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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자료에 나만의 아이디어를 입혀라

‘21세기 석유’ 빅데이터 활용 창업&분석가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공개된 자료에 나만의 아이디어를 입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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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간 3조 달러 가치의 보물창고
  • ● 수요 넘치는 분석가, 6개월이면 실무능력 교육 가능
  • ● 날씨, 지도 등 공공데이터에 아이디어 더한 창업 늘어
  • ● 정부·지자체별 다양한 창업 지원
1990년대 어느 날, 미국 월마트는 판매 동향을 분석하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아기 기저귀를 산 고객이 맥주도 구매하는 성향이 높게 나타난 것. 아내 심부름으로 마트에 온 남편들의 구매 패턴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파악된 것이다.

이를 활용해 기저귀 매장 옆에 맥주를 진열하자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이를 계기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구매 연관성을 연구하고 그 결과로 얻어진 고객의 구매 패턴에 따라 상품을 전시·판매하는 전략을 세우는 게 이젠 마케팅 기본 법칙이 됐다.

모든 것이 디지털과 온라인으로 처리되는 사회가 되면서 빅데이터(Big Data, 기존에 활용되지 않은 방대한 규모의 정형 또는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해서 새로운 결과와 가치를 추출하는 기술)가 새로운 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20세기에 석유가 최고의 자원이었다면 21세기엔 데이터가 최고의 자원이 된 셈이다. 2016년 데이터산업백서에 따르면 매킨지는 개방된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연간 3조 달러, 최대 5조 달러 이상으로 평가했다.

데이터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빅데이터 활용률이 2015년 10월 기준 4.3%에 머물렀다. 빅데이터 기술도 선진국 대비 62.6%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도 연평균 30%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보를 분석하는 데이터 과학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무수히 많은 데이터도 제대로 분석해야 가치가 있다. 빅데이터에서 목적에 따라 유용한 정보를 추려 제품 또는 서비스를 개선하는 일을 하는 빅데이터 분석가(big data analyst)가 21세기 최고 유망직종으로 떠오른 이유다. 빅데이터 전문가,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라고도 한다.

최근에는 대기업, IT기업, 전문 데이터 분석 회사는 물론 일반 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빅데이터 분석가 채용을 늘리고 있다. 몇 년 사이 빅데이터 분석가를 양성하는 대학과 학원이 늘어나는 등 열풍이 불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 교육을 통해 양성할 정도다. 제대로 공부하기만 하면 취업이 어렵지 않은 셈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통계학, 마케팅, 전산학과 관련이 깊지만 꼭 그 학과 졸업생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非)전공자라도 6개월이면 실무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학원 관계자는 말한다. 수강료가 비싼 편이나 기준을 충족하면 국비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16년부터 정부 공인자격증도 생겼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DB진흥원에서는 데이터 분석가 자격증(ADP, ADsP)을 운영 중이다. ADsP는 준전문가 자격증, ADP는 전문가 자격증이라고 보면 된다. ADP는 연2회, ADsP는 연 4회 실시한다. 지난 1분기 합격률이 ADP는 8%, ADsP는 30% 정도였다.

최종성 한국DB진흥원 창의인재개발실 실장은 “취업 준비생의 경우 ADsP 자격증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올 1분기까지 합격자 숫자가 ADP는 32명, ADsP는 2236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파크히어 신화

최대우 한국외대 통계학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가에게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를 의미 있게 분석하는 능력이다. 초기엔 논리적 분석이 중요했다면 알파고 이후엔 과학과 기술, 인문학 등으로 더 깊이 있게 분석하는 걸 요구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알고리즘, 수리적 사고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빅데이터는 창업희망자들에게도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다. 빅데이터는 공공, 금융, 제조, 의료 등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활용이 가능하다. 무궁무진한 사업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게 기상청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날씨를 활용한 창업이다. 김재철 씨는 1000만 원도 안 되는 자금으로 (주)에어텍을 창업했다. 날씨 정보에 다른 빅데이터를 접목해 농민들이 과수작목을 키우는 노지의 기상 정보, 최적의 방역 시기를 알 수 있는 앱 서비스를 제공한다.

