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호

인터뷰

“文, 촛불 최대 수혜자 최저임금·비정규직·검찰 최우선 개혁해야”

‘1600만 촛불시위 지도부’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입력2017-06-20 11: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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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교조·공무원노조 합법화, 한상균 사면도”
    • “개혁 기대 높은데 안 변하면 불만 나올 것”
    • “촛불과제 이행으로 정상사회 만들어야”
    문재인 정부는 ‘1600만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라고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취임사에서 이렇게 규정했다. 이 ‘촛불혁명’을 이끈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5월 24일 해산 선언을 하면서 ‘100대 촛불개혁과제’를 남겼다. 이 무게는 가볍지 않다. “촛불민심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어줬으니 문 대통령이 촛불과제를 이행할 차례”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반면, 보수진영 일각에선 전교조 합법화 같은 이 촛불과제를 ‘부담스러운 청구서’ 쯤으로 여긴다. “문 대통령이 여기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고 주문한다.



    “예상치 못한 감격”

    ‘탄핵 혁명’과 ‘대선승리 축제’는 끝났고 냉정하게 ‘정산’을 해야 할 때가 온 셈이다. ‘촛불과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수많은 이해관계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촛불혁명’을 이끈 국민행동 지도부의 구체적 입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신동아’는 박래군 국민행동 공동대표(인권중심사람 소장)를 만났다. 박 소장은 “‘신동아’는 균형감 있게 보도하는 매체로 보여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박 소장의 동생인 고(故) 박래전 열사의 이름을 언급했는데요.(※ 박래전 열사는 1988년 숭실대 학생회관에서 ‘광주는 살아 있다’고 외치며 분신했다.)
    “그 기념식에서 우리 자리는 이미 광주시민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저는 뒤에 잔디밭에 있었어요. 문 대통령이 제 동생을 호명하더라고요. 저로선 예상치 못한 감격스러운 상황이었어요. 옆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없었으면 눈물이 났을 거예요. 예전엔 ‘박종철’ ‘이한열’ 그다음에 껑충 뛰어서 ‘강경대’ 이런 식으로 됐거든요. 저는 이후 5·18을 위해 희생한 사람 12명의 이름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국민행동 공동대표로서 촛불시위를 쭉 이끌어온 소회가 어떠한가요?   
    “2016년 10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연설에서 개헌을 제기했죠. 개헌론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 분위기가 조성될 때 태블릿PC 건이 터졌어요. 이어 박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했죠. ‘이게 보통 사안은 아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처음 촛불집회를 하는데 비도 오고 날씨가 안 좋은데도 2만~3만 명이 모였어요. 열기가 엄청나더라고요. 국민행동은 사람들이 자기주장을 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는 데에 주력했죠. 또,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노심초사했어요. 시민들이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고 그러더라고요. 전국 2000여 단체가 국민행동에 모이다 보니 각자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겠어요. 저희는 그걸 거르고 추리는 역할도 했죠.”

    12월 초 촛불시위가 절정에 이른 거죠?
    “12월 3일 전국에서 232만 명이 참여했어요. 이 열기가 국회의 탄핵소추로 이어진 거죠. 시민운동 사회가 조직 역량을 다 모아봤자 10만, 20만이거든요. 저희에게도 엄청난 경험이었어요.”

    문재인 후보는 촛불시위에 참여해 박근혜 퇴진을 주장했죠.
    “저희는 문 후보를 비롯해 정치인에겐 마이크를 안 줬어요. 문 후보가 박근혜 퇴진 연설을 한 곳은 자기 당이 만든 촛불집회 행사였고요. 다만, 조기 대선은 촛불 없이는 불가능했고 조기 대선의 가장 큰 수혜자는 문 대통령이죠. 그는 광장의 시민들이 요구한 적폐청산 같은 것을 자신의 구호로 만들어 대선에 뛰어들었으니까요. 이런 부분에서 최고의 수혜자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해요. 안철수 후보는 초반에 탄핵을 밀어붙였지만 나중에 촛불과 거리를 뒀어요. 이 부분이 안 후보의 패착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양심도 없는 사람들”

