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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탄핵될까? “미국에선 촛불시위 안 통해”

  • 윤성학|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트럼프 탄핵될까? “미국에선 촛불시위 안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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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여론보다 제도적 안정 중시
  • ● ‘트럼프 섹스비디오’는 소설?
  • ● 코미 메모 불구 ‘스모킹 건’ 없어
지난 1월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시도 편한 날을 보낸 적이 없다. 그가 야심만만하게 추진한 ‘트럼프 케어’ 같은 주요 법안들은 의회에서 막혀 있다. 그가 극적으로 제출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은 하급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려 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류 언론과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여기에다 핵심 측근들은 자주 바뀌고 있다. 미국 내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외교적으로도 좌충우돌이다. 큰소리가 날 것 같던 중국과는 의외로 잘 지내지만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유럽연합(EU), 호주, 멕시코와는 거의 등을 돌리다시피 한 상태다.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면서 세계에 대한 미국의 도덕적 리더십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트럼프는 취임 5개월 동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인 40% 안팎의 여론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사면초가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면초가에 허리케인까지

트럼프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의회 중간선거가 내년 11월 열린다는 게 트럼프에게는 위안이다.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미 중간선거는 집권당에 불리하다. 트럼프가 이 기간에 뭔가 보여주지 않으면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것이고 다음 재선에도 가망이 없을 것이며 집권 내내 레임덕에 시달릴 것이다.

이런 와중에 ‘초특급 허리케인’까지 백악관을 덮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후보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수사하다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경질된 제임스 코미 전 FBI(연방수사국) 국장은 의회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언을 했다.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과 9번 접촉했고 이중 네 번의 자리에서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과 충성 서약을 요구받았다고 했다.

특별검사가 이 문제를 조사하는 와중에 터진 일이어서 트럼프에겐 여간 부담이 아니다. 트럼프의 탄핵 여부는 미국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미국과 긴밀하게 얽혀 있는 한국에도 중대한 일이다. 당장 한국의 국가적 현안인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북핵 문제, 사드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의 섹스 비디오를 갖고 트럼프를 협박해 친(親)러시아파로 만들었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이것은 소설에 가깝다. 지금까지 트럼프는 이 섹스 스캔들을 퍼뜨린 사람들에게 오히려 적대적이었다. 만약 러시아가 그런 협박을 했다면 그는 반(反)러시아파로 돌아섰을지 모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 주장을 ‘완전한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푸틴이 이러한 발언을 한 이상 이 비디오가 존재하더라도 공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가정으로 이뤄진 신화”

트럼프의 친러정책, 미국우선(America first)주의, 신고립주의는 오바마 외교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오바마는 집권 8년 동안 지독한 ‘루소포비아(러시아 혐오)’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오바마는 중동 문제나 북한 핵문제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트럼프의 친러정책은 오바마 8년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봐야 한다. 

둘째, 러시아가 미국 대선 때 해킹을 통해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이다. 러시아 정보당국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투표 시스템을 겨냥해 해킹을 시도했고 트럼프의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미국 민주당을 해킹했다는 이야기다. ‘인터셉트’는 ‘미국 국가안보국 극비 보고서’를 근거로, 러시아의 ‘군 정보총국’이 미국 투표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에 사이버 공격을 벌인 점, 이 공격으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선거 관계자 120명의 e메일 계정에 ‘스피어피싱’을 시도한 점을 폭로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 주장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마이클 로저스 국가안보국 국장과 댄 코츠 국가정보국 국장은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간 유착설에 관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 총회에서 러시아 개입설에 반발했다. “아무 증거도 없는 가정으로 이뤄진 신화”라는 것이다. 푸틴은 이를 반유대주의에 비유했다. 푸틴 측은 “미국이 러시아를 희생양을 만들어 자신들의 실수와 혼란을 덮으려 한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설은 향후 진상이 규명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증거가 없는 데다 러시아가 부인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미국은 러시아를 상대로 강제수사 등 사법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연루설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다. 트럼프에게 경질당한 코미 전 FBI 국장은 재임 당시 트럼프가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코미의 증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코미에게 “당신이 이것을 놔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I hope you can let this go)”고 말했다. 여기서 ‘이것(this)’은 ‘트럼프의 측근이던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러시아 커넥션’이다.