㈜B.U.S 크리에이티브의 앱 ‘호우호우’는 기상청의 복잡한 수치와 딱딱하게 제공되는 날씨 정보를 귀여운 캐릭터를 사용해 시각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아침저녁으로 사용자에게 날씨를 알려주는 푸시알람 기능 등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외에도 ㈜셜록컴퍼니는 한국에 오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날씨를 알려주는 앱을 출시했고, ㈜아펙시는 레스토랑, 커피숍 등에 ‘날씨에 따른 음원 실시간 재생(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도도 무료 사용이 가능한 빅데이터다. 지형도에 필요한 레이어(Layer)를 겹쳐 새로운 정보서비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배달서비스앱, 여행정보, 숙박정보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필요한 레이어는 국토지리정보원 국토정보 플랫폼(map.ngii.go,kr)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여기에 주제를 심으려면 관련 빅데이터를 구해 얹으면 되고, 기술이 필요하다면 협업을 통해 창업에 이를 수 있다.

파킹스퀘어를 창업한 김태성 씨는 지도에 주차장 정보를 입혀 주차 정보 및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크히어(PARK HERE)’를 개발했다. 카카오에서 100억 원대에 인수합병(M&A)했을 정도로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다.



창업경진대회 통한 지원

부동산중개사업도 빅데이터와 만나면서 청년들의 새로운 창업시장이 되고 있다. 부동산다이어트, 호갱노노 등은 기존의 아파트 중심 지도와 매물·전세 시세만 보여주던 사이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생활편의, 교육여건, 주민 만족도 등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정보를 제공,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케이앤컴퍼니는 기존 부동산 정보사이트가 아파트에 한정됐다는 점을 역이용해 시세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연립과 다세대주택의 가격을 산정하는 애플리케이션 ‘로빅’을 개발했다. 건축물대장 정보와 주변 가격 등 정부의 공공데이터 48개를 수집한 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으로 부동산 가격정보를 제공한다.

의료 분야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창업의 신세계다. ‘닥터게이트’는 진료 의사가 간단한 상병명을 입력하면 질환 전개 가능성과 적절한 치료 방법을 시각화해 보여주는 서비스다. 진료, 의약품, 의료지원 등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보와 의료 빅데이터를 결합해 탄생했다.

이 밖에 화장품 정보제공·판매 전문업체인 라이클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고객들의 나이·피부 타입·개인 고민 등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언니의 파우치’라는 맞춤형 제품 추천 앱서비스를 개발해 매출액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마이셀럽스’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빅데이터 기반 취향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자친구와 기념일에 먹기 좋은 가성비 좋은 와인’ 같은 상황을 선택하면 그에 맞는 결과물을 찾을 수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 도전 방법은 다양하다. 지자체별로, 정부 부처별로 빅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창업자금도 지원받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다양하게 지원해준다.


카드사 상권분석 서비스 출시

빅데이터를 활용한 창업이 아니더라도 빅데이터 분석 자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무작정 창업하는 것보다 성공 확률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BC카드, KB국민카드 등 카드사는 자사의 카드결제 내역 등 빅테이터를 활용한 ‘상권분석 서비스’를 내놓았거나 내놓을 예정이다. KB국민카드는 가맹점 매출 정보, 서울시가 축적해 온 공공 데이터, 한국국토정보공사의 공간 정보를 결합해 더 정확하고 활용도 높은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다. 골목상권까지 포함해 상가 정보, 상권별 매출, 유동/상주 인구, 도로 단위 지리 정보 등을 종합 제공한다.

SK텔레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상권에서 창업 아이템의 성공 가능성을 사전에 평가하는 ‘창업성공 예측모형’을 개발 중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신규 창업자들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경기도는 카드사와 통신사, 경기관광공사 등이 보유한 7억4000만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경기도 내 5500여 곳의 상권 평가지표를 만들었다. 상권의 성장 가능성과 고객들이 좋아하는 업종, 구매력 등을 한눈에 알 수 있어 기존 상인은 물론 예비창업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시도 KT와 함께 연말까지 서울 생활인구 측정 시스템을 개발한다. 대중교통 이용통계, 인구·사업체 센서스 자료, 택시운행 통행량 등 각종 빅데이터와 KT의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해 1시간 단위로 생활인구를 추출할 예정이다. 이를 활용하면 내·외국인 관광지 이동 경로 분석, 상권시스템 유동 인구 분석이 가능하다. 이젠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게 성공의 비결인 시대다.



