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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른다, 챙긴다, 우긴다

문재인 리더십 3대 특징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지른다, 챙긴다, 우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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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르기 : 문재인케어, 탈(脫)원전 등
  • ● 챙기기 : 박기영, 탁현민, 송영무 등
  • ● 우기기 : “전기료 인상 없다” “코리아 패싱 없다” 등
문재인 대통령은 높은 여론 지지율과 함께 많은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독특한 리더십도 가진 것으로 비친다. 정치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리더십을 ‘지른다’ ‘챙긴다’ ‘우긴다’로 요약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는 최근 또 질렀다. 이번에는 30조6000억 원짜리다. 오는 2020년까지 성형과 미용을 제외한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항목 무려 3800개를 급여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오바마케어’를 모방한 ‘문재인케어’라는 그럴듯한 명칭까지 부여받았다. 이것을 건강보험료를 크게 인상하지 않고 해내겠다고 한다. 과거 10년간 평균 인상률 3%선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달콤하다. 그런데 결국 누군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기성세대가 부담하지 않으면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 국채로 때우더라도 다음 정부에서는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첫날 지르고 공항에서 지르고

문 대통령은 집권 첫날부터 질렀다. 일자리위원회 설치가 그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이다. 추경안의 핵심은 공무원 1만2000명 증원이었다. 국회는 이 가운데 중앙정부 공무원 채용 규모만 4500명에서 2575명으로 줄였을 뿐, 지방공무원 채용 규모는 7500명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의 첫 단추가 꿰어졌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을 이행하는 데만도 매년 평균 9조 원이 들어간다고 추산했다. 공무원은 한번 채용하면 정년을 채운다. 30년을 기준으로 무려 271조 원이 소요된다.

취임 사흘째인 5월 12일 문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화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 말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7월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연중 9개월 이상 지속되는 업무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32만 명 가운데 최다 20만 명이 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한다.

1단계로 비정규직 근무 현황이 파악된 852개 기관에서 정규직화를 우선 추진할 계획이기도 하다. 그런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업은 아직 비용 추계조차 나오지 않는다. 실태조사를 거쳐 9월 중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일정을 마련할 때 정확한 비용 규모가 나올 것으로 알려진다.

문 대통령은 탈(脫)원전도 속도전으로 밀고 나가는 중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절차적 정당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시 중단시킨 뒤, 곧바로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공론화위원회조차 절차적 정당성과 법정 근거 논란에 휩싸여 한수원 노조 측이 가처분 소송과 행정소송을 동시다발적으로 제기한 상태다. 공사 중단에 따른 비용 부담은 수조  원으로 추산된다.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원전을 포기하면 중장기적으로 전기료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 역시 국민 부담이다.

정부 여당은 탈원전으로 20.7GW의 설비가 줄어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전력수요가 11GW 정도 감소한다면, 2030년에는 10GW의 설비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부족한 10GW는 남은 15년간 신재생에너지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목표치인 20%를 달성해 5GW를 대체하더라도 넉넉잡아 10GW 정도는 LNG 발전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연료별 kWh당 발전단가로 계산할 때 3조 원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결국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앞으로 5년 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7월 19일 이 모든 공약의 종합판인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소요예산 규모를 178조 원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증세 없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세수 자연 증가분으로 60조5000억 원을 마련하고 대기업에 집중된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해 11조4000억 원, 탈루 세금 징수를 강화해 5조7000억 원, 여기에 세외 수입을 5조 원 확충한다고 한다. 또한 재정 지출을 절감해 60조2000억 원, 고용보험 등의 기금 여유자금을 활용해 35조2000억 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될 텐데,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추미애 당 대표가 증세론을 들고 나왔다. 특히 추 대표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증세를 주장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정부는 마치 기다린 듯이 이견 없이 신속하게 이를 받아들여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반영했다.


