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호

폐렴 예방접종, 만성질환자에겐 필수

  • 안철민·영동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입력2005-10-26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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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렴 예방접종, 만성질환자에겐 필수
    올해들어 폐렴 관련 기사가 부쩍 눈에 띈다. 올 봄 세상을 떠난 탤런트 김무생씨의 사인이 폐렴이었고,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도 폐렴으로 입원한 적이 있다. 국외에선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드 국왕이 폐렴과 고열로 신음하다 사망했다는 기사가 났다.

    “요즘같이 의학이 발달한 세상에 폐렴쯤이야…” 하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폐렴은 국내 전체 입원환자의 4.45%를 차지하며, 해마다 28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갈 만큼 위험한 질환이다. 건강한 젊은이들은 조기에 치료만 잘하면 폐렴을 이겨내는 데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만성 심장질환, 만성 폐질환, 만성 간질환, 만성 신부전, 알코올중독, 당뇨, 혈액암을 앓고 있거나 혈액 투석을 하고 있는 환자, 고령자라면 사정이 다르다. 폐렴으로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폐렴은 만성질환이란 기름에 불을 붙이는 라이터 격이다.

    폐렴을 예방하려면 자가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3회 이상 꾸준히 운동을 하고, 제철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해 비타민과 무기질이 부족하지 않도록 한다. 숨쉬는 공기도 관리해줘야 한다. 폐는 대기 중의 산소를 섭취하는 기관이라 바깥 공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런데 가을과 겨울엔 공기가 건조해져 코와 목의 점막이 마르기 쉽다. 점막이 마르면 통증이 생기고, 공기 중의 이물질을 걸러내고 방어하는 구실을 다할 수 없다. 차고 건조한 공기가 기도로 직접 들어가면 호흡기질환에 걸리기 쉬워진다. 따라서 가습기를 사용해 실내 습도를 40∼50%가 되도록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년 이후 남성에겐 음주와 흡연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얼마 전 미국 크레이튼 의대 교수팀은 쥐를 대상으로 흡연·음주와 폐렴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알코올과 담배 두 가지에 모두 노출된 쥐는 균을 걸러내는 기도의 섬모운동이 약해져 폐렴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았다. 술은 폐 감염질환을 막는 방어벽을 망가뜨리고, 담배는 기관지의 청소를 담당하는 섬모의 기능을 크게 떨어뜨린다.



    폐렴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는 것. 물론 백신 접종으로 모든 폐렴이 완벽히 예방되지는 않는다. 이는 폐렴의 여러 원인 중 최대 원인인 폐렴구균만 예방하기 때문. 하지만 1회의 백신 접종만으로 폐렴구균에 걸려 사망할 확률을 50∼80% 낮출 수 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65세 이상 노인, 만성질환자,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 등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에게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받도록 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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