 한이슬 쿠팡 빅데이터분석가 “해당 분야 제대로 알아야 좋은 분석 가능”


한이슬(27) 씨는 2015년 2월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빅데이터분석가로 취업해 3년째 일하고 있다. 지금은 쿠팡에서 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

빅데이터분석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통계학을 더 깊게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지도교수님이 이 분야 전문가였다. 교수님과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하며 관심을 갖게 됐다.”

어떤 매력을 느꼈나.
“정돈되지 않은 데이터에서 알찬 정보를 얻기 위해 하나씩 풀어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의미 있는 분석을 위해 이렇게저렇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성공했을 땐 희열도 느낀다.”

일하며 보람을 느낀 적이 있다면.
“대학원생 때 제주시 의뢰로 관광객 분석 프로젝트를 했다. 시청 실무자로부터 결과물이 아주 좋아 관광객이 증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공무원이 그 사업으로 상도 받아 나도 괜히 뿌듯했다.”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분석 기법과 기술만으로 분석전문가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낀다. 제대로 된, 좋은 분석을 하려면 해당 빅데이터 내용을 잘 알아야 한다. 금융이면 입출금, 물류회사는 물류와 구매 등 그 분야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공부가 필요하다. 또한 통계학을 잘 알아야 깊이 있는 분석이 가능하다.”

임금과 복지는 어떤가,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확실한 건 내가 일반 사무직으로 취직한 친구들보다는 많이 받는다.”

빅데이터분석가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무조건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 분석을 위한 코딩 작업도 이론적으로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해봐야 한다. 대회도 참가하고 기업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도전하며 경험을 쌓길 바란다. 차분하고 꼼꼼해야 한다. 이 업무는 어떻게 보면 단순반복 작업일 수 있다. 이걸 못 견뎌 하는 사람은 도전하지 않는 게 좋다. 또한 빅데이터분석가란 직함은 같아도 회사마다 하는 일이 다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하고 가는 게 좋다.”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 “유의미한 정보를 축적하면 그것이 곧 경쟁력”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용카드, 예적금 상품 맞춤형 추천 ‘뱅크샐러드’를 개발한 김태훈(32) 레이니스트 대표는 금융전문가도, 전자공학도도, 그렇다고 통계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다. 아이디어가 있었기에 필요한 부분은 전문가를 영입하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창업에 성공했다.

뱅크샐러드를 소개하면.
“증권, 카드, 은행마다 데이터가 흩어져 있어 사용자가 하루에 얼마를 사용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일일이 금융 사이트나 금융 앱에 접속해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금융 인프라를 모두 합쳐 종합자산관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똑똑한 금융비서인 셈이다. 더 나아가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카드와 금융 상품도 추천해준다.”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린 계기가 있다면.
“신용카드를 처음 만들며 팸플릿을 읽어봤지만 도무지 어떤 카드가 어떤 혜택을 주는지 알기가 힘들었다. 또한 4000여 종의 신용카드 혜택을 비교해 내게 유리한 카드를 찾기란 불가능했다.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25만 가지 혜택을 분석해 개개인에게 가장 유리한 카드를 찾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입이 복잡하지 않나.
“사용자는 간단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소비 패턴을 기입하거나 휴대전화의 카드 사용 문자메시지를 마우스로 긁어 넣기만 하면 1원 단위까지 혜택을 계산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카드보다 더 나은 카드를 추천해준다. 이를 통해 평균 사용액의 4%에 달하는 혜택을 새롭게 찾아주고 있다. 월 300만 원 카드 사용자라면 매달 12만 원의 혜택을 더 보게 되는 셈이다.”

수익구조는.
“우리가 추천해준 카드에 가입하면 카드사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우리가 축적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른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창업에 도전하려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은 카드사나 은행들과 제휴해서 정보를 제공받지만 초기엔 하루 종일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찾아 데이터를 수집하고 손으로 직접 입력해야 했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갔다. 빅데이터 활용 창업은 이렇게 처음엔 유의미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가공하는 과정이 힘들다. 하지만 쌓이면 그게 곧 경쟁력이 된다. 또한 빅데이터가 또 다른 빅데이터를 낳아 새로운 사업을 제공한다. 사업 초기 수입은 없고 지출만 생기는 ‘죽음의 계곡’ 시절을 잘 넘겨야 한다. 의지만 있으면 도와주는 곳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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