    보수진영에선 정반대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해법으로 제시합니다만.
    “정말 양심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입니다. 여기서 더 어떻게 유연화를 해요? 죽으라는, 노예처럼 살라는 이야기죠. 사람들이 벼랑 끝에 몰려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더 떠밀고 있어요. 잔인하고 무책임해요.”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 원을 2020년에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죠. 그러나 재계와 자영업자들 일부는 ‘너무 빠르다’고 말합니다.  
    “우리로서는 더 빨리 했으면 좋겠어요. 청년 실업률이 워낙 높아서요.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 내수경제를 살리는 동력이 될 겁니다.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는, 법인세를 올린다든지 해서 보전해주는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박 소장은 “문 대통령이 행정조치를 통한 적폐청산을 잘하고 있다. 그러나 입법 없이 행정조치만으론 한계가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데 현실이 그리 변하지 않을 수 있다.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촛불 100대 과제 중엔 ‘사드 배치 철회’도 들어 있다. 이에 대해 박 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한미동맹은 말이 좋아서 동맹이지 거의 종속적인 관계잖아요. 우리나라 국방부와 외교부의 관료들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관료일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요. 사드 배치는 대선이 치러지고 정권이 바뀌는 상황에서 막판에 알 박기 식으로 진행됐잖아요. 중국과의 관계도 있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있는데 투명한 절차는 회피하면서 꼼수를 부려온 거죠. 국회가 왜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 국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봐요. 어떻게 하든 용납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점에서 철회되는 게 맞다고 봐요.”

    지금 청와대 이야기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되 기본적으로 사드를 승계하겠다’는 식으로….
    “저는 그런 부분엔 좀 불만인데, 왜 그렇게 가야 하는지. 현 정부에서 그렇게 가려면 ‘사드가 뭐다, 어떤 효과가 있는 거다’에 대해 분명히 제시해야 해요. 그러지 못하면 동의를 못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분명한 제시라면….
    “그렇게 중요하다면 국민에게, 또 지역 주민에게 충분히 설득하고 동의를 받는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지금 여기에 하고자 하니 당신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다 보상해 주겠다’라는 말도 있어야 합니다. 공권력, 폭력으로 몰아내선 안 됩니다.”



    “당연히 주의 기울여야”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나 강정해군기지 같은 ‘진보진영이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을 하면서 지지율 하락을 겪었고 위기에 빠졌다고 하는데요.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보나요.
    “당연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요. 보수 정치권이나 언론이 자꾸 안보 프레임을 걸어요. 그러나 안보는 군사력이나 무기로 확보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죠. 미국에서 요구하면 다 받아주는 식으로는 안보가 안 됩니다. 도리어 안보의 핵심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있죠.”

    촛불 100대 과제 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겹치는 부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겹치는 부분은 국정의 우선과제로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보나요.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하면 좋을 것 같고요. 민간의 의견, 시민사회의 요구를 정확히 수렴해 반영해야겠죠.”



    “먹고사는 문제와 인권”

    촛불민심을 수용하는 것도 협치다?
    “그렇죠. 다만 한꺼번에 모든 걸 다 하라고 해선 되지 않을 겁니다. 100대 과제 중에 더 시급한 것은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관한 과제라고 봐요.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대표적인 과제죠. 또한 인권보호 및 권력기관 적폐청산과 관련해 검찰개혁 과제도 중요해요.” 

    박 소장은 “보수진영이 촛불 100대 과제에 반대할 수 있다. 현실에 맞게 일부 재조정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체로 이 과제는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촛불 과제 이행에 부정적인 자유한국당에 대해 “이 당은 적폐의 본산이다. 박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왔다고 책임이 면해진 게 아니다. 국민에게 고통을 준 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성찰과 거듭남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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