‘한때 직장동료’ 챙기기

부자 증세 또는 핀셋 증세로 이름 붙여진 증세안으로 10만 명의 고소득층 및 120여 개의 대기업 법인으로부터 해마다 6조 원을 더 걷겠다는 것이다. 100대 국정과제 발표 당시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는 셈인데, 문 대통령은 증세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다. 물론 사과도 없다.

문 대통령은 또 ‘챙기다’가 걸렸다. 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이야기다. 박 전 본부장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일할 당시 같이 비서실에서 일한 ‘한때 직장동료’다. 박 전 본부장은 그때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었다. 이런 점에서 코드 인사다.

무엇보다 박 전 본부장은 황우석 사태에 연루됐다는 원죄가 있다. 그래서 과학계는 물론 같은 진보진영인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도 자진 사퇴 또는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박 전 본부장은 황우석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자진사퇴를 거부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과(過)도 없지 않지만 공(功)도 있다며 두둔하고 나섰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대통령이 또 챙기고 나선 것이다. 결국 비판 여론이 감당이 안 될 정도가 되자 임명은 없던 일이 됐다. 

문 대통령의 자기 사람 챙기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4개 야당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성 비하’ 글을 쓴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끔찍이 챙기는 중이다. 탁 행정관은 문 대통령과 2016년 6월 13일부터 7월 9일까지 무려 한 달 동안 히말라야 트레킹을 함께 한 사이다. 그를 문 대통령에게 이끈 인물이 문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다. 그래서 세 사람만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고, 숙식을 함께하며 ‘도원결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탁 행정관이 궁지에 몰리자 양 전 비서관이 나섰다. 7월 6일 “젊었을 때 철없던 시절에 한 일인데 안타깝다. 뉘우치고 열심히 하면 좀 기회를 주기를 희망한다”고 방어벽을 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처음부터 뛰어든 양 전 비서관이다. 그의 말은 문 대통령도 무시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7월 20일 탁 행정관이 기획했다는 국정기획자문위의 ‘100대 국정과제 대국민 보고대회’를 칭찬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내용도 잘 준비됐지만 전달도 ‘아주 산뜻한 방식’으로 됐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낙연 전남지사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을 때, 정치권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대통합 탕평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였다. 김부겸 의원을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로, 김영춘 의원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을 때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장관 후보 지명 후반부로 가면서 코드 인사 또는 보은 인사로 회귀했다. 직무수행에 직접 연관된 결격사유조차 문제 삼지 않았다. ‘논문 표절 논란’의 김상곤 씨를 교육부 장관에 임명했고, ‘방산비리 논란’의 송영무 씨를 국방부 장관에 앉혔다. 둘은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도운 인물이다. 이렇게 코드에 맞는 장관들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공약한 ‘5대 인사 원칙(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의혹 받는 사람의 고위공직 배제)’은 안드로메다로 갔다.



‘보나코(보은, 나 홀로, 코드) 인사’  

인사 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차관 이하 인사에서는 더 노골적인 코드 인사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보나코(보은, 나 홀로, 코드) 인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청와대 참모진은 더하다. 문 대통령의 초기 대선캠프 격인 광흥창팀 구성원 13명 가운데 양정철 전 비서관을 제외한 12명이 청와대 비서실로 입성했다. 임종석 비서실장 이하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등등이다. 탁 행정관도 광흥창팀 출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곁을 이광재와 안희정이 지켰다면, 문재인 대통령 곁에는 이들 12인방이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정권이건 핵심세력은 존재한다. 이들의 역량과 인식에 따라 대통령의 운명도 갈린다. 정치권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들이 더욱 소중할 것이다. 그래서 챙겨야 할 필요성을 더 느낄 것이다. 하지만 운동권 경력 등 한쪽으로 경도된 삶을 산 사람들로 청와대 요직이 채워지고 인선 과정에서 인사검증 시스템이 자꾸 무력화되는 것이 문제다.



‘우긴 뒤 돌변’ 패턴

우기기는 선수급이다.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다.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북핵 문제에서 한국이 국제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고 보는 한국 언론의 시사용어)’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데, 그런 일은 없다고 딱 잡아뗀다.

