방사청 출범 시 모방한 프랑스 병기본부는 국방부 직속기관이면서 무기전문 장교나 무기개발 전문 엔지니어가 사업 관리를 한다.(표2 참조)

    방사청은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추는 데에도 실패했다. 방사청에서 일하게 된 공무원들은 군의 전력화에 신경 쓰기보다는 감사원·검찰·예산부처를 ‘상전’으로 모시기 바빴다. 박근혜 정부는 방사청에 검찰 및 감사원 출신으로 구성된 감독관실까지 편성했다.
     
    사정이 이러니 사업이 적기에 추진될 리 없다. 게다가 진급과 연금 혜택을 중시하는 공무원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군 사업에서 추진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모든 정책 결정을 감독관실에 의뢰하거나 외주해버렸다.



    대기업이 ‘방산’ 버린 까닭

    해상작전헬기 사업은 네 차례의 선행연구로 8년을 허비하다가 결국 국방기술품질원의 연구결과에 따라 1차 사업분 8대를 해외에서 직도입하기로 결론을 냈다. 군대·무기·군사과학을 모르는 감사원과 검찰, 공무원에게 칼자루를 쥐여준 결과는 참담하다. 해외 직도입의 경우 통상 4~5년이면 사업을 완료해야 하는데, 2차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된다는 가정에서 17년 만인 2022년에 도입을 마무리하게 된다. 기한은 더 연장될 수 있다. 총 20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화그룹을 제외한 대기업들이 방산을 떠났다. 1개 사업을 하는 데 20년 가까이 걸리니 돈이 제대로 돌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툭하면 방산비리로 수사를 하니 버틸 재간이 없다. 방산 분야의 강자를 꿈꾸며 삼성그룹과 두산그룹 계열의 방산회사를 인수한 한화는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를 포기했다. 방산 분야에 2조여 원을 투자했는데 현재의 방산 정책하에서는 30년이 지나도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자체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한국의 방위 산업은 미래를 상실한 지 오래다. 따라서 가장 급한 일은 해외 직도입 사업은 4~5년, 국내 개발 사업은 9년 이내로 기간을 단축하고 적정 원가와 이윤을 보장하도록 방위사업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래야 방산기업들이 최소한의 경영을 유지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안보 실정에 대한 심판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경제적 관점에서 국방비를 삭감하고자 남북한 군사력 비교를 시행했다. 이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태를 맞았다. 또한 한국의 안보 현실을 무시한 채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폐지했고, 병역미필자를 안보 직위에 대거 등용했다. 군이 허용하지 않던 롯데월드 및 포항제철의 고도제한 변경 요구를 승인했다. 또한 그것을 거부하는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했다. 안보의 주체인 대통령이 스스로 안보를 경시하는 처신을 한 것이다.

    필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 조성태 의원(전 국방장관, 열린우리당)의 보좌관으로 KF-16 추락사고(2007년 4월 7일)의 원인을 조사했다. 그후 국방부 감사 결과 공군이 6년 동안 2400억 원의 정비 예산을 전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공군참모총장인 김성일 대장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으나 심층조사 결과 공군의 전투기 위주 전력증강으로 인해 정비예산과 무장예산의 부족이 만성적임을 발견했다. 또한 육군과 해군도 비슷한 상황임이 밝혀졌다. 게다가 첨단 장비에 대한 만성적인 부실 정비 등 비리의 소지가 다분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필자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 방안’(2010년 1월)을 제시했다. 첫째, 북한의 핵전쟁 전략 고려 시 전작권 환수 연기가 불가피하다. 둘째, 전작권 환수 후 미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정부 차원의 방위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셋째, 육·해·공군으로 분산된 전력증강 소요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넷째, 계룡대에 군령권을 부여해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명박 정부는 전작권 환수 시기를 2015년으로 연기했다. 국방산업선진화 전략(2010년 10월, 대통령 보고), 정부 차원의 소요 검증, 군 상부구조 개편(2011년 3월)에 나섰다. 그러나 상부구조 개편은 이명박 정부 초기의 안보 실정과 북한의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 여야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 또한 현행 방위산업을 수출주도형 국방산업으로 육성하는 국방산업화 전략은 장수만 방사청장의 중도 하차와 후임자인 노대래 청장의 가혹한 저가 위주 방위산업 정책으로 좌초됐다.


