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자체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대검측은 사실상 “경찰 보고서의 객관성이 현격히 결여됐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이 보고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국가기관이 다른 국가기관의 비리를 적시해 외부에 공개할 때는 반드시 엄격한 사실확인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보고서를 살펴보니 경찰은 73건의 검찰 수사권 지휘가 ‘수사권 오·남용’임을 입증할 법적 근거, 객관적 물증은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순전히 자의적으로 오·남용이라고 단정짓고 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도 검찰과 경찰에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검찰에 대한 악의적 비방과 검증되지 않은 풍문으로 가득찬, 수준 이하의 보고서를 제작해 수사권 조정 문제에 활용하는 듯 하다. 검찰과 경찰은 앞으로도 공조해 나가야 하는 양대 국가 수사기관으로 신뢰를 생명으로 한다. 그런데 경찰이 검찰의 명예를 무책임하게 훼손한 이런 사태가 발생해 개탄스럽다. 이는 경찰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대검측은 “검찰은 ‘실질적 수사권 지휘 확립을 위한 참고자료’라는 문서를 매년 만든다. 잘못된 경찰 수사를 검찰이 바로잡은 사례를 기록할 땐 비고란에 재판결과 등 객관적 증거를 반드시 기록한다. 그런데 경찰의 이 보고서는 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특정 검사들의 수사권 지휘를 매도함으로써 해당 검사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선 “경찰이 수사권 조정 입법권을 가진 국회에서 검찰에 비판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이 같은 보고서를 급조해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전국 경찰서에 일제히 지침 하달”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로부터 보고서 제작 및 배포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보고서는 언제 작성됐나.
“지난 5∼6월부터 만들기 시작해 7월 경 완성됐다.”
-검사들의 수사 지휘에 대한 비리·부정 의혹 사례 70여 가지는 어떤 방식으로 수집했나.
“전국 경찰서에 ‘관련 사례가 있으면 경찰 내부 전자결재망을 통해 보고하라’고 일제히 지시하자 올라온 자료들이다.”
-검찰에선 ‘객관적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검사들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고 한다.
“경찰은 수사기록을 검찰에 모두 송치하니까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을 리 없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일선 경찰관들의 기억에 의존했다. 객관적 증거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보고서 내용, 진상조사 불가피
-현직 검사들을 향해 비리·부정 의혹을 제기한 보고서를 제작한 이유는?
“수사권 독립 문제와 관련, 내부 참고자료로 활용하려 했다.”
-내부 참고자료를 국회에 제출한 까닭은 무엇인가.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때 활용하겠다며 자료 제출을 요청해서 준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자료 제출을 요청해도 자료를 주지 않는 피감기관이 많다. 타 기관의 비리 의혹을 담은 내부 보고서를 외부 기관(국회)에 제공한 것은 ‘수사권 독립’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고 봐야 하나.
“국회의원들의 요청에 응한 것일 뿐이다. 보안을 지켜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국회에 제출한 것은 ‘수사권 독립’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