압력의 형태가 서면이 아닌 단순한 요청이라도 이것은 법적으로 트럼프를 탄핵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코미 전 국장이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메모한 종이를 공개적으로 제시한다면 그 파장은 더 클 것이다.  

코미의 증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중단 외압으로 간주되면 탄핵 사유인 사법 방해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탄핵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한국의 경우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발의돼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곧바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탄핵에 이르는 길이 험난하고 길다. 미국 역사상 존슨, 닉슨, 클린턴 등 3명의 대통령이 탄핵 대상에 올랐지만 실제로 탄핵된 대통령은 없다.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은 하원의 재적 과반 찬성, 상원의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된다. 이에 앞서 하원에서 특별검사에 의해 탄핵 절차가 시작돼야 한다. 특별검사는 탄핵의 구체적 사유를 담은 보고서를 하원에 제출해 탄핵을 의뢰한다. 이어 하원 법사위원회는 탄핵 조사에 착수할지 여부를 논의하고 하원 재적 의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 조사에 착수한다. 조사를 진행한 뒤 마지막으로 하원의 재적 과반의 동의로 탄핵을 발의한다.

그러면 공은 상원(재적 의원 100명)으로 넘어간다. 상원에서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연방 대법원장의 주심 아래 탄핵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탄핵이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에 해당하는 67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여기서 탄핵을 모면했다.

6년 임기를 보장받은 상원 의원들은 통상 당론보다 개인의 양심에 따라 투표하며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여론보다는 제도적 안정과 타협을 선호한다. 광화문광장에서 벌어진 촛불시위에 놀라 탄핵소추를 서두른 한국 국회와는 사뭇 다르다. 


한국 국회는 촛불에 놀랐지만

한국과 다른 미국 탄핵 제도의 특징은 탄핵 결정까지의 기간이 상당히 길다는 점이다. 트럼프 같은 호전적인 대통령은 얼마든지 시간을 끌 수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임기 말까지  늦추는 것도 가능하다. 트럼프 측은 코미가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하면서 증언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진실 공방으로 흐를 조짐이 보인다.

트럼프와 코미 간 대화를 녹음한 파일 같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미 진술의 문맥상 그가 녹음한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는 녹음 파일의 존재를 암시했으나 그가 자신에게 불리한 녹음 파일을 공개할 리 만무하다. 특별검사가 트럼프의 사법 방해를 입증하는 물증을 찾아내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녹음 파일 외에 그런 물증이 있을까 싶다.

혹은 러시아와의 연루를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를 획득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이 사건은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되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선 탄핵 과정에서 정치적 타협이 가능하다. 전쟁 같은 외부적 사건이 벌어지면 탄핵은 연기될 수 있다. 만약 트럼프가 탄핵된다 하더라도 최소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 빌 클린턴의 경우도 르윈스키 스캔들 관련 탄핵은 3년 가까이 시간을 끌었다. 트럼프가 탄핵된다면 거의 임기 말에 해당한다. 민주당이 당운을 걸고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쫓아낸다고 해도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가 남은 임기를 물려받는다.

민주당은 탄핵의 실익이 거의 없다고 계산할지 모른다. 탄핵에 당력을 집중하면  내년 의회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으로선 트럼프를 서서히 고사시키고 트럼프 정책의 부작용을 즐기는 것이 더 나은 선거 전략일지 모른다.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당론으로 탄핵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지 않는다. 

미국 상하원의 현재 의석수로는 민주당 주도의 탄핵이 불가능하다. 하원은 435석 중 여당인 공화당이 238석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공화당이 반대하면 탄핵이 진행되지 못한다. 상원 또한 공화당이 과반인 52석을 갖고 있다. 