    현명한 스웨덴, 무모한 한국

    KFX 사업은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최초로 제시했으며 이에 따라 합참은 2002년 12월 KF-16 플러스급 국산 전투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한국국방연구원은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매우 적절한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한국이 독자적인 전투기를 개발하기에는 기술과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사업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미국 공군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 사업의 예산을 살펴보면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왜 적절할지 알 수 있다. F-35 프로젝트는 2001년부터 개발비 70조 원을 투입하고 450조 원을 들여 500여 대를 양산하는 사업으로 최근 양산이 시작됐다. 록히드마틴은 F-16, F-117, F-22 등 미군의 주력 전투기를 생산한 경험도 갖고 있다. 18조 원으로 120대의 쌍발전투기를 생산한다는 KFX 사업의 예산을 미국의 그것과 비교하면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알 수 있다.

    스웨덴은 1950년대부터 2000여 대의 2·3·4세대 전투기를 개발·생산한 전투기 분야 강소국가다. 또한 최신예 JAS-39 전투기를 스웨덴 공군에서 운영 중이다. 체코 등 5개국에 60여 대를 수출했다. 현재 스웨덴은 이를 개량한 NG형(New Generation, 4.5세대 F-16+급)을 개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현재까지 기본훈련기인 KT-1, 초음속 훈련기인 T-50을 거쳐 경공격기인 FA-50을 개발했다. 이와 같은 단순 비교로도 한국의 항공기 개발 역사와 기술 수준에서 2025년까지 F-16(+)급 쌍발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표3>을 보면 스웨덴은 60년이 넘는 전투기 개발 경험을 가졌는데도 자국의 경제·기술 여건을 감안해 항전장비를 국내 개발하려 하기보다는 전투기 개발의 핵심인 체계종합과 이를 위한 비행제어, 항전제어, 미션컴퓨터 등에 집중하고, 항전장비는 대부분 해외에서 직구매(Global Sourcing)하는 전략을 취한다. 특히, JAS-39 시제기 추락 사고를 계기로 비행제어/무장SW(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 지원은 미국으로부터 받고, AESA 레이더, 전자광학타기팅포드(EO-TGP)는 각각 유럽과 미국으로부터 구매해 장착했다. 이는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시행되는 AESA 레이더 사업이 얼마나 무모한지 말해준다.


    제2의 국민방위군 사건?

    이명박 정부는 방위산업에 특혜와 비리가 점철돼 있다고 규정하고 감사와 수사를 정권 내내 지속했다. 그리고 방위사업에 최저가 입찰제를 상시 적용했다. 이로 인해 업체의 수익성은 극도로 악화됐다. 또한 불량 무기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체계종합업체와 협력업체들은 비용의 60% 수준밖에 안 되는 낮은 원가를 감수해야 했다.

    언론은 이명박 정부 기간 한 해에 무기 도입 예산의 30% 이상이 삭감돼 4대강 예산으로 전용됐다고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제2의 국민방위군 사건(1·4후퇴 시기 국민방위군의 간부들이 방위군 예산을 부정 착복한 결과 철수 도중에 많은 병력을 병사시킨 사건)이다.

    당시 관련된 업무를 수행한 이들은 “공문으로 국방사업 예산의 일정 비율을 4대강 예산에 전용하기 위해 기획재정부로 돌리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증언한 바 있다.

