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호

‘신동아’에 언론윤리 충고한 ‘한겨레’의 비언론성

팩트 눈감고 반론 무시하며 권력자 옹호에 앞장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10-24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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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아’에 언론윤리 충고한 ‘한겨레’의 비언론성

    ‘한겨레’ 칼럼을 소개한 10월10일자 ‘청와대 브리핑’.

    ‘신동아’는 지난 10월호에서 “이정우씨가 2004년 2월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 재임 때 본인이 청와대 예산으로 3000만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발주해 본인이 수주했다”고 보도했다. 거의 모든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가 이 보도를 인용해 비중 있게 다뤘다.

    10월호 발간 엿새 뒤인 9월23일, 이정우 전 위원장은 ‘청와대 브리핑’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장문의 반박문을 올렸다. “본인이 용역을 발주해 본인이 수주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핵심내용이었다.

    이때도 상당수 매체는 이를 상세히 전했다. 반론을 전하는 것도 언론의 기능이므로 ‘신동아’는 타 언론 보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정우 전 위원장의 구체적 주장이 나왔으므로 찬찬히 사실을 규명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후 언론에선 후속 보도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 전 위원장이 반박문을 올린 지 17일이 지난 10월10일 ‘한겨레’는 ‘이정우와 진실게임’ 제하의 ‘논설위원 칼럼’을 통해 ‘신동아’ 보도를 사실상 ‘오보’로 규정했다.

    “그(이정우)의 설명이 거짓이 아니라면, 이를 두고 ‘본인이 발주한 연구용역을 수주한 부도덕한 공직자’로 재단할 일이 아니다. 적어도 내 개인의 기자 경험과 상식으로는 그렇다.”



    이어 이 칼럼은 ‘신동아’가 독자들에게 ‘의도적 흠집내기와 왜곡 보도를 한 뒤에 이를 고치지도 않는 파렴치한 언론’으로 인식되게끔 썼다. “이런 언론의 관행을 고치는 계기로 삼자”는 충고도 했다.

    동아, 조선, 문화만 거명

    ‘신동아’는 ‘한겨레’의 충고를 정중히 사양한다. 왜냐하면 이 칼럼은 균형감, 사실 확인,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모두 상실한 ‘비언론성’ 기사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 칼럼은 ‘신동아’ 첫 보도를 인용 보도한 언론사 중 ‘동아일보’ ‘조선일보’ ‘문화일보’만을 실명으로 적시했다. ‘신동아’ 보도는 대부분의 언론이 다 받아 썼는데 ‘한겨레’와 대립각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진 신문사들만 거명한 것이다. 그래서 그 뒤의 문장에서 전개된 ‘신동아’를 향한 비난을 이들 언론사도 함께 뒤집어쓰도록 했다.

    이 칼럼이 ‘신동아’ 보도를 오보로 규정하면서 제시한 유일한 근거는 ‘청와대 브리핑’에 게재된 이정우 전 위원장의 반박문 요약이 전부였다. 그런 뒤 이 전 위원장의 반박문이 진실인 것처럼 일방적으로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의 반박문이 게재된 이틀 후인 9월25일 한나라당은 이 반박문을 재반박하는 논평을 발표한 바 있다. ‘한겨레’의 칼럼이 게재되기 15일 전의 일이다. 한나라당은 이 전 위원장이 제시한 네 가지 핵심 주장을 조목조목 ‘허구’라고 지적하면서 “적반하장이고 손톱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 칼럼이 ‘신동아’ 보도를 오보로 규정하기 위해선 이정우 전 위원장의 주장을 반박한 한나라당의 정반대 주장에도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음을 증명했어야 했다.

    적어도 120여 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정당이 당론이나 다름없는 공식 논평을 통해 이 전 위원장과는 전혀 상반된 주장을 폈음에도 이 칼럼은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선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고 ‘신동아’ 보도를 오보로 단정했다. ‘균형감’을 현격하게 잃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신동아’는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두 개의 자체 보고서를 근거로 보도했다. 이 보고서 내용은 그 자체로 진실을 가려줄 매우 중요한 ‘팩트’다. ‘한겨레’가 ‘신동아’ 보도를 오보로 결론짓기 위해선 ‘신동아’ 보도의 근거가 된 이 보고서의 존재를 확인했어야 한다. 그래서 보고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든지, ‘신동아’가 보고서를 잘못 해석했다든지를 증명했어야 한다.

    더구나 이 보고서는 이미 보도가 된 자료이니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칼럼엔 보고서를 살펴봤다는 어떤 내용도 없었다. 이 칼럼은 언론의 ‘사실 확인’ 의무도 포기한 것이다.

    17일째 정정보도 요청 안 해

    이정우 전 위원장은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반박문에서 ‘신동아’에 대해 “정정보도 요청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한겨레’ 칼럼은 이를 소상히 재소개하면서 “(정정보도) 과정의 결과를 지켜보려 한다”는 말로 끝맺음했다.

    이 전 위원장의 ‘정정보도 요청’ 천명은 여러 언론에 보도되어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이 전 위원장은 ‘청와대 브리핑’에 글을 올린 날로부터 ‘한겨레’ 칼럼이 게재된 10월10일까지 17일이 지나도록 ‘신동아’를 상대로 정정보도 요청을 하지 않았다.

    ‘한겨레’ 칼럼은 이 전 위원장이 왜 이렇게 오랜 기간 자신의 공언을 실천에 옮기지 않는지에 대해선 전혀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한겨레’ 칼럼은 이 전 위원장에 대해 “정부 안에서 분배정책과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에 신경 쓰던 대표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 칼럼은 권력자의 공무 행위를 검증해보겠다는 언론에 대해선 서릿발 같고, 권력자에 대해선 한없이 관대하다고 지적할 수 있다.

