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호

미디어 비평

영화자본의 국적불명 대결 넷플릭스만 웃는다

  • 정해윤|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입력2017-06-21 10: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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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 영화자본과 미국 영화자본이 대립하는 양상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6월 초 영화 ‘대립군’을 연출한 정윤철 감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이 영화를 상영한 국내 스크린 수는 5월 31일 809개였다가 6월 6일 534개로 줄었다. 정 감독은 “감독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원한과 불의, 자본의 폭력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같은 시기 1257개의 국내 스크린은 톰 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대작 ‘미이라’에 장악됐다. 이는 일견 할리우드 영화를 배급하는 국내 거대 영화자본에 의한 스크린 독과점 문제로 비친다.



    국내 자본이 배급한 ‘미이라’

    그러나 여론은 정 감독에게 마냥 호의적이진 않다. 미이라의 총 스크린 수가 정 감독이 그렇게 흥분할 정도로 많은가 하는 반론이 제기된다. ‘대립군’은 ‘원더우먼’ ‘캐러비안의 해적’ 같은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경쟁해 처음에 809개 스크린을 확보했는데, 이는 다른 감독이 부러워할 만한 수치다.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흥행도 그의 항변을 머쓱하게 한다. ‘노무현입니다’는 개봉 후 예상외로 인기를 끌었다. 스크린 수를 늘려가다 다시 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감독은 미국영화 직배 반대투쟁을 벌이던 1980년대 감성으로 이 문제에 접근한 듯하다. 그러나 정작 대립군은 미국 ‘20세기 폭스’의 투자로 제작됐다.  





    미국 자본이 투자한 ‘대립군’ ‘옥자’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를 둘러싸고도 비슷한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봉 감독은 2006년 ‘괴물’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촉발했지만 이번엔 멀티플렉스 상영관 내의 개봉관을 잡기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옥자’는 미국 넷플릭스의 투자로 제작됐다.

    그동안 극장 개봉작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케이블, IPTV, VOD로 서비스됐다. ‘옥자’는 이런 관행을 깨고 넷플릭스 온라인과 극장에서 동시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때문에 CGV가 상영불가 방침을 공개하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옥자’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비슷한 논란을 일으켰다. 프랑스극장협회는 ‘옥자’가 영화산업의 생태계를 무너뜨린다는 이유로 보이콧을 했다. 칸 국제영화제는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2018년부터 프랑스 극장에서 개봉하는 작품만 받는다는 원칙을 정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프랑스에선 배급과 상영의 주체가 분리돼 있지만 한국에선 소수 거대 영화자본이 제작과 배급과 상영을 수직계열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 사례를 택하는 것은 국내 영화자본만 살찌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옥자’를 둘러싼 논란도 ‘넷플릭스’라는 신흥 미국 영화자본과 기존 국내 영화자본의 국적불명 대결이다. 업계는 넷플릭스 방식이 성공할 경우 아마존과 같은 다른 미국 자본이 영화계에 진입해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던 넷플릭스는 이번 논란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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