    같은 논리로 MB 정부는 예산을 절감하고 시장을 확보한다는 명분하에 KFX 사업을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공동개발로 전환했다. 2009년 3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한 후 2010년 7월 합의가 도출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술지원을 받으면서 미국의 동맹국이 아닌 인도네시아와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방사청도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있었으나 국방보다는 경제를 중시한 MB를 방사청이 설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KFX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기술이전 승인, 상당 수준의 국내 개발 능력이 확보됐어야 했다. 미국이 주요 기술의 이전을 금지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국산화 추진으로 인해 이 사업은 이미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KFX의 타당성 검토와 관련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KIDA는 3가지 형상, 즉, 신규 쌍발형상(C103), 신규 단발형상(C501), 록히드마틴의 그것을 개조·개량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전투기가 부족하고 돈이 부족해 무장도 빈약하고 정비도 못한다는 공군이 쌍발형상을 선택(2014년 7월)함으로써 KFX사업의 건전성은 결정적으로 훼손됐다.

    쌍발엔진은 단발에 비해 운용유지비만 60% 넘게 증가한다. 그래서 미국 공군도 F-35 프로젝트에 단발엔진을 선택했다. 향후 공군의 전투기 적정 보유 대수가 400여 대로 유지될 경우 정비·무장·성능개량 예산은 기존 예산규모 대비 3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


    KFX, 전면 재검토 필요

    게다가 공군이 도발원점 타격 등의 임무를 수행하려면 무인정찰기, 조기경보기, 전투기를 연동해야 하는 등 부수비용도 무시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공군이 쌍발엔진을 고집할 경우 미국이 한국 및 인도네시아로 기술이전하는 것은 물 건너갔다는 게 상식에 속한다. 특히 2013년 9월 방위산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에서 3차 FX사업의 기종이 F-35가 아닌 F-15K로 결정되면서 KFX사업은 더욱 꼬이게 됐다.

    3차 FX사업은 북한의 핵기지 타격과 주변국의 스텔스기 도입에 대한 대비가 주목적이었다. 당시 스텔스 기종으로는 F-35가 유일했기에 수의계약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모든 사업에 최저가 경쟁 입찰을 적용하라는 이명박 정부의 지침이 박근혜 정부로 이어졌다. 방사청은 가격이 싸고 KFX사업에 기술이전이 용이한 F-15K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방추위의 최종 결정 전 역대 공군 참모총장들의 문제 제기에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은 F-15SE 60대를 F-35 40대로 대체했다.

    이렇듯 값싼 무기나 최저가를 제출한 회사가 사업을 수주해 사업을 망치는 사태가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 논란이 되는 KF-16 성능개량 사업, 해상작전헬기 사업, 통영함의 음파탐지장비(HMS), 추락한 무인 전술비행선 사업 역시 최저가로 입찰한 업체가 선정된 결과다. 연속된 사업 실패로 방사청은 군에는 내부의 적, 국내 방산업체에는 공공의 적, 해외업체에는 형식적 절차를 위해 경쟁입찰을 남발하는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다.

    록히드마틴의 기술이전도 문제가 됐다. 당시 4세대 전투기로 입찰에 뛰어든 보잉에 비해 5세대 최첨단 전투기로 입찰한 록히드마틴의 기술이전 수준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사업 번복으로 체면을 구긴 방사청은 이번에는 록히드마틴이 4개 핵심 기술을 이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F-35가 선정되더라도 KFX사업에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언론은 기술이전 불가 방침을 한국에 통보한 미국 정부를 맹비난했으며 청와대 책임론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이 4가지 핵심 기술이 미국의 국방정책상 타국에 이전할 수 없는 것임이 밝혀졌다. 그러자 방사청은 핵심 기술 4가지의 국내 개발 여부를 확인한 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함이었다는 새로운 거짓말을 내세웠다. 2015년 10월 19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책임을 지고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공수처 설치 불가피