그 말이 왜 나오는 지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위기설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최근 안보상황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호의 실험발사 성공 이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공격을 암시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중이다. 북한이 도발을 계속한다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1차 경고하더니, 어느 나라도 겪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2차 경고까지 내놨다.

북한도 대미 경고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화성 12호 4발로 괌에 대해 포위사격을 가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발표했다. 북·미 대치 국면에서 우리 정부의 존재감은 별로 없다. 하지만 코리아 패싱은 없다는 것이다.

설령 북·미 대치를 풀 극적인 돌파구가 나와 대화 국면이 조성되더라도 우리 정부가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는 점도 걱정이다. 지금의 코리아 패싱보다 앞으로의 코리아 패싱이 실은 더 걱정인 것이다.

현 상황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면서 빚어진 1993년 1차 북한 핵 위기 때와 비슷하다. 당시 미국 정부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을 고려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한국을 배제한 채 북·미 제네바 기본 합의에 도달했다. 당시 미국은 영변 핵시설 동결과 해체의 대가로 북한에 1000MW급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했는데, 그 비용의 70%는 결국 한국 몫으로 떨어졌다. ‘패싱’ 당한 뒤 비용까지 떠안은 결과였다.

이번엔 어떨까?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다. 판돈이 크게 뛴 까닭이다. 1993년엔 개발 초기 단계의 원자로였지만, 지금은 개발 완성 단계의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은 ‘수백조 원’을 흘린다. 현실로 닥치면 어쩌려고 하는지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10대 국정과제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증세는 없다고 했다가 갑자기 부자 증세로 돌아섰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보편적 증세로 갈 것이란 이야기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부자증세 방안이 증세 범위를 전 계층으로 확대하는 사전 포석이라고 지적한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도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직후 “핀셋 증세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고 증세 범위를 늘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아예 “보편적 누진 증세가 필요하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자 증세는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미 증세는 없다고 강조했다가 부자 증세로 돌변한 정부다. 한발 더 나아갈 여지는 충분히 존재한다. ‘우긴 뒤 돌변’이라는 패턴이 읽힌다.

정치권의 일부 인사들은 보편적 증세가 경유세 인상에서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측한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 시절 이미 운을 뗐다. 경유세를 휘발유와 같은 수준 또는 약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정책 권고가 많은 나라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프랑스와 벨기에처럼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을 100대 100으로 만들자는 이야기다. 때맞춰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차원의 경유세 인상안을 발표했다. 현 85%를 90%, 95%, 120% 선까지 올리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경유세 인상이 서민 증세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서민층의 반발과 저항이 심상치 않았다. 그러자 정부와 청와대는 당분간 인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100대 국정과제 수행으로 세수가 부족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질지 모른다. 인상안에서 밝힌 세수 증대효과는 최대 18조1535억 원에 달한다. 부자 증세로 예상되는 세수 증대효과는 6조3000억 원에 불과하다. 부자 증세에 비해 경유세 인상은 노다지 수준이다. 그 유혹을 떨쳐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 측은 탈(脫)원전에도 불구하고 전기료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많은 사람은 이를 ‘우기기’로 받아들인다. 또한 문 대통령 측은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항목을 모두 급여로 전환하더라도 건강보험료 인상은 없다고 말하는데, 이 역시 ‘우김’으로 비치기도 한다. 문 대통령 측의 말엔 ‘개연성, 합리성, 보편성, 타당성’이 다소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욜로(YOLO) 정부’

‘욜로(You Only Live Once)’는 “인생은 단 한 번 사는 것. 아낌없이 즐기고 쓰자”는 요즘 풍조를 일컫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도 미래 세대와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고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것으로 비친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욜로 정부’다.

욜로 정부의 끝은 좋지 않다. 남유럽 4개국은 공무원 늘리고 세금으로 퍼주기 하다 국가 부도 사태를 맞았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 전기료 인상 없는 탈(脫)원전, 건강보험료 인상 없는 급여 확대는 ‘허구’일 수밖에 없다. 우긴다고 영원히 우겨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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