    ‘한겨레’ 칼럼이 게재된 당일 ‘청와대 브리핑’은 이 칼럼을 크게 소개했고, 칼럼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 전 위원장의 반박문이 실린 ‘청와대 브리핑’을 ‘한겨레’ 칼럼이 키워주고, 다시 이 ‘한겨레’ 칼럼을 ‘청와대 브리핑’이 키워주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신동아’는 이정우 전 위원장 관련 보도 이후에도 여러 가지 사실 검증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현재로선 기사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이정우 전 위원장이 진실 규명을 요청해 온다면 언제든지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음은 이 전 위원장의 주장에 대한 ‘신동아’의 견해이다.

    1. ‘본인이 발주해 본인이 수주한 용역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해

    이정우 전 위원장은 ‘내부 과제’를 수행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동 위원회 ‘2004년 연구용역 실적 보고서’엔 동 위원회가 이 전 위원장을 대상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명기되어 있음. 공직자가 소속 기관의 과제를 수행할 때는 ‘계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음. 또한 이 보고서는 이 전 위원장에게 ‘용역을 발주했음’도 분명히 밝히고 있음. 동 위원회는 국회 예결위에 별도로 보낸 보고서에서도 이 전 위원장과 한 계약에 대해 ‘외부 발주’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이 전 위원장은 ‘경북대 교수’ 자격으로 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되어 있어 ‘본인 발주, 본인 수주’는 사실임.

    2. ‘용역을 공모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동 위원회는 국회 예결위에 보낸 보고서에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26조’ 조항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이 전 위원장에게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줬음을 명백히 했음. 공개경쟁입찰 형식이 아닌 수의계약이었기 때문에 공모 절차가 없었던 게 당연한 데도 이 전 위원장은 공모한 사실이 없으므로 용역 발주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음.

    3. ‘2003년 11월부터 추진되어온 과제여서 수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위원장이 동 연구용역 수주 계약을 체결한 시점(2004년 2월24일)은 그가 동 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2004년 1월2일 이후임. 연구용역은 용역수주계약과 동시에 추진되는 것임. 동 보고서는 연구용역이 발효된 시점을 2004년 2월24일로 명기하기도 했음. 따라서 ‘전임 위원장 때인 위 2003년 11월부터 추진된 과제’라는 주장은 전혀 맞지 않음. ‘2003년 11월부터 검토되긴 했으나 2004년 2월부터 실제 추진된 과제’가 맞는 표현임.

    4. ‘과제수행은 국제 약속을 지키기 위한 공식업무였다’는 주장에 대해

    이정우 전 위원장은 정책기획위원장 방문을 전제로 네덜란드 등 유럽 3개국 노사정 관계자의 방문면담 약속이 된 상태였으므로 국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과제를 그대로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함. 그러나 공무상 해외출장 형식이었다면 모를까, 정책기획위원장이 정책기획위원회 발주 외부연구용역 사업을 수주해 그 용역사업의 일환으로 국제 약속을 하는 것 자체가 의문이 제기되는 방식임. 논란이 될 만한 방식으로 국제 약속을 해놓고 국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하고 있음.

    5. ‘대통령 비서실 예산으로 용역이 수행된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해

    대통령 비서실 예산과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 예산을 기술적으로 분리하는 주장인데, 이 주장에 대해 비서실 예산 검증을 담당하는 국회 예결위 국회의원과 한나라당 공식 논평은 ‘대통령 비서실과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를 따로 구분해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으며 정책기획위원회 예산도 결국 대통령 관련 예산이므로 대통령 비서실 예산이라고 표현해도 틀린 표현이 아니다’고 밝힘.

    ‘신동아’에 언론윤리 충고한 ‘한겨레’의 비언론성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보고서. 2004년 2월24일(밑줄) 이정우(밑줄) 당시 위원장과의 ‘용역계약’을 통해 그에게 3000만원짜리 ‘연구용역’을 발주했음을 보여준다.

    6. ‘본인은 비상임 비상근 무보수’라는 주장에 대해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는 수십 명의 임명직 공무원이 파견돼 사무국을 구성하는 공식 정부기관이며, 그 기관의 장인 위원장은 장관급 공직자임. 정책기획위원회는 정부 부동산정책, 노사정책 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며 현 정부의 핵심 부처 기능을 해왔으므로 마치 위원장이라는 직책이 무보수 봉사직이었던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음. 이 전 위원장의 경우 국가기관인 경북대학교에서 월급을 지급했으며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수당과 업무추진비 등을 수령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정부는 국회의 관련 자료 요청에 대해 한 달째 응하지 않고 있음.

    공문서로 검증된 사실

    7. 보도의 성격에 대해

    ‘신동아’ 기사는 공직인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의 연구용역 본인 발주-수주건에 대해 국회가 예결위 등 속기사 참관한 자리에서 정식으로 문제 제기한 것과 이에 대한 정책기획위의 문서를 통한 보고를 최초 보도한 것임.

    더구나 정책기획위원회는 동 문서에서 이 위원회가 발주한 외부용역을 이정우 당시 위원장이 수주한 점 등 핵심적 사실을 모두 인정했음. 중요 국가기관의 예산집행과 관련된 공적인 사안에 대한 국회의원의 공식적 문제 제기, 그에 대한 해당 국가기관의 보고를 문서에 나타난 대로 독자에게 전한 것임. 또한 기사 후반에 상당한 분량에 걸쳐 이 전 위원장의 주장을 옹호하는 정책기획위원회의 반론을 게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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