    2015년 10월 27일 방사청장과 ADD 소장의 보고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4개 핵심 기술을 국내 개발로 전환해 KFX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2015년 11월 1일 정두언 당시 국회 국방위원장은 “10년 후 KFX사업은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거의 모든 언론과 대부분의 전문가가 KFX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2014년 10월 29일 박근혜 대통령도 방산비리를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히 척결할 것을 지시했다. 2014년 국회 국정감사를 중심으로 제기된 비리를 분석해보면 총 49건 중 27건은 허위로 판명 났다. 27건 중 비리는 5건이며, 22건이 사업 부실이다. 요약하면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필요할 정도의 비리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정의승 유비엠텍 회장, 함태헌 셀렉트론코리아 대표 등이 최근 형사처벌을 받았으나 불곰사업, 잠수함 사업 등 무기 중계와 관련된 영역에 대한 수사는 아니었다.

    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 국내 주요 방위산업체들이 14년째 감사와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흥미로운 것은 특혜 시비, 사업 부실, 비위 혐의와 관련된 KAI에 대한 의혹은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9월 23일자 조선일보는 “2조 들인 수리온이 미국서 받은 결빙 테스트에서 불합격해 겨울 작전이 어려우며 수출은커녕 군 납품도 중단된 상태임에도 50여 대가 실전배치됐다”고 보도했다.

    KAI를 둘러싼 의혹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의심받는데, 문제는 이 스캔들과 무관한 국내 방위사업체들이 더욱 공포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14년째 감사와 수사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방산비리를 올바르게 수사하려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 국방에 문제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국방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정치권의 반성도 필요하다. 진보는 국방에 무지했고 보수는 안보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국방 문제를 방치하거나 부패에 연루되는 빈도가 높았다.

    국군은 주변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핵무기를 앞세운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 2위로 국력이 신장된 중국이 북한의 뒤에 있다. 군을 비난만 하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해 문제를 교정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그것이 문민통제에 의한 국방개혁이다.



    국방구조 개편해야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이 성공하려면 첫째,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추진한 사드 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전면전 대비태세 강화 및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등을 재검토한 후 정치권과 국민 합의를 이뤄낼 가이드라인을 빠른 시일 내에 제시해야 한다.

    둘째, 현실을 직시한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예컨대 향후 국방개혁을 해·공군 위주로 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지상전을 한국이 전담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돼 있다.

    셋째, 국방부가 제2차관을 두고 방위사업을 주관하는 형태로 개편하는 것을 더는 미룰 수 없다. 방위산업 직위에는 군사과학이나 군사지식이 없는 공무원보다는 한국국방연구원의 방위사업 관련 직위자, 국방과학연구소 및 국방기술품질원 등의 방위사업 유경험자를 활용하는 게 낫다.

    넷째, 전작권은 북핵 폐기 및 평화체제 구축 후에 환수해야 한다. 한반도의 악화된 안보 상황이 북한이 아닌 미국 탓이라는 관념은 부적절하다.

    다섯째, 한미연합사는 북한의 전쟁 도발이나 급변사태 후 혼란을 억제하는 체제로 최고의 헤징(Hedging, 안보보장) 자산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섯째, 통일 후를 목표로 통합군 체제를 구현해나가야 한다.

    일곱째, 상부구조를 슬림화하고 통합해야 군이 ‘행정 군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재 군의 전투와 행정·군수 비율이 3대 7이다. 상부구조를 개편해야 이러한 비효율적인 구조를 7대 3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여덟째, 해외에서 방어무기를 과도하게 수입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 전략무기 도입은 가급적 방어보다는 응징 보복에 한정해야 한다.

    아홉째, ADD 중심의 무기생산 체계를 미국과 같은 방위산업콤플렉스, 즉 한국형 군산복합체의 구성으로 대체해야 한다.  



    홍 성 민
    ● 1961년 서울 출생
    ● 육사 41기
    ● 국방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 前 국군정보사령부 대북분석관, 조성태(前 국방장관) 의원 보좌관, 디앤디 포커스 발행인
    ● 現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
    ● 저서 : ‘북한의 통일대전과 대응책’ 등 비공개 안보정책서,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안’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