트럼프가 탄핵되려면 공화당 주도의 의회 구도를 넘어서는 한국의 촛불시위 같은 대중적인 탄핵 열기가 몰아쳐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가능하지 않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러스트벨트(쇠락한 미국 중부 공업지역)’에서는 러시아 스캔들이 화제에 오르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 지역에선 트럼프 취임 이후 52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됐다. 일자리만 있다면 윤리나 민주주의 가치 정도는 무시되는 분위기다.



“공화당이 탄핵 더 원해”

‘코미 게이트’가 반영된 여론 조사 또한 트럼프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지 않다. 여론이 움직이지 않는 한 탄핵은 발의조차 쉽지 않다. 트럼프 탄핵 온라인 청원운동을 벌이는 ‘지금 트럼프를 탄핵하자(impeachdonaldtrumpnow.org)’는 첫 2주 동안 40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다섯 달이 지난 6월 8일 현재 서명자는 113만 명에 불과하다.

흥미롭게도 미국 내 일각에선 “트럼프 탄핵을 더 희망하는 곳은 역설적이게도 공화당”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선 막판까지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는 제브 부시 전 주지사 등 공화당 주류 측 후보들의 윤리적 약점을 사정없이 몰아붙였다. 이 때문에 제브 부시의 형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측은 트럼프에게 앙금이 있다. 또한, 대선 본선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여성에 관한 트럼프의 지저분한 입담에 학을 뗐다.

트럼프도 공화당 주류에게 부채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공화당의 기본 노선과는 무관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상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탄핵 위기를 먼 산에 불난 듯 여긴다. 오히려 말썽만 일으키는 트럼프가 사라져 공화당의 질서가 미국 행정부를 지배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이 탄핵되면 60일 내 보궐선거로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부통령이 남은 임기를 승계한다. 공화당으로선 트럼프 탄핵이 공화당 정권의 소멸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다 주지사 출신인 펜스 부통령이 대중성을 갖췄다는 평이고 공화당 내에서도 인기가 좋다. 펜스는 점잖고 온건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공화당의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트럼프 스캔들이 워터게이트 수준”이라며 탄핵에 찬성한다.

공화당 주류 일부의 속셈은 ‘공화당의 정신과 맞지 않는 트럼프를 날려 보내고 부통령 펜스를 새 대통령으로 추대해 트럼프의 남은 임기를 계승하게 한 뒤 펜스 후보 체제로 2020년 대통령선거를 치르자’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선거는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펜스가 대통령으로 선거를 치른다면 누가 민주당 후보로 나오더라도 펜스가 승리할 것으로 공화당 주류는 믿는 듯하다.

트럼프는 취임 후 6개월 동안 미국 사회의 분열을 야기했다. 여성, 유색인종, 이민자, 사회적 약자, 우방국, 심지어 여당인 공화당과도 갈등을 초래했다. 그렇지만 탄핵 제도나 정치 상황에 따르면, 트럼프 탄핵은 환상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탄핵 위기의 트럼프가 들고나올 국내외 정책이다. 이는 한국과도 직접 연관된다. 

탄핵에 직면한 트럼프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상 탈퇴를 통해 자신의 지지자들 이익에 충실할 것임을 선언했다. 트럼프는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동맹 28개국 중 23개국이 국방비를 가이드라인인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지출하지 않는다고 닦달했다. “이들 국가는 미국에 막대한 빚을 지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또한 트럼프는 중동 순방에서 이란을 “테러를 돕는 나라”로 규정했다. 트럼프의 이란 흔들기는 중동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100억 달러 규모로 미국 무기를 구매했다. 


‘오바마 뒤집기’와 ‘미국 우선’

트럼프 세계 전략은 두 가지 원칙으로 움직인다. 하나는 ‘오바마 뒤집기’다. 중동과 유럽에서 오바마의 전략은 예외 없이 폐기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미국 우선’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면 인류 공존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유럽에서 군비를 둘러싼 갈등을 마다하지 않는다. 중동에선 반이란-친이스라엘 정책으로 돌아섰다. 그 과정에서 미국 무기를 대거 팔았다. 오바마가 주도한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도 폐기할 듯하다.

북핵 문제에서도 트럼프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차별화되는 더 공격적인 접근법을